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실험실에서 도출한 추론은 위험할 정도로 인공적이어서 대부분 현실의 삶에 적합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실제의 사회적 사건을 저의 실험실로 삼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면에서 저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문제 하나를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부유한 학생 급진주의자들입니다. 이들은 잘 알려진 어떤 사회 이론 모델에도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의 체현이라고 볼 수도 있긴 할 텐데, 저로서는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주는 교훈은 그들을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883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정말 기어츠는 허시먼과 찰떡 궁합이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참, 884쪽에 "이 명단에 여성 학자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1977년에야 사회과학 분야에 여성인 내털리 제먼 데이비스가 합류했다"라고 짧게 언급한 문장이 있잖아요. 사실 이 책에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데이비스도 문화사/미시사에 또렷한 족적을 남긴 대단한 역사학자입니다. 특히, 16세기 프랑스에 실존했던 인물 마르탱 게르의 진위를 둘러싸고 행해졌던 재판에서 영감을 받아서 당시의 생활사를 기록한 『마르탱 게르의 귀향』(지식의풍경, 2000)이 유명하죠(원서는 1984년).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죠. '내털리 데이비스'를 검색해보면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운 책이 많으니 한 번씩 살펴보세요.
마르탱 게르의 귀향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듀가 남의 인생을 가로챈 사나이로 등장했던 영화「마틴 기어의 귀향」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반갑고도 놀라울 것이다. 반가움은 영화 속 사건의 실제 전개과정을 책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고 놀라움은 그 사건이 20세기 후반 서구 역사학계의 주요한 흐름이 된 미시사(微視史), 일상생활사 연구의 중요한 연구사례라는 점일 것이다. --동아일보 정은령 기자
주변부의 여성들 - 17세기 세 여성의 삶'역사도서관' 시리즈 14권. 유럽과 일본의 종교를 비교 연구해 이른바 ‘다중적 근대성’을 주장한 슈무엘 아이젠슈타트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근대화: 비교의 관점>에서 영감을 받아 쓴 이 책에서 그녀는 17세기 세 여성의 삶을 비교한다.
책략가의 여행 - 여러 세계를 넘나든 한 16세기 무슬림의 삶미시사의 대가 내털리 제이먼 데이비스의 신작. 이슬람 세계에서 태어나 외교관으로 활동하였으나, 에스파냐 해적에게 나포되어 기독교 세계에서 정체성의 위기를 겪게 되는 한 책략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탐정소설과도 같은 치밀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쓰인 이 책에서 데이비스는 행방이 묘연한 책략가를 추적한다. 이 추적의 과정에서, 데이비스의 희망대로,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 간의 소통과 교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허시먼은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에서 읽은 구절도 '가장 좋아하는 인용문' 파일에 적어 두었다.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상황에 있을 수 있다면 매우 운이 좋은 것이다. 정념은 그들을 사악해지는 쪽으로 추동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이해관계가 그들이 사악해지지 않는 쪽에 걸려 있는 상황.'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888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몽테스키외가 말한 상황의 구체적인 사례가 무엇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봤답니다.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싶지만, 그걸 억눌렀을 때 오히려 나한테 이익이 되는 상황!
저, 혹시 여기 쓰신 문장이 ”함께 고민해봅시다!“의 변형 문장인가요? (왠지 내가 “고민해봅시다”를 금칙어로 설정한 거 같다..) “잠시 생각해봤답니다.”하셔서 생각하신 결과를 기다리는 데, 거기서 the end. 제가 고민하고 답해야 하나요? ^^ 바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예로는…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있는 한국 축구 선수가 있다고 해볼게요.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받고 있고, 그만큼 소속팀에서 뭔가 보여주어야 하겠죠. 그런데 올림픽 참가 예선전이 열리는 중이라, 국가 대표팀에 차출이 된 거예요. 월드컵 경기도 아니고 올림픽에다가 본선도 아니고 예선전에요. 장거리 비행도 해야되고, 소속팀 경기일정도 만만치 않아서 체력적인 부담도 장난아니고, 소속팀 눈치도 봐야 하고, 돌아와서 시차 적응을 새로 해야하는 등등의 문제가 발생하겠죠. 심적인 갈등도 있을 수 있지만, 국가를 대표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가정하면, 이 선수는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걸거예요.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본선에 진출하고 어찌어찌하여 대한민국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거예요. 그래서 그 선수는 병역면제 혜택도 받고, 몸값도 더 높아지고, 국민적 영웅이 되었더라는 디즈니 결말스러운 (하지만, 있을법한!) 예시.
아! 간파하셨군요. :) (예전에 써 놓은 글이 하나 있어서 이어서 공유하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거기서 멈췄어요.)
17장 까지 읽었는데 이 책은 필히 재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느껴지는것도 많고 꼼꼼히 읽고 싶은데 책장을 빨리 넘겨야 하네요 대기만성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지 모르겠어요 15장 이전에는 늘 인정받는거 같으면서 안정이 안되는거 조마조마한 마음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강의안해도 되는 연구소 들어가고 부터는 더 잘 풀리는거 같고 마음이 편안합니다 ㅎㅎ
마음까지 놓이셨다니. :) @시어러 님, 반신반의하면서 이 책 시작하셨는데 거의 끝까지 따라오시고 또 즐겁게 읽으신 것 같아서 많이 기쁩니다! :)
어쩌면 우리는 거대한 비전의 충동에서 시작된 ...너무 거대한 비전을 가졌던 탓에,..매우 제한적인 진보는 진보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오늘날의 상상력은 급진적인 변화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경향(집착)은 '중간적인 결과', '중간 단계의 성과들' 을 가시화해 내지 못한다 핵심은,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느냐 가 아니라 더 낫게 만들 수 있느냐 이어야 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027,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너무 어린나이에 배워버리면 정확히 똑같은 방식으로 실행할 것이다. 너무 일찍 배우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따. 그것을 배우는 시점에 질문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이 가능하려면 늦은 학습이 필수적인지도 모른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029,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위로가 되는.... 말이네요. ㅎㅎ 아직 늦지 않았다!
저는 이 문장 보면서 내가 <앨버트 허시먼>을 지금 읽어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20대때 읽었으면 반도 이해못했을 듯.
학자는 그것이 유의미한 제안과 자극을 줄 수만 있다면 인상주의적이고 사변적인 책을 쓸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033,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수요일(3월 27일)은 19장 '풀뿌리 현장에서 일궈낸 손주들을 위한 사회과학(1979~85)'을 읽습니다. 이때 허시먼의 나이가 만 64세에서 70세였어요. 새러와 함께 세계 곳곳을 누비는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희망이 사라진, 변화와 개혁의 가능성이 희미해진 반동의 시대에 맞서는 허시먼의 모습이 사뭇 감동적이었던 장입니다. 허시먼이 기어츠와 또 자신을 따르는 후배 학자와 함께 만드려고 했던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사회과학은 여전히 미완성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요.
『4321』 읽기 모임에서 갑자기 생각난 소설인데, 이 벽돌 책 함께 읽는 분들도 흥미로워할 것 같아서 소설 한 권 소개. 로랑 비네의 『언어의 7번째 기능』(영림카디널). 1980년 3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가정 하에 형사(바야르)-기호학자(시몽) 콤비가 그 비밀을 좇는 이야기.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알튀세르의 아내 살인이 소재로 등장하고, 한때 불가리아의 첩자로 일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불가리아 정보부와 실제로 협력하는 악역으로 나오고요. 당연히 푸코, 데리다 또 이탈리아의 움베르토 에코가 등장인물로 나와서 존재감을 과시하죠. 언어의 기능 특히 ‘수행성’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키워드인 까닭에 로만 야콥슨, 존 설과 같은 언어학자도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 당시만 하더라도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레즈비언-페미니스트 대학원생이었던 현대 페미니즘 철학의 거장 주디스 버틀러가 나오는 대목이 압권. 1980년 당시 프랑스 지식인 사이의 친교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일화도 흥미진진하고요. 댄디한 철학자 사이에서 노동자 계급 편에 선 피에르 부르디외가 찬밥 신세로 언급되는 대목도 있고요. (부르디외는 허시먼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잖아요!) 이 소설 읽으신 분도 계실 테고, 읽다 보면 분명히 좋아하실 것 같은 분들도 있어서 이참에 소개합니다. 제가 이 책 소개했더니, 누군가가 '철학자 팬픽'이라고. :)
언어의 7번째 기능로랑 비네 소설. 로랑 비네는 데뷔작 <HHhH>로 공쿠르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바르가스 요사와 존 르 카레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그가 5년 만에 다시 내놓은 두 번째 작품 <언어의 7번째 기능> 역시 프랑스 FNAC 소설상과 엥테랄리에 상을 받으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부르디외와 허쉬먼이 친했군요 ㅎㅎ 왠지 삐따기로서의 결이 어울릴 것 같기도요. 잘은 모르지만~
19장에서는 왠지 모르게 미주재단의 현장 프로젝트 진행자에 빙의되어 뭔가 벅차올랐어요. 현장과 계량화된 목표 수치 사이의 괴리에서 좌절하고있던 그들에게 허시먼의 보고서 - 부수적인 효과를 보라,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성취된 것을 간과하지 말라, 결과치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개발과 발전이 없었던 건 아니다 - 는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지.. 아무리 알고있던 사실이라도 허시먼의 말과 글을 통해 그것을 확인받았을때의 동기부여는 엄청났을 거예요. 예~전에 해외 개발 프로젝트 평가할 일이 있었는데,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더 좋은 평가서를 제출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갑자기 일이 터져서 3월엔 이 공간에 구절 나눔은 못했는데요 ㅠㅠ 혼자 조용히 출퇴근길에 열독하고 있습니다~ 지금 16장 읽고 있는데요. 빨리 일정대로 다 읽고 4월 벽돌책도 동행할게요~^^
@Kimjin 님, 메모가 안 보여서 바쁘신가 보다 했어요. 분책해서 출퇴근길 열독하시고 계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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