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

D-29
바이마르공화국이 수립되면서 독일제국은 막을 내렸지만, 많은 독일인이 이를 [멸망으로 여기기보다는] 독일의 위대함이라는 더 오랜 꿈이 실현된 것으로 여겼다. 드디어 ‘계몽주의의 모델 국가’ 즉 독일 국경 안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관용적인 정치 공동체가 세워졌다고 본 것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바이마르 공화국으로 대표되는 전간기의 베를린 이야기를 읽으며, 대공황이 휩쓸기 직전 1920년대란 과연 어떤 시절이었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20년대의 파리, 20년대의 미국 (The Roaring 20s), 20년대의 러시아, 그리고 20년대의 베를린… 피터 게이의 <바이마르 문화>에서는 “바이마르 공화국은 실현되기를 갈망하던 하나의 이상이었다.”고 하던데, 20년대의 베를린이야말로 모든 게 무너졌지만 새로운 이상이 실현 가능하다고 상상하게 만드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시대의 정치, 문화, 예술 면면을 보면 “우린 이제 현대로 진입하는 중이야”라고 외치는 듯 한데, 눈 앞에 먹구름이 드리운 찰나같은 시절이라 ㅠㅠ 앨버트 허시먼의 가족, 특히 아버지 카를 허시먼에 몰입해서 읽다보니, 유대인을 넘어 독일인으로서 그들이 품었음직한 희망, 계획, 미래 등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것을 아는 21세기인간이라 쓸쓸해졌습니다. 내가 카를 허시먼이었어도 세계시민으로 살게 되는 시절이 눈 앞에 도래했다고, 유대인이라는 좁은 우물에서 빠져 나가야할 시기라고 믿고 행동했을 것 같아요..
바이마르 문화 - 내부자가 된 외부자"바이마르공화국은 짧고 열에 들뜬 것 같지만 매혹적인 삶을 살았다." 이는 2001년에 나온 <바이마르 문화> 노턴판 서문의 첫 문장이다. 이 책은 유럽 근대 사상사와 문화사 분야의 권위자인 피터 게이가 1968년에 펴낸 명저이다.
베를린은 파리만큼 아름답지는 않았고 거대 도로나 역사적인 기념물도 많지 않았으며 19세기 고전주의 건축도 프랑스만큼 웅장하지 않았다. 또한 런던의 제국적 장대함이나 과시적인 화려함도 없었다. 하지만 베를린은 모더니티를 뿜어내고 있었다. 에릭 바이츠는 이를 ‘베를린 모더니즘’이라고 칭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저도 읽으면서 베를린이란 공간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여기 밑줄! (그러나.... 그 찰나의 시간이 지난후.... ㅜㅠ)
저도 1장은 @소피아 님처럼 바이마르 공화국의 이상에 대한 유대인의 기대, 그리고 독일의 계몽 시민으로 통합하기로 한 독일 유대인의 비전과 선택을 마음 아프게 읽었어요. 이미 그 당시에도 서남아시아 한쪽에서는 이스라엘 국가 만들기가 진행 중이었잖아요. 바이마르 공화국의 유대인은 그런 움직임에 회의적이고 심지어는 비웃기도 했을 텐데, 그 선택의 결과가 너무나 끔찍했죠. 공교롭게도, 최근에 읽은 소설이 또 그런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저는 흥미롭게 읽었네요. 조슈아 코언의 『네타냐후』(프시케의숲, 2022년 퓰리처상 수상).
네타냐후 - 2022 퓰리처상 수상작퓰리처상 소설 부문 2022년 수상작 《네타냐후》가 출간되었다. 정체성과 죄책감, 신념을 둘러싼 신랄한 소동극으로, “수준 높은 스타일과 유희적 지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월스트리트 저널》 ‘최고의 책 10’,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최종후보.
이 소설책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제 읽을 책 리스트에 있거든요
@그러믄요 이번 주(3월 4일, 3월 6일)에 '책걸상' 방송 책이기도 한데요. 저는 좋았어요. 책의 소재가 된 결정적 에피소드나 구성도 흥미로웠지만, 저는 책을 읽으면서 유대인의 정체성이나 이스라엘의 역사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제 인물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아버지 벤시몽 네타야후-내세운 소설인가요? 제가 퓰리처상 수상작들을 - 소설, 논픽션 가릴 것 없이 -좋아라하는 데 이것도 장바구니로 - (소동극이라는 게 좀 걸리긴 함 ㅎ)
네, 정확해요. 소설가의 너스레를 옮기자면, 자기가 친하게 지내면서 은퇴 후에 모셨던 원로 영문학자 해럴드 블룸이 언젠가 '야, 내가 재미있는 얘길 해줄까.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 아버지가 미국에서 대학 교수 했던 건 알고 있지? 그 네타냐후 아버지가 어디 대학교 면접 보러 왔을 때 내가 교정 안내한 적이 있잖아. 그때 정말 골 때리는 일이 있었는데. 어쩌고 저쩌고.' 대충 옮기면 이런 일화(뒷담화)를 들려줬었나 봐요. 그 일화를 소재로 소설로 확장한 게 이 작품이랍니다.
식구들의 기억에는 서로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런 점들을 보면 앨버트 O. 허시먼이 나중에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말 중 하나가 떠오른다. 우리가 상황을 ‘어떻게 관찰하는가’는 우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회와 제약의 세계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며, 적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내러티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오토 알베르트는 1932년 1월 29일 졸업시험인 ‘아비투어’를 치렀다. 스피노자의 구절 하나를 해석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우리는 세상에 대해 울거나 웃을 게 아니라 세상을 파악해야 한다.” 훗날 허시먼이 어떤 주제를 연구하게 되는지 알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 이 구절은 그의 졸업시험 출제문으로 더없이 적절해 보인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2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오토 알베르트는 십대 시절부터 부모가 열어 준 여러 문들을 기꺼이 지나갔다. 그 문을 지나 발견하게 될 견해에 부모가 꼭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모는 그런 상황을 감수하더라도 아들에게 최대한 많은 문을 열어 주려고 노력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2장,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가 허시먼의 어린시절을 읽는동안 어떤 부모가 되어야되겠다 어떤 부모가 되지 말아야겠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혼자 장르변경 육아서 읽고있는듯;;;) 자 이제 청년 허시만을 만나보자!!
@롱기누스 허시먼에게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세상을 보는 태도가 아닐까 싶어요, 그건 천천히 또 얘기를 나눠 보면 좋겠습니다.
@모시모시 아, 몇 살인가요? 만 열한 살 동거인과 사는 저도 1장 읽으면서 그런 생각 많이 했었답니다. :)
만6세 여아입니다. ;) ㅎㅎㅎ
@모시모시 아, 이때도 다 지나간다는 위로밖에 드릴 말씀이 없군요. 하하하!
화제로 지정된 대화
3월의 벽돌 책 시작은 잘 하셨나요? '들어가는 글'에서 이미 허시먼의 매력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들이 꽤 될 텐데요. 오늘(3월 4일)은 2장 '나치 집권을 막으려 분투한 청년 사회주의자(1930~33)'를 읽습니다. 나치 집권을 앞둔 시점에서 독일의 여러 정치 세력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입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탄식이 나오는 장면이 많은데요. 그 과정에서 이제 열다섯 살에서 열일곱 살이 되는 오토의 고민과 선택을 간접 경험해 보세요.
앨버트 허시먼은 마르크스와 헤겔의 영향을 받았으되 이들 모두와 대비되는 독자적인 사상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 사상을 우리는 '실천적 관념론' 혹은 '실용적 이상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19-20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허시먼에게 '분리'란 '새로운 조합'의 가능성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능주의(possibilism)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단어는 '쾌락은 실망을 주지만 가능성은 절대로 실망을 주지 않는다'는 쇠렌 키르케고르의 유명한 경구를 차용해 자신의 기질을 드러낸 것이었다. (…) 사실 그 세대 지식인 대부분이(일례로 허시먼보다 몇 살 많은 한나 아렌트만 보더라도) 희망보다는 우려, 기회보다는 재앙의 이유를 먼저 발견했다.
앨버트 허시먼 - 반동에 저항하되 혁명을 의심한 경제사상가 27-28쪽, 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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