[박소해의 장르살롱] 13.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D-29
@모임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10-에필로그 파트는 요약정리보다는 간단한 의견을 정리하는 쪽으로 했습니다. 여러분,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를 더 깊숙이 공부하실 분들은 나중에 스터디 그룹을 따로 만들면 어떨까요? 그건 가장 마지막 글로 한번 더 남겨놓겠습니다. 스터디 그룹에 대한 제안은 @윤명한 님이 해주셨고요. 일단, 참여에 관심 있는 분들은 grauworld@gmail.com 으로 의사를 표명해주시길 바랍니다. <10. 변증법을 이해하는 자의 유머감각: 황세연과 슬라보예 지젝> 많은 고민 끝에 작년 여름 추리학교에 가기로 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날, 백휴 작가님의 ‘황세연과 시간의 변증법’ 강의를 들으면서 얻은 여러 인사이트를 <해녀의 아들>에 반영할 수 있었으니까요. 황세연 작가님은 한국 추리소설계에서 참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계시는 선배님이시지요. 앞서 다룬 류성희, 서미애 작가님 같은 여자 선배님들과 다르고 다른 남자 선배님들과도 결이 다릅니다. 저는 백휴 작가님이 설명하신 철두철미한 변증법 외엔 황 작가님의 개성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는 생각이 드네요. 이 파트에서 여러 번 언급된 <염화나트륨>을 꼭 구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헤겔의 변증법이 정,반,합이라면 지젝의 변증법은 정, 반, 더 심한 반이라는데요. 유머와 위트, 때로는 과장된 설정 등에서 엿볼 수 있듯이 황세연 작가님의 변증법은 지젝의 그것에 가깝다고 백휴 작가님은 말씀하십니다. 저는 여기에 덧붙여 지극히 한국적인 토속성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봐요. 황 작가님의 유머와 위트는 지극히 한국적이거든요. 거기에 황 작가님 소설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소설이나 영미권 소설에서는 못 느끼는 지극히 한국적인 토속성. 하지만 이것만으로 황 작가님을 단정짓는 건 무리이죠. 백휴 작가님 말씀처럼 겉으로는 시골스럽지만 속으로는 왠만한 까도남 저리 가라 할 만큼 지성과 세련미를 가지고 있는 작가님이 아닐까요? 황 작가님이 소설 안에서 구사하시는 트릭과 반전만 보면, 우아하고 세련된 까도남 같은 느낌이에요. 황 작가님은 마치 겉만 보면 막걸리 같지만 마셔보면 뒤끝이 아주 깔끔하고 날카로운 증류주 같은 소설을 쓰시죠. 그래서 백휴 작가님이 황 작가님을 지독한 아이러니스트라고 말씀하신 게 아닐까요? :-)
<11. 이야기는 호모 사케르의 생존도구다: 정유정과 조르주 아감벤> 저는 정유정 작가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동경 그리고 불편감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시에 느낍니다. 전자는 정유정 작가님이 남다른 인생을 관통해오시면서 쌓아올린 작가적 성취와 소설의 작품성에서 오고, 후자는 정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나서 며칠이고 계속 저 혼자 소설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되새김질할 수밖에 없는 강렬한 뒤끝에서 옵니다. <7년의 밤>으로 정유정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접한 후, 저는 계속 정 작가님의 팬이었습니다. 백휴 작가님의 정유정 론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쳤던 게... 제가 왜 이분을 동경하면서 동시에 어려워했는지 저도 모르던 그 이유를... 백 작가님 글을 통해 알 수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정 작가님의 소설 세계 안에 엄청난 고통의 근원 같은 것이 도사리고 있다고 느꼈던 게 아닐까요? 그게 바로 80년 5월 광주였군요. <추리소설로 철학하기>의 매 파트마다 무릎을 탁 치는 지점들이 있었는데 정유정 월드를 크게 세 가지 키워드 - 호모 사케르, 생존도구로서의 이야기, 모든 소설에 깊숙이 자리한 광주사태라고 분석한 부분에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네요. 백휴 작가님 덕분에 앞으로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정유정 작가님의 소설을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
<12. 추리소설은 은유를 의심하는 정신이다: 추리소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사유> 이 파트는 결코 쉽지 않았는데요. 이 파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행 지식이 좀 요구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렵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런 글을 쓰려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고, 얼마나 깊은 사유를 해야 했을까 생각하니 백 작가님께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더라고요. 이 파트에서 가장 핵심은 추리소설가는 은유에 대한 불신을 표명하며 새로운 은유 사용법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추리소설은 그 정신에 있어 은유에 대한 의심 속에서 태어난 장르라는 것. 이것만 챙겨가도 요점은 파악한 거라고 봅니다. :-)
<13. 본다는 것과 듣는다는 것: 최인훈과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여러분은 어떠실지 모르겠는데 제 경우는 이 13파트가 제일 난해하게 다가왔습니다. 최인훈 작가님이 추리소설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 <광장>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그런지 저는 이해하기가 좀 쉽지 않았어요. 그나마 좋아하는 작가님인 체스터튼 이야기가 있어서 체스터튼을 통해 최인훈 작가님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이 파트를 읽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스터디 그룹을 하게 된다면 팀원들에게 의견을 구해 가장 난해했다고 의견이 모아진 파트를 한번 더 공부해보려고 하는데 제가 얘기할 파트는 이 13부가 될 확률이 높아요. ^^;;; 이 파트에서는 ‘입감’ 개념이 널리 다뤄지는데요. 먼저 나왔던 정유정 작가님 파트에서 상세히 나왔던 개념이 여기서도 반복되어 복습 효과가 나네요. :-) 이 파트는 한 번 더 공부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되네요.
<14. 나는 아이러니스트의 편에 서겠다: 추리소설이란 무엇인가> 백휴 작가님은 이 파트에서 우리 사회가 경험의 폭을 넓히려면 개인이 약점을 드러내는 것을 수치스러워하지 않음으로써만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더불어 그것만이 허구의 이미지나 조작된 완전성 뒤에 숨는, 힘은 세지만 비겁한 지식인과 정치인을 걸러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파하십니다. ”진리와 삶의 그 어떤 확고한 근거도 믿지 않는 아이러니스트. 아이러니스트의 정신 속에서는 자기창조와 자기파괴가 반복되기 때문에 타인과의 완전한 의사소통을 위한 시도는 난관에 직면한다. 파편화된, 분열된 자아는 창조와 파괴의 회로 그 자체에서 자기 초월의 정신을 발견한다. 아이러니스트는 그것을 겁내지 않는다.“ 결론에서 좋은 추리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아이러니스트가 되기를 겁내지 않아야 한다로 읽었습니다.. :-)
<에필로그: 우리 사회는 변항 감각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 변항 감각- 무엇이라고 특화하거나 확정할 수 없는 한에서 그 무엇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대상x에 대한 감각. 저는 이 에필로그에서 변항 감각이 추리소설을 쓰거나 이해할 때 필수적인 감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오픈 마인드일 것이요 또다른 표현으로는 아이러니스트의 관점이겠지요. 백휴 작가님께서 무려 20년 동안 썼던 원고 중에서 추려내어 편집한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돌이켜보니 내가 줄곧 관심을 두어왔던 분야는 작가론이다. 작가의 단편적인 생각이나 사상 혹은 여러 작품에 드러난 구조를 들여다보며, 작가 특유의 세상을 향한 외침이 무엇인지 밝혀보고자 했다. 나는 그 외침의 메아리가 작가의 흔적이며, 그 흔적만이 삶의 훈장처럼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예술가와 사상가를 제외한 다른 직업은 감히 꿈꿀 수조차 없는 작가라는 직업의 어드밴티지라고 생각했다.” 이 파트에서 저는 왜 백휴 작가님이 집요하게 작가론을 쓰며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를 시도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는데요. 주변부 문학 혹은 오락으로 낙인 찍힌 추리문학을 지하실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이자, 외면 받았던 추리소설가들에게 자긍심을 되찾아주고 더 훌륭한 소설을 써낼 것을 독려하는 응원이 아니었을까요? 결국 더 좋은 추리소설을 쓰는 것만이 그동안의 추리문학이 겪었던 보릿고개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가 추리소설을 주변부 문학으로 낙인찍는 지독한 폄하 속에서 작업해 왔음 또한 시억해야 한다. 내 글은 그런 폄하에 저항하고 인식의 괴리를 메우기 위해 줄곧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온 결과물인 셈이다. 추리문학과 관련하여 다른 학자들의 빼어난 저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사회사의 관점에서 추리문학에 접근하려는 태도를 보여 나를 실망시켰다. 추리작가이기도 한 내가 보기에 그들은 추리작가를 작가로 다루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거나 민망하다고 여긴 것 같았다. 나는 그런저런 굴욕적인 상황을, 굴복하지 않으려는 문화 투쟁의 관점에서 다뤘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에필로그: 우리 사회는 변항 감각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 , 백휴 지음
표현에 둔감한 자는 자유에 둔감한 자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백휴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자, 이렇게 제가 완독 후 프롤로그 - 에필로그까지 전체 내용을 요약정리, 혹은 의견 정리해서 올렸는데요. 몇몇 어려웠던 파트는 다른 분들 리뷰도 찾아 읽으며 더 복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를 더 깊숙이 공부하실 분들은 나중에 스터디 그룹을 따로 만들면 어떨까요? 스터디 그룹에 대한 제안은 @윤명한 님이 해주셨고요. 일단, 참여에 관심 있는 분들은 제 메일 grauworld@gmail.com 으로 의사를 표명해주시길 바랍니다. 3주간의 기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는데요... 4주로 할 것을 3주로 하는 바람에 따라오기 어렵진 않으셨는지 걱정되네요. 이번에 서평단이 되셨거나 책을 늦게 구매한 분들 중에는 완독을 못한 분들도 계실 듯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으시면 틀림없이 새벽 서광처럼... 정신이 번쩍나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랍니다. 아직 완독 못하신 분들, 포기하지 마세요. 10인의 서평단 여러분은 온라인 서점과 SNS에 리뷰를 부탁드립니다. :-) 그리고 혼자 읽을 자신이 없다면 위 메일로 스터디 그룹에 지원해 주세요. 저는 전에 예고했듯이 약 3주 예상으로 휴지기를 가졌다가 14번째 장르살롱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모두 당분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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