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이 이제 네 번째 계절을 맞이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 계절에 주목할 만한 장편소설을 고르고, 그에 대한 다양한 비평과 논의를 진행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세 번의 계절 동안 <나의 친구, 스미스>, <취미는 사생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마주>, <헌치백>, <V섬의 검은짐승>을 선정해왔고, 같이 읽으면서 소설을 사랑하는 분들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왔습니다.
6명의 평론가/편집자/기자/작가 등 다양하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3개월마다 두 차례씩, 여기 그믐에서 독서모임을 열고 29일간 좌담을 벌입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작품에 대한 발견과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첫 번째 모임은 지난 3개월간 출간된 장편소설 중 다루고자하는 십여권의 소설을 정하고, 짧은 인상평과 전반적인 기대, 요즘의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두 번째 모임에서 깊게 읽고 토론하고 싶은 2-3권의 책을 고릅니다.
두 번째 모임은 선정된 2-3권의 책을 같이 읽고, 그 소설에 대하여 6명의 평론가들이 깊은 비평과 논의를 진행합니다.
세 번째 모임은 앞선 두번의 모임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독자들과 소통하는 오프라인 대담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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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문화재단은 2016년 12월 설립 이래 다양한 독서 장려 활동과 작가 지원 사업을 벌여 왔습니다. 특히 시대를 넘어서는 장편소설을 바라는 마음으로 장편을 쓰려는 작가들에게 창작지원금과 취재비, 특별 고료를 후원하는 〈문학과 친구들〉, 집필 공간을 제공하는 상주작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왔으며, 문학 레지던시도 설립 준비 중입니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
D-29
소전문화재단모임지기의 말
박혜진
안녕하세요, 박혜진입니다. 벌써 네 번째 시즌이네요. 한 해가 시작되는 무렵이라 그런지 마음이 조금 더 활기차네요! 읽고 싶어 지는 소설들 많이 추천해 보겠습니다^^
박혜진
아직 저만 덩그러니 있네요 ㅎㅎ 오늘 곧 들어오시겠죠? 그때그때 인사 나누기로 하고, 지난 3개월 동안 출간된 책들 중에서 우선 추천하고 싶은 건 샐리 루니의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예요. 제목이나 표지의 분위기가 뭐랄까, 출입 제한된 영역 같은 생각이 들어서 출간 당시에는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었어요. 그러면서도 샐리 루니의 이전 소설들이 워낙 화제가 되기도 했고, 듣기로 자국에서 샐리 루니의 인기라는 게 거의 아이돌 수준이란 얘기도 있고, 무엇보다 '노멀 피플'에 대한 인상이 좋았더래서 늘 머릿속에 담아는 두고 있었어요. 그러다 지난 번 한소범 기자님한테 이 책 읽은 사람들의 호평에 대해 들은 적 있는데, 그날부터 약간 안달난 마음으로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재밌단 말을 들으니 처음에 미심쩍게 느껴졌던 책의 외관들도 오히려 호기심으로 변하고요. 11월에 출간된 책이어서 3개월 기준에는 조금 벗어나지만, '샐리 루니'란 작가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는 점에선 같이 읽어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박혜진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밀레니얼 세대의 사랑과 불안을 담아낸 소설 『노멀 피플』로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인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샐리 루니의 최신 화제작. 서른을 앞둔 두 친구 앨리스와 아일린, 그리고 각자의 연인인 펠릭스와 사이먼을 둘러싼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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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그나저나 이 책 제목 보고 있으니 미야자키 하야오 신작 제목도 생각나면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힙하지 않은 느낌이 되려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네요^^
김지운0
안녕하세요! 지난 시즌 초기에 혜진 선생님께서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확실히 연말연시라 관심 가는 신간의 양적 규모가 이전보단 덜한 시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그중에서 출간의 여파와 실제 세일즈가 큰 책이 두 권 있었습니다. 공교롭게 모두 중화권 작가인데요. 찬쉐의 『격정세계』와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입니다.
찬쉐는 지난 시즌에 『신세기 사랑 이야기』를 거론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신작이 벌써 다섯 번째 번역본인데, 전작들에 비해 신작이 압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더라고요. 북클럽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일단 눈에 들어왔고요. 작가를 두고 난해하다는 평가가 세간에 많은데, 쉽고 재밌는 작품이라는 점을 어필하려는 출판사의 노력이 소개자료에 엿보여서 찡했습니다...(“난해하기로 유명한 전작들과 달리 책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가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에는 그보다 더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작년 《릿터》에 유령 문학 특집도 있었는데, 이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귀신이라는 소재를 명시하고 있어서인지 장르 문학적 맥락에서도 호응이 많은 걸까 문득 궁금했습니다. 대만과 한국은 일제의 가장 큰 식민지이자 일제 패망 이후 집권한 자국 정부가 일제보다 더 큰 양민학살을 자행했다는 비극적 아이러니를 공유하고 있는데, 이런 역사가 작품의 배경으로 직접적으로 등장한다는 점 또한 특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에 소개되는 천쓰홍의 첫 작품이기도 하고 작가의 작풍을 직접 느껴보지 못한 터라 일단은 소재나 역사적 맥락을 피상적으로 살펴보는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포크너, 디킨스, 포를 언급한 황인찬 시인의 추천사 덕분에 실제 작품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격정세계최근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작가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중국의 여성 소설가 찬쉐가 2022년 발표한 최신작. 소설은 상상과 현실이 기묘하게 교차하는 가상의 도시에서 활동하는 북클럽 사람들을 중심으로, 글쓰기와 읽기, 사랑의 격정을 그린다.
귀신들의 땅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타이완의 젊은 거장 천쓰홍의 장편 소설 『귀신들의 땅』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한 일가족을 중심으로 타이완의 아픈 현대사를 담아낸 걸작 『귀신들의 땅』은 타이완에서 가장 큰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으며, 12개 언어로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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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은
안녕하세요! 다들 연휴가 끝난 3월을 활기차게 시작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박혜진 선생님과 김지운 선생님의 말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김지운 선생님 말씀에 매우 놀랐는데, 그것은 제가 지금 재미있게 읽고 있는 두 권의 책이 각각 찬쉐와 천쓰홍의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찬쉐는 『황니가』를 충격적으로 읽었어서 이미 좋아하고 있는 작가인데요. 『격정세계』의 경우 지운 선생님이 짚어주신 것처럼 세간의 평가에 비해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소설인 것 같고 무엇보다 초반부 정도만 읽었지만 아주 재미있어요. 저도 한 표를 슬며시 더해보며... 곧 다른 리스트를 들고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아! 최근 넷플릭스 영화화가 되면서 조해진 작가의 『로기완을 만났다』의 리마스터판이 출간되었죠.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는데, 소식을 듣고선 처음 이 소설을 읽었던 때(벌써 십 년이 훌쩍 넘었군요... 세월이 ..)가 떠오르더라고요. 영화와 함께 다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대산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백신애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거머쥐며 탄탄한 작품성을 입증해온 작가 조해진의 신동엽문학상 수상작 『로기완을 만났다』가 작품의 영화화라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출간 이후 13년 만에 ‘리마스터판’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독자들 앞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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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소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새 계절에 또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샐리 루니의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는 새 시즌이 시작하면 가장 먼저 추천하려고 했던 책인데 박혜진 선생님께 선수를 빼앗겼네요 ㅎㅎ 샐리 루니 ‘노멀 피플’을 워낙 재밌게 읽었던 터라 신작 소식을 듣고 궁금했었는데, 혜진 선생님 말씀처럼 확 끌리지 않는 표지 ^^:;에 도무지 외워지지 않는 제목ㅠㅠ 탓인지 선뜻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책 정말 좋다는 주변 추천에 반신반의(?)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요. 다 읽고 난 뒤의 첫 소감은, 너무 싫어서 너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ㅎㅎ ‘노멀 피플’과 마찬가지로 너무 섬세한 탓에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인물들이 등장해요. '노멀 피플'이 그런 두 사람과 그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그게 네 명으로 확장된 버전이랄까요. ㅎㅎ그래서 읽다보면 거울치료(?)를 받는 것처럼 지긋지긋하기도, 답답하기도 한데, 동시에 허영심과 좌절감, 스스로를 미워하는 관성과 그럼에도 사랑받고 싶은 절박함 같은 것들은 제가 너무나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의 복잡성이라, 결국엔 너무 좋았어요. 샐리 루니의 인기가 자국에서 아이돌 수준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해가 되더라고요. 읽다보면 ‘MZ소설’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그게 단순하게 키치하고 힙한 소재가 등장해서가 아니라 지금 젊은 세대들의 사랑과 우정과 불안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어서랄까요.
노멀 피플청소년 시기에 만난 두 남녀가 사랑으로 서로의 삶을 구원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전 세계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브리티시북어워드를 비롯해 《타임》, 《파리리뷰》 등이 ‘올해의 책’에 선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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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소
그나저나 샐리 루니의 새 책을 너무 즐겁게 읽고 난 뒤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년과 올해 가장 흥미롭게 읽은 작품들이 전부 아일랜드 작가의 작품이었더라고요. 작년에 개인적으로 윌리엄 트레버에 꽂혀서 작가의 전작을 독파하는 챌린지를 혼자서 했었는데요.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최근 국내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클레어 키건, 그리고 샐리 루니의 이번 작품까지 공교롭게도 전부 아일랜드 작가의 작품이었더고요. 제임스 조이스와 사무엘 베케트, 윌리엄 예이츠까지, 아일랜드 문학이야 원래도 세계 문학의 주요한 한 축이긴 했지만, 유독 한국 독자인 제가 이렇게나 아일랜드 문학에 감응하는 이유가 뭘까 싶어서 문학사를 연구하는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1920년대에는 아예 아일랜드문학을 통해 식민지문학의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고도 하고요. 잠시 인용 해보자면,
"아일랜드는 종종 한국과 닮은 나라로 언급되어 왔다. 이 글은 그 역사적 연원이었던 식민지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조선문학’의 정체성 구축과정과 관련하여 그 전유과정을 살피고자 했다. 1920년대부터 주목되기 시작한 아일랜드는 조선과의 유사성이라는 합의되지 않은 관념 속에서 정치적 입장의 유리함을 위해 점유되어야 하는 일종의 기표였다. 그런 가운데 1920년대 초반, 아일랜드문학을 통해 식민지문학의 정체성을 소박하게나마 의식한 경우도 없지 않으나 대체로 문인들의 아일랜드문학의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태도는 다분히 분열적이었다. 그 비성찰적 태도의 근저에는 ‘조선문학’의 최종심급을 ‘언어’로 삼을 수 있었던 언어 상황, 그리고 아일랜드의 정치적 형세에 대한 관심 속에서 문예부흥운동이라는 문화적 민족주의의 성과를 수용하려는 욕망이 착종되어 있었다. 사실 아일랜드문학의 내셔널리티가 1930년대부터 의식되기 시작한 것도, 조선어의 위기에서 비롯하는 조선문학의 내셔널리티 창출이라는 역설적인 상황과 밀접한 상관이 있었다. 여기에는 이중언어 상황과 조선어의 가중되는 위기에 대하여 속문주의의 강화를 통해 조선문학의 내셔널리티를 기획해보고자 했던 안간힘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승희(2005). 조선문학의 내셔널리티와 아일랜드. 민족문학사연구,(28), 69-97.)
윌리엄 트레버 - 그 시절의 연인들 외 22편세계문학 단편선 15권. 안톤 체호프와 제임스 조이스를 계승한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선. 존 파울스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훌륭한 이야기. 나는 이 작품의 매 순간을 즐겼다"라고 평한 '그 시절의 연인들'을 비롯하여 이 단편선에는 23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세트] 맡겨진 소녀 + 이처럼 사소한 것들 - 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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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소
물론 당지 조선 문학과 아일랜드 문학을 연결지어 해석하는 연구들이 2024년의 제가 아일랜드 문학에 끌리는(!) 이유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아닐수도 있지만, 김지운 선생님 말씀처럼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이 한국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이유 중 하나가 “일제의 가장 큰 식민지이자 일제 패망 이후 집권한 자국 정부가 일제보다 더 큰 양민학살을 자행했다는 비극적 아이러니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라면, 오늘날의 한국 독자들 이 아일랜드 문학을 더 잘 독해할 수 있는 이유에도 역사적 맥락이 작용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 맥락 안에서 대만~아일랜드~한국 소설을 함께 읽어봐도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ㅎㅎ
범한소
그건 그렇고 제가 함께 읽어보고 싶은 소설은…(앞에서 너무 멀리 빠져버렸네요 ㅎ;;;) 김홍 ‘프라이스 킹’입니다. 29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데요. 얼마 전에 출판사에서 SNS “<파묘>를 즐겁게 보시고 화림과 봉길의 매력에 아직 빠져계신 분들께, 무당, K-샤머니즘에 흥미가 생기신 분들께. 무려 >>베드로<<를 모시는 탑티어 무당이 등장하는 『프라이스 킹!!!』 을 추천드립니다!!!”라는 마케팅 문구를 올렸는데, 여기에 살짝 혹했네요. ㅎㅎ 물론 그 이유만은 아니고 평소에도 김홍 작가님만의 허를 찌르는 비유, 말문을 막히게 하는 농담, 진짜와 가짜를 분간할 수 없게 만드는 허구적 상상력의 팬이기도 한데, 이번 장편은 그런 작가의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이라고 해서 더욱 궁금해지네요. 줄거리를 봐도 무슨 내용일지 도통 감이 안잡히는 걸로 봐서 아무튼 평범한(?) 소설은 아닐 거라는 기대가 듭니다!
프라이스 킹!!!이전 소설들에서 보여준 매력을 이어가면서 작가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상상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프라이스 킹!!!』은 김홍이 지금까지 구축해온 소설세계를 한 뼘 더 넓히는 시도이자 그가 쓸 수 있는 이야기의 범위란 한정되어 있지 않음을 힘있게 증명해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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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로기완을 만났다> 저도 앞 부분 살짝 봤어요. 도파민 자극하는 영상들 보다가 '로기완을 만났다' 보는데,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소설 다시 보고 싶단 생각도 들고! 조만간 제대로 봐야겠어요.
박혜진
찬쉐의 <격정 세계>는 북클럽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네요. 찬쉐는 주변 비평가들의 추천을 많이 받아서 한 권 두 권 사 모으기 시작했어요. 확확 읽게 되지는 않지만 읽을 때마다 아 정말 소설 잘 쓴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찬쉐가 쓴 인물들의 시선대로 세상을 보고 있는 그 순간이 저한테는 순도 높은 자유를 체감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최근에 읽은 건 <신세기 사랑 이야기>였어요. 이번 소설은 좀 더 '독자친화적'이라는 평가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소설일지 많이 궁금하네요. 저는 일단 이 책 구입했습니다!
박혜진
<귀신들의 땅>은 근래 민음사에서 출간된 해외 소설 중 가장 인기가 많아요. 지운 편집자님 이야 기처럼 한국과 대만이 공유하는 비슷한 역사적 경험, 귀신이라는 소재로 일종의 '한'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너무 알레고리적이거나 혹은 오컬트적으로 풀어내지 않는 적절한 은유, 미스터리한 주인공의 사연 등등이 대만 소설이라는 사실상 '불리한 조건 '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친근하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해외 소설 읽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게 좋기도 했어요.
강보원
<격정 세계>와 <귀신들의 땅> 모두 앞 부분을 조금 읽어봤는데, 격정 세계는 문장들이 조금 더 통통 튀면서 다채로운 느낌을 줘서 재미있고 <귀신들의 땅>은 단단한 느낌을 주네요. 뒤에 일어날 일들이 궁금한 느낌이고 서사 같은 것이 굉장히 강렬할 것 같은 인상이네요... 일단 첫 느낌으로는 두 권 다 함께 읽으면 아주 재밌을 것 같고 할 이야기도 많을 것 같아요. 특히 <격정 세계>는 초반부터 샤오마가 책을 읽으며 "난 점점 똑똑해지고 있어"라고 말하는 게 너무 귀엽고 좋네요. 책을 읽어서 똑똑해지고 더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게 성장하게 되고... 이런 것에 대한 뭔가 분홍빛 환상 같은 게 감돌고 있는 것 같은데 보통 이런 건 뒤에 가면 와장창 박살나게 되던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요...ㅎㅎ
소유정
안녕하세요! 모두들 잘 지내셨나요? 말씀하신 <귀신들의 땅>은 저도 읽고 있는 책인데 아직 초반부이긴 하지만 정말 흥미로워요. 타이완 소설을 읽고 있는데 왜 그렇게까지 낯선 기분이 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운 선생님 말씀처럼 비극적인 역사 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미신이나 고유한 풍습같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이 소설을 비교적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쭉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라 선생님들과 이야기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귀신들의 땅>에 더욱 흥미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언급하셨던 영화 <파묘>의 영향이 좀 있을 것 같아요. 오컬트... 무섭지만 자꾸 보고싶어지는 장르잖아요. 이 책과 함께 읽고 있는 책이 이사구 작가의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인데요. 연작소설집이라서 우리의 대상작은 안 되겠지만, 경쾌하게 읽을 수 있는 오컬트 소설입니다. 원래 이상했던 직장 상사가 갑자기 착해진 것을 수상하게 여겼는데, 알고보니 악귀가 씌인 것이라는 설정이 귀여우면서도 웃겼어요ㅋㅋ 보통 악귀가 씌인다고 하면 더 악독해지거나 할 것 같은데 그 반대일 수 있다는 게 재밌었고요. 생각해 보면 제가 이런 K-오컬트 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보건교사 안은영>은 귀엽게 그려졌지만 비슷한 부류인 것 같고요. 어떤 면에서는 한국적인 요소들이 가장 잘 사는 느낌이에요. 그런 점에서 <프라이스 킹!!!>도 엄청 궁금해집니다!
찬쉐의 <격정 세계>도 읽어보고 싶어요! 저번 계절에서 <신세기 사랑 이야기>가 언급된 후로 혼자 읽어 보았었는데요. 최근에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들을 만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사랑'이 찬쉐의 소설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은데, <격정 세계>는 또 어떤 사랑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을지 궁금해요. 북클럽에서의 사랑 이야기라니... 궁금하지만 왠지 외면하고 싶어지기도 한 건 저뿐일까요 = . =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소심하고 평범한 디자이너와 신세대 무속인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의 콤비가 활약하는 코믹 퇴마물. 작가 이사구의 데뷔작으로,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한 악귀라는 존재와 사사건건 맞닥뜨리는 디자이너의 기구한 생활기가 유쾌하게 그려지는 연작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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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은
찬쉐의 소설이 한 번에 확확 읽히지는 않지만 읽을 때마다 정말 잘 쓴다, 라는 감상을 불러일으킨다는 혜진 선생님 말씀에 동의해요. 저도 매우 느리게 진도를 나가고 있는데 봤던 페이지를 다시 보면 새롭게 감탄하게 되는 부분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 같아요. 장면을 전환하는 방식이랄지, 대화를 만들어가는 구조랄지 ... 그 ‘잘 쓴’ 선택들이 모여서 소설 속 세계를 마치 실체가 있는 무엇처럼 확실하게 세워놓고 시작하는 느낌이랄까요? <<황니가>>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런 지점이 몰입도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찬쉐는 확실히 제게 신뢰할만한 작가인 것 같아요.
<<격정세계>>가 어딘가 귀엽다는 (...) 보원 선생님 말씀 보고는 웃었네요. 저도 샤오마와 샤오마를 바라보는 샤오쌍의 혼잣말이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간혹 등장하는 그의 “아휴, ” 가 너무 좋아요. ㅎㅎ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 말씀 들어보니 (<파묘>는 아직 안 봤고, 조금 자신이 없지만...^^ 다들 <파묘> 상영관 괴담 들으셨는지...) <<프라이스 킹!!!>>도 당장 읽어보고 싶고요.
최가은
그나저나 <<오렌지만이 과일이 아니다>>라는 장편의 재출간 소식을 보고 이 책도 대상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가져와봤습니다. (재출간 도서도 대상이 된다면요!) 이미 읽어보신 선생님들도 많겠지만... 잉글랜드 작가인 지넷 윈터슨의 데뷔작이라는 점, 반(半)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 더불어 “성정체성을 깨닫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한 소녀의 아름답고 당돌한 이야기”라는 점 모두가 지금 우리에게 여러모로 흥미로운 대화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처음 읽는 소설이고, 소개를 위해 앞 부분만 좀 읽어보았는데요. ‘창세기’라는 제목의 1부는 다음의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오랫동안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레슬링을 즐겨 보았고, 어머니는 레슬링하기를 좋아했다. 무엇과 레슬링을 벌이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홍코너 선수였고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 어머니에게는 오로지 친구 아니면 적이 있을 뿐이었다. 적들은 (다양한 모습의) 사탄, 옆집 (여러가지 형태의) 섹스, 민달팽이 친구들은 하느님, 우리 집 강아지, 마지 이모, 샬럿 브론테의 소설들, 민달팽이 퇴치용 알약”
장편소설은 대개 그 특성 상, 적어도 한 명의 인물에 대해서라면 그가 속한 가계도를 보여주게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저는 때때로 작가가 주요 인물의 부모 이야기를 어떻게 펼치는가에 따라 그 장편을 계속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 같기도 한데요(저만 그런가요...) 우선 시작부터가 서술자의 부모를 매우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소설처럼 다가옵니다. 사탄을 적으로, 샬럿 브론테의 소설을 친구로 삼는 레슬러 어머니라... 게다가 그 어머니 곁에서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해나가는 십대 소녀의 이야기라니 매우 궁금해집니다.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성정체성을 깨닫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한 소녀의 아름답고 당돌한 이야기. 예민한 십대 소녀가 보수적인 관습에 맞서 싸우는 반(半)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지넷 윈터슨의 데뷔작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가 민음사에서 새로운 장정으로 재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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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파묘 상영관 괴담 뭔가요? 밤에 자꾸 귀신 생각날 것 같아서 아직 파묘 안 봤는데 괴담 넘 궁금합니다! 아직은 기사에서 '묘벤저스'란 말 보고 혼자 너무 웃었던 기억만 있네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무속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소설을 더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은데, 몇몇 사례들로 경향을 말하는 건 좀 억지스럽지만 확실히 대세적 현상인 것 같긴 해요. 어쩌다 유튜브에서 무속인 오디션 콘텐츠도 본 적 있는데, 그래서인지 김홍 소설 <프라이스킹>도 조금 관심이 가네요. (특히 장편)소설 읽을 때 제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게 직업적 디테일이거든요. 앞부분 60쪽 정도 읽었는데, 직업으로서의 무속인을 표현한 부분들이 흥미롭더라고요. 김홍의 '아무 말' 바이브도 좀 재밌었고요.
박혜진
작년에 지넷 윈터슨의 <프랑키스슈타인>을 너무 재밌게 읽어서 그 작가의 출발이었던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가 다시 나오는 게 더 반갑더라고요. 자신을 가장 억압했던 바로 그 세계관을 소설의 형식으로 삼아 썼다는 게 저한테는 뭐랄까, 기억에 남을 만큼 멋있었요. 아, 세상에 비수를 꽂을 땐 저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생각할 만큼. 언젠가 작가의 전작을 읽게 된다면 지넷 윈터슨을 읽고 싶어요. 오렌지 때 작가가 쓴 것들이 계속 발전하고 깊어지면서 근작인 <프랑키스슈타인>까지 온 것 같은데, 그 사이의 작품들을 제대로 못 읽어서 감동을 못다 느낀 듯한 아쉬움도 있었거든요.
박혜진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들에 잠시 파묻혀 있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왔네요. 오늘 아침 한국일보에서 나온 마르케스 신작 관련 기사를 보고 문득 여러분들 생각이 궁금해졌어요. 마르케스의 유고작 <8월에 만나요>에 대한 얘기인데요, 출판하지 말라는 마르케스의 의사에 반해 출간된 것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쪽에서는 작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고 (그 입장 안에는 이 소설의 수준이 과히 좋지 않다는 의견도 포함된 듯합니다.) 반대쪽에서는 마르케스의 소설이란 이미 마르케스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입장도 있더라고요. 사실 저는 처음엔, 이 소설을 쓸 당시의 마르케스가 기억상실증이 심했단 얘기가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출간하지 말란 얘기를 한 거라, 자녀들이 무리해서 책을 낸 거 아닌가, 내가 그런 부탁을 받았다면 절대 출간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었는데요, 반대 의견들을 들어보니 꼭 그렇게 볼 것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아무튼 처음엔 별로 읽고자 하는 생각이 강하지 않았는데 이런 '이슈'가 있으니 급, 읽고 싶어져서 오늘밤 한번 읽어 보려 합니다. 마침 분량도 짧더라고요.
8월에 만나요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유고 소설 『8월에 만나요』가 그의 사후 10주기인 2024년 3월 6일(마르케스의 생일)에 전 세계 동시 출간된다. 이 책은 규범이나 구속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마주하는 여성에게 바치는 마르케스적 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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