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곤-->시종일관
[박소해의 장르살롱] 13. 추리소설로 철학하기
D-29
추리문학
borumis
참 여기서 궁금했던 문장이 또 있었는데 “성령은 성자를 통해 성부로부터가 아니라, 성부와 성자로부터 오는 것” : 제가 동방정교회나
카톨릭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럴 수 있는데 이 문장의 의미를
잘 못 이해하겠어요.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성자가 매개체가 아니라 성부와 동등한 입장이란 것일까요?
추리문학
저도 무종교라 종교 내부에서의 교리해석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크리스테바의 입장은 이런 것이지요.
프랑스 가톨릭은 예수님의 신성을 받아들여 신과
동등한 위치를 때론 인정하는 겁니다. 비유하자
면 성령이라는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둘인 셈이죠. 하나님 수도 꼭지/예수님 수도꼭지,
반면 리시아 정교는 예수가 하나님의 자식임을
인정하지만 예수님은 수도꼭지는 아니고 수도꼭지에 연결된 배관이라고 보는 겁니다.
이 종교적 해석이 정치에 들어오면 큰 차이른 보이게 되죠. 최소 프랑스는 양당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겠죠. 하나님에 기원을 두든 예수님에
기원을 두든~반면 러시아 정교의 경우 기원은 하나입니다. 배관은 배관일 뿐이라는 거죠.
그래서 이런 의식구조 하에서는 스탈린이나 푸틴
같은 독재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죠.
borumis
캬 수도꼭지 배관의 은유를 통해 아주 명쾌하게 설명해주셨네요! 즉 러시아정교는 좀더 권위들의 균형과 대치에서 멀어진 성부의 단일 권위에 의한 종교군요. 안그래도 그리스나 러시아 등 동유럽에서 서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통적이고 가부장적 성격이 강한 문화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런 종교적 차이도 있군요. 감사합니다.
박소해
이 비유도 정말 완벽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다른 종교관에 영향을 받고 산 프랑스와 러시아 국민들이 전자는 피튀기는 민주주의로 후자는 엄혹한 독재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이치겠네요. :-)
백 작가님이 직접 들어와주시니 토론이 더 생생하고 흥미진진합니다. 고맙습니다!!
borumis
맞아요. 안그래도 철학책 읽으면서 작가에게 이건 무슨 의미인가요? 이건 이렇지 않을까요?하고 물어보고 싶지만 대부분 철학자들은 (적어도 제가 읽고 있는 고대 근대 철학자들은) 다 세상에 없어서;; 입문서 등을 참고해서 읽곤 했는데.. 이렇게 작가분이 글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작가 의도도 알려주시니 정말 도움이 되고 흥미로워요!
박소해
우리 장르살롱의 진면목은 라이브 채팅에 있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저녁 8시(한국 시각), 여기에서 백휴 작가님이 참여하시는 라이브 채팅에 꼭 들어와주세요. 현장에서 질의응답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
borumis
이 책을 읽으면서 잘 몰랐던 작가나 작품들도 알게 되지만 이름이나 저서 정도만 대충 알았던 사상가들의 이론에 대해서도 살포시 짚고 넘어가며 많은 걸 배워가네요. 한나 아렌트의 Human Condition은 작년에 읽다가 아파서 도중 중지했던 책인데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 사적 영역/사회 담론과 공적 영역/정치적 담론을 구분짓는 아렌트의 이론에서 궁금했던 것이 일단 이런 엄격한 구분이 과연 실제로 예전 폴리스 사회처럼 현대사회에서도 엄격히 구분되고 과연 인간이 필연성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정치담론이 사회담론에 비해 이상적이기만 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는데요. 정치담론은 어찌 보면 필연적 노동을 대신해주는 노예 또는 지금 같은 경우는
돌봄 인력이나 여성 등이 담당해주니 정치사회적 주역들에게 제한되었던 특권이 아니었을까?한 질문에 물론 생존의 필연성에서 벗어난다고 자동적으로 정치적 action이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이를 또 무시할 수는 없지 않나 했구요. 또한 전체주의적 획일성을 강요하기까지는 아니어도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도 한 것을 감안할 때 보편적인 도덕법칙이나 동의를 전제로 한 우정의 철학이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박소해
아직 백휴 작가님이 보지 못하신 듯 한데요 보르미스님이 적어주신 이 의문들에 대한 답은 저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보르미스 님이 다양한 질문을 많이 던져주셔서 토론이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참여에 감사드려요. :-)
@추리문학 님 시간이 허락되실 때 답변 부탁드려도 될까요?
FATMAN
이 책 신청하길 잘했다 싶네요. 제가 방장님한테 처음 신청했을때부터 기성 문학계에 문제삼았던 부분을 아주 명쾌히 보여주더군요. 이 정도 평론 퀄리티면 웬만한 문학평론보다 낫다는 구절이 시작부터 쏟아집니다. 저는 사실 인문학(사회과학)책을 다 즐겨읽는 편이라 그쪽의 시각에서 문학을 바라보면 그냥 다 똑같거든요. “모든 문학은 쟝르문학이다”라고..그게 모더니즘 계열이던, 추리소설이건 철학의 입장에선 모두 메타포로 보이니까요. 거기게 우위가 존재한다는건 말도 안된다고 믿는 사람인데 저자분도 저와 동감이어서 아주 좋습니다.
박소해
@FATMAN 님 들어와주셔서 반갑습니다. 매번 제가 장르살롱 도서를 선정할 때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책을 정한답니다. 그믐의 명성 덕분인지 출판사가 대개 협찬에 호의적이십니다. 이번에 백휴 작가님의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를 선정했을 때 아무래도 철학서 겸 평론서이니 평소보다 적게 신청하실까 우려했는데 왠걸, 평소의 1.5배 이상 많은 분들이 들어와주셔서 53명이라는 역대 최다 인원으로 독서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참여 인원수보다 토론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원 수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독서모임에서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해서 좋은 토론이 된다고 보진 않거든요. 문제는 대화의 양이 아니라 질이겠지요.
이러저러한 사정을 모두 고민하면서 매번 장르살롱을 진행하고 있는데 팻맨님이 살롱에 들어오길 잘 했다고 말씀해주시니 진행자로서 보람찹니다. 남은 토론 내내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borumis
오 사회과학에서는 문학을 모두 장르문학으로 보다니... 그런데 메타포가 장르문학의 특징이 아니라 문학 자체의 특징같은데 신기한 입장이네요.. 플라톤이 시인들에 대해 비난한 것과 비슷한 걸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박소해
@모임
안녕하세요. 진행자 박소해입니다. 다들 많이 읽으셨나요?
전 이번주 7부 - 11부 진도를 달리고 있는 중인데요. 다른 분들도 계속 읽으시는 대로 다양한 의견 개진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어디쯤 읽으시는지 진도만 남겨주셔도 좋아요. :-)
지금 멘트를 남기는 이유는요, 독서가 중간 부분을 넘어가다보니 이 책만큼은 목차 순서대로 읽는 게 도움이 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씀을 드리려고 들어왔어요.
저는 소설이 아닌 책을 읽을 때 목차를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재미있는 부분부터 읽곤 하는데요. 이 책만큼은 목차 순서를 지켜서 독서하시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차근차근 블럭을 쌓는 놀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래 블럭을 단단하게 쌓아야 그 위 블럭도 잘 쌓을 수 있는...
borumis
저도 처음엔 각자 다른 작가에 다른 사상가여서 내가 읽은 작가들만 골라 읽어야지~했는데^^;;;(제가 줄리아 크리스테바와 한국 작가들은 하나도 못 읽었습니다;; 죄송;;)
서양철학 공부할 때도 괜히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시작해서 중세 근대 현대로 넘어가는 게 아니더라구요 (전 실은 Heraclitus, Plato, Aristotle 에서 시작해서 아직 스피노자 흄 홉스 데카르트 등 근대에 머물러 있어서 아직 현대철학은 잘 모르지만;; 계속 전 시대의 철학에 대한 주석을 달고 반론을 제기하고 수정하듯이 다음 시대의 사상에 토대가 되더라구요)
마찬가지로 지금 책도 이전 챕터가 다음 챕터에서도 또 나오고 그 사상이나 문학적 흐름을 타고 더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전 한나 아렌트를 읽다 말아서 아렌트가 Augustine 등의 영향 받았다는 것은 알았어도 칸트의 확장된 사유와 관련된 건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덕분에 그 다음 챕터 서미애와 칸트를 읽고 있는 중인데 여기서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박소해
예. 저도 읽어나가다 보니, 이 책은 목차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는 게 맞는 듯합니다. 전 챕터에서 읽은 내용이 다음 챕터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하하. 이제부터라도 한국 추리소설과 작가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면 되지요. 이 책에 소개된 작가님들 뿐만 아니라 매년 계절마다 발간되는 <계간 미스터리>에 투고하는 추리 작가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직 일본 추리소설계에 비하면 작품수가 적지만, 모두 열의를 가지고 좋은 추리소설을 쓰고자 노력 하고 있답니다. 특히 젊은 추리소설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이라 기대를 걸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신인상 제도를 통해 해마다 3-4인의 신인작가를 뽑고 있습니다. 마침 최근에 <계간 미스터리> 봄호가 발간되어서 온라인/오프라인 서점에서 독자를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 독자님들에게 다양한 추리 세계를 보여드리기 위해 저부터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흑흑)
Henry
이러저런 핑계로 이제 겨우 지난 주 진도 따라잡았습니다. 이에 대한 요약은 좀 호흡을 가다듬고서... 주말동안 한번 달려서 이번주 진도도 따라잡아 봐야겠습니다. 주석과 참고/검색에 조금 현기증을 느낀 지점들 몇번 마주했습니다. 오랜 만에 해보는 적극적이고도 자기주도적(?) 학습의 과정이 제겐 지난하기만 합니다. 그래 도 좀더 눈이 밝아지는 느낌과 더욱 지적인 인간이 되고픈 욕망이 샘솟는 기분이 드는 과정이라 해볼만 하다 싶습니다. ㅎㅎ
박소해
@Henry
생업이 있으시니 이렇게 생존 신고를 해주시고 독서 증거를 남기시는 것만으로도 ㅎㅎㅎ 감사드릴 뿐입니다.
borumis
아 라이브채팅은 어디에서 어떻게 접속하는 걸까요? 제가 그믐 시스템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박소해
보르미스님, 별 거 없습니다. 바로 여기서 합니다! 다음주 금요일 8시에 여기서 만나면 돼요. ^^ 바로 여기서! 평소처럼 의견을 써주시면 되는데 차이가 있다면, 같은 시 간에 동시에 여러 명이 모여서 채팅하다보니 대화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됩니다. 흠... 카카오톡 대화창처럼 편하게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박소해
그리고 이번 라이브 채팅에는 저자이신 백휴 작가님과 나비클럽 마케터님이 참여하실 예정입니다. 참고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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