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02. <4321>

D-29
7.1.에서 코인텔프로 사건 너무 흥미롭지 않았나요? 2014년 까지 break-in 범인이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도 대단하고, (주의 분산을 위해) 무하마드 알리 경기날 일을 감행한것도 극적이고... 당시 문건을 보도했던 워싱턴포스트 기자 가 쓴 <The Burglary>라는 책도 있더군요. :) 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712230422066807
근데 진짜 아치가 사기캐라고 느껴지는게.. 이렇게 젊은 나이의 기자에게 코인텔프로나 펜타곤 페이퍼 등의 민감한 중대 이슈를 맡기는 게 말이 될까요?ㅎㅎㅎ 19세에 작가로 데뷔한 3번째 아치만큼 좀..;;;
@오구오구 @바나나 요즘 창비에서 세계 문학 시리즈 안에 찰스 디킨스 책들을 다시 번역해서 발간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새로 다시 모으고 있어요!
두 도시 이야기'창비세계문학' 34권. 찰스 디킨스의 문학적 원숙함이 무르익은 후기를 대표하는 장편소설로, 프랑스 혁명 당시 빠리와 런던을 오가며 격변하는 사회상과 그 격변의 순간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인간적 가치들을 다룬다.
올리버 트위스트생생한 인물 묘사와 더불어 날카로운 사회 비평적 면모로 19세기 최고의 영국 작가로 손꼽히는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올리버 트위스트』의 개정판이 창비세계문학 94번으로 출간되었다.
어려운 시절몰입감 있는 전개와 특유의 재기 넘치는 묘사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찰스 디킨스의 장편소설 『어려운 시절』이 창비세계문학 95번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가진 자의 허위의식과 갖지 못한 사람들 고유의 생명력을 밀도 있게 그려낸 이 작품은 물질만능의 사회에서 공허감과 허전함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커다란 울림을 선사한다.
어엇....이런 좋은 정보를 주시면...제가 또 책을 사모으잖아요. ㅡ.ㅡ;;;; ㅎㅎ
창비에서 세문 시리즈를 내고 있군요~ 반갑네요. 세문은 민음사, 문학동네, 열린책방 등을 주로 읽었는데, 새로운 번역자들의 책이겠어요~ 기대됩니다.
어떤 번역본으로 읽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괜찮은가 보네요. YG님 추천으로 결정! 두 도시 이야기도 방 열고 같이 읽어도 좋겠어요~ 아직 디킨스 소설은 한 권도 안 읽어봤네요. 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4321』 즐겁게 읽고 있는 여러분! 제가 작년(2023년) 8월부터 비문학 벽돌 책 함께 읽기를 매월 한 권씩 진행 중이랍니다. 4월에도 아주 흥미로운 벽돌 책을 함께 읽을 예정입니다. 특히 과학책 읽기에 부담이 있는 분, 화제가 되는 심리학 책을 읽긴 읽었는데 '뭐지?' 싶었던 분, 인간을 이해하려면 소설을 포함한 문학, 철학, 역사 분야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 픽션 읽기에 편중되셨던 분들에게 맞춤한 책입니다. :) https://www.gmeum.com/gather/detail/1287
앗 저 이거 kindle ebook으로 갖고 있는데..! 대환영입니다! 과학 벽돌책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분야 책이에요. 함께 읽을 분들이 별로 없는게 아쉬울 뿐;;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수요일(27일)은 원래 7.2장을 읽는 차례입니다만, 이제 우리는 알죠. 2번, 3번 퍼거슨의 삶은 없다는 사실을요. 바로 7.4장을 읽으면서 『4321』 읽기를 마무리합니다! 7.4장에도 이 책 전체를 꿰뚫는 반전이 있으니 긴장하시고요.
어제 제가 날짜를 헷갈리고 좀 바빠져서 7.1을 빼먹었네요. 7.2와 함께 감상평을 써보겠습니다. 가짜뉴스의 세상에 질린 퍼거슨은 기자로서 자괴감이 들며 되묻습니다. Was this a news story, ... or an editorial posing as a news story? 그 전에 비어있는 죽은 퍼거슨들의 장에서 공백과 침묵이 갖는 의미에 대해 존 케이지의 Silence와 연관해서 생각해보았는데요. 이런 시끄러운 거짓 소음으로 가득한 (4번째 퍼거슨이 쓴 소설에서 좌절로 가득찬 자살하는 아이들의 도시의 의사 이름도 Noise와 비슷한 발음이었죠) 어찌보면 침묵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엘루아르의 시에서도 silent또는 silence란 단어가 3번 나오죠. 그리고 7.4의 그 소설에서 이렇게 죽어가는 젊은이들은 바로 7.3에서 나왔듯이 가난하고 교육 못 받는 젊은이들을 전쟁에서 죽게 보내버리고 좀더 혜택받고 교육받은 젊은이들은 스스로 죽게 만드는 국가를 나타내죠. 제가 고등학교 역사시간에 6-70년대 미국역사를 배우면서 켄트 대학 사건 영상을 보며 충격받았던 게 기억나네요. 하지만 이렇게 죽음들로 점철된 사회에 지쳐 도망치고 싶어졌을 때 그는 사회 전체를 바꾸려는 것보다 더 개별적이고 더 personal하게 현장에서 그런 죽음과 절망과 맞서싸우고 있던 Hallie를 만납니다. 하지만 역시나 또다시 어깨를 으쓱하고 마는 신들처럼 이 챕터 또한 사랑하는 이와 마지막 대화도 못 나누고 이렇게 끝나고 마는건가요..;; (오스터/퍼거슨.. 너 정말..;;;)
7.1의 마지막에서 일어날 fire를 예고하듯이 7.4 초반에 이 문장을 살며시 넣었더라구요. Write the book by replacing the real fire with an imaginary fire and hope the effort would add up to something more than nothing. 이 외에도 이전 챕터들에서도 삶이 책과 같다는 등 여러 암시가 있었죠. Celia와 헤어지기 전에 First Cause - Rebuttal..argument를 세우는 게 약간 아리스토텔레스나 토마스 아퀴나스 등 중세 신학자들 그리고 나중에는 라이프니츠 등이 신의 존재에 대한 증명을 하려고 하는 것 같지 않나요? Nobodaddy, 그리고 아버지, 신 등 항상 폴 오스터의 소설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어떤 cause가 되는 절대자의 부재 및 그 부재를 채우는 absurd하고 random한 세상에 대한 조소가 tongue in cheek 문장으로 담겨 있는데요. ".... no more central characters in The Ferguson Story dropped dead on tennis courts or anywhere else"(p.841) 이제 대놓고 제4의 벽을 허무는 듯한 메타픽션적 요소가 갈수록 잘 드러납니다. "as the reader will have observed by now, Ferguson did not always act in his own best interests." 이런 부조리한 비극적 세상에 대해 웃거나 이야기를 만들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죠. "the story was released from the domain of jokes to become a parable about human destiny and the endlessly forking paths a person must confront as he walks through life." 신은 없지만 삶과 죽음은 모든 곳에 있고 그리고 블레이크의 말에 따르면 산 자와 죽은 자, 지옥과 천국이 맞닿아 서로를 거울처럼 마주보는 듯한 fearful symmetry 속에서 살아가다 서서히 자기 혼자 남아가는 퍼거슨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전에 군대에서 거부된 4F - feckless(무기력/무책임한) - frazzled (기진맥진한) - fucked-up (혼란한) and free (자유로운) 가 결국 4가지 버젼의 퍼거슨을 상징하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시작한 유대인 농담처럼 마지막도 씁쓸한 농담처럼 끝을 맞는데요. 할아버지가 처음에 갖고 싶었던 라커펠러 이름을 담은 총알, 그리고 라커펠러 부인 이름이 '해피'였다니.. 참 만약 신이 있다면 더럽게 냉소적인 유머감각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런 베케트의 무대같은 부조리 속에서도 결국 유머만이 그런 실존을 가능하고 자유롭게 한 게 아닌가 싶네요.
- 제럴드 포드 (공화당, 1974년 8월~1977년 1월, 승계 후 연임 실패) * 부통령: 넬슨 록펠러 전 뉴욕 주지사. 제가 모임 시작하면서 메모했던 연대기에 포함된 내용인데요. 저는 넬슨 록펠러를 마지막에 대비시켜 언급한 것도 의미심장했어요. 넬슨 록펠러는 이름처럼 록펠러가의 일원으로 뉴욕 현대 미술관(MoMA)를 창립한 자신의 어머니(애비 록펠러)를 이어서 1939년부터 MoMA 회장을 맡아서 운영한 미술 애호가로도 유명하죠. 넬슨 록펠러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요. 가십으로 한 가지만 추가하자면, 그는 1979년 1월 26일 45세 연하의 여성 비서와 사무실에서 외도하다가 사망했답니다;
YG님의 가십 데이터베이스는 대단하십니다..!! 저도 할아버지 이름을 바꾸게 한 록펠러를 책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게 한 게 참 인상적이더라구요. 책에서 나온 Attica prison riot 사진 보면 전쟁터를 연상시킬 정도로 시신들이 이리저리 쓰러져있고 끔찍한데요. 이에 대해 여러가지 변명을 했지만 당시 록펠러가 닉슨 대통령에게 전한 코멘트들이 소름끼쳤어요. "They did a fabulous job" "It really was a beautiful operation". 이 외에도 여러가지 허위 발언과 은폐 공작 등이 나중에 밝혀진 사건이었는데 여기 퍼거슨이 갔더라면 더 심하게 좌절했겠죠. 그런데 그 비서 뿐만 아니라 하두 바람을 많이 펴서 첫번째 부인과 이혼하고 친구 딸 중에도 그의 숨겨진 자식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네요. 둘째 부인 이름이 Happy인 게 참 아이러니한데 이를 굳이 써놓은 오스터의 짖궃은 유머감각이 참 돋보이는..;;
드디어 완독. 전 책 전체가 폴 오스터의 창작노트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보통의 소설가라면 주인공 또는 주변인물의 설정 관련해서 선택을 하는 지점에서 '가지 않은 길'의 이야기를 버리는 셈이 될텐데(계속 쓰면서 끝까지 가봐야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아니까), 폴 오스터는 이번 책에서는 다 해봐서 아쉬움이 없을 것 같아요. 작가는 이 창작 과정을 많이 즐겼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네 가지 설정 모두 끝까지 밀고나가..(서 하나 빼고 다 죽여버림). - 이제 진도표대로라도 다 읽었을 시간이니 스포방지 없어서 좋네요. 나머지 3명이 다 죽었어야 했는가... 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작가는 처음부터 죽일 작정(?!)으로 썼을 것 같아요. 가외로, 저는 소설 속 시대 미국의 굵직한 사건들, 분위기들 따라 가는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나 혼자 소설이 아니라 역사서로 읽었음;;) 콜럼비아 대학 사태나 뉴어크 폭동 등 큰 사건들이 나오면 다른 자료를 뒤적거려 보기도 하고, 문학작품이나 미술작품, 시대를 풍미한(?) 문화적 아이콘(White Rock girl이나 Chock full o Nuts 커피 등 포함 ㅎㅎ) 찾아보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공간이나 시대의 작품을 읽을 때 큰 자산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을 가이드해주신 @YG 님과 (특히 처음에 올려주신 연표를 매우 유용하게 썼습니다) 여러 정보와 감상을 나눠주신 분들이 있어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역사서로 읽었다는 말씀에 공감해요. 잘 모르던 굵직한 사건들을 여러분들이 공유해주신 자료 덕분에 훨씬 풍성하게 소설이 읽혔고, 두권의 분량도 상당했는데, 다른 문헌까지 더하면 정말 알찬 독서를 한 기분이 되더라고요.
맞아요 창작노트같기도 하고 역사서 같기도 하네요. 저는 고등학교 때 스위스국제학교를 다니며 역사시간에 미국 베트남전 및 인권운동 그리고 냉전 등 60-80년대 미국 그리고 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루며 six day war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는데요. 그걸 배울 때 이 책이 있었다면 참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국제학교여서 미국인, 무슬림, 유대인 등 각국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저희는 그 시대를 살지는 않았고 다소 거리를 두고 보는 입장이어서 이런 당시 직접 현장을 경험한 사람들의 글을 읽으니 더 느낌이 살아 있네요. 제 생각에도 작가는 4,3,2,1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인디언 인형들처럼 하나씩 없애는 걸 노린 것 같네요. 그것도 막 주인공에 공감하고 감정이입하게 되는 한창 빠져드는 순간에..;; 이렇게 더욱더 신의 부재, 무자비하고 무작위적인 운명을 그리고 싶은 것 같았구요.
@모시모시 @바나나 님은 『4321』과 『앨버트 허시먼』을 함께 읽으면서 좀 더 풍성한 독서 경험이 아니었을까, 혼자 짐작해 봅니다. 저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서 읽어서 두 책이 얽힌 느낌이었거든요. 저는 원래 삶의 미묘한 어긋남 때문에 인생의 커다란 궤적이 달라지는 설정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4321』은 폴 오스터가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그걸 끝까지 밀어붙인 느낌이라서 환호할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마지막에 4번 퍼거슨을 제외한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린 데에는 스토리를 작가로서 오스터의 완결성에 대한 집착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저는 아쉬웠지만, 또 그런 선택도 존중합니다. '책걸상' 방송에서 김혼비 작가님이 얘기해서 저도 '아!' 했던 대목도 있었어요. 네 명의 퍼거슨이 아주 다르면서도 비슷하잖아요. 미묘한 어긋남이 삶의 궤적이 때로는 커다란 차이를 낳지만, 유전자와 제한된 환경의 앙상블이 빚어내는 어떤 한계를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인가 싶어서 저도 그 대목이 흥미로웠답니다. 오스터는 항상 자기가 '민주당보다 왼쪽'이라는 정치적 포지션을 강조해왔죠. 그런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4321』에서 묘사한 시기가 가장 컸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죠. 보통 나이가 들면 자기 삶에서 작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떠올리고 되새김질하죠. 오스터는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르는 『4321』에서 바로 그 순간을 되돌아보고, 또 자기가 가지 않은 가능성을 하나씩 복기해보고 싶었던 걸 수도 있겠어요.
저는 열린결말을 기대했어요. 2번이야 그렇다 치고, 4번 퍼거슨은 현실판이라고 밝히는것 까지는 괜찮은데, 1,3번도 어디선가 잘 살고 있다는 결말도 좋지 않았을까요. 아직 다들 20대인데 독자의 마음속에서 살게 두시지...싶은 생각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전 1,2,3번 다 죽인(?)것 까지는 작가가 의도한 바여서 괜찮았는데 오히려 4번 퍼거슨의 결말을 열린결말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점이 다소 아쉽더라구요. 너무 4번 퍼거슨의 이야기를 작가로만 집중시켜 마무리한 게 살짝 전체적 이야기의 scope이 좁아진 느낌.
저도 6.3 읽고 엄청 충격받으면서 ‘ 뭐야, 4만 남기고 다 죽이는 거야? ’ 하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7.1 읽었거든요. 7.1에서 안 죽고 끝나서 안도했는데 7.4에서 1의 결말을 너무나 소설적으로 이야기 하니까 괜히 마음이 안좋더라고요. 한 명이라도 살아있기를 바랬나봐요. 혼비님 말씀대로 소설인지 알고 있지만 소설로만 읽을 수 없는 독자의 마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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