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에 의해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폭증한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다른 이유도 환영)

D-29
준연과 해인이 이끌고 하진이 터뜨린 위스키에 대한 관심을 이대로 묻어두기에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키를 소환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싱글챌린지는 자신이 직접 정한 책으로 29일간 완독에 도전하는 과정입니다. 그믐의 안내자인 제가 앞으로 29일 동안 10개의 질문을 던질게요. 책을 성실히 읽고 모든 질문에 답하면 싱글챌린지 성공이에요. 29일간의 독서 마라톤, 저 도우리가 페이스메이커로 같이 뛰면서 함께 합니다. 그믐의 모든 회원들도 완독을 응원할거에요. 계속 미뤄 두기만 했던 책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싱글챌린지! 자신만의 싱글챌린지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로 접속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create/solo/template
아일랜드 위스키 tullamore dew. 하루키가 아일랜드 로스크레아 pub에서 한껏 차려입은 노신사가 12분에 걸쳐 행복하게 마셨다는 위스키. 처음에는 꽃 사진과 함께 나와서 꽃에 맺힌 이슬인가 하여 찾아보았더니 아일랜드의 한 지명이라고 하네. Tullamore 그 뜻은 great mound.
그가 떠나버린 공간에는 잠시 동안 부조리한 틈새 같은 것이 남겨져 있었다. 뭐랄까, 논리적으로 해소될 수 없는 화음의, 다소 안정감이 없는 잔향과도 같은 것이... 하지만 그것도 수면의 파문이 잦아들 듯 서서히 희미해지더니 마침내 사라지고 말았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 위스키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지여행 p. 110.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카운터에 한쪽 팔을 올려놓고 닭 모양을 한 풍향계의 꼬리 위치를 확인하는 듯한 눈초리로 바텐더를 보았다 아무리 하루키지만,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노신사의 눈빛이 과연 어떠했다는 말인가... 음... 이건 나로서는 하루키의 허세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 위스키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지여행 p. 10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좋은 술은 여행을 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 위스키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지여행 p.118.,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난 이책을 읽고 피트(peat)를 알게 되었다. 책에서는 '이탄'으로 번역되는데 식물이 유기체와 합쳐 불완전 부패되어 축적된 결과물이라고 한다. 난 위스키에서 피트향이 난다고 했을 때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위스키에 피트를 넣은 것인가? 아니었다. 위스키의 주원료인 맥아를 건조시킬 때 피트를 이용해 불을 붙여 건조시키며 이때 피트에 숨어있던(?) 여러 향들이 맥아에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의 바다내음, 축축한 바람, 그 땅의 기운을 받아 피어난 꽃과 이끼. 이러한 것들이 피트(이탄)에 스며들어 있다가 불을 만나면 그것이 맥아로 전이되고 그렇게 전이된 맥아를 발효시켜 만든 위스키는 그것을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라고 하니... 내가 얼마전에 마셨던 라프로익과 아르백... 거기에서 느꼈던 것이 9천 킬로미터가 넘는 바다를 건너왔던 피트였다니... 좋은 술은 여행을 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것을 모르는 나는 피트의 여행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피트의 여행... 언젠가 소설 제목으로 적당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 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이렇게 되어있어서... 설마 하고 찾아봤더니 일본은 부부가 같은 성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중국은 중국은 공산당 집권하기 전까지는 부인 앞에 남편 성을 사용했는데 공산당 집권 후부터는 그것을 폐지했다고 한다. 대만은 아직까지 부인 앞에 남편 성을 써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한 여성은 성이 두개라고... 음.. 그럼 재혼하면? 물론 전에 성은 버리겠지...
싱글챌린지로 왜 이 책을 왜 선택했나요?
글이 워낙 짧고, 광인으로부터 이어지는 위스키의 관심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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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행이라도 많은 적든 간에 나름대로의 중심 테마같은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여행이라면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즐거움에서 여행의 목적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외치는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서두에서 위와 같은 말을 했다. 지금 보니 하루키만큼 계획적인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자고 일찍일어나며 매일 오전에는 달리기를 하고 글을 쓰고 밥을 먹고 음악을 듣고... 하루의 규칙적인 삶에서 그의 다작의 원천을 찾을 수 있을진데... 내가 왜 그것을 간과하고 하루키를 섣불리 판단했던가. 마냥 자유스러워보이는 그의 외적인 모습과는 달리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원칙과 루틴을 고수하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하루키가 꽉 짜여진 여행 스케줄이 여유없이 끌려다니는 타입은 전혀 아니다. '별 목적없이 그냥 여기저기 어슬렁 어슬렁 둘러보고 다니는 것도 물론 즐거운 일이지만, 이제까지의 여행 경험에 비춰 보아, 여행이 순조로우려면 어느정도 목적 같은 게 있는 편이 좋다' 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말은 하루키 혼자서 아일랜드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생각이 들었다. 동행이 있는 여행은 아무래도 혼자만의 어슬렁거림으로는 서로간의 만족을 채워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말했 듯, 미국 횡단여행, 프랑스의 여행에서 배터지게 먹었던 팬케이크, 와인 등은 어느정도의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난 잘모르겠다. 여행에서 어느정도의 목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난 대체로 그냥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는 것. 그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여행 출발하면서도 목적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없는 경우도 있다. 그냥 당일마다 달라지는 내 마음.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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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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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 받아서 조용히 목 안으로 흘려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도 실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언어는 그저 언어일 뿐이고, 우리는 언어 이상도 언어 이하도 아닌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세상의 온갖 일들을 술에 취하지 않은 맨 정신의 다른 무엇인가로 바꾸어놓고 이야기하고, 그 한정된 틀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아주 드물게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에 우리의 언어는 진짜로 위스키가 되기도 한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 위스키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지여행 P. 1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스카치에는 얼음을 넣어도 되지만, 싱글 몰트에는 얼음을 넣어선 안된다. 적포도주는 차게 해서 마시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로, 싱글 몰트에 얼음을 넣으면 귀중한 향이 달아나 버리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 위스키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지여행 P.36.,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맛 좋은 아일레이 싱글몰트가 코앞에 있는데 블렌디드 위스키 같은 걸 마신단 말이오? 그건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려는 순간에 텔레비전 재방송 프로그램을 트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소?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 위스키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지여행 P. 3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앞에 있는 것일수록 흙내가 물씬 풍기는 거친 위스키 1. 아드백(ardbeg) 2. 라거부린(lagavulin) 3. 라프로익(laphroaig) 4. 카리라(caol ila) 5. 보모어(bow more) 6. 브루익라디(bruichladdich) 7. 브나하벤(bnunnahabhain)
가장 와일드한 ‘아드백’은 무척 개성이 강하고 매력적이지만, 날마다 이것만 마시다 보면 조금쯤 지칠지도 모른다. 비유를 하자면, 영혼의 한 가닥 한 가닥까지 모조리 선연하고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아니라, 어스름 속으로 새어 든 빛줄기를 가늘고 섬세한 손끝으로 더듬는 듯한 피터 제르킨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싶어지는 그런 평온한 저녁 무렵에는, 아련한 부케향이 감도는 브나하벤 같은 걸 혼자 조용히 마시고 싶어질 것이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 위스키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지여행 PP.42-4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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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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