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에는 주로 소설을 읽으시는군요. <순간이 시가 되다 폰카 시>가 선생님께 '시'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원고를 처음 읽고 '와, 시가 정말 귀엽고 재밌다!'고 느껴서 소개글도 그렇게 작성해보았습니다.
[빚은책들/책증정] 김미희 작가와 함께 읽는 <순간이 시가 되다 폰카 시>
D-29
편집자N
게으른독서쟁이
저도 시보다는 소설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데요. 작년에 아이 학교의 교장선생님께서 시를 좋아하신다면서 시필사와 시집을 가까이 하기를 추천하셔서 저도 작년부터 지금까지 시에 더 다가가고 싶어서 열심히 도전중입니다. 그렇게 이 모임에 들어오게 되었네요 ㅎㅎㅎ
어떤 시들은 몇 번을 읽어도 어렵고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기도 하는데 폰카시는 너무 쉽게 잘 느낄 수 있어서 넘 좋아요.
우리 같이 폰카시 한 번 남겨봐요. ㅎㅎ
달작
@게으른독서쟁이 우리 라는 말, 참 힘이 나는 말입니다! 우리 폰카 시해요^^~
지혜
저도 이번에 처음 폰카시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폰카시를 통해 '직관'에 대해, 그리고 직관의 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직관, 즉 바로 보다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무엇인가를 통해서, 폰카시에서는 폰카와 사진 그리고 시를 통해서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샛빛
장영희 교수가 쓴 <마음 속의 도깨비>에 이런 글이 실려 있다.
【그런 글들이 다 그렇듯이 내용은 좋고 아름다웠지만, 내 마음이 너무 흐려서인지 마음이 맑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슬그머니 반감이 일었다. (…) 나의 삐뚤어진 마음은 정 교수가 보낸 ‘마음이 맑아지는 글’에 조목조목 반항의 사족을 달았다.
-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그래, 나는 오늘도 헛되이 보냈다. 아니 오늘뿐인가. 어제도 그제도 계속 헛되어 보냈다. 그러니 어쩌란 말인가. 어제 죽은 사람 대신 내가 살아 있어 미안해하라는 말인가.)
- 열광하는 삶보다 한결같은 삶이 더 아름답다.
(이 말은 거꾸로 뒤집으면 한결같은 삶이 별 볼일 없다는 뜻 아닌지?)
- 남을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말이다. 우산을 들어 주면 둘 다 조금씩이라도 비를 피할 텐데 왜 멀쩡한 우산을 두고 함께 비를 맞아야 하지?)
사실 따지고 보면 구구절절이 맞는 말인데, 순전히 반항을 위한 반항을 하고 있는 꼴이다. 가끔 내 마음속에는 이렇게 평화를 싫어하고 오히려 분란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도깨비 같은 게 살고 있는 것 같다. 겉으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평화와 질서, 화해 찬미론자이지만, 내 속 어딘가에는 분명히 질서에 반항하고, 완벽한 조화를 불편해하고 일탈을 꿈꾸는, 나도 모르는 내가 있다. 어른이기 때문에, 사회적 체면 때문에, 남들의 기대와 요구 때문에 입고 있는 옷을 다 벗어 버리고 싶은 충동, ‘착함’을 거부하는 존재가 분명 어딘가에서 심심찮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누구든지 마음속에는 작든 크든 그런 도깨비가 살고 있는지 모른다. 무슨 커다란 범죄 욕구는 아니더라도 가발을 쓴 사람을 보면 가발을 벗겨 보고 싶은 충동, 평화롭게 잠자고 있는 사람을 한 번쯤 쿡 건드리고 숨어 버리고 싶은 충동, 아름답고 완벽한 화음으로 노래 부르는 합창단이 있다면 갑자기 이상한 불협화음을 내보고 싶은 충동, 아주 조용한 성당이나 도서관에 들어가면 “아-악!” 하고 소리 질러 보고 싶은 충동, 굽이 아주 높고 가는 구두를 신고 얌전하게 걸어가는 여자를 보면서 구두굽이 톡 부러지면 어떨까 기대하는 마음 등, 조화보다는 부조화, 타협보다는 갈등을 위해 논리도 체면도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도깨비는 누구에게나 잠복해 있어서 언제라도 튀어나올 준비가 되어 있다.】
<순간이 시가 되다 폰카 시>에서
시 <빈 병>이 내 안의 도깨비를 깨웠다.
시가 말하는 통찰은 이마를 때린다. 멋있다.
그런데 그 시의 탄생 과정은 내 안 도깨비가 설치게 만든다.
빈 병은 소라 껍데기와 같은 부류라는 말
무조건 동의할 수 없다.
다음 문장의 "담겼던" 때문이다.
가장 처음엔 아무 것도 담지 않았다.
애초 무언가를 담으려는 빈 병을 간과했다.
빈 병이 처음 담은 걸
공기라고 재반박을 할 지 의문이다.
빈 병은 결국 피자 도우와 같은 형태다.
빈 병은 펼치면 둥근 모양이다.
도넛 모양이 아니다.
이런 생각은 담는다는 의미를 다르게 보게 한다.
다른 이는 또 다르게 보겠죠?
셋 이상의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 듯.
주말 남은 시간 잘 보내세요.
달작
@샛빛 우와! 샛빛 님의 사유와 통찰이 깃든 글,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내 안의 도깨비라는 표현도 참 찰떡 같으면서 근사합니다.
도깨비라는 존재가 주는 환타지와 동화성에 스물스물 상상력이 발동을 걸 것만 같습니다.
빈 병 글에 이렇게나 조근조근한 해석과 견해라니.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네요.
오늘 아침이 이채롭게 다가옵니다.
샛빛 님의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
편집자N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시를 읽으면서 가장 처음의 '빈 병'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선생님의 글을 보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네요. 이런 부분이 말씀주신대로, 셋 이상의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 같습니다.
메이플레이
폰카시. 쓱 폰으로 찍과 쓱 떠오르는 생각이 시가 되었네요.
생활속 이야기가 시로 표현되니 이렇게 시를 편하게 쓸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작은 관찰, 관심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껴지는 시가 참 편하고 좋았어요.
달작
@메이플레이 편하고 쉽게 다가가 울림을 주는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메이플레이 님에게 그렇게 다가갔다니 퍽 다정하게 들립니다.
작은 관찰, 관심, 호기심이 주는 행복을 사랑합니다.
그 행복을 함께 누리게 되어 기쁩니다.
오늘도 발견하는 하루로 만드셔요.~~
편집자N
그런 부분이 이 책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내가 이미 잘 아는 물건, 익숙한 물건을 새롭게 해석한다는 점이 저희도 좋았습니다. 물론 쉽다는 점도요. :)
우주먼지밍
우선은 ‘폰카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을 받자마자 순식간에 읽었는데요~
읽으면서 강하게 든 생각은 폰카시 쓰는 것을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저희 엄마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전 엄마에게 그간 살아온 삶을 써보라고 늘 응원합니다. 엄마는 삶을 먼저 살아온 인생 선배이자 동료이고 여성입니다. 한국 여성들의 사연 많은 삶을 쓰도록 응원하고 싶었어요. 얼마전에 엄마에게 노트도 선물했는데요~ 저희 엄마는 여전히 먼가 주저주저하시면서 쓰지를 못하고 계시더라구요ㅠㅠ 엄마에게 긴 글이 부담스러우면 이런 시는 어떻겠어! 라고 권유하고 싶어졌어요.
한편 이건 제게도 해당합니다. 밤에 잠들기 전에 가끔 머리 속으로 시를 쓰는데요 보통 두 문장 이상도 진행이 안되곤 했어요! 이 책에서 알려준 방법을 활용해서 한 편이라도 완성이 되는 시를 써보고 싶어졌어요!
편집자N
@우주먼지밍 가장 사랑하는 어머님과 시를 나누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어머님께서 시를 쓰시길 응원하겠습니다. 분명히 우리가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삶이 우러날 것 같습니다.
우주먼지밍님께서 잠들기 전에 속으로 쓰는 시가 두어 문장 정도라고 하셨는데, 한 문장도 떠올리기 힘든 저에게는 충분히 대단한 일 같습니다. 그 밤의 고민들이 모여 곧 선생님만의 시로 나타날 것 같습니다.
하미미
김미희 작가님 충청남도에서 발행하는 신문에도 폰카시 연재하고 계신가요? 제가 보는 신문에 이름이 같은 분이 계셔서 동일인인지 궁금하네요~~
달작
@하미미 우와, 맞습니다. 충남도민이셔요?
하미미
네넹 충남 예산에 살고 있습니다 ^^ 엊그제도 왔길래 디카시 나온 면 챙겨두었어요!!! 어머나~~~
달작
@하미미 구독자셨군요^^~이런 인연이!!! 참, 반갑습니다. 12월까지 뵐 수 있겠네요. ㅎ
gamja
요즘 시집을 많이 읽고 있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게 많더라고요. 그래도 이 폰카시는 좀 더 공감이 잘 되고 이해하기 쉬운거 같아서 좋아요.
달작
@gamja 다행입니다. 즐거운 읽기가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편집자N
그것이 폰카 시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꽤 자주 볼 수 있는 대상으로부터 시를 찾아내는 느낌입니다. :)
게으른독서쟁이
맞아요. 다가가기도 쉽고 좀 더 공감되는 부분도 많은 것 같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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