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최적의 위기'란 변화를 강제할 수 있을 만큼은 크지만 그 변화를 끌고 나갈 수단까지 무력화시킬 만큼은 크지 않은 충격을 일컫는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485~486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YG 님 죄송한데... 13장일 읽는 중에 '숨기는 손'에 대해 관심이 생겼습니다. 허시먼이 제시한 개념도 무척이나 흥미롭구요. 프로젝트의 위험을 회피하는 사람조차도 행동에 나서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숨기는 손'. 혹시 원문에는 어떻게 표현이 되어 있을까요? p.709 두번째 단락에 나옵니다.
안녕하세요 '숨기는 손'은 원문에 보니 'hiding hand'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동태적인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허시먼은 1장에서 '숨기는 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덜컹거리면서도 성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과정 뒤에서 작용하는 모호한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To capture this dynamic, the first chapter coined a term, the Hiding Hand, to convey the elusive dynamics behind the process of "stumbling into achievement" that so fascinated him)
저도 영어로는 어떤 용어인지 궁금해져서 급 원서 구매를 해서 확인해봤습니다. 매일 진도에 맞춰 꾸준히 따라가지 못해서 글만 읽고 있었는데 처음 글 올리네요. 책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오, 애덤 스미스의 “The Invisible Hand” 자매품으로 허시먼이 새로 만든 용어인가 보네요? 숨기는 손 - 뭔가 역동적이다.. 손동작 따라하고 싶네요.
@롱기누스 @쓰임다 님께서 수고를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허시먼은 새로운 용어 만들기의 달인! :)
감사합니다. ^^*
무엇이 '충성심'을 구성하고 갉아먹는지를 평생에 걸쳐 연구하게 되는 허시먼에게 충성심에 대한 의심이 계속 따라다녔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9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8, 9장에는 그동안 몰랐던 흥미로운 깨알정보들이 많았습니다. “한 세대 전 베를린에서는 모든 가정에 보모가 있었지만” —> 네에? 모든 가정에 보모? “이 곳에서는 거의 없거나 비쌌다” —> 미국도 남부에서는 흑인 보모들이 많이 있었을텐데.. 캐슬린 스토킷의 <헬프>라는 소설과 영화도 배경이 1960년대이고.. 마셜 플랜이 발표된 것이 하버드대 졸업 식장이었다는 것- 찾아보니 Marshall’s speech가 유명한 거였군요! 졸업식장에서 이런 지루한 연설을 하다니 하버드 1947년도 졸업생들 불쌍 ㅠㅠ (그들은 즐겼을라나?) 허시먼이 집을 구하려고 지역신문에 시를 써서 보낸 것도, 그렇게 낸 광고로 집이 턱 구해지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 요즘이라면 어림없지 않을까요? 그 시대의 낭만인가.. “슈퍼 파워”가 일상 단어가 아니라 전문 용어였다니.. “‘상호 방위’가 ”경제 협력‘을 밀어냈다.“ —> 1950년에 일어난 한국전쟁으로 군비 지출에 늘어난 것이 허시먼에게는 악재로 작용했군요! “허시먼은 프랑스가 유럽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다른 유럽 국가에서 돌 날라오는 소리 들립니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두 개의 다른 위기보다 하나의 큰 위기'를 갖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나의 큰 위기는 분절적인 작은 위기들로는 추동해 낼 수 없는 방식으로 정부가 적폐와 장애물들을 털어버리고 재정비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몇 년 뒤에 허시먼은 남미의 위기를 연구하면서도 이와 비슷한 '최적의 위기' 개념을 제시한다. '최적의 위기'란 변화를 강제할 수 있을 만큼은 크지만 그 변화를 끌고 나갈 수단까지 무력화시킬 만큼은 크지 않은 충격을 일컫는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따라가고 있는데 이제 7장까지 읽었습니다 몽테뉴가 나와서 너무 반가웠고 지난번에도 수상록을 읽어봐야지 했는데 허시먼이 책을 딱한권만 가져가라면 수상록을 고른다고 하니 더 읽고 싶어졌습니다 5장에서 이제 이름이 익숙한 앨버투 허시먼으로 정해져서 좋았답니다 그전에는 가끔 여러이름으로 바꿔불러서 헷갈릴때가 있었습니다 6장 허시먼의 사상을 자세히 알수 있었고 책의 반응이 안좋은게 아쉽긴합니다 7장은 군대 이야기인데 책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다른곳으로 갈때 한권에 책을 챙겼는데 군주론인것도 인상깊고 카프카 책은 전집은 아니더라도 소송은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내분이 임신안되어 속상했는데 잘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이후로 잘풀렸음 하는데 고난이 더 기다리고 있다하니 계속 읽어봐야 겠습니다
음, 글쌔 ...우리도 그렇게 분명한 목적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건 우리도 알고 있어.아이들을 위한 계획도 생각해야 하고 말이야. 하.지.만 어쩐지 우리 둘 다 무엇이 가장 좋은지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해. 그리고 현재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현재가 견고하고 좋으면, 그것이야말로 미래에 대해 어떤 계획보다 좋은 기반이 되어 줄 테니까.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0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목요일(3월 14일)은 10장 '숙고하는 활동가를 맥혹한 콜롬비아 현장(1952~56)'를 읽습니다. 갑작스럽게 독일-프랑스-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미국-전쟁-미국에 이어서 콜롬비아에서 개발 경제학자-외부 자문 전문가-컨설턴트의 경력을 쌓아가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의 허시먼의 삶이 그려집니다. (이 시점부터는 허시먼의 나이를 한 번씩 환기하는 것도 중요할 듯해요.) 11장에서 자세히 설명되는 그의 주류와는 거리를 둔 독창적인 개발 이론의 골격이 만들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역설적으로 콜롬비아에서 허시먼과 그 가족의 삶이 가장 즐겁고 평온한 시기였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는 거리를 두고 조망하는 사람이 갖는 '경험과 먼(experience-distant)' 개념을 잠시 접어두고 '경험과 가까운(experience-near)' 지식을 추구했다. 경험과 가까운 지식이란 '행동하는 사람'이 그 행동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통찰을 의미한다('경험과 먼' '경험과 가까운'이라는 표현은 훗날 허시먼의 절친한 동료가 된 클리퍼드 기어츠가 제시한 용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527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여기서 언급되는 클리퍼드 기어츠(1926~2006)는 현대 인류학의 구루 같은 존재죠. 20세기 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류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아도 무리가 아닌 분입니다. 나중에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허시먼과 가장 친한 친구이자 함께 사회과학을 혁신하는 학문적 동지로 등장하게 됩니다.
문화의 해석모두 열다섯 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으로, 제1장 "중층 기술 : 해석적 문화이론을 향하여"를 제외한 나머지 열네 편의 논문은 1957년부터 1972년에 걸쳐 이미 발표했던 것을 다시 옮긴 것이다. 저자 자신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15년에 걸쳐 발전시킨 기어츠의 문화이론을 축약하고 있는 이 열다섯 편의 논문에서 우리는 20세기 사회사상사의 몇 가지 흐름을 추적해낼 수 있다.(- '역자 서문'에서)
극장국가 느가라 - 19세기 발리의 정치체제를 통해서 본 권력의 본질국가란 무엇이며 권력과 정치란 무엇인가? 또 이들의 목적은 무엇인가? 여기에 문화는 어떻게 개입해 있는가? 기성 정치 이론의 편견과 오류를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인간 활동의 본질을 파고든 역작.
농업의 내향적 정교화 - 인도네시아의 생태적 변화 과정20세기 문화인류학계의 대표적 학자, 기어츠의 두 번째 번역서. <문화의 해석> 의 저자 클리퍼드 기어츠가 인도네시아에서의 현지조사와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농업, 환경, 경제 발전의 인과관계를 규명한 책. 인도네시아의 독특한 농업환경과 네덜란드 식민지경제 체제가 만나 경제 발전 및 문화에 미친 영향과 그 결과를 분석하였다.
저자로서의 인류학자 - 레비스트로스, 에번스프리처드, 말리노프스키, 베네딕트20세기 후반 해석인류학과 상징인류학을 이끌었던 클리퍼드 기어츠의 후기 대표작. 기존의 인류학이 문화를 과학적으로 조사해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방안에 몰두해왔다면, 이 책은 세계정세가 변화함에 따라 달라지고 있고 달라져야 하는 인류학의 성격을 메타적으로 성찰한다.
나중에 20장에서 허시먼의 프리스턴 고등연구소 은퇴 기념 만찬에서 기어츠가 이렇게 말합니다. 둘 사이가 어땠는지 짐작해보시라고 미리 옮겨둡니다. "우리는 지적이고 학구적인 친구들의 모임입니다. 고대 그리스에 존재했었다는 모임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모임을 동경하지만 오늘날의 학계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지요. 나에게는 앨버트보다 더 친밀하고 존경하는 지적인 친구도, 또 개인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나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도 없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었다면 이런 관계를 '사랑'이라고 불렀을 테지요. 이제 그리스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와 버린 우리에게는 그런 것이 거의 허용되지 않지만요." (1058~1059쪽)
알렉산더 거센크론은 진보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가는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경로로 발전하거나 아니면 실패하거나 둘 중 하나로만 가는 것이 아니었다. 거센크론에 따르면 마르크스주의가 말하는 '발전의 단계'도, (마르크스주의와 대척되는) 근대화론이 말하는 '발전의 단계'도, 틀린 이론이었다. 이런 이론들은 뒤의 단계가 앞의 단계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즉 후진성이란 어느 사회가 진보를 이루려면 선결조건으로 먼저 제거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었다. 후진성이 숨겨진 장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성장의 속도를 앞당기고자 하는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변화의 이데올로기를 양성할 수도 있으며,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제도(예를 들어 강력한 권한을 갖는 국가 기구)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또한 후발 주자들은 선진 사회가 기존의 공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치중하는 동안 그 단계를 아예 건너뛰고 나중 단계로 도약할 수도 있었다. 즉 후진성은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었다. 당시에 이는 전적으로 새로운 주장이었고 허시먼의 눈을 번쩍 띄워 주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535~536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거센크론의 이 “후진성” 개념 - 지금까지 읽은 부분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론이었어요. 이미 경제학 분야에서는 낡은 이론인데 제가 뒤늦게 깜짝 놀랐을 수도 있지만, 정말 인상적이어서 하이라이트에 메모도 달아 두었습니다. 와- 놀랐어요..
이 책은 거의 이야기로 읽는 <개발 경제학> 수업같아요. 관련 내용들이 계속 나오는데 이렇게 맥락 속에서 읽으니까 대략 개념이 잡히네요. (사실 십수년 전 학교 다닐때 저 과목 들었는데 몇몇 이름만 익숙할 뿐 머리에 남아있는게 하나도 없......)
후진성이 부채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본 관점의 전환이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학파에서 주장하던 긴장과 불안, 불확실성 등을 단순히 제거해야할 요인으로 보는 것이 아닌 그것을 인정하고 내재화하여 개혁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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