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다는 시집을 만지고 싶은데 당분간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저는 시집을 상상하면서 참여하려 합니다. 이렇게 책을 쉽게 만날 수 없는 환경에 있지만 함께 하게 되어 많이 설렌답니다. 올려주시는 많은 문장들로 음미하면서요. 제가 찍히는 건 별로지만 뭔가 찍는 것은 좋아합니다.<순간이 시가 되는 폰카 시> 기대 만땅입니다.
[빚은책들/책증정] 김미희 작가와 함께 읽는 <순간이 시가 되다 폰카 시>
D-29
J레터

달작
@J레터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게요. 감사합니다.

우주먼지밍
평생 담을 오르는 게 저의 일이에요
오늘이라고 다를까요
오늘도 담에 매달려 있지요
나는 쟁이니까요
『[빚은책 들] <순간이 시가 되다 폰카 시>저자와 함께 읽기』 p55, <담쟁이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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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달작
안녕하세요? <순간이 시가 되다 폰카시>를 쓴 김미희 작가입니다. 함께 읽기 모임을 하게 되어 설레고 기쁩니다.
편집자님께서 공지 드린 내용처럼 19일까지 1-2장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시 구절이나 문장을 채집하셔도 좋구요.
분량 상관없이 읽으시고 느낌을 남겨주셔도 됩니다.
작가에게 궁금한 것도 물론 좋습니다. 어떤 것이든 괜찮습니다. 만약 읽다가 시상이 떠올라 시를 썼다면 그것 또한 환영합니다.
아래 세가지 질문 중 하나에 답을 해볼까요?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고르고 왜 그 시를 선택했는지 이유를 남겨주세요
-시집의 시를 읽고, 또는 일상 풍경을 보면서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린 경험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시상이 떠오른 사진이나 단상, 시는 무엇인가요?
J레터
<그리운 바다> 이 생 진
내가 돈보다 좋아하는 것은 바다
꽃도 바다고 열매도 바다다
나비도 바다고 꿀벌도 바다다.
.......
제가 바닷가 출신이라 이 시를 특히 좋아합니다. 하루 종일 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대목도 시집에는 나왔던 걸로 기억되는데 저도 호수라 불리우지만 실은 바닷물인, 이곳 새벽 호수가 눈물나게 좋습니다. 그리운 고향 바닷가도 생각나고 명경같은 그리움을 대신해주니까요. 오늘은 이 시로 하겠습니다.

달작
@J레터 저도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그리운 섬 우도에 가면' 시집을 읽고 감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편집자N
멋진 시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다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동시에 느껴지네요. :)

yeonny
제가 고른 시는 <꽃구경>입니다! 저는 꽃구경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특히 봄에 보는 꽃들!)
친구들이 어르신 같다며 나이 먹었냐고
놀리더라고요. ㅋㅋㅋ 꽃이 말을 건넨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이 시를 읽고 나니 빨리 꽃이 펴서
대화해 보고 싶어요. ⸜( ˙ ˘ ˙)⸝♡

달작
@yeonny 꽃이 피는 것은 꼭 꽃이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말을 하는 걸까? 그 상상을 오래도록 했더랬습니다.
꽃구경, 61쪽을 펼쳐 다시 천천히 읽어봅니다.
꽃구경/김미희
눈과 귀를 기울여
말을 듣는다
내일 또 쏟아낸 말을 보러 가야지
피고 지는 마음을 헤아려 봐야지
지혜
작가님이 제시해주신 질문 중 첫번째 질문에 답해봅니다.
저는 읽고 난 후에도 계속 생각이 나면, '나에게 말을 제일 많이 거는구나' 싶어 가장 마음에 드는 시로 뽑곤 하는데요. 1~2장에서는 <일과 취미>가 그런 시였습니다.
아무래도 그 시의 주된 내용과 요즘 저의 생각이 맞닿아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저의 일은 머리는 활동하지만 전반적으로 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제 취미도 책읽기와 같이 주로 머리만 쓰는 것이라, 취미를 동적인 것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도 취미도 비슷한 성격의 것들이라 한쪽만 활성화되어, 결국 제 삶에서 균형을 잡기 힘들 게 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런 까닭에 어떤 동적인 취미를 가져볼까 고민이지요.
<일과 취미>에서 지우개의 일은 지우기, 취미는 그리기인 것에 내심 부러움이 들더군요. '지우개는 일과 취미를 통해 균형을 잡고 있구나' 하면서 말이죠. 지우개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지워요"라는 시구에서는 상반된 그리다와 지우다가 결국은 연결되어있다는 통찰까지 담고 있어, 무릎을 탁 치게 하여 좋았습니다. 일과 취미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결국 연결되어 삶을 구성할테니까 말이죠.
작가님께 궁금한 것은 폰카시의 창작 과정에서, 사진을 먼저 찍고 시를 쓰시는지 혹은 그 반대의 순서로도 하시는지 하는 것입니다. 시집을 읽기 전에 저는 폰카시는 먼저 사진을 찍고 그 후에 왜 이 사진을 찍게 되었을까 되짚어보는 과정을 통해 시를 창작하는 것이라고 짐작했는데요, 2장까지 읽고 보니 몇몇 시들을 통해 시를 쓴 후 사진을 찍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어, 이러한 질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일과 취미> 같은 경우도 시를 먼저 쓰고 사진을 찍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거든요. 또한 제가 사진이 실린 왼쪽 페이지와 시가 실린 오른쪽 페이지를 왼쪽에서 오른쪽 순으로, 또는 반대 방향으로도 읽었기에 이런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사진 찍은 후 시 쓰기, 시 쓴 후 사진 찍기, 둘 다의 방식이 모두 가능할 것도 같지만, 작가님은 어떤 순서로 하시는지 궁금해지네요.

달작
@지혜 "지우개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지워요"라는 시구에서는 상반된 그리다와 지우다가 결국은 연결되어있다는 통찰까지 담고 있어, 무릎을 탁 치게 하여 좋았습니다. 일과 취미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결국 연결되어 삶을 구성할테니까 말이죠."
이부분을 밑줄 치면서 읽었습니다. 너무나 정확하게 시인의 의도를 간파하셨구나 감탄하였지요 ㅎㅎ
그리고 질문 주셔서 감사해요. 자, 답 들어갑니다. ㅎ
대부분은 사진을 먼저 찍는 편이긴 합니다. 저는 사진을 정말 못 찍습니다.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출간 비하인드를 말씀드리자면 책 앞 부분에 사진 잘 찍는 팁이 있잖아요. 그건 출판사에서 넣은 것이랍니다. ㅎㅎ 이걸 독자들에게 알려주면 좋겠다 싶으셨던 거지요. 저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팁으로.
으음,
이거 하나는 분명합니다.
설령 사진을 좀 못 찍는다고 해서 시를 쓰지 못하진 않는다!!!!ㅎㅎ
저는 일일일작(하루에 한 편 쓰기)을 목표로 하이에나처럼 시가 될 거리를 찾습니다.
뭐든지 유심히 오늘 내게 걸린 글제, 시어를 찾아 눈을 번득이며 찾습니다.
영감이 절로 오는 장면도 있고요. 일부러 찍어서 포착하려 애쓰기도 하고요.
일부러 쓸 때는 먼저 몇 장면(물건)을 찍습니다. 그리고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직관을 부르고 발상이 착상 단계에 이릅니다.
그러므로
사진 먼저 찍고 시를 쓰든 시를 쓰고 사진을 찍든 아무 상관이 없답니다.
시가 내게로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면 뭐든 얽매일 필요는 없답니다.
지혜 님의 감상 글 덕분에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좋습니다. ~
지혜
@달작 시를 위한 먹잇감을 하이에나가 되어 찾으시고 계실 작가님을 상상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달작
@지혜 시를 찾는 하이에나가 이 방에 득시글 득시글하겠습니다. ㅎㅎㅎ

북심
출근길을 미소짓게 만드는 시집이네요
-가장 마음에 드는 시
1~2장에서도 후보 경쟁이 치열하네요
빈병,일과 취미,응원가,수박의 언어, 사탕,생일케이크 촛불...
경쟁 시키고 싶지않지만 <품>이라는 시로 하겠어요.
다른 모든 시들도 <품>의 마음을 들으면 이해해줄듯 안기고 싶은 시에요.
-일상의 풍경을 보내며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린 경험
돌틈에 핀 꽃을 본 기억이 있어요. 와 대단한 생명력이네 했지요.
<품>에서 철근이 흙과 풀을 품어준거라 보신게 좋았어요
좁으면 좁은대로
크면 큰대로
내어주는 마음...이라니 너무 아름다워요!
-시상이 떠오른 사진이나 단상, 시는
<창쪽으로 난 강아지>를 보니까 저희 집 강아지랑 고양이들을 보며 느껴지는 애틋한 마음들이 떠올라요.
시는 아직.. 사진을 보며 제 마음을 더듬어 볼께요
친구가 갔던 글쓰기 수업에서 한 할아버지가 시를 배우고 달라진 점을 말씀해주셨대요.
아침부터 잘때까지 시가 될 것들을 찾다보니 사물이 다르게 보이더라고.
그 얘기 듣고 저도 나이들면 시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시는 이해가 어려워서 평소에 시집은 안 읽으면서도 나이들어 생기있게 사는 방법일꺼라고 직감했거든요.
<순간이 시가 되다> 프롤로그를 읽으니 시를 어떻게 쓰는지 조금 알겠어요
계속 즐겁게 읽겠습니다~~

달작
@북심 경쟁이 치열했다니 제가 다 긴장됩니다. ㅎㅎ
품이란 시를 꼽은 이유에 마음 깊이 공감합니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함께 사는 북심 님의 평화에 대해 생각합니다.
시 쓰는 할아버지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실제 글쓰기, 시 쓰기 강연을 가면 어르신들께서 참 많이 오십니다.
시 쓰는 진지함을 보고 있노라면 제게도 그 마음이 전염되는 느낌입니다.
제가 되려 배웁니다.
북심 님께서 쓰게 될 시, 설레며 기다리겠습니다.

편집자N
출근길에 미소를 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벽 틈이나 보도블록 틈에 자라나는 식물을 보면서 저도 생명력을 먼저 떠올렸는데, 벽과 틈 속의 흙이 식물이 자라도록 받아준 것이라 생각하니 그 광경이 굉장히 사랑스럽게 느껴졌어요. :) 그래서 <품>은 편집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시 중에 한 편입니다.
게으른독서쟁이
저도 <품>이라는 시를 보며 미소가 지어지졌는데요. 가끔 길 가다보면 아니 이런데서도 풀이 자랐네 할 때가 있잖아요. 너무 연약한 저 작은 새싹이 콘크리트 바닥이나 벽돌벽 사이를 뚫고 빼꼼히 올라와 있는 걸 볼 때면 참 그 생명력이 놀랍고 때문에 더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것 같습니다.

우주먼지밍
1. 가장 마음에 드는 시
『담쟁이 장인』 (55페이지)
평생을 담을 오르는 일이 담쟁이의 일이듯
밥벌이를 위해 매일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저의 일이고
이땅에 태어나졌으니 그냥 살아가는 것이 저의 일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2. 일상 풍경을 보면서 비슷한 상황을 맞닥끄린 경험
눈오는 거리(41페이지)
한겨울에 눈까지 내려 춥고 어둡고 미끄러운 아침 출근길
제 마음을 밝혀주었던 것은 우연히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었어요
이 귀엽고 어여쁜 하얀 신생아들에게 머라도 입혀주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답니다^^
3. 시상이 떠오른 사진이나 단상, 시
시상이 떠오른 사진 : 34페이지에 수박 사진
제가 수박을 엄청 엄청 사랑합니다
한 여름에 수박만 있으면 살아갈 정도인데요~ 저의 수박사랑을 먼가 시로 써보고 싶다고 느꼈어요 ㅎㅎ
시상이 떠오른 시 : 1번 답과 같은데요 55페이지 『담쟁이 장인』
숙제같고 짐같은 제 ‘삶’을 짧은 시로 표현해 보고 싶어요
제가 최근 읽은 책들이 제게 말해주는 비슷한 메시지
‘인생에 의미도 목적도 없다, 그냥 살아라’ 요런걸 담아서요 ㅎㅎ

달작
@우주먼지밍 #엊그제 작가지망생 제자가 담쟁이 장인 시를 패러디해서 "오늘도 쓴다. 나는 글쟁이니까" 라며 저 시를 인용했더라고요. 우주먼지밍 님도 그렇군요. 직장인의 삶을 노래한 쟁이. 참 의미있는 독서를 하시는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답니다.
#(눈 오는) 거리 거리엔 눈사람 ㅎㅎ 노래 가사가 생각납니다.
좋아서 만든 눈사람이 누군가의 마음을 밝히는 걸 보면 서로 서로가 따뜻한 세상은 만들어가는 주인공들입니다.
우주먼지밍 님도 올 겨울엔 활짝 웃는 눈사람을 태어나게 해주셔요^^
#참 사랑스러운 딸이군요. 시를 떠올리는 어머니와 딸. 이보다 멋진 풍경은 없을 듯합니다.
실제 저의 폰카시 수업에 오시는 분들의 연령이 60~75세가 가장 많답니다.
물론 20대, 30대,40대도 많지만요 상대적으로 은퇴 후 오시는 분들이 더 많으셔요.
폰카시! 어머님께서 쓰고도 남습니다.
모녀 시인, 시를 주거니 받거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관계인가요. 흐뭇흐뭇합니다.
#수박 시 무척 기대됩니다.
또 이야기 남겨주세요^^
지혜
3-4장에 대해서도 작가님의 질문에 답을 해볼까 합니다.
우선 3장에서는 "귀", "소리", "노래"라는 단어들과 함께 청각을 자극하는 시들이 많아 흥미로웠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시라면, <위로>라는 시입니다. "억새가 우는 줄 알았는데/바람이 우는 소리였습니다"라는 반전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울어주는 억새가 바람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생각하니 우는 일도 슬픈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 드리는 질문은, <위로> 시의 왼쪽 페이지에 실린 짧은 글에서는 억새가 우는데, 시에서는 억새가 아니라 바람이 우는 것이라고 표현됩니다. 짧은 글과 시를 연이어 읽으니, 억새에서 바람으로의 반전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사진과 함께 실린 짧은 글은 실제 창작 과정에서 쓰신 글인가요? 아니면, 책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것인가요? 창작 과정의 일부라면, 폰카로 사진 찍기-짧은 글 쓰기-시 쓰기의 세 단계를 거쳐 폰카 시를 탄생시키는 것이 시 창작을 용이하게 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위로>의 경우에서처럼 짧은 글의 내용이 시에서는 반전이 될 수 있으므로, 글의 형식의 차이뿐만 아니라 다른 차이도 있어 보입니다. 작가님은 체험 상 글로 쓸 때와 시로 쓸 때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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