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전기는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존재하는 것과 부재하는 것을 혼합하는 것이며, 한 사람의 인생에 있을 수 있었던 '가지 않은 길', 우연히 생긴 일, 어쩌면 생길 수도 있었을 일,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가능성들 중에서 극히 일부분만 재구성할 수 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하마이오니 리) 42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인간을 '완벽해질 수 있는 존재'로 보지 않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존재'로 보았다면 어땠을까? 허시먼은 우리의 상상력이 전자에만 치중한 나머지 후자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거나 기껏해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정도로 치부하는 것을 애석해했다. (…) 허시먼은 유토피아주의자와 숙명주의자 모두 양자택일식 주장을 펴면서 사회가 달성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기대와 그것의 실패가 초래하는 극심한 절망 사이를 미친 듯이 오가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48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개인적으로 정말 공감을 많이 한 대목입니다. 인간을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존재'로 보는 태도.
사람은 바뀔 수 있는가란 질문에 상당히 회의적인 편인데요 - 사람이 변하는 게 쉽냐, 뭐 이런 생각을 자주하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타고난 기질은 바뀌기 힘들다고 생각할 때도 많구요. 세상에 넘쳐나는 ‘나를 바꾸는 방법 몇가지’에 대한 말들도 죄다 시큰둥하고.. 그런데, 루이즈 페니 소설 속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어요 (이런 순간 흔치 않습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이 변하기는 쉽지 않지만, 성장할 수는 있다.”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완벽해질 순 없어도 조금 더 나아질 순 있는 존재”란 말은 결국, 우리 모두는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존재란 말 같아요. 하루아침에 새로 태어난 듯 변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건 가능할 것 같은 느낌.
한번에 변할 순 없지만 성장할 수는 있다는 메시지... 멋진 말이네요. 가능주의!
가능주의!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성장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면 이 명제 역시 다시 생각하게 만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 좋은 문장입니다. 인간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발전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완벽함에 대한 경계 그리고 회의. 책을 읽으면서 허시먼에게 점점 빠져드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상황을 '어떻게 관찰하는가'는 우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회와 제약의 세계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며, 적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내러티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85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모시모시 @YG 양육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제가 1, 2장에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 중 하나가 앨버트 허시먼이 다닌 학교였거든요? - 프랑스 김나지움. 독일계 유대인이라는 공통점때문에 자연스럽게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에서 읽은 오펜하이머랑 비교가 되더라구요. 자유롭게 탐구하는 에티컬 컬처 스쿨에서의 경험이 오펜하이머의 세계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처럼, 프랑스 김나지움이 앨버트 허시먼에게 코즈모폴리턴 정신이 불어 넣어준 부분이요. 이게 유명한 인물 평전의 단골 클리셰같은 건지, 진짜로 평생 중대한 영향을 미친 대목인지 궁금했어요. “포츠담 칙령(1685년)으로 설립된 프랑스 김나지움은 [종교 박해를 피해] 프랑스에서 도망친 위그노교도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프로이센의 관용과 포용의 상징으로서, 프랑스 김나지움은 학생들에게 코즈모폴리턴적인 정신을 불어넣어 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19세 기 후반에는 유대인 학생도 점점 많아져서 1834년에서 1933년 사이의 졸업생 1000명 중 3분의 1 이상이 유대인 이었다.”
그는 가능주의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단어는 "쾌락은 실망을 주지만 가능성은 절대로 실망을 주지 않는다"는 쇠렌 키르케고르의 유명한 경구를 차용해 자신의 기질을 드러낸 것이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 27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사실 그 세대 지식인 대부분이(일례로 허시먼보다 몇 살 많은 한나 아렌트만 보더라도) 희망보다는 우려, 기회보다는 재앙의 이유를 먼저 발견했다. (……) 대체로 사회과학은 주어진 조건들을 변수로 놓고 거기에서 확률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아보는 데 치중하고 있었는데, 이런 식의 연구는 대부분의 국가가 빈곤, 저개발, 독재 등의 당면 문제를 그 국가 스스로의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결론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이런 접근방법은 '상상력'에 많은 여지를 남겨 주지 않았고, 학자가 된다는 것이 학문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허시먼은 사건이 변칙적이거나 일탈적이거나 뒤집힌 순서로 전개될 가능성들을 생각해 보고 그것을 잠재적 경로로서 그려 볼 수 있도록 연구자의 상상력을 재설정해 줄 사회과학을 만들고 싶었다. 미래의 역사가 나아갈 수 있는 대안적 경로에 여지를 열어 줄 다양한 조합들을 탐색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28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그는 현대사회에서 공공 사안에 대한 주장들이 '어떤 형태로' 개진되고 있는지를 연구해 마지막 주요 저서인 《반동의 화법》[한국어판: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을 펴냈다. 이 책에서 허시먼은 경직적이고 비타협적인 형태의 주장들이 선택지와 대안의 범위를 좁혀버림으로써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정치와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포착한 주장이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 31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허시먼의 저술에는 사회과학을 문학으로서 풀어내고자 한 노력이 드러나 있다. 그 결과, 문학과 사회과학이 점점 단절되던 추세 속에서 허시먼은 매우 독창적인 문체와 내용을 선보이는 저자로 자리매김될 수 있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 38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과도하게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것, 시야를 좁혀 버리는 것, 방법론적 기교와 전문용어에 통달한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연구[엄정하게 증명하기]와 담론[말로 설파하기]사이를 가로지르며 얻을 수 있는 활력을 잊어버리는 것과 같은 20세기의 추세에 대해,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려 한 것이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 39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확실성을 의심하는 회의주의자로서, 허시먼은 이례적인 현상이나 예기치 못했던 일,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와 같이 학술 논문보다는 문학작품에서 더 쉽게 발견되는 요소들을 선호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45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 20세기를 극단의시대로 보는 견해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혁명 쪽이든 반동 쪽이든 가장 극단적인 사상과 사상가들에게만 관심을 갖는 경향이 생겼다. 하지만 허시먼은 혁명과 반혁명 사이, 제국주의와 민족주의 사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 또 다른 영역이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개혁'의 영역이었다. 유토피아적인 거대 담론들의 틈바구니에서 공격받고 부서지고 숨겨지곤 했던 '개혁의 영역'은, 목적과 지향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합의되어 있지는 않으며, 따라서 무성한 논쟁과 갈등 속에서 변화해 나가는 영역이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47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인간을 '완벽해질 수 있는 존재'로 보지 않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존재'로 보았다면 어땠을까? 허시먼은 우리의 상상력이 전자에만 치중한 나머지 후자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거나 기껏해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정도로 치부하는 것을 애석해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48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앨버트 O. 허시먼의 삶을 읽으면 개혁의 영역이 20세기 지식인들을 지배했던 숭고한 유토피아의 부차적 공간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단적으로, 개혁의 영역은 그 자신도 걸출한 20세기 지식인이었던 허시먼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핵심 주제였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p.49 들어가는 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열여덟 살 생일을 닷새 앞둔 4월 2일, 오토 알베르트는 베를린을 떠났다. 그의 베를린 생활은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허시먼은 1979년에야 여행자로서 베를린 땅을 다시 밟게 된다." (162쪽) 2장의 이 문장이 저는 그렇게 마음에 박히더라고요. 오늘 화요일(3월 5일) 읽을 3장에서는 살기 위해서 10대 중반에 가족을 떠나 프랑스로 건너간 오토의 프랑스 망명 생활이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이곳에서 오토는 평생 자신에게 영향을 줄 중요한 인물 에우제니오 콜로르니와도 인연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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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가는 연간 모임들이지만 언제든 중간 참여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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