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어쩌면 우리는 거대한 비전의 충동에서 시작된 ...너무 거대한 비전을 가졌던 탓에,..매우 제한적인 진보는 진보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오늘날의 상상력은 급진적인 변화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경향(집착)은 '중간적인 결과', '중간 단계의 성과들' 을 가시화해 내지 못한다 핵심은,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느냐 가 아니라 더 낫게 만들 수 있느냐 이어야 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027,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너무 어린나이에 배워버리면 정확히 똑같은 방식으로 실행할 것이다. 너무 일찍 배우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따. 그것을 배우는 시점에 질문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이 가능하려면 늦은 학습이 필수적인지도 모른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029,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위로가 되는.... 말이네요. ㅎㅎ 아직 늦지 않았다!
저는 이 문장 보면서 내가 <앨버트 허시먼>을 지금 읽어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20대때 읽었으면 반도 이해못했을 듯.
학자는 그것이 유의미한 제안과 자극을 줄 수만 있다면 인상주의적이고 사변적인 책을 쓸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033,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수요일(3월 27일)은 19장 '풀뿌리 현장에서 일궈낸 손주들을 위한 사회과학(1979~85)'을 읽습니다. 이때 허시먼의 나이가 만 64세에서 70세였어요. 새러와 함께 세계 곳곳을 누비는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희망이 사라진, 변화와 개혁의 가능성이 희미해진 반동의 시대에 맞서는 허시먼의 모습이 사뭇 감동적이었던 장입니다. 허시먼이 기어츠와 또 자신을 따르는 후배 학자와 함께 만드려고 했던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사회과학은 여전히 미완성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요.
『4321』 읽기 모임에서 갑자기 생각난 소설인데, 이 벽돌 책 함께 읽는 분들도 흥미로워할 것 같아서 소설 한 권 소개. 로랑 비네의 『언어의 7번째 기능』(영림카디널). 1980년 3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가정 하에 형사(바야르)-기호학자(시몽) 콤비가 그 비밀을 좇는 이야기.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알튀세르의 아내 살인이 소재로 등장하고, 한때 불가리아의 첩자로 일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불가리아 정보부와 실제로 협력하는 악역으로 나오고요. 당연히 푸코, 데리다 또 이탈리아의 움베르토 에코가 등장인물로 나와서 존재감을 과시하죠. 언어의 기능 특히 ‘수행성’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키워드인 까닭에 로만 야콥슨, 존 설과 같은 언어학자도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 당시만 하더라도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레즈비언-페미니스트 대학원생이었던 현대 페미니즘 철학의 거장 주디스 버틀러가 나오는 대목이 압권. 1980년 당시 프랑스 지식인 사이의 친교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일화도 흥미진진하고요. 댄디한 철학자 사이에서 노동자 계급 편에 선 피에르 부르디외가 찬밥 신세로 언급되는 대목도 있고요. (부르디외는 허시먼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잖아요!) 이 소설 읽으신 분도 계실 테고, 읽다 보면 분명히 좋아하실 것 같은 분들도 있어서 이참에 소개합니다. 제가 이 책 소개했더니, 누군가가 '철학자 팬픽'이라고. :)
언어의 7번째 기능로랑 비네 소설. 로랑 비네는 데뷔작 <HHhH>로 공쿠르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바르가스 요사와 존 르 카레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그가 5년 만에 다시 내놓은 두 번째 작품 <언어의 7번째 기능> 역시 프랑스 FNAC 소설상과 엥테랄리에 상을 받으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부르디외와 허쉬먼이 친했군요 ㅎㅎ 왠지 삐따기로서의 결이 어울릴 것 같기도요. 잘은 모르지만~
19장에서는 왠지 모르게 미주재단의 현장 프로젝트 진행자에 빙의되어 뭔가 벅차올랐어요. 현장과 계량화된 목표 수치 사이의 괴리에서 좌절하고있던 그들에게 허시먼의 보고서 - 부수적인 효과를 보라,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성취된 것을 간과하지 말라, 결과치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개발과 발전이 없었던 건 아니다 - 는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지.. 아무리 알고있던 사실이라도 허시먼의 말과 글을 통해 그것을 확인받았을때의 동기부여는 엄청났을 거예요. 예~전에 해외 개발 프로젝트 평가할 일이 있었는데,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더 좋은 평가서를 제출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갑자기 일이 터져서 3월엔 이 공간에 구절 나눔은 못했는데요 ㅠㅠ 혼자 조용히 출퇴근길에 열독하고 있습니다~ 지금 16장 읽고 있는데요. 빨리 일정대로 다 읽고 4월 벽돌책도 동행할게요~^^
@Kimjin 님, 메모가 안 보여서 바쁘신가 보다 했어요. 분책해서 출퇴근길 열독하시고 계셨군요. :)
18장에서 또 반가운 이름이 등장하는데요. 고등연구소 사회과학 분과에 기어츠, 허시먼에 이어서 세 번째로 종신 연구원으로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과에서 오는 마이클 월저와 프로젝트 매니저로 합류한 프린스턴 대학교 역사학과의 로버트 단턴. 월저는 20장에서 비중 있게 다시 등장하니 그때 이야기하기로 하고, 단턴도 문화사 연구의 대가죠! 특히 단턴의 대표작 『고양이 대학살』(1984년 초판 발행)은 20대 때 재미있게 읽고서 그의 팬이 되었었는데요. 이 책 읽으면서 저는 한때 좋아했던 지식인/학자들이 서로 엮이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아주 흥미로웠답니다.
고양이 대학살오늘날 책의 역사가로 잘 알려진 문화사학자 로버트 단턴의 대표작으로 문화사 분야에서 가장 손꼽히는 현대적 고전이다. 이제 근 27년 만에 한국어 문장을 전면적으로 다듬고 책에 실린 도판도 좀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교체해 넣었으며, 단턴이 2000년대 중반에 썼던 개정판 서문도 추가해 기존보다 좀더 산뜻한 새 얼굴로 선보이게 되었다.
검열관들 - 국가는 어떻게 출판을 통제해왔는가현대의 지성 175권. 각기 다른 세 곳의 권위주의 체제, 즉 18세기 부르봉 왕조의 프랑스, 19세기 영국 통치하의 인도, 20세기 공산주의 동독에서 검열이 이루어진 방식을 면밀히 재구성한 책이다.
혁명 전야의 최면술사 - 메스머주의와 프랑스 계몽주의의 종말프랑스혁명의 지적 풍경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로버트 단턴의 역작. 저자는 18세기 유럽을 풍미한 메스머주의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이 유사과학 이론이 어떻게 당시 대중을 매혹시켰는지, 그리고 그것이 구체제의 모순과 관련하여 어떻게 혁명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지 밝힌다.
책과 혁명 - 프랑스 혁명 이전의 금서 베스트 셀러<고양이 대학살>로 잘 알려진 로버트 단턴이 이번에는 프랑스 혁명 전후 금서(禁書)의 목록과 당시 출판업계의 관행을 탐구한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흥미진진한 서술, 책의 역사와 프랑스 혁명사를 아우르는 깊고 넓은 관점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시인을 체포하라 - 14인 사건을 통해 보는 18세기 파리의 의사소통망문화사가 로버트 단턴의 책. 로버트 단턴이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이던 18세기 중엽의 파리 거리 한복판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따라 단서를 추적해가면서 당대의 의사소통망을 복원해낸다.
아, 저는 18장과 19장에서 허시먼이 <아우라>를 쓴 카를로스 푸엔테스 부부랑 거위요리 먹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바르가스 요사 부부와 어울리는 부분에서 깨알 재미를 느꼈어요.
아우라옥타비오 파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중남미 문학의 3대 작가로 알려진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장편소설.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쓴 환상소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소설은 아득한 먼 옛날부터 인류가 염원해 온, 영원히 죽지 않는 삶과 죽음도 뛰어넘는 사랑의 끝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염소의 축제 1 (무선)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장편소설. 32년간 도미니카공화국을 통치해온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암살 과정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사건은 트루히요의 총애를 잃은 장관의 딸 우라니아, 독재자를 죽이려는 암살자들, 그리고 트루히요, 세 사람의 시점에서 각각 새롭게 구성된다. 반양장본.
오. 그니까요. 20장에는 저메이카 킨케이드까지 (편지로) 등장.
내 어머니의 자서전꾸준히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진 리스의 문학적 성취에 비견되며, 오늘날 카리브 지역의 탈식민주의 담론과 디아스포라 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한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가장 중요한 대표작이자 애니스필드울프상 수상작이다.
믿음이란 단두대와 같다. 그만큼 무겁고, 그만큼 가볍다. - 프란츠 카프카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9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오늘날의 상상력은 급진적인 변화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경향이 '중간적인 결과들'과 '중간 단계의 성과들'을 가시화해 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공적인 행동은 대개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껴지게 마련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9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콘퍼런스 참가자들은 마치 "실증주의적인 사회과학"과 "실증주의"(이것은 당시 비난과 중상의 용어였다)에 대해 공격을 퍼부을 순간을 만난 듯이 미국의 주류 사회과학에 집단적으로 분노를 쏟아냈다. (...) 허시먼은 '실증주의적인' 학문을 지향한 것이 애초에 사회과학을 진지한 학문으로 여기게 해 준 요인이었음을 언급했다. 따라서 실증연구를 거부하는 것은 망각으로 가는 길이 될 터였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9장, 풀뿌리 현장에서 일궈낸 '손주들을 위한 사회과학'(1979-85)1001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쓰임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모이는 콘퍼런스였죠. (지금 시각에서 보면 이 사람들이 어떤 시점에 한 곳에 모였다는 게 오히려 신기함.) 그나저나, 다리는 괜찮으신가요?
@YG 다리는...계속 깁스를 해서 가렵습니다...다음주 정도면 퇴원할수 있을거 같습니다^^
@쓰임다 정말 그만하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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