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02. <4321>

D-29
그믐에서 독서 모임 가이드를 할 때마다 고민이 되는 부분이에요. 너무 타이트하게 운영하면 많은 분들이 부담스러워하시고, 또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하도록 열어두면 깊이 있는 얘기가 부족한 감이 있죠. 게다가 소설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이 책도 스토리텔링이 워낙에 매력적이다 보니 한 장씩 읽고 되새기고 나누기보다는 자꾸 앞 얘기가 궁금해져서 앞서 읽으시는 것 같아요. @borumis 님은 참여하지 않으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 함께 진행하는 벽돌 책 읽기 모임은 원하시는 모습에 조금 가까운 읽기 모임이랍니다. 슬쩍 구경오세요. https://www.gmeum.com/meet/1222
아아 허시맨이 뭔가 했더니.. 또다른 벽돌책 모임이 있었군요! 지금은 여기 외에도 Halldor Laxness, Richard Dawkins 등 벽돌책 읽는 모임들이 많이 있어서 다음에 함께 하겠습니다~^^ 저도 실은 궁금해서 몇 챕터 앞서 읽긴 했고 이전 이야기가 다시 궁금해져 되돌아가기도 하고 이리저리 보는데 되도록 당일 진도에 맞춰 토론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linear하게 진행되는 플롯이 아니어서 지금 어느 챕터인지 어느 퍼거슨 이야기인지 헷갈리는 때가 많더라구요 ㅎ
아, 제가 작년(2023년) 8월부터 한 달에 한 권씩 주로 인문, 사회, 과학 분야 벽돌 책을 선택해서 함께 읽기를 하고 있어요. 그 벽돌 책 읽기는 애초 @borumis 님께서 생각하신 분위기와 비슷합니다. :) 4월에는 과학 책을 읽을 예정이에요.
@세바공@바나나@YG 그러면 수퍼바나나...
토요일은 4.3을 읽는 날이죠? 한국어판 1권의 끝장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책 아직 못 구하신 분들도 있고 빠른 진도에 못 따라가신 분들도 계셔서 그러려니..했는데 오히려 진도와 상관없이 죽~ 먼저 앞서나가서 읽으신 분들도 계시고..;; 그런데 그렇게 빨리 읽으셨는데 정작 그 전 장들에 대한 코멘트는 별로 없고 해서.. 가끔 오늘이 무슨 챕터 읽는 날이었나?헷갈리네요..
4.3 3번째 아치는.. 너무 빨리 가버린 아치만큼 뭔가 아슬아슬하고 안쓰러운 아이네요. 2번째 아치의 엄마가 처음에 너를 잃어버릴까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고 해서 다소 소름끼치게 했다면 3번째 아치는 반대로 엄마의 사랑, 또는 다른 이들의 사랑에 목말라서 사랑 받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을 보여줍니다. 실은 2번째같은 부모, 그리고 3번째같은 자녀들, 꼭 엄마가 아니더라도 애인이나 친구 등 타인이 없으면 자신의 존재를 위협받는 듯한 의존성이 극도로 달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봐서 걱정이 되는데요. 2번 아치가 빨리 죽었던 것처럼 3번 아치도 처음에는 학교 땡땡이 정도에서 갈수록 위험한 것에 빠지는 궤도이탈과 중독의 길로 빠져드는 것이 미래가 불안해 보입니다.
그리고.. 자꾸 폴 오스터의 완연체에 대해 언급되는데.. 예전에 맨하탄 트릴로지 등에서 그의 문체가 이랬나?하고 하두 옛날에 읽어서 내가 까먹었나?해서 다시 읽어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요즘 그의 작품들을 많이 안 읽은 사이에 이런 문체로 변한 건지 아니면 이 작품에서 뭔가 특별한 이유로 이런 문체를 적용한 건지 몰라도.. 뭔가 자전적인 요소가 많고 시대의 흐름 속에 자신의 시간과 정체성을 담은 또 다른 소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문체가 생각나더라구요. 물론 프루스트만큼 섬세하거나 분위기가 완전 다르기도 하지만..(프루스트가 여유롭게 시간을 들여 사색하는 느낌이라면 오스터는 여기서 너무 빠르게 진행되서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담아내려고 침튀기며 얘기하는 스포츠 캐스터 같은 느낌?) 그리고 각각 조금씩 다르지만 스포츠와 문학 음악 등에 대한 사랑도 보이지만 결국 창작과 정체성에 관한 퍼거슨과 오스터의 생각들이 담겨 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게 신문기사든 영화리뷰든 짧은 이야기든 간에) 그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권을 다 읽으셨으면 아시겠지만.. 마지막 4번째 버전의 아치가 작가로서의 길을 갈 것 같은 것도 웬지 주인공 마르셀같이(작가도 주인공도 이름이 마르셀) 작가로서의 자아를 찾아내고 이 여정(들?)을 글로 담아내지 않을까 하네요. 폴 오스터의 전부인이 그와 프랑스에 유학가고 결국 프루스트의 Swann's Way를 영어로 번역해서 번역상까지 탔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네요. 3번째 아치의 술 마약 문란한 성관계 등 방황하는 모습에서 폴 오스터의 아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2번째 아치는 실제로 그가 캠프에서 전깃줄 아래 있다가 죽은 친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등 자전적 요소가 많이 보이는 것도 시대의 변화상을 배경으로 자아의 성장을 그려나가고 여러 여성들 속에서 계속 그의 마음속에서 따라다니는 알베르틴과 같은 에이미도 프루스트의 소설을 생각나게 했어요.
저는 폴 오스터 책 달의 궁전을 원서로 읽어서 문체에 대해 별다른 느낌 없이 읽었는데, 이번 책은 문체의 특성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읽으며 백년의 고독이 떠올라요... 왜 백년의 고독이 떠오르는지 설명해주실분 ㅠㅠ
마르케스가 쓰는 magic realism 같이 현실과 환상을 엮어내는 걸 느끼셨나요? 오구오구님이 어떤 부분에사 왜 그런 문체를 느꼈는지 짚어주시면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4321이나 백년의 고독 문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현실과 환상을 섞어가며 기술하는. 특히 환상적 요소가 가미된 부분에서는 4321과 큰 차이가 있긴하지만요. 아마도 백년의 고독에서 나오는 복잡한 가계도와 관계의 얽힘. 시간의 흐름을 넘나드는 서술 방식?? 마콘도라는 가상의 마을과 부엔디아 가문의 이야기 흐름. 이런 부분에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갖는 걸까요. 4321은 뉴욕을 중심으로 퍼거슨의 가족과 주변인들의 관계가 얽혀있어서?? 세대를 넘나드는 가족의 역사를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 변화가 느껴졌거든요 단순한 가족사를 넘어서는 깊은 의미와 메시지도 있구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표현이 반복적이고 시적이라고 느꼈는데 4321은 그 정도는 아니긴해요 ㅎㅎㅎ 하지만 문장의 느낌이. 그래요. ㅋ 문장의 느낌이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
맞아요 저도 백년의 고독 읽을 때 이렇게 가계도 각각 그려가며 따라 읽던 기억이 나네요. 그건 각 인물들의 흐름인 반면 이건 한 인물의 흐름이 곱하기 넷 하니 더 복잡..개인사와 사회사가 얽힌 점도 비슷하긴 하네요. 4321은 시적이라기보다는 (그래서 저도 프루스트와 그런 점에서 차이를 느꼈는데) 전 스포츠 방송 캐스터같은 느낌처럼 좀더 현장감이 느껴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프루스트의 회고적인 느낌이 여전히 느껴지는 게 여러분이 지적했듯이 너무 나이에 비해 조숙한 느낌 등 보통 bildungsroman에 비해 더 일상적인 현실에서 약간 거리를 두고 직접적인 경험자보다 어떤 신화의 서술자/관찰자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메타픽션적 요소가 계속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건 이전에 제가 뉴욕 트릴로지를 그의 대표작으로 읽은 탓인지 모르지만 여기서도 단순히 네 갈래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가 피조물과 신의 이항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작품 속 인물과 독자 작가 간의 대체나 교환 등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듯해보여서 그랬는데.. 마르케스도 실은 magical realism외에도 의식의 흐름이나 기타 메타픽션적 요소를 실험한 작가여서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겠어요.
메타픽션이라는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지만, 의식의 흐름 + 문화적, 사회적 사건을 엮어내는 탁월함 은 공감합니다. 일반적인 성장소설에서 주인공에 영향을 주었던 주된 사건이나 인물 등을 중심으로 스토리에 초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라면, 4321은 스토리 + 스쳐지나갈 법한 다양한 인물들에 대해 세세한 인연과 관계를 소개하고 그것이 이 책의 문체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주절이 주절이-주절주절 문체라고 ㅋ 저 혼자 정의했습니다)와 어울려 독창성을 만들어내는거 같네요~
저는 이런 생각도 해봤는데, 이건 조금 폴 오스터 작품을 많이 읽으신 분들이 답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작가가 이 작품에 자기 작품 세계 전반을 다양한 형식으로 녹여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 소설은 작가의 삶 자체가 녹아 있는 자전적 소설이면서, 수십 년간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녹아 있는 작품으로도 여기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요.
저는 실은 오스터의 작품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New York Trilogy, Invisible, The Book of Illusions, Oracle Night, Moon Palace, Mr Vertigo에서 보였던 부분들이 저도 보이는 것 같아요.
아..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등 이전 작품들에서 많이 나온 기법인데 픽션에 대한 픽션, 픽션과 현실 간의 벽을 무너뜨리는 픽션을 생각하시면 되어요. 보르헤스나 이탈로 칼비노 등의 작품에서도 잘 나오죠. 2번 퍼거슨에서는 아마추어틱한 신문과 편지 등에서만 나오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서 그렇지만 각 퍼거슨들이 어떤 글을 쓰고 창작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자기 자신을 되짚어보는 과정을 통해 이 책 자체가 그의 삶, 그의 삶 자체가 그의 책이 되어 가며 그가 주인공이자 작가가 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특히 이번에 4.4에서 더욱더 그의 창작 과정이 더 깊게 나타나는 것 같네요. 아무래도 그가 이 퍼거슨들 중 가장 소설가 폴 오스터에 가장 가까운 작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어서 그런건지.. 이 책이 퍼거슨 뿐만 아니라 폴 오스터의 작가로서의 성장 및 창작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이해가 아주 잘 됩니다~ 전문가의 포스가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4번퍼거슨이 제일 마음에 들고 뭔가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진 이유가 그거 같네요~
아.. 전 그냥 독서를 좋아하는 일개 독자로.. 전문가는 쥐뿔도 아닙니다;;; 그저 고등학교 영어시간 때 배웠던 짬밥으로;;
1,3,4번 아치에게 다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부여해줬네요. 1,2,3,4번 아치에 각각 나눠서 자전적인 요소를 뿌려놓았다고 하더니 쓰는일 역시 빼놓을수가 없겠죠. 4.3의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파리로 가는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저는 뒤에 미리 읽어서 말이지만...3번 아치가 가장 자유로운 아치인것 같아요.
자유로운 만큼 뭔가 불안정하달까? 안그래도 3.3에서는 그래도 동성애나 그런 것에 좀더 자유로워지고 있던 시대를 반영하나..했는데 4.3에서는 두 남매에 대한 사랑이 동시에 나오는 등 그냥 혼란스러워하고 누구에게라도 사랑받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이 보여서 안쓰러웠어요. 마치 요즘 젊은 팝스타 중 아리아나 그란데가 이 남자 저 남자랑 다 사귀고 백인인데도 흑인인 척하다가 이번엔 또 아시안인 스타일을 따라하는 등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이 아닌 관심이나 인기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수시로 바꾸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바나나 @borumis 3번 라인의 퍼거슨을 보면서 저는 살짝 불만도 있어요. 저자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버지가 없는 3번 퍼거슨이 제일 불안정하잖아요. 그래서 자칫 편부 혹은 편모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에 대한 편견을 의도하지 않게 독자한테 전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사실, 아버지 부재의 퍼거슨은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다른 주변 어른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았잖아요. 저는 좀 더 밝은 성장 과정을 기대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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