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다양한 사회단체의 지도자들이 그에게 지혜를 구했다. 하지만 허시먼은 조언을 남발하는 명사 노릇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확실성을 설교하는 것을 전보다 더 싫어했고 자신의 확신을 퍼뜨리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밀턴 프리드먼이었다. 시카고대학 경제학자인 프리드먼은 실로 감탄스러울 만큼 확신에 가득차서 신보수주의를 설파하는 명사 노릇을 하고 있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20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1995년 4월 7일, 고등연구소 소장 필립 그리피스는 허시먼의 친구와 동료들을 초청해 그의 80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인공인 저명한 학자의 명성에 걸맞게 생일파티에서는 세미나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아마르티아 센이 개발과 빈곤에 대한 세미나를 주관했고, 후치 카르도주, 마이클 맥퍼슨, 폴 로머, 토머스 로빈슨, 에마 로스차일드, 주제 세하, 제임스 울펀슨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논평을 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맺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80세 생일파티에 세미나와 토론을? 석학들은 이러고 노는거였나... 이런 덕후들.... (나는 학자는 못 되겠다;;;)
대부분 졸았다고 하시잖아요 ^^;;
“에우제니오는 언젠가 히르슈만에게 '용기의 순간'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초반에 나오는 이 문장이 너무너무 좋아서 따로 표시해두었는데요, “작은 불빛같은 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이 허시먼 인생에서 등대와 같은 역할을 했을거라고도 느꼈구요. 이 평전을 읽는 내내 생각해봤습니다. 예측모델이 범람하는 시대에 “미리 투사되지 않은 미래를 가질 권리”를 지키며 “가능한 것들에 대한 열정”을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허시먼은 어떻게 평생동안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가능성을 짚어내고 쫒아갈 수 있었을까? 온 세상을 돌면서 그가 목격하고 경험한 것은 전쟁, 실패, 가난, 부패, 독재였는데, 어떻게 그 속에서 ‘가능한 것’을 찾아낼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절망에 무릎꿇고 환멸에 잡아 먹히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 제가 발견한 것은 이 문장이었습니다. “허시먼은 경제학자들이 늘 '희소한 자원' 운운하면서도 "그들 자신의 용맹이 가진 한계는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허시먼은 생의 모든 순간에 용기를 잃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성을 쫒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전기작가로서 제레미 애덜먼은 허시먼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그려낼까를 두고 상당히 고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 고뇌의 흔적을 읽으면서 저자 애덜먼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His life is his message.” (간디의 말 ”My life is my message.”의 변형입니다.) 자신이 온 생애에 걸쳐 추구해온 가치와 주장을 삶 전체로 증명해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허시먼은 죽음이 아닌, 삶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완결한 사람이었습니다. 2024년 3월에 그믐에서 <앨버트 허시먼>을 함께 읽었던 모든 분들 — 매 순간 용기를 잃지 마시길, 그 힘으로 “미리 투사되지 않은 미래를 가질 각자의 권리”를 꿋꿋이 지켜 내시길! 저도 용기내어 가능성을 꿈꾸어 보겠습니다. 1200페이지 책을 29일 안에 읽는 돈키호테식(?) 미션을 던져주신 @YG 님, 이 책을 권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알고보니 평전을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새로운 발견이었고 흔치않은 감동적인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좋은 책을 많이 알고 계신거죠!! (갑자기 톤 높아짐) p.s. 이 책의 굿즈는 나침반이어야 합니다!라고 조용히 주장해봅니다. 나침반 뒷면에 “가능주의자가 되자” 문구 들어가면 좋겠구요. 아니면, 포르투나의 방향키라도…
@소피아 님 12월부터 계속해서 벽돌 책 함께 읽기 함께 하시면서 날카롭고 지적이면서 위트 넘치는 감상 꾸준히 남겨주셔서 즐겁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미리 투사되지 않은 미래를 가질 각자의 권리"와 '가능주의'를 기억하면서 감사 인사 전합니다. 그리고 한 달간 고생하셨어요. 만약 벽돌 책 오프 모임을 한다면 이런 식이 되겠군요. '가능주의' 나침반 굿즈를 지참하고, 조용히 암호를 말하는 거죠. "ladrillo?"
아니 왜 이러십니까!! 저는 11월부터 벽돌책 읽기를 해왔습니다!! 11월입니다, 11월. 디셈버 아니고 노벰버!!!!! 왜 저의 29일을 (그믐식 날짜 계산법) 통째로 날리십니까!! 이언 모티머의 <변화의 세기> 부터라구요! 그때 제가 결말이 맘에 안들어서 이언 모티머를 공들여 이리저리 깠는데요 ㅎㅎ
@소피아 아, 11월. 죄송합니다. 저도 요즘 정신머리 없어요. 용서해 주세요. :)
아이쿠, 사과하실 일은 아니고요 ㅎㅎ 제가 언제부터 시작했는 지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정신없으신 시기에 독서모임 이끌어주신 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오페는 언어가 달라졌을 때 허시먼의 성격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라차렸다. 영어로 이야기할 때와 달리(영어 목소리는 매우 과묵하고 더듬거린다) 독일어로 이야기할 때는 유창하고 열정적이며 말이 많았다(오페 이외에도 언어에 따라 변하는 허시먼을 포착한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20장 좌우극단주의에 맞선 마지막 외침(1985-91) 1085쪽 ,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이 부분이 다음 달 읽을 벽돌책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아 메모를 해뒀습니다
@쓰임다 오! 미리 예습하셨군요. 다음 책 어떤 반응들이 나올지 벌써부터 두근두근.
"지금까지 내가 신문에서 본 모든 것은 이길 수 있는 대선에서 진 사람들이 모여서 미국 국민을 비난하는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허시먼은 우파 도그마가 떠오르는 것에 대해서뿐 아니라 좌파가 자기들끼리만 만족한 상태로 후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20장 좌우 극단주의에 맞선 마지막 외침(1985-91), 1103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1988년, 이제 글을 쓸 시간이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20장 좌우 극단주의에 맞선 마지막 외침(1985-91) 1104면,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잘 완독했어요. 이렇게 세계의 경제와 사회학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을 여태껏 모르고 살았다니… 저의 세계가 이 책으로 인해서 조금 넓어진 기분입니다. 책 추천 감사합니다.
@그러믄요 님, 이 책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한 달간 고생하셨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금요일(3월 29일)은 '맺는 글: 마르크 샤갈의 키스(1995~2012)'와 '후기: 돌풍 속으로 배를 몰다'를 읽습니다. 다들 본문만 1,000쪽이 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궁금했을 거예요. 저는 한 편의 논픽션으로도 아주 감동적인 마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허시먼 덕분에 목숨을 구한 샤갈의 그림 그리고 20세기를 온 몸으로 헤쳐 나온 한 비범한 지식인의 지극히 평범한 마무리까지. 제가 이 책을 한 지인에게 권하면서 '인생 책'으로 오랫동안 기억할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는데요. 여러분에게도 이 책이 그런 책으로 남았으면, 또 2024년 3월 한 달간 함께 나눴던 허시먼의 삶과 그가 보여준 '가능주의'가 삶 속에 녹아들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요즘 힘든 시간에 보내고 있는 저한테 하는 말이랍니다. 29일간 고생하셨습니다!
다른 일도 많으실텐데 이 모임 성실히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힘냅시다! 가능주의! 희망으로의 편향! 투사되지 않은 미래! 비르투! 포르투나! 실망에서 희망을, 긴장에서 해법을, 불확실성에서 자유를! (거의 자기계발서아닙니까?!) 제 안의 냉소를 조금 덜어내게 된 의미있는 독서였습니다. 귀한 책 소개 감사합니다.
그가 추구한 것은 “예측력 있는 이론”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를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우리가 꾸역꾸역 살아내야 하는 일상과 알 수 없는 면 투성이인 우리의 존재 조건에서 벗어나 “인간 행동에 대한 보편법칙이 지배하는 신성한 영역”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1147,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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