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그 세대 지식인 대부분이(일례로 허시먼보다 몇 살 많은 한나 아렌트만 보더라도) 희망보다는 우려, 기회보다는 재앙의 이유를 먼저 발견했다. (……) 대체로 사회과학은 주어진 조건들을 변수로 놓고 거기에서 확률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아보는 데 치중하고 있었는데, 이런 식의 연구는 대부분의 국가가 빈곤, 저개발, 독재 등의 당면 문제를 그 국가 스스로의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결론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이런 접근방법은 '상상력'에 많은 여지를 남겨 주지 않았고, 학자가 된다는 것이 학문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허시먼은 사건이 변칙적이거나 일탈적이거나 뒤집힌 순서로 전 개될 가능성들을 생각해 보고 그것을 잠재적 경로로서 그려 볼 수 있도록 연구자의 상상력을 재설정해 줄 사회과학을 만들고 싶었다. 미래의 역사가 나아갈 수 있는 대안적 경로에 여지를 열어 줄 다양한 조합들을 탐색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28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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