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8(에이츠)>에서 파생된 독서모임입니다.
20회차 도서는 박지리 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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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츠발 독서모임 20회차: <다윈 영의 악의 기원> / 박지리 저
D-29
어슐러펭귄모임지기의 말
붕대
드디어 제가 추천한 책이 나왔어요! 예전에 봤던 책이지만 다시 한번 읽고 싶었는데 읽을 기회가 생겨서 좋았습니다
당시에도 중반부터 멈출 수 없게 된 책이었는데 다시봐도 재밌네요. 술술 읽혀서 좋았어요
안타까울 정도로 순수했던 다윈이 악으로 진화하기까지 과정이 정말 소름돋게 묘사된 책 같아요
3대를 이어져 내려온 죄악.. 다윈이 모든 걸 알게되고 죄를 이어받기까지, 많은 사람의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그게 모두 납득되고 등장인물들이 입체적이라 참 신비한 소설이었었어요.
다윈은 이 뒤에 어떤 삶을 살게될까요? 그 또한 레오의 죽음을 추모하며 스스로 죄를 받을까요? 그가 고위직이 된다면 세상은 나아질까요? 9지구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진실은 영원히 묻혀있을까요? 다윈이나 루미가 진실을 밝혔다면 영 가문에 변명의 기회는 있었을까요? 과거의 혁명이 성공했었다면 어땠을까요? 혁명은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읽고난 뒤에도 여러 생각이 많아지고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윈은 앞서 두 아버지가 실수한 것과 다르게 어떤 죄책감도 범죄의 흔적도 남겨두지 않으며, 완전한 진화를 이룬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소름끼치는 진화를..
메르카토르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처음에 책을 봤을 때는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놀라고 다소 두렵기도(...) 했는데 이야기의 서두인 프라임스쿨 소개부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계층화된 사회와 폭동, 전쟁같은 배경 설정을 보면 현대 국가들 혹은 과거 한국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데, 제이의 저울 어쩌고 하는 개똥철학은 북한의 사상검증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등장인물들 이름 때문에 외국번역소설 같기도 하고, 9지구 같은 설정에 SF 같기도 했는데 금방 이입해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 다윈은 그야말로 순수의 상징같은 존재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이 그렇다. 그 중 다윈은 어린 소년이기에 독자인 나도 때로는 귀여워하고 때로는 안쓰러워하며 읽었다.
제이를 누가 죽였는지, 제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이의 시점으로 과거를 풀어내는 중반부는 거의 숨도 쉬지 않고 읽은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내심 루미가 상상하는 제이처럼 생각하고 있었기에 큰 충격이었다. 죽은 사람을 사랑하는 건 너무나도 쉽구나. 게다가 니스의 회고에서 제이가 친구라기보다 우상에 가깝다고 느껴졌는데 그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버즈의 시점으로 알게 된 제이의 사정까지. 제이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면도, 이해할 수 있는 면도 있었다..
결말에는 마치 내가 루미가 된 것처럼 다윈이 전혀 다른 생소한 류의 인간으로 보였다. 다윈 이름과 작중 언급되는 종의 기원을 생각하면, 진화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 변화를 진화라고 명명해도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고 찾아본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생물의 진화는 외부의 직접적인 영향 때문이 아니라 생물 내에 있는 외부의 변화에 반응하는 힘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다윈의 행동은 결국 3대에 이어 내려온 피 속에 감추어진 살인의 씨앗 때문일까? 레오를 살인하는 장면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어서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다. 원숭이가 무릎과 허리를 피고 인간이 된 것처럼, 다윈도 그렇게 똑바로 선 인간이 된 것일까.
내게는 죄책감에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니스가 그래도 인간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윈은 자신 안에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뭔가를 지워버린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읽은 소설은 처음이라 뮤지컬화 되었다는 걸 알고 보러 갔는데 자잘하게 각색된 부분이 꽤 있어서 원작과 비교하는 맛이 있었다.
원작을 읽으면서 구성이 허술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니스의 취중고백 장면과 카세트 테이프를 굳이 레오와 같이 들은 점이다. 그리고 1지구에는 CSI같은 범죄과학수사팀은 없는지 후드 끈이 살해도구일 만큼 다급하고 어설픈 범죄인데도 범인이 끝내 잡히지 않는다.
취중고백은 읽을 때도 어딘가 연극적이고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했는데 뮤지컬 속 노래로 들으니 훨씬 더 강하고 비극적으로 와닿았다. 레오와 테이프를 듣는 것도 뮤지컬에서는 레오가 적극적으로 들어보자며 건전지를 준비해온다. 결정적으로 결말에 다윈의 태도가 원작과 완전히 다르다. 다윈은 아버지 니스처럼 괴로워한다. 명탐정 루미는 끝까지 범인을 쫓겠다고 외친다.
소설이 과거를 밝히는 구성을 효과적으로 잘 배치했다면 뮤지컬은 그 충격이 최대한 부각되게 한꺼번에 터뜨린다. 원작을 몰랐더라면 정말 깜짝 놀라며 봤을 것 같다.
완독 후 흡입력 있는 소설에 감탄하며 작가에 대해 검색해봤는데 안타깝게도 요절했다고 한다. 짧은 생에에도 청소년 소설과 다른 장편 소설 등 많은 책을 출간했다고 하여 꼭 읽어보려고 한다.
지스카드
처음에 두꺼워서 놀랐고, 개인사정으로 늦게 읽기 시작해서 기간 내에 다 읽을까 고민했던 책인데요.. 다른 분들의 말처럼 읽기 시작했더니 금방 술술 읽었습니다!
도입이 길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책의 두께 대비해 비율로 따지면 적절했던 것 같긴 하지만.. 좀 더 덜어내고 얇게 해줬어도 좋겠다..!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그걸 떠나서는 책은 재밌게 읽었어요, 계급사회나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의 설정이 잘 짜여져 있었고 좋은 의미로 한국 소설답지가 않고, 서양의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써진 서양의 소설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전개나 내용은 읽다보면 예측이 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예측이 되고 예상이 되더라도 루즈해지거나 재미가 없지도 않고, 알면서도 빨리 페이지를 넘기고 싶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다양한 인물들의 내면을 각각 보여주면서 성장과 변화를 보여준 부분이 두꺼운 볼륨의 책이기에 가능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할아버지-아버지-아들로 이어지면서 비슷한 일이 나오기도 하고, 달라지는 부분이 나오기도 하는 묘사가 재밌었어요. 그 결과 각자의 죄를 짓고 어른이 된다는 묘사가 재밌었습니다. 예측 가능한 엔딩이기도 했지만 주인공 다윈이 어떻게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는지 소설을 따라가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천해주신 덕분에 재밌는 책을 읽어볼 수 있었고,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 추천하고 싶기도 하지만...! 역시 두께가 장벽이네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밀리브론테랭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나! 사실 초반에 의심스러운 니스의 행동이나 아버지를 싫어하는? 모습에서 제이의 죽음에 연관있구나 예상했었는데요. 그래서 조금은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한 순간이 있었습니다...단순히 니스와 아버지처럼 다윈과의 갈등이 생기겠구나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점차 인물들의 묘사가 다각적으로 변하더니...멈추지 않는 눈덩이가 되더라고요. 특히 루미와 니스의 시선이 아닌 조이의 입장에서 묘사된 제이가 전혀 예상못한 모습이라 매우 충격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도 고조되었던 이야기가 그때부터는 굴러가는 눈덩이 처럼 멈추지 않아 덩달아 끝까지 순식감에 읽었던 것 같아요.
책을 다 읽고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히 살인에 정당성을 찾으면 안되지만, 할아버지나 니스의 살인에는 인간의 이기심과 분노와 질투와 사회의 부조리? 등 여러가지가 엮어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 도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선한 인물로 나온 다윈이 대를 이은 살인을 답습하고, 똑같이 아버지의 영향권이지만 변화하려한 레오가 결국 다른 선택을 한다는 점이 무서웠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그나마 가장 변화와 혁명의 가능성을? 보인 사람이 레오였는데 죽어버려서 이 세계에 과연 다시 기회가 생기기는 할까? 다윈이 다른 인물인 것 같았다는 루미의 말처럼 무너지지 않을 세계가 만들어진 것 같아 착잡하면서 여운이 남는 결말이었습니다.
무지랭
책의 초반부는 흔하다면 흔하지만, 한국 문학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소재인 철저히 계급화된 사회라는 소재 때문에 열심히 읽었고, 후반부는 아버지의 악행을 알게 된 다윈이 어떤 선택을 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다윈이 아버지를 설득하는 전개로 나아가길 바랐지만... 결국 대를 이은 악을 발전시키는 것으로 끝이 나서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다윈이 자기 결정을 뒤집고 가족을 보호하는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기까지의 과정이 납득할 수 있게 그려져서, 이거 캐붕인데?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그 선택이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이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각자의 기억이나 생각이 다 다른 것도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었어요. 니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았던 넥타이 사건이 러너에게는 아들의 유약함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남았던 것이나, 제이라는 인물이 니스에게는 우상으로, 버즈에게는 기피하고 싶은 인물로, 조이에게는 악몽으로 기억되는 것도 그렇고요.
레오의 장례식에서 다윈은 루미가 바라보는 시선으로만 그려졌습니다. 누구에게든 지기 싫어하는 루미가 자연스럽게 항복할 정도로 어떻게 보면 완벽한 상위 포식자가 되어버린 다윈이지만 과연 속마음까지 그랬을까요? 루미가 조이 헌터의 죽음을 좇는 것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을 때 다윈은 당연한 결말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이제 가족의 비밀이 들킬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도했을까요? 제목으로 유추해 보면 왠지 전자일 것 같습니다.
루미가 그렇고 저도 그렇지만 세상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자신을 유지하는 '단독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인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인물이 과연 좋은 인물일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결말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멋지지만, 들여다보면 자신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할 수 있고, 자기 행동에 대해 아무런 고뇌도 하지 않으니까요. 차라리 끝까지 고민하고 갈등하고 우물쭈물하는 인간이 답답해 보이더라도 더 나은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정말 마음에 드는 소설이라서 작가님의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 해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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