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왠지모를 배신감 허허. ㅜㅠ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모시모시
모시모시
벽돌책의 후유증...ㅋㅋ
한 인물에 대해 천페이지 읽고나면 그럴수 있... ㅋㅋ
YG
아, 충격적이네요. 하하하!
YG
968쪽에 나오는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책 『어족』이 제가 몇 번 언급했던 『가족어 사전』(돌베개)입니다.
가족어 사전이탈리아 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소설. 1963년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 스트레가 상 수상작으로,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현대의 고전'이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자전적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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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 가능주의자 허시먼은 '민주 사회의 미시적 토대'를 탐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이야기한 '권위주의적 성격의 인간형'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성격의 인간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087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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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방금 완독했습니다. 장렬히 전사..는 아니고, 몇 가지 생각을 추가 정리하자면 (이제 잡생각들을 그냥 버리지 못한다..)
(1) <이탈, 발언, 충성심> - 20장 읽으면서 “오오, 제러미 애덜먼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어“ 라고 (속으로) 외쳤습니다. 허시먼 이론 중에서 저 이론이 가장 확장/응용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졌거든요. 분야를 넘나드는 학제간 논의와 연구가 중요한 건 분명하지만, 제대로된 성과를 내려면 뼈대가 되는 이론 개념이 굳건히 떠받쳐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허시먼이 왜 저렇게 여러 가능성이 있는 이론을 두고 주류 경제학자와 협업하지 않은 부분이 의아했습니다. (무려 가능주의를 외치던 사람이!) — 심지어 경제학 1도 모르는 나같은 무지렁이 독자 눈에도 보이는 것을 허시먼이 몰랐을 리도 없고..어쩌면 본인도 협업 가능할 만한 주류 학자들을 머리 속에 떠올려 보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했겠죠. 제자 중에서도 누가 적당할까 고심해보았을 겁니다. 제자나 학파를 만드는 데 큰 관심이 없었던 만큼 찾지 못했을 거라 생각 들고요. 경제학자로서의 허시먼은 무척 고독했을거란 생각마저 드네요. 그가 기어츠와 그토록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것도 이해가 되는 맥락이기도 하구요.
(2) 노벨 경제학상을 타지 못한 이유 -이 질문에 대한 애덜먼의 분석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사실 (저의 짐작) 허시먼도 자신이 노벨상을 받지 못할 거란 것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부질없는 희망에도 매달리게 되는 존재이니까 허시먼이 노벨상을 타지 못한 것에 아쉬워 했을까란 질문은 또 다른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애덜먼의 분석에 저의 ‘작은 생각’을 하나 보태자면, 노벨상 평가 항목에는 ‘시대성/시대정신’ 항목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0년대에 노벨상 수상에는 21세기 극초반의 시대성을 드러내는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거죠. 허시먼이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1980-90년대를 돌이켜볼때, 허시먼의 사상이나 이론은 시대를 대표한다기엔 조금 어긋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이라면 오히려 가능성이 높아졌을 수도..
20세기 최고의 소설가라고 불리는 제임스 조이스도 노벨상을 타지 못했고 필립 로스도 살만 루슈디도 못탔으니, 이들에게는 포르투나가 웃어주지 않았던 걸로..
(3) 마르크 샤갈 - 제가 20대때 샤갈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고향 마을 비텝스크를 떠나 이국을 떠돌던 화가의 진한 향수 어린 그림들도, 서커스같이 즐거운 분위기도, 어딘지 모르기 꿈꾸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도 모두 다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밝고 명랑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슬픔이 느껴져서 더 애틋했습니다. 그래서 허시먼이 긴급구조위원회를 통해 구출한 유대인 이름 중에 샤갈이 들어가 있길래 아, 이때 구출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 샤갈의 <키스>가 나올때는 조금 더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허시먼과 샤갈은 영혼의 단짝, 데칼코마니같은 존재라는 것을. 외부의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유대인, 평생 이국을 떠돌아야 했던 영원한 노스탤지어를 간직한 이방인, 마음 한 구석에 깊은 슬픔을 평생 간직하면서도 밝은 색채의 긍정주의로 세상에 맞선던 직업인, 그리고,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았던 화가와 극단을 거부했던 경제학자. 두 분 모두 오래 사셨는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는 오래 살면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고통스럽고 생생하게 마주해야 하는 구나 싶어서 마음 아팠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샤갈의 그림들을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 마르크 샤갈
YG
아, 완독하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 샤갈로 마무리한 부분 정말 절묘하지 않았나요? 저는 '아!' 하고 탄성을.
소피아
샤갈 마무리 완전 좋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으로 마무리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런데 말입니다, <앨버트 허시먼>을 완독한 자는 축구로 치면 연장전후반에 승부차기까지 뛴 선수, 야구로 치면 더블헤더 경기를 소화한 선수인데, 이렇게 기진맥진한 상태로 맞이한 다음 벽돌책이 과학 분야라니.. 시작도 하기 전에 어지럽네요?
모시모시
“ 다양한 사회단체의 지도자들이 그에게 지혜를 구했다. 하지만 허시먼은 조언을 남발하는 명사 노릇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확실성을 설교하는 것을 전보다 더 싫어했고 자신의 확신을 퍼뜨리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경멸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밀턴 프리드먼이었다. 시카고대학 경제학자인 프리드먼은 실로 감탄스러울 만큼 확신에 가득차서 신보수주의를 설파하는 명사 노릇을 하고 있었다.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20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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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 1995년 4월 7일, 고등연구소 소장 필립 그리피스는 허시먼의 친구와 동료들을 초청해 그의 80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인공인 저명한 학자의 명성에 걸맞게 생일파티에서는 세미나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아마르티아 센이 개발과 빈곤에 대한 세미나를 주관했고, 후치 카르도주, 마이클 맥퍼슨, 폴 로머, 토머스 로빈슨, 에마 로스차일드, 주제 세하, 제임스 울펀슨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논평을 했다.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맺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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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80세 생일파티에 세미나와 토론을? 석학들은 이러고 노는거였나... 이런 덕후들.... (나는 학자는 못 되겠다;;;)
소피아
대부분 졸았다고 하시잖아요 ^^;;
소피아
“에우제니오는 언젠가 히르슈만에게 '용기의 순간'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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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초반에 나오는 이 문장이 너무너무 좋아서 따로 표시해두었는데요, “작은 불빛같은 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이 허시먼 인생에서 등대와 같은 역할을 했을거라고도 느꼈구요.
이 평전을 읽는 내내 생각해봤습니다. 예측모델이 범람하는 시대에 “미리 투사되지 않은 미래를 가질 권리”를 지키며 “가능한 것들에 대한 열정”을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허시먼은 어떻게 평생동안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가능성을 짚어내고 쫒아갈 수 있었을까? 온 세상을 돌면서 그가 목격하고 경험한 것은 전쟁, 실패, 가난, 부패, 독재였는데, 어떻게 그 속에서 ‘가능한 것’을 찾아낼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절망에 무릎꿇고 환멸에 잡아 먹히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 제가 발견한 것은 이 문장이었습니다.
“허시먼은 경제학자들이 늘 '희소한 자원' 운운하면서도 "그들 자신의 용맹이 가진 한계는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허시먼은 생의 모든 순간에 용기를 잃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성을 쫒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전기작가로서 제레미 애덜먼은 허시먼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그려낼까를 두고 상당히 고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 고뇌의 흔적을 읽으면서 저자 애덜먼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His life is his message.” (간디의 말 ”My life is my message.”의 변형입니다.) 자신이 온 생애에 걸쳐 추구해온 가치와 주장을 삶 전체로 증명해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허시먼은 죽음이 아닌, 삶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완결한 사람이었습니다.
2024년 3월에 그믐에서 <앨버트 허시먼>을 함께 읽었던 모든 분들 — 매 순간 용기를 잃지 마시길, 그 힘으로 “미리 투사되지 않은 미래를 가질 각자의 권리”를 꿋꿋이 지켜 내시길! 저도 용기내어 가능성을 꿈꾸어 보겠습니다.
1200페이지 책을 29일 안에 읽는 돈키호테식(?) 미션을 던져주신 @YG 님, 이 책을 권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알고보니 평전을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새로운 발견이었고 흔치않은 감동적인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좋은 책을 많이 알고 계신거죠!! (갑자기 톤 높아짐)
p.s. 이 책의 굿즈는 나침반이어야 합니다!라고 조용히 주장해봅니다. 나침반 뒷면에 “가능주의자가 되자” 문구 들어가면 좋겠구요. 아니면, 포르투나의 방향키라도…
YG
@소피아 님 12월부터 계속해서 벽돌 책 함께 읽기 함께 하시면서 날카롭고 지적이면서 위트 넘치는 감상 꾸준히 남겨주셔서 즐겁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미리 투사되지 않은 미래를 가질 각자의 권리"와 '가능주의'를 기억하 면서 감사 인사 전합니다. 그리고 한 달간 고생하셨어요. 만약 벽돌 책 오프 모임을 한다면 이런 식이 되겠군요. '가능주의' 나침반 굿즈를 지참하고, 조용히 암호를 말하는 거죠. "ladrillo?"
소피아
아니 왜 이러십니까!! 저는 11월부터 벽돌책 읽기를 해왔습니다!! 11월입니다, 11월. 디셈버 아니고 노벰버!!!!! 왜 저의 29일을 (그믐식 날짜 계산법) 통째로 날리십니까!! 이언 모티머의 <변화의 세기> 부터라구요! 그때 제가 결말이 맘에 안들어서 이언 모티머를 공들여 이리저리 깠는데요 ㅎㅎ
YG
@소피아 아, 11월. 죄송합니다. 저도 요즘 정신머리 없어요. 용서해 주세요. :)
소피아
아이쿠, 사과하실 일은 아니고요 ㅎㅎ 제가 언제부터 시작했는 지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정신없으신 시기에 독서모임 이끌어주신 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쓰임다
“ 오페는 언어가 달라졌을 때 허시먼의 성격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라차렸다. 영어로 이야기할 때와 달리(영어 목소리는 매우 과묵하고 더듬거린다) 독일어로 이야기할 때는 유창하고 열정적이며 말이 많았다(오페 이외에도 언어에 따라 변하는 허시먼을 포착한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20장 좌우극단주의에 맞선 마지막 외침(1985-91) 1085쪽 ,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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