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좋은 대학이니...공붓벌레가 1/3이나 있는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책걸상 함께 읽기] #02. <4321>
D-29

바나나

borumis
ㅎㅎㅎ 이 책에서 나온 동네들 Newark, South Orange, Maplewood가 폴 오스터가 성장한 곳이듯 컬럼비아 대학도 폴 오스터가 졸업한 곳이죠. 지금은 절판된 것 같은데 David Denby의 Great Books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에서도 컬럼비아 대학의 유명한 고전 강의에 대해서 나오던데.. 이런 커리큘럼이 참 부러워서 한때 저도 이 Great Books 커리큘럼을 따라 서양고전들을 많이 독학했었죠. 여기 나오는 비니 전통이 무너진 것에 대해서 컬럼비아대학교 사이트에도 나오는데 지금 보니 참 어색한 패션이었네요. ㅎㅎ
https://blogs.cul.columbia.edu/rbml/2018/10/10/columbia-beanies/
그 당시에 post war 세대가 이전 세대의 비합리적인 점을 꿰뚫어보고 저항하듯 지금의 MZ 세대는 또 어떻게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를 변화시킬까요?
여기서 그리고 번역에 대한 폴 오스터의 견해들이 나오는데 오스터와 그의 전 부인 리디아 데이비스도 프랑스 문학작품들 (말라르메/프루스트)을 여럿 번역했죠. 최근 부커 인터내셔널 상 등을 통해 번역된 작품들을 보면 어떤 작품들은 정말 그저 chat GPT나 google translate 정도의 수준을 뛰어넘어 또 다른 창작과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사회의 전면에 뛰어들고 아무리 심도 있게 파고들어도 결국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하듯이 번역 또한 시의 바다에서 물장구 쳐보게는 하나 완전히 깊숙이 빠져들지는 못합니다. 이처럼 퍼거슨은 항상 경계선에 서 있는 느낌인데요. 이는 어떤 헤겔의 변증법적 범주의 전개가능성을 위해 중심적인 것이 아예 결여된 무기력과 무결단의 상태를 보여주는데요. 사회적으로는 class consciousness의 부재, 개인적으로는 자아 정체성의 부재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런 중심의 부재 속에서 중지되어 있는 듯한 어떤 혼돈스러운 현실 속의 질서와 이상, 불가능한 시공간의 정지상태, 이야기 속의 공백같은 느낌을 책 속에서 빠져 있는 페이지로 두 번 표현되는 게 흥미롭습니다. 폴 오스터는 이런 공백 속에 빠져있는, 그리고 4.4에서 나왔던 작품의 사건들 간의 틈새에서 어떤 의미나 이상을 찾아 그저 눈앞에 있는 현실의 순간에 이별을 고하고 더 나아간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을 독자에게 요구한 게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이 두 문단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p. 527
No one, but no one, was ever supposed to be that happy. Ferguson sometimes wondered if he hadn't pulled a fast one on the author of The Book of Terrestrial Life, who was turning the pages too quickly that year and had somehow left the page for those months blank.
p. 531
Words of eloquence have been lost.
It could never end. The sun was stuck in the sky, a page had gone missing from the book, and it would always be summer as long as they didn't breathe too hard or ask for too much, always the summer when they were nineteen and were finally, finally almost, finally perhaps almost on the brink of saying good-bye to the moment when everything was still in front of them.

세바공
잘 생각해 보니… 공부벌래, 운동선수도… 재수없는놈에 포함 아닌가요?? ㅎㅎㅎ 작가님의 단어선택고 그렇고, 문맥상… 다 별로라는 뜻 으로 읽었는데 ㅋㅋㅋ 번역 너무 순화하셨다… 저라면 덩어리/설명충/구토유발자… 라고 했을것 같아요.. 사용하신 단어들의 저급함해맞춰보자면 ㅋㅋㅋㅋ

바나나
덩어리.....ㅋㅋㅋㅋㅋㅋㅋㅋ

오구오구
재수없는 놈 ㅋㅋ 공감되네요
pukes. ㅋ

오구오구
재수탱이들은 국적 세대를 망론하고 있죠 ㅋ 정치인들도 많죠. 요즘 재수탱이 많이 보여요 ㅎ

borumis
안그래도 4.4에서 Two people in one. Or one person in two.라는 부분에서 그가 뉴욕 3부작 등에서 자주 보여준 작가와 주인공과 독자 간의 벽을 허무는 메타픽션의 대표적 기법이 생각났습니다. 어찌 보면 1.0에서부터 4갈래로 나뉘어진 그의 4가지 버전 또한 같은 사람이 여러가지 상황에 의해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는 Four people in one. Or one person in four가 아닐까요?
게다가 그의 두 이야기에서 나온 의미가 이 책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듯 한데요.. 첫번째 이야기에서 Gregor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에피소드에 대해 퍼거슨은 조각조각 사이를 건너뛰는 틈새와 침묵 속에서 독자가 능동적으로 그 조각들을 꿰매어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는 작품을 상상했습니다. (......tell the story of someone's life without telling it as a continuous story, simply jumping in at various disjointed moments... hopping on to the next one, and in spite of the gaps and silences left between the isolate parts, Ferguson imagined the reader would stitch them together in his mind so that the accumulated scenes would add up to something that resembled a story, or something more than just a story)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들도 4가지 퍼거슨의 이야기를 왔다갔다 헤집고 다니며 조각조각을 맞춰가면서 우리는 다르지만 또 어떤 공통된 그의 모습, 그리고 그런 그를 만들어낸 환경의 모습을 퍼즐 조각처럼 갈수록 맞추어가고 어떤 더 큰 그림, 더 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레고르처럼 이 모든 다른 삽화들이 벌어지는 세상이 실체인지 아니면 그저 그의 상상 속의 허구인지, 그리고 만약 실제라면 어떻게 그의 정신이 그걸 담아낼지 자문합니다.
(asking himself whether the world is real or nothing more than a projection of his mind, and if it is real, how will his mind ever be able to encompass it?)
어쩌면 몬로 선생님이 칠판에 붙인 문장대로 이런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 정신의 방어기제는 오직 창작을 통해 살아남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Against the ruin of the wolrd, there is only one defense: The creative act.
그의 두 번째 이야기는 이 책과 더 적나라한 연관성을 보여주는데요. 세갈래의 길은 4321의 이야기 구조를 드러내고 있고 첫번째 길에서 그를 공격한 깡패가 그와 만난 노인이 쓴 원고의 주인공이었다는 게 드러납니다. (뉴욕 3부작의 향수가..) 결국 퍼거슨 자신도 결국 어떤 창조주/운명 또는 창작가의 이야기 속의 주인공일지도 모른다는 의미를 암시하는 듯하고 그런 창조주/창작가 또한 그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지에 대해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my imagination runs away from me and I just can't help myself / I don't know where they came from) 신/작가의 권위 추락에 의한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와 무기력에 반해 실존하는 인간 또는 독자에게 권위를 넘기는 듯한 폴 오스터의 다른 작품에서 본 테마가 엿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Flute는 무기력을 느끼면서도 결국 운명이 상냥하든 잔혹하든 결국 그의 문제는 대부분 그 자신이 일으켰고 혼자 걷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는데 어쩌면 이는 작가들이 창작을 하고 독자들과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정신세계를 공유하게 되는 동기 중 하나가 아닐까요?
이런 메타픽션적 부분에서 안그래도 저도 카프카(그레고르란 이름을 고른 것이 좀 티가 났죠 ㅎ) 외에 계속 마르셀 프루스트가 생각나고 보르헤스도 생각났는데 재미있게도 퍼거슨은 프루스트도 보르헤스도 하나도 안 읽었네요. 안그래도 프루스트의 문체에 비해 좀 정신없이 긴박감 넘치게 문장을 꽉꽉 채우는 듯한 게 스포츠 캐스터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게 클라이스트의 영향이었군요. 아직 저도 클라이스트는 안 읽어봤는데 나중에 읽어봐야겠습니다.

YG
자, 여러분 이런 논문이 있습니다. 2000년 한양대학교 사학과 석사 학위 논문이고요. 강정석 선생님은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1968』(삼인, 2001)의 역자이시기도 해요. 이 논문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받아서 읽어보실 수 있어요. 당시 사건의 전개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그 맥락도 자세하게 알 수 있으니 책 읽다가 궁금하시면 한번 살펴보세요. (PDF 파일을 올려드릴 수는 없어서.)


1968 -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타리크 알리의 <1968: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은 제목이 시사하듯이 1968년 전세계적으로 일어났던 대분출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재현시키고 있는 독특한 책이다. 그가 '정치적 달력'이라고 불렀듯이 이 책에는 1968년에 발생했던 주요 사태들이 비교적 소상하게 묘사되어 있다.
책장 바로가기

오구오구
유럽에서 시작된 68혁명이 일본까지 도달했는데 한국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과 그 이유에 대해 어딘가에서 읽었던거 같은데
기억 이 명확하지 않네요

borumis
아주 귀중한 자료네요. 타리크 알리의 책은 절판되서 구하기 힘들겠지만 논문은 다운받아서 잘 읽었습니다. 이 챕터에서 나왔던 모닝사이드의 빈부격차 문제와 대학당국의 사회 문제 참여는 커녕 이런 빈곤층을 내쫓던 잔혹함 고발, 그리고 학생들마저 소외감을 느끼게 되던 방치 (엘리베이터에 홀로 갇혔던 퍼거슨이 생각나네요) 및 세대간의 차이 및 동시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분열을 일으킨 정치적 태도의 대결구도 등 68년 컬럼비아대학 반란의 배경 및 의의를 잘 보여주고 있네요.

YG
오! 이렇게 @borumis 님께서 가치를 알아봐주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한때 68 혁명은 공부를 많이 했던 주제라서 이 논문을 포함해서 여러 책과 자료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4321』이 더 흥미롭게 읽혔어요.

YG
강정석 선생님의 이 논문을 함께 읽으면 6.1장을 이해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참고하세요.

borumis
한국에선 절판된 폴 오스터가 아버지와 아버지 가족에 대해 쓴 자전적 에세이집 The Invention of Solitude (한국 제목: 고독의 발명)를 지금 읽고 있는데 Portrait of an Invisible Man이라는 에세이에서 퍼거슨의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들, 아버지 등 소설 속 여러가지 인물들과 설정들이 아주 조금만 변형되어 그대로 나오네요.. 이전에는 오스터의 아들 과의 관계 때문에 이렇게 부자관계에 대해 썼나 했더니 아버지와의 관계부터 문제가 많았군요. 이 아버지 또한 그의 아버지나 어머니 (폴 오스터의 친할아버지,친할머니) 등과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구요.. 파트릭 모디아노처럼 폴 오스터의 작품들에서 많이 나오는 아버지의 부재가 이런 있으나마나했던 무관심 무소통의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것이었군요.

YG
아, 어떻게 변주되었는지 너무 궁금하네요. 너무 비슷하면, 약간 폴 오스터에게 실망할 것도 같은데. @borumis 님께서 살짝 귀띔해 주세요!

모시모시
오. 역시... 저도 막연히 자전적일거라는(뉴욕, 콜럼비아 대학 등) 생각은 했지만 - 뭐 모든 소설은 다소간 자전적이 아니겠습니까 -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는데 단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나나
오래전에 이 책 읽었어요. 정확하게 다 기억나지 않아서...아마 이 소설에 많이 녹였을것같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역시.

borumis
맞아요. 아~주 예전에 출판되었네요. 아마 폴 오스터가 30대쯤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쓴 에세이를 담은 것 같아요.
친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게 할머니에게 총 맞고 살해당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사..(쇼킹하죠;;)
가족 사진에서도 친할아버지만 제거된;;
게다가 그 이후에도 아들들(4형제)과 손주들까지 빗자루로 마구 패며 영어를 거의 못하고 폭력적인 친할 머니..;;
반면 아버지의 형제는 가깝게 지내고 나중에 사업 파트너도 되고..
아버지가 말수가 적고 테니스 치고 가까운 가족에게 더 무관심했고 나중에 어머니와 이혼하고 집을 자기가 가진 것마저 똑같네요.
그리고.. 폴 오스터의 여동생이 있었는데 정신병동에 계속 입원해있었단 얘기도 여기서 배웠어요. 아마 퍼거슨 아버지의 여동생의 죽음 그리고 프랜시의 정신병동 입원을 담은 듯합니다.

오구오구
“ 할머니는 무덤덤한 어조로 자신이 남 편을 망친 거라고, 결혼의 육체적인 부분에 전혀 관심 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은 나쁜 아내였다고 말했다. 할 머니는 섹스가 아프고 즐겁지 않았다고, 그래 서 딸들 이 태어난 후에는 남편에게 더는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남편이 원할 때 가끔씩만 하자고 말했다. 그 사람이 어 떻게 했겠니? 할머니는 퍼거슨의 어머니에게 물었다.
당연히 다른 여자를 만났지, 욕망이 아주 강한 남자였으 니까. 그런 식으로 남편을 실망시키고, 잠자리와 관련 해 엉망이었던 할머니로서는 따질 수 없었다. 그것만 제외한 다른 모든 방식으로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사랑 했고, 그는 47년 동안 그녀 인생에서 유일한 남자였다.
믿어 줘. 로즈, 그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낀 적은 단한순간도 없었단다. ”
『[세트] 4 3 2 1 1~2 세트 (양장) - 전2권』 302, 폴 오스터 지음, 김현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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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일자리가 있든 없든 그녀와 함께 가서 닥 치는 대로 뭐든 해야 했다. 그렇게 살아야 했고, 그게 자신이 원한 도약하는 삶, 춤추듯 사는 삶이었지만 그는 모험이 아닌 의무를 택했고, 에이미를 향한 사랑이 아닌 부모님에 대한 책임을 택했다. 그렇게 조심스러운 자신이, 흙탕물에 발을 담근 채 터벅터벅 계속 걸어가 는 자신의 마음이 싫었다. 돈. 늘 돈이 문제였다. 늘 돈 이 부족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부자로 태어났다면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했다. ”
『[세트] 4 3 2 1 1~2 세트 (양장) - 전2권』 306, 폴 오스터 지음, 김현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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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080109/8531529/1
이 러드가 6.1의 마크 러드일까요? 컬럼비아 대학 학생 시위 사건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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