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어떻게 살 것인가』의 가장 끝에 나온 감동적인 인용문이었죠! 이렇게 벽돌 책과 벽돌 책이 얽히니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 저도 이 부분 밑줄 했는데...
사회적ㆍ경제적 사안들에 대해 책을 펴내는 프로젝트는 대개 두 가지이다. 하나는 “책을 쓰는 일에 착수하기 전에 저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이 유의미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거나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이 답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그것에 대해 책을 쓰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저자가 아직 답을 알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책을 써야만 해소될 수 있을 정도로 그 문제를 밀도 있게 연구해 보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되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처음에 생각한 답에 집중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답이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아주 많은 문제에 대해 답이 된다는 확신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질문에서 시작하는 후자의 경우에는 답을 확신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하나의 답이 아니라 다양한 답들을 발견하게 된다.” 《진보를 향한 여정》을 마무리하던 무렵 허시먼이 적어 놓은 이런 메모를 보면, 그가 둘 중 어느 쪽이었는지는 분명하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2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저마다 자신이 ‘근본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설명에 따라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허시먼은 ‘해결책’의 범위가 원래의 문제[인플레이션]를 훌쩍 뛰어넘어 너무 멀리까지 나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러한 문제해결 방식은 일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꼬이게 만들 위험이 커 보였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2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린드블룸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것의 원인을 알아야만 한다고 보는 널리 퍼진 가정"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가정은 정책 결정자들이 자신이 내리는 처방을 확신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의 정보와 지식을 확보하고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2장 라틴아메리카의 개혁과들과 더불어(1958-62) 631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참, 11장에서 등장하는 토머스 셸링은 우리가 2월에 읽었던 벽돌 책 『경제학자의 시대』 7장 '경제학이 계산한 생명의 가치'에서 생명을 달러 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을 고안한 경제학자로 등장한 것 혹시 기억나시나요? 에펠바움은 셸링의 업적의 양과 음을 비교적 균형 있게 서술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허시먼보다 여섯 살 어렸던 셸링은 그의 학문적 의의를 누구보다도 먼저 간파한 동료였고, 또 계속해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제학계의 동료 역할로 이 책에서 등장합니다. 그는 게임 이론을 통해서 갈등과 협력의 이해를 증진시킨 공으로 2005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합니다(2016년 타계.) 국내에서는 그의 주저 두 권이 번역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도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참, 셸링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4년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의 시나리오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준 경제학자로도 알려져 있어요. :)
갈등의 전략 - 노벨경제학상에 빛나는 게임이론의 바이블, 노벨경제학상 수상작
미시동기와 거시행동 - 작은 동기와 선택은 어떻게 커다란 현상이 될까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토머스 셸링의 대표작. 지난 30여 년간 경제학자와 정치학자, 정책결정권자와 논평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기념비적 저서다. 경제학의 틀을 넘어 사회학, 심리학 등으로 시각을 확장해, 개인의 작은 동기와 선택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결합되어 의도치 않은 중대한 결과를 낳는지 알려준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미 공군의 잭 리퍼 장군은 공산주의자들이 미국인의 신성한 혈통을 오염시킬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핵폭격기를 출격시킨다. 미국 대통령은 절대절명의 위기를 해결 하기 위해 자문회를 소집하는데, 그 자리에서 소련 대사는 만일 소련이 핵공격을 당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이 파멸되는 운명의 날이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 나치주의자였던 천재 과학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핵무기에 지구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사실이 너무 명백하므로 핵무기로 상황을 대응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과연 폭격기는 제 시간에 제거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잭 리퍼 장군이 전세계를 파멸시키는데 성공 할 것인가?
허시먼은 누나(우르줄라)에게 이렇게 전했다. "(토론을 하고 나니) 토머스 셸링이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걸 알겠어. 무서울 정도라니까? 그는 경제학에서 조금 동떨어져서 이제는 외교 정책과 평화 전략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셸링은 사회 변동의 동력을 보려면 사람들이 구사하는 전략의 차이에 주목해야 하며, 이론들의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그리 의미가 없다고 보았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594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허시먼은 개혁이란 변화를 강제하고 추동해낼 수 있는 긴장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변화는 긴장에 의해 동력을 얻으며, 긴장이 없으면 변화는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될 터였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603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허시먼은 여러 유형의 개혁가를 구분했다. (…) "무언가가 실제로 잘못되었기 때문에 바꾸려는 사람"이 한 유형이라면, "현재의 상황이 참을 수 없고 재앙적인 미래를 가져오리하는 인식 때문에 현 상황을 바꾸려는 사람"이 또 한 유형이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603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참, 저는 이 책을 읽고서 처음 알았던 지식인데. 저도 많이 사용하고 기사에도 많이 등장하는 '연관 효과'. 이 말을 허시먼이 처음 고안해서 사용한 것 다들 알고 계셨나요?
'연관 효과'라는 개념은 허시먼이 경제학 이론에 남긴 중대한 공헌 중 하나이다. 연관 효과에는 전방 연관 효과와 후방 연관 효과가 있다. 전방 연관 효과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제품의 정교화나 마케팅 등과 관련된 경제 활동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하고, 후방 연관 효과는 제품을 만들고 다루는 데 들어가는 투입 요소에서 발생하는 연관 효과를 의미한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하나의 산업이나 분야를 추동하면 그것이 긴장과 희소성을 촉발시켜서 그 분야와 연관된 다른 산업이나 분야에서도 수익성 있는 사업 기회를 창출하게 된다는것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611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이 부분 저도 밑줄 쳐두었어요. 거셴크론의 “후진성”개념만큼 놀란 건 아니지만, 오 신선한데~ 했어요.
네 <권력과 진보>(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저)에서도 전후방 연관효과가 중요한 개념인데 허시먼이 처음 고안했다는 것은 책을 읽고 알게 됐습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생산성 향상을 충분히 크게 일으킬 때 그리고 전후방 연관효과(제품의 고객쪽 산업 분야에서 나타나는 연관효과를 전방 연관효과, 투입 요소 공급 쪽에서 나타나는 연관효과를 후방 연관효과라고 부른다)를 통해 여타 영역에서 노동 수요를 자극할 때 생산성 밴드왜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권력과 진보. 7장. 투쟁으로 점철된 경로. 319쪽
아, 말씀해 주신 부분 저도 기억납니다. 9월 벽돌 책 『권력과 진보』에서도 전후방 연관 효과가 중요하게 다뤄졌었네요. :)
오호, 제가 3장에서 멈춰 있는 <권력과 진보>에도 연관효과가 출현했었군요? <권력과 진보>랑 <위어드> 벽돌책 모임에 도전했다가, 독서모임이 처음이라 호흡도 못맞추고 시간관리에도 실패해서 초반에 미끄러져 나갔어요.. 저는 초반에 흐름을 놓치면 그냥 중단해버리게 되고 모임방에도 오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야기 님처럼 댓글 다 읽으시며 한꺼번에 많은 분량을 따라 오시는 분이 대단하게 보여요. 이 책은 11장까지만해도 웬만한 책들보다 분량 너무 많아..
허시먼은 정말로 『진보를 향한 여정』이 체 게바라의 베스트셀러 『게릴라전』에 맞서는 균형추가 되길 바랐다. “혁명과 개혁을 가르는 경직된 이분법을 깨고,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이 두 가지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 보이는 것”이 허시먼의 목적이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669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제가 대학 다닐 적에 체 게바라 티셔츠가 한때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어요. 일종의 폼이었는데; 그런 티를 입고서 혁명 얘기를 하는 선배를 세미나 자리에서 볼 때마다 저는 속으로 (때로는 대놓고) 이런 생각을 했었답니다. '대한민국에 밀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가전이라도 할 건가? 도대체 체 게바라의 게릴라전이 한국 사회를 좋게 만드는 데에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제가 무서웠던 것은 실제로 그런 게릴라전이 되면 책 읽기나 좋아하는 저는 분명히 빨리 죽으리라는 거였죠;;;
체 게바라는 이념, 이론, 사상, 행동보다는 이미지로 한몫하는 거 아닐까요? 60년대에는 그렇게 이미지로 승부보는 아이콘이 유독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예를 들면, 젊음의 상징 제임스 딘. ㅎㅎ
맞아요. 요즘에는 '체 게바라' 이름을 아는 대학생도 드물겠지만, 한때는 그의 평전이 엄청 인기가 많았어요. (아, 요즘 대학생을 너무 무시하는 발언인가 싶기도.)
체 게바라 평전베스트셀러 <체 게바라 평전>의 개정판. 670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은 그야말로 '체 게바라 전기의 최종판'이라 부를 만하다.
체 게바라 열풍을 포함한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포획된 혁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다음 책이 최고였죠. 조지프 히스의 책 가운데는 『혁명을 팝니다』 외에도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도 재미있어요. 저는 히스와 『혁명을 팝니다』를 함께 쓴 철학자 앤드류 포터의 『진정성이라는 거짓말』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 번씩 살펴보세요!
혁명을 팝니다이 책에서 저자는 수십 년에 걸친 반문화 반란이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 것은 반문화 사상이 기대는 사회 이론이 허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반문화의 신화를 뿌리내리게 한 요인인 프로이트 심리학 비판에서 프랑스의 포스트모더니즘 비판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저자들은 반문화야말로 자본주의 경제를 밀고 가는 가장 큰 추동력이라고 반박한다. 히피들이 저항의 상징으로 채택했던 스타일이 곧바로 광고와 쇼윈도우에 등장하고, 섹스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있나? 임금은 반드시 평등하게 받아야 하나? 시장과 자본을 예찬하기에 바쁜 우파와 별 대책 없이 반대만 하는 좌파는 서로가 각자의 주장을 펼치며 경제학을 논하기 바쁘다. &lt;혁명을 팝니다&gt;로 잘 알려진 철학과 교수, 조지프 히스는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에서 좌파와 우파가 모두 경제적인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데도 서로 눈치 채지 못한 채 제 주장만 한다고 꼬집는다. 총2부로 구성된 본문은 혼동으로 인해 초래되는 오류를 다룬다. 1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 진정한 나를 찾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통렬한 사회비평으로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바를 사정없이 흔드는, 캐나다의 젊은 철학자 앤드류 포터. 전작 『혁명을 팝니다』에서 저항의 상징 ‘반문화’의 이면을 들춰낸 데 이어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에서 이 시대 최후의 보루 ‘진정성’의 민낯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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