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13.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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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그래도 책에서도 나온 loneliness와 solitude 간의 차이, 여기서 나온 차이를 예전에 생각해봤는데 저희 아들 같은 경우는 사회성이 떨어지지만 친구를 갖고 싶어 아이들 주변에서 아이들 노는 것을 바라보며 맴도는 loneliness를 느꼈지만 저는 친구들은 이상하게 주변에 많았지만 혼자 있는 solitude를 즐기는 자발적 아웃사이더여서 아예 시선이 다른 사람들을 향한 게 아니라 제 자신을 향해 있는 편이거든요. 이렇게 각자의 성향에 따라 관점이 다르더라구요. 그 외에도 한국인들이 미국에 와서도 Our mom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고 제가 '그건 아니지, 너의 엄마가 어떻게 내 엄마가 되니?'하고 반문했을 때 우리 나라, 우리 엄마, 우리 집 등 모든 것에 '우리'를 강조하는 '우리'말이 제게 생소한 걸 느꼈어요. 그 외에 우리 말은 조사 등의 postposition이나 어미 등의 suffix도 인접한 품사와 그 전체 문장의 문맥에 따라 형태(~을/를, ~은/는 등) 뿐 아니라 의미(~의, ~에서 등)가 너무 달라지는 걸 보고 확실히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단어 하나하나가 관계에 민감한 것을 느꼈어요. 반면 우리 말은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등보다 확실히 과거나 미래 등에 대한 시간과 관련된 tense 또는 성별에 관련된 세세한 차이가 떨어지잖아요? 예전에 한국에 사는 필리핀 노동자들과 프랑스에서 사는 한국입양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확실히 영어/불어와 한국어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더라구요. 그리고 아버지는 가끔 정말 감정 뿐 아니라 생각의 흐름이 너무 지나친 질환이 있고, 그리고 아들도 집중을 못하고 생각이 자꾸 여기저기 방황하는 데다가 사회성이 떨어지고 아들의 친구들을 통해서도 신경다양성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실은 선천성 뇌혈관질환에 의해 작년에 뇌출혈로 입원했는데 감각이상 뿐 아니라 이상하게 제 머리 속은 엄청 빠르게 생각중인데 말의 발현이 그걸 못 따라가는 느낌? 뭔가 어눌한 느낌을 받고 의사를 호출해서 응급MRI를 찍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뇌출혈이 생겼더라구요. 중환자실에서 꼼짝 않고 누워만 있었고요. 다행히 수술로 회복되었지만 그 때 제가 느낀 것은 제가 만약 평생 이런 상태, 아니 더 심하게 감각이나 운동 기능이 심하게 제한된 상태였다면 세상이 어떻게 느껴지고 나 또한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카프카의 거대한 벌레처럼 무시하고 싶지만 무시할 수 없고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지 않을까? 나의 사회적 관계나 정체성은 어떻게 달라질까? 등 여러 고민이 많았어요. 우울증에서도 시간의 흐름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친구가 말한 적 있는데 우리는 대부분 광인이거나 좀 그런 이해할 수 없는 비도덕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주인공을 접하긴 하지만 실제로 광인까지는 아니고 좀 다른 사고의 흐름이나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쓰는 책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잘 모르기도 하겠지만.. 카프가의 metamorphosis를 읽으면서 우리는 고의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입장이 있다는 걸 무시하려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필연과 우연에 대한 고민은 선천성 질환이나 유전적 문제에 대해 (저도 친구도 유전학 관련 일을 하기에) 고민이 많아서 그런데 예를 들어 제가 검사하는 환자들 중에 Klinefelter나 Turner 등 평범하지 않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정체성, 그리고 필연과 우연, 자연과 환경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테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과연 이렇게 고민해본 적이 있을까?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존 롤스의 우리가 어떤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질지 모른 무지의 베일 뒤에 있다면 우리는 우연과 필연에 대해 모른 척하고 있을 수 있을까?하고요. 작가님이 책에서도 언급한 스피노자의 필연으로 귀속되는 우연도 이전부터 많이 고민하던 부분이에요.
보루미스님께)) 지식 이해의 폭과 깊이가 대단하시군요. 저는 시간이 흐른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 늘 지나간 시간의 풍경을 기억해 두려는 강박관념이 있어요. 2017/6/3일에 본 구름의 형태라든지 2018/10/19 황세연 작가 수상모임에서 보인 모습이라든지, 2016/4/11,,한이 작가의 사당에서 만나 맥주를 마시던 상황이라든지~~~ 전 왜 그런지 시간을 큰 단위로 생각하게 돼요. 겁이라는 시간은 long long time이죠. 10살나이를 이제 죽음에 십년 더 가까이 다가선 일종의 늙음으로 해석한 "능엄경"의 한 구절을 읽고 겨자겁과 반석겁을 말한 부처님의 출발점은 허무주의 로 보게 됐어요. 허무주의에서 끝나진 않았지만~왜 그런지 그런 시간감각을 가진 사상가들이 있더군요. 저는 그것을 인간의 시간이 아닌 알 수 없는 억겁의 시간을 건너온 바람의시간으로 느껴요. 근데 이런 느낌이 싫어요. 인간의 존재가 너무 왜소하게 느껴지고 불안해지거든요. 요즘도 가끔 들뢰즈의 시간론을 들여다봐요. 혹시 내 증상에 효과가 있는 처방이 될까봐~~
아뇨.. 저는 전형적 이과생이고.. 인문학이나 철학 관련 책들은 그냥 제목이나 표지만 보고 짚이는 대로 읽어서 체계 없이 저 혼자만의 독학으로 오독이 엄청 많은 경험의 축적일 겁니다. 에티카처럼 얇디 얇은 책도 3번, 그것도 여러가지 다른 책들과 함께 읽은 친구와의 토론을 참고해서 겨우 읽었거든요.. 그래도 작가님 책과 덧글들 덕분에 많은 작가들과 작품들에 대해 또 배워가네요. 책을 읽으면서도 잘 이해 못한 부분을 그나마 해독해보려고 하는데 노력에 성과가 못 미친 곳들을 모아봤는데요. 여러분들에게는 너무 단순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p. 362 서구 사유에서 기이한 점은 바로 이 토대 위에, 즉 본다는 것의 동일성 위에 '듣는 것'을 위치시킨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게도 이제 '듣는 것'은 '보는 것'이다. .... 권위를 내주는 대신 청각을 빼앗아, 은유를 통해 청각을 초월함으로써 시각에 의한 원리의 통일이라는 대업을 성취하게 된다. --> 니체 이전에 보는 것의 동일성으로 사유가 이루어 진 것은 이해했는데 그 이후 듣는 것이 어떻게 그 위에 위치했고 보는 것의 권위를 내주는 대신 은유를 통해 청각을 초월한 건지 잘 이해가 안 갔습니다. p. 369 내포의 필연성에 의한 외화 --> 이 부분이 제일 이해가 안 갔는데요. 외화라는 것은 외연화를 얘기하는 걸까요? 내포의 필연성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p. 370 내포의 필연성에 의한 외화'에 대한 의심은 '장소의 주체'에서 '공간의 주체'로 이동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 비슷한 이유 때문에 이해를 못했어요. p. 399 들뢰즈의 이산적 외연(discrete extension)이라는 철학 용어 .... 개념에 의해 강제 부과된 외연 (=1)과 그 개념의 취약한 내포가 원리상 요구하는 외연(=무한기호) 사이의 분열이 이산적 외연을 만든다. --> 들뢰즈의 이산적 외연(아니 실은 들뢰즈의 철학 자체)를 몰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는데요. 괄호 안의 수학적 기호나 내포가 왜 취약한지가 명확하지 않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건 개념에 의해 강제적을 단순화된 1:1로 대응되는 외연과 내포의 다양성 또는 가변성 때문에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마찬가지로 다양한 외연을 나타내기 위해 그 기호들을 쓴 걸까요? 그리고 그 개념에서 빈약한 근거나 연관성 또는 가변성으로 인해 내포가 취약하다는 것일까요?
전 미생물 유전자를 대학원때 연구해서 날파리나 생쥐들의 life cycle보다 더 엄청난 차이로 번식하는 세균들의 복제와 mutation을 생각하면 인간과 얼마나 다른 시간을 달려가고 있는 게 참 놀랍다고 생각되었는데요.. 진화론이나 심지어 생명체가 나타나기도 전의 우주의 나이로 생각하는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만나면 또 다른 차원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어요. 자폐증 환자의 세계관과 저의 세계관이 다르고 시각에 주로 의존하는 인간과 청각에 의존하는 박쥐, 후각에 의존하는 개미 등이 각각 너무 다른 세계관을 갖지만 공존하듯이 시간도 너무나 다른 감각으로 흐른다는 게 느껴질 때가 실은 아이들을 키울 때와 과학을 공부할 때였어요. 말씀해주신 들뢰즈의 시간론도 나중에 읽어봐야겠습니다.
보루미스님께)) 톡으로 전부 대답하기엔 너무 길어져 좀 벅차네요. 죄송합니다. 일단 첫물음만 대답할 게요. 제가 보기에 서구문화에서 은유(metaphor)가 도드라지게 발달한 것은 듣는 것(유대문화)과 보는 것(그리스문화)을 결합해야 필요성 때문이었어요. 메타(meta)는 ~넘어서이기에 시각도 넘어서고 청각도 넘어서는 곳에서 양자를 결합할 교두보를 찾자는 전략이죠. 당연히 두 감각을 넘어서는 것만으로 양자가 결합된다는 보장은 없죠. 그럼 에도 일단 넘어섬으로써 감각적 대립을 지양하고 새로운 가능성 속에서 진일보한 느낌을 갖게 되는 거죠. 한데 원리란 하나의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 는 것이기에, 양자의 문제가 다시 불거지죠. 철학 이 발생한 그리스에서는 끝내 시각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보는 의미의 이데인이라는 단어에서 그 것을 감각을 초월한 이데아라는 단어를 생산해 내 잖아요.) 역설적이지만 듣는 것을 다시 설명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원리는 시각적이어야 할 것. 그 럼 어쩌지, 청각은? 메타를 통하면 청각을 넘어설 수 있다며? 이제 청각에게 감각경험을 떠날것을 요구해서 사실 넌 가장 탁월한 봄이었어라고 말하 는 것이죠. 논리적으론 청각을 넘어섰다고 시각이 되는 건 아니죠. 납득이 안되고 기이하지만, 거의 모든 사유가 이런 허점과 한계를 지니는 측면이 있어요. 유교에서도 소리의 동일성을 강조하며 음독에 초점을 맞추다가(논리) "성=장"(크게 이 룰 성, 볍씨를 창고에 보관할 장)에 이르러서 음독 도 어긋나고 훈독도 어긋나니까 더이상 탐구하지 못하게 방해하죠.(탐구할 자격이 없다거나 파고들 어도 알 수 없는 신묘함이 있다거나). 이 기이함은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다음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지금 밖이라 핸드폰은 계속 만지고 있을 수 없어서요.
아, 천천히 써주셔도 됩니다. ^^;; 역시 서구문화의 듣는 것은 유대문화의 logos와 연관되었군요. 그런데 그 앞의 361페이지에서는 '적어도 니체 이전의 서구 사유는 시각으로 이해된 동일성의 사유다'라고 해서 오히려 '신은 없다'고 유대문화의 logos 등을 거부한 니체 이후보다 그 이전에 고대 그리스 문화의 시각적 동일성의 토대 위에 유대기독교 문화의 듣는 것을 위치했던 것 같았다고 생각해서 헷갈린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여러분 안녕하세요? 약 28분 후에 13번째 라이브 채팅이 시작됩니다. 어제까지 완독하려고 했지만 아직 후반부가 조금 남았네요. 요약정리는 살롱이 열려 있는 금주 일요일까지 완료하려고 합니다. :-) 모두 저녁은 잘 챙겨드셨어요? 전 애들과 로제 파스타 해먹었어요. 모두 식사 잘하시고 좀 이따가 8시에 여기서 봬요. :-)
여러분
네🤩
네에
반갑습니다. 박작가님 수고 많으셔요.
수고는요, 바쁘신 가운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백휴 작가님! :-)
예~!
김소망님두요
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로 열네 번째 라이브 채팅을 시작합니다! 여기 백휴 작가님과 나비클럽 마케터님이 와주셨습니다. :-)
반갑습니다!
우와🎉영광이에요👍
그간 작성된 댓글만 읽는데도 한시간 넘게 걸렸네요. 좋은 댓글들을 캡쳐하며 읽었습니다. 저는 굉장히 어렵게 읽었는데 다른 분들이 이해하신 부분을 설명해주셔서 책을 훨씬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다들 책 읽느라 고생했어요
작성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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