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오늘날에는 ‘경제 행위자’가 흔히 정보처리자로 간주된다. 우리는 시장을 기계로 보는 관점에서 행위자 자체를 기계로 보는 관점으로 이동했고, 이는 경제학을 ‘과학’의 위치에 등극시켰다. 하지만 허시먼은 이것을 불운한 전환이라고 보았으며, 경제적 주체를 이해하는 또다른, 그러나 결국에는 사그라들고 말았던 원천을 발굴하고자 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6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17장은 조금 뜬금없긴 했는데(건강한 신체가 내뿜는 우아한 매력) 재미는 있었어요. (사진 다시 찾아봄...)
저도 조금 뜬금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힘든 16장과 18장을 위한 배려?인가 싶었습니다
내가 취재하면서 만난 여성 중 상당수가 허시먼이 어느 모임에서든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빠르게 찾아냈으며 별 어려움 없이 적절한 소재를 찾아 대화를 이끌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림, 최근 출간된 책, 상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등 대화 소재는 무궁무진했다. 어차피 대화를 해야 하는 자리라면 미학적 유쾌함으로 그 대화를 조금 더 치장해서 나쁠 거야 없지 않겠는가?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7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앨버트가 옷을 대충 입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의 세련된 차림새는 대번 눈에 띌 정도였는데, 옷을 입고 있는 그의 신체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옷 자체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컬럼비아대학의 대학원생들은 브룩스브라더스에서 판매하는 셔츠와 재킷이 그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에 감탄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7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숙명주의는 종국에는 반대쪽을 유리하게 만드는 '이데올로기적인 덫' 이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966,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 뒤에는 실망의 긴흔적이 남았다. 실망은 희망의 짝궁이었고 희망의 필수불가결한 쌍둥이였다. 실망은 가능주의자라면 꼭 생각해야하는 요인이었다. 후회 와 실망은 단순히 실수에서 발생하는 결과가 아니였다.그것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는 높은 기대를 가지고 수행된 활동의 결과다. 허시먼은 이 세상에서 실망을 없애기보다는 실망의 필요성에 관심을 불어일으키려고 했다. 불만족과 후회라는 요인을 포함하지 않는 이론을 추구하다가는 희망 또한 제거해 버리게 될 터였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975,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민주주의에서 투표는 모든 시민이 공적인 의사결정의 이해당사자가 되게 만든다. 이와 동시에 투표는 시민 참여의 정도에 상한선을 긋는다. 표를 행사하는 행위로는 확신의 '강도'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978,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모시모시 @FiveJ 뜬금 없다기보다는, 허시먼이라는 문제적 인물의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 꼭 필요한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물론 힘든 16장과 18장 사이에 배치한 건 편집자의 탁월한 개입 아닐까 싶어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화요일(3월 26일)은 17장 '건강한 신체가 내뿜는 우아한 매력'과 18장 '정치와 경제를 관통하는 집합행동 이론(1977~82)'를 읽습니다. 17장은 허시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소품 같은 장이라서 금세 읽을 수 있고요. 18장은 16장 만큼이나 밀도가 높은 장이지만, 또 중요한 장이기도 합니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행 중인 집합행동의 몰락과 그에 대한 회의가 커지는 상황에서 허시먼의 노력은 오히려 현재적 의미가 크다는 생각입니다.
@FiveJ @모시모시 @YG, 저는 17장을 저자 애덜먼이 주는 “막간 서비스”라고 이해했어요. 계속 휘몰아치는 밀도높은 챕터들 사이에서 독자가 나가 떨어질까봐 붙들어 두려는 의도? 정말이지 16장 다 읽을 무렵엔 와, 3월 한달동안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소설 한 권도 안 읽었어, 이게 사는거냐? 막 이렇게 되더라구요? 뭐, 책 덥석덥석 안 사게 되니까 그건 좋은 건 같고.. (뭐라는 거임..) 허시먼이 물구나무 서는 이야기 계속 나오는 건 좀 웃겨요. 왜 자꾸 물구나무 섰다는 말 반복하시지? 요즘 유행하는 저속노화의 비책 중 하나로 물구나무 들어갑니까?
참참참, 14장에 나온 레온 페스팅거의 <When Prophecy Fails 예언이 끝났을 때> 이 책 찾아보신 분 계신가요? 설명보고 궁금해져서 찾아봤는데, 진짜 더 궁금해졌어요. 세상 종말을 외치는 컬트 집단에 연구자 직접 들어가 참여관찰 연구를 한 건데, 이걸 바탕으로 인지부조화 이론을 만들었다고.. 완전 궁금한데 출판된지 오래된 게 쫌 걸림 (1950년대).
예언이 끝났을 때 - 세상의 멸망을 예언했던 현대의 어느 집단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연구특정일에 홍수가 일어날 것이고, 자신들은 외계의 존재가 와서 안전하게 데려갈 것이라 예언했던 어느 종교 집단을 참여관찰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책에서도 언급한 대로 '인지 부조화' 개념을 끌어낸 사례 연구에 대한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고요. 저는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미 주목하셨겠지만, 똑같이 김승진 선생님이 번역했어요.
아, 고전입니까? 어쩐지 딱 보는 순간 너무 재미있겠더라구요!
다른 책에서 이 연구를 사례로 언급한 건 많이 봤는데 오리지널이라니(!) 저도 엄청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ㅋㅋㅋㅋ
고전은 오리지널로 봐야 제 맛이죠!
무임승차나 공공재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여기에 이론이 있었는지는 몰랐네요 — 올슨의 <집단행동 이론>— 와, 진짜 배움엔 끝이 없다..
최근에 나온 신간을 살펴보다가 거기서 올슨의 이론을 아주 중요하게 취급하면서 우리 허시먼 옹은 아예 언급도 안 했더라고요.ㅠ. 괜히 속상함. 이렇게 '빠'가 되는 건가, 하고 잠시 웃었어요.
정치는 왜 실패하는가 - 분열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문제 제기‘정치는 왜 우리의 삶과 세상을 더 낫게 바꾸지 못했을까?’ 물론 냉소, 정치 혐오와는 철저하게 거리를 둔다. 그 반대다. 정치에 희망에 있기에, 정치가 실패해온 이유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오, 이 책 목차 보니 재미있겠는데요? (정신차려, 아직 앨버트 허시먼 안 끝났어!!)
18장은 <참여의 시계추 운동>에 대한 이야기인데, 여지껏 설명을 잘 해나가던 제레미 애덜먼도 여기에 와선 촛점을 잘 맞추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애덜먼이 “허시먼이 이러저러하게 이론을 만들어 놓았는데 일이 너어어어무 많고 바빠서 측정도구도 없고 검증된 사례도 별로 없답니다.” 이렇게 툭 던져주면서, 니들이 측정도구도 만들고 사례도 모아모아서 이 이론을 키워 볼래? 하는 듯한 분위기? 개인적으로는 18장을 읽으면서 그동안 암시적으로 파악했던 인간 허시먼의 약점이나 기질들이 (애덜먼이 그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도 했고) 모두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좀 정리해 보자면 (프티 이데 모음인가..), (1) 강의 스트레스 - 허시먼은 사적인 자리의 대화에서나 전 세계 곳곳에서 열렸던 대규모 강연에서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왜 유독 학생들 대상의 강의에서만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는데요. 추측컨데, 허시먼은 자신의 지식을 수평적으로 전달하거나 전달받는 것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오히려 상당히 즐겼던 것 같고요. 문제는, 자신의 지식을 수직적으로 전달할 때, 복잡한 이론을 더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듯 합니다. 전문가가 입문자/초보자를 대할 때 겪는 어려움이 허시먼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일으킨 게 아닐까 합니다. 허시먼은 학생지도나 학생과의 교류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2) 자신의 깊은 곳에 자리잡은 아픔, 상처, 죄책감 등을 밖으로 절대 드러내지 않는 면모를 보입니다. 마음 깊이 깊이 내려가 묻어두고 자물쇠로 봉인해버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에 소개된 2개 일화가 기억에 남는데요, 하나는 다른 사람들은 물론 새러에게도 마르세이유 시절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 아마도 그 시절 어쩔 수 없이 저질렀던 불법 행위들에 대한 부끄러움 혹은 죄책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는 16장에서 나온 훔친 자전거로 도망친 이야기 —> 절박한 상황인지라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텐데, (허시먼의 언어를 빌리자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신성한 이기주의의 발현”인 이 문제도 허시먼에게는 꽤나 큰 죄책감으로 남은 듯 합니다. 이런 부분을 자기자신이 “인식”하고 있었던 점은 대단합니다. (3) 외골수/옹고집 학자의 면모 - 이건 약간 의외이긴 한데, (특히 학계의) 비판에 유연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입니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라는 자세를 줄곧 유지하시더군요. 그런 성격도 있겠고, 아무래도 경제학계에서 주류가 아니다 보니 오랜 기간 방어적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심지어 상대방의 비판이 타당하다고 인정할 때마저 자신의 주장을 수정하지 않는 뚝심을 발휘하십니다?! (4) 왜 주류 경제학자들과는 협업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 학제간의 협업에는 오픈되어 있었고 비슷한 방향을 지향하는 학자들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인 반면, 다른 연구 방법론을 구사하는 학자들 혹은 주류 경제학자들과의 협업에는 인색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경제학계의 손실이라고 볼 수도 있을텐데요, 허시먼의 이론 중 어떤 것들은 서로 다른 연구방법론을 결합시켰을 때 (통계적 접근법 + 참여관찰법), 더 단단해질 여지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예를 들면, 이탈, 발언, 충성심같은 이론). 만나면 대판 싸우고 철전지 원수로 남을까봐 서로 피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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