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예고한 대로 오늘 월요일(3월 25일)은 16장 '고전 경제 사상의 재해석(1972~77)'을 읽습니다. 16장은 책 전체에서도 내용의 밀도가 높은 장이라서, 사회과학 책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은 조금 힘들 수도 있겠어요. 이해가 선뜻 안 되는 곳은 그대로 읽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저는 다시 한번 살펴보고 싶은 대목에는 빨간색 포스트 잇을 붙여 둬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이번 주는 조금 바쁜 일정입니다.
내일 화요일(3월 26일)은 아주 분량이 짧은 17장 '건강한 신체가 내뿜는 우아한 매력'과 18장 '정치와 경제를 관통하는 집합행동 이론(1977~82)'을 함께 읽습니다. 그런데 18장도 16장만큼 내용의 밀도가 높습니다.
수요일(3월 27일)은 19장 '풀뿌리 현장에서 일궈낸 손주들을 위한 사회과학(1979~85)'을 목요일(3월 28일)은 20장 '좌우 극단주의에 맞선 마지막 외침(1985~91)'을 읽습니다.
목요일(3월 29일)에 '맺는 글'과 '후기'를 읽으면서 마무리하는 일정입니다.
보통 평전의 뒷 부분, 특히 허시먼처럼 거의 100년을 살았던 경제사상가의 60대 이후의 이야기라면 밀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어떻게 된 게 이 책은 후반부가 전반부는 물론이고 중반부를 압도할 정도로 밀도가 높습니다. 그건, 허시먼이 노년에도 특히 70대에도 현역처럼 활동했기 때문인데요. 조금 힘들지만 허시먼의 노익장에 압도당하는 경험을 해보시죠!
모시모시
“ 1971년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텍사스대학의 사회학자 할리 브라우닝이 어떻게 그렇게 눈길 끄는 제목들을 생각해낼 수 있느냐고 묻자, 허시먼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언제나 플로베르를 읽거든요.”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6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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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인상깊은 허시먼의 제목짓기 비결은 역시 플로베르, 그러니까 고전이었군요. :)
모시모시
“ 마키아벨리가 희소한 자원에서 극대치를 달성하고자 하는 경제학자처럼 주장하는 것을 읽고 나는 매우 놀랐다. 통치자가 미덕의 귀감이 되면서 동시에 국가를 유지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가의 유지라는 제약조건 하에서 도덕을 극대화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가 예산의 제약 하에서 효용을 극대화하듯이 말이다.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6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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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필요한 것은 완전한 조명이 아니라 한두 개의 불빛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5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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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신기루가 없다면] 지쳐 버린 카라반은 희망을 잃고서 사막의 모래 위에서 죽게 될 것입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5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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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사회가 대대적인 변화의 시기를 지날 때 그 변화의 과정에는 우연과 선택이 가득하기 마련이며, 이것을 파악하려면 이성의 한계를 겸손히 인정해야 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5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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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허시먼이 대학에서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로 이직할 때, 왜 제가 다 마음이 놓였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강의를 앞두고 두통, 위경련, 구토에 시달리는 경제학 대가라니.. 1-2년도 아니고.. 허시먼이나 새러나 대학, 대학도시에는 맞지 않는 기질인 것 같아요. 현장에 나갔을 때, 개발 국가에 갔을 때 둘 다 물만난 고기마냥 생기발랄+ 활기 넘침..
시어러
저도 계속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 마음이 놓여요 ㅎㅎ
소피아
진짜 왜 독자가 같이 조마조마한 걸까요? 저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가 학자 여러 명 살렸다고 생각했어요.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남미 학자들, 거기에 허시먼.
소피아
저는 언제나 플로베르를 읽거든요.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6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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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저도 모시모시님처럼 이 부분에 밑줄 그으며 내가 가진 플로베르와 마키아벨리 책들 다 집합시킴..마키아벨리 대목에서는 허시먼 안에 남아있는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어서 새삼 뭉클했습니다.
소피아
지나간 일에 대해 연연하거나 후회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이 책, 특히 중후반을 읽으면서, 후회 가득한 마음이 드는 부분들이 있네요. 평소에 잡생각이 많은데 왜 나는 허시먼처럼 그것들을 ‘작은 생각들(프티트 이데)’ 로 여기면서 기록해 두지 않았을까. 소중한 자료였을지도 모르는 기록들은 왜 그토록 손쉽게 버리고 파기해 버린걸까. 읽은 책의 밑줄, 휴대폰 가득한 사진들 같은 거는 간직하면서 정작 내 머리 속에 있는 나만의 생각들과 내 주변의 기록들은 왜 그리 쉽게 버렸을까.
허시먼 선생님, 저도 작은 생각을 기록해 나갔어야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텐데요.. (과연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현실은.. 너무 어수선해서 정리부터 필요한 상황..
모시모시
늦지않았어요!!! (이 책 읽고 블로그에 "프티 이데" 폴더 하나 만든 1인....)
소피아
오, 행동력! 엄지 척!!
소피아
“
허시먼은 17세기와 18세기 정치경제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시장에 대한 당대의 담론과 주장들을 조사하면서, 그 담론의 한편에는 이해관계 [이기심]와 정념, 즉 인간의 동기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다른 한편에는 그 정념들을 사회적으로 유용한 쪽으로 이끄는 창조적인 언어의 힘에 대한 찬가가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6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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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 이 책에서 그가 추구한 것은 '진정한' 인간 본성이나 '진정한' 인간의 정신을 자유롭게 풀어놓아 줄 질서, 이해관계의 지배 혹은 정념의 지배를 풀어놓아 줄 질서를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와 정념이 서로 변동하고 결합하는 경향을,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들과 씨름하는 방식을 진지하게 인정하려는 것이었다. 인간은 상호경쟁하고 또 상호결합되는 충동들이 유장하게 투쟁하는 서사의 무대이다. 허시먼은 그럼으로써 인간이 이기적인 획득의 욕망과 공동체적인 미덕을 둘 다 갖는 '근대적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자기이해를 추구하면서 그와 동시에 다른 이들도 고려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허시먼의 낙관적인 결론이었다.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6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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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진짜 어찌된게 허시먼이 노년이 될 수록 이야기가 많아지고 복잡해져요 .. 14장이 <이탈, 발언, 충성심>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16장은 <정념과 이해관계>에 대한 이야기.
<이탈, 발언, 충성심>의 경우 용어 설명과 비교적 구체적인 개념 설명이 되어 있었던데 비해서, <정념과 이해관계>는 허시먼이 더 추상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느라 모호하고 흐릿한 개념들을 충분히 구체화하지는 않은 듯 합니다 (일부러 그렇게 남겨 두었을 수도 있고). 흥미로운 이론이긴 한데, 정념과 이해관계, 공공선, “길항적 반작용” 같은 용어와 개념이 주는 모호함을 남겨 둔채 결론이 너무 장엄해서, 당대에 이 책이 출판되었을 때 왈가왈부하는 의견들이 많았다는 게 이해갈 정도..
16장은 유독 메모를 많이 남겼던 장이었습니다. ‘재독 필요’, 느낌표 다발, 용어의 정의는? 같은 메모들..
소피아
“개개인의 정념을 쫒으면서 공동의 후생을 도모할 수도 있다”는 허시먼의 주장은 (완독하지 못했지만) 대런 애쓰모글로가 <진보와 권력>에서 이야기했던 “기술의 진보를 어떻게 하면 모두의 삶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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