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 대기근, 감자, 지배 등. 이 단어들로 축약하기엔 너무나 빈약하지만ㅜ 이 글을 읽기 전보다는 알게 된 부분이 더 늘어났고 이전과는 다른 생각을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 [보르헤스 읽기] 『픽션들』 2부 같이 읽어요
D-29
양주
양주
“ 문은 입이 바짝 마른 채 벌벌 떨면서 그날 밤의 사건들이 흥미로웠다고 중얼댔소. 나는 그의 상처를 치료한 다음, 그에게 차 한 잔을 가져다주었 소. 나는 그의 '상처'가 외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소. 그런데 갑자기 그가 어쩔 줄 모르면서 더듬더듬 말했소.
"당신은 너무나 위험한 모험을 했습니다." ”
『픽션들』 p.15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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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st
[~칼의 형상] 한 남자가 자기 삶의 과오와 회한이 담긴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상대방이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게 만들려면 과연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칼의 형상」은 이런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아닐까 합니다. 앞서 계속해서 언급했던, 돌고 돌아 자기 자신을 보는 유의 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는 때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 이전에, 사전 습득한 정보로 그 사람을 먼저 판단합니다. 이미 사회적으로 도덕적 판결이 내려진 부정한 인물의 말은 곱게 들리지 않을 테고, 청자는 끝까지 경청하기보다 이미 마음속으로 내린 판결을 재확인할 것입니다. 존 빈센트 문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만일 존 빈센트 문이 처음부터 자신이 같은 아일랜드 민족을 영국군에 팔아넘긴 비겁한 스파이였음을 정직하게 밝히고 얘기를 시작했다면, 아마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경멸스러운 행동을 했음을 우회적으로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얘기할 것 같습니다. 재밌게도 존 빈센트 문은 자기 고백 속에서 1인칭의 '나'가 아니라 3인칭의 '존 빈센트 문', '그'로 지칭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국어 시간에 배운 것과 달리 소설 속 화자는 1인칭이나 3인칭 중 하나에만 속하지 않습니다. 때로 1인칭은 은폐된 3인칭이며 3인칭은 은폐된 1인칭처럼 쓰여지니까요. 보르헤스는 제가 말한 내용을 다음처럼 우아하게 쓰고 있습니다.
russist
“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그 사람이 나를 창피하게 만들었소. 마치 빈센트 문이 아니라 내 쪽이 겁쟁이가 된 것 같았소. 한 사람이 어떤 일을 한다면, 그건 마치 모든 사람이 그 일을 한 것과 마찬가지요. 그래서 어느 동산에 있었던 단 한 번의 불복종이 모든 인류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부당하지 않소. 같은 이유로 한 사람의 유대인이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이 모든 인류를 구원하기에 충분하다는 사실도 전혀 부당한 것이 아니오. 아마 쇼펜하우어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소. 나는 다른 사람들이고, 다른 누군가는 모든 사람이며, 셰익스피어도 어떤 관점에서 보면 저 가엾은 존 빈센트 문이라오. ”
『픽션들』 154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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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게 하기 위한 방식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너무나 성공적인 방식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임솔아 작가님의 <그만두는 사람들> 이라는 소설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식의 전환(?)이 일어납니다. 어쩌면 스포일러 같기도 하지만ㅜ 그럼에도 그를 둘러싼 이 야기가 다른 부분들을 잘 구성하고 있어서 추천드려 봅니다!
russist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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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st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논고~] '논고(주제)'라는 제목에서도 보듯, 소설이라기보다는 향후 쓰게 될 소설에 대한 줄거리 형식입니다. 증조부의 삶을 추적하다가 문득 역사와 문학이 뒤섞이며 서로 모방하는 지점을 발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굳이 왜 '라이언'이라는 화자를 보르헤스가 앞세워서 줄거리를 구상했는지 읽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라이언은 증조부인 퍼거스 킬패트릭의 삶을 추적하다가 그의 죽음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봅니다. ⟨줄리어스 시저⟩와 ⟨맥베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죽음이 아일랜드 혁명이라는 시대를 무대로 잘 조작된 한 편의 표절 연극이었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퍼거스 킬패트릭의 생전 동료였던 제임스 알렉산더 놀란은 셰익스피어의 주요 희극을 게일어로 옮긴 번역자였습니다. 보르헤스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황병하 선생님 번역에서는 한 문장이 누락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송병선 선생님의 번역으로 대체합니다).
russist
“ 역사가 역사를 그대로 복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를 전율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역사가 문학을 그대로 베낄 수 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므로···. (The idea that history might have copied history is mind-boggling enough; that history should copy literature is inconceivable ···.) ”
『픽션들』 161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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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 놀란의 작품 중에서 셰익스피어를 모방했던 장면들은 가장 ‘덜’ 극적인 부분이다. 라이언은 작가가 미래의 누군가가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그런 장면을 삽입해 놓은 것이 아닐까 의심해 본다. 그리고 그는 자기도 역시 놀란이 꾸민 계획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오랫동안 끈질기게 생각한 후에, 이런 발견에 대해 침묵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영웅의 영광 을 기리는 책을 한 권 출판한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 또한 이미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
『픽션들』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주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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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russist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논고] 보르헤스가 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음을 고지하고 있는 첫 문단은 입구입니다. 이는 영화관이나 미술관, 아니면 편집숍에 들어가는 행위와 같습니다. 우리는 어떤 공간의 입구로 들어서면서 그 공간에서 누릴법한 경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암묵적 합의하에 행동합니다. 예컨대 편집숍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 입을 공간을 찾는다거나, 영화관에서 휴대전화를 끄고 조용히 한다거나 하는 행위들은 그 공간에 들어설 때부터 우리가 요구받지 않아도 암묵적으로 행하는 것들입니다. 보르헤스가 제시하는 첫 문단도 마찬가진데요, 이는 '픽션 면책 조항'처럼 기능합니다. 좀 싸구려(?)처럼 말하면 '이제 구라 좀 풀게'와 같습니다. (약간 딴 얘기를 하자면, 보르헤스의 소설에서는 꽤 다양한 픽션 면책 조항이 있습니다.)
픽션 면책 조항(All persons fictitious disclaimer)이란 영화나 드라마 앞 쪽에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및 단체는 실재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따위의 문구를 말합니다. 이는 두 가지 기능을 하는데요, (1) 픽션이 현실의 인물을 공공연히 암시해서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실을 왜곡할 목적으로 작품을 만들지 않았음을 사전에 고지함으로써 향후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2) 곧 막이 올라가고 픽션이 시작될 것임을 알려주는 표지입니다. 이 단편에서는 두 번째 기능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러한 면책 조항은 모든 픽션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픽션 면책 조항은 해당 작품이 현실과 매우 근접하다는 것, 나아가 법과 법 아닌 것의 경계에 놓여 있다는 것, 일정 정도 분쟁이 불가피할 정도로 픽션이 현실을 강하게 흡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본문 얘기를 해보면, 이 소설은 다양한 레이어가 있어서 조금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바깥쪽에는 화자인 라이언이 있고, 좀 더 파고들면 그의 증조부인 퍼거스 킬패트릭과 그런 킬패트릭의 죽음을 역사적 사건으로 만들고자 했던 번역가이자 동료 제임스 알렉산더 놀란이 있는 식입니다. 아일랜드 역사를 무대로 한 연극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됩니다. 킬패트릭은 놀란의 기획에 힘입어 문학을 연극함으로써 해방 운동이라는 역사를 창출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킬패트릭의 역사는 실존하는 역사가 아니라 보르헤스의 머릿속 허구라는 점에서 한편의 문학에 종속됩니다. 그렇다면 이는 역사가 역사를 표절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역사가 문학을, 문학이 역사를 표절함으로써 종내에는 문학이 문학을 모방하는 이야기로 나아갑니다. 이는 역사와 문학이 얼마나 밀접한 위치에 놓여있는지를 방증합니다. '픽션 면책 조항'을 떠올려 보세요. 현실과 픽션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곳에서만 우리는 '픽션 면책 조항'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말을 믿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늘 어느 한쪽을 명확하게 선택하고 있으니까요.
russist
“ 컬패트릭은 한 극장에서 살해당했다. 그러나 또한 도시 전체가 하나의 극장이었고, 배우들은 모든 시민들이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 절정에 이르렀던 연극은 며칠 낮과 밤 동안 계속되었다. (···)
놀란의 작품에서 가장 덜 극적인 장면들은 셰익스피어를 모방했던 부분들이다. 작가가 그것을 끼워놓은 이유는 그것을 통해 미래에 어떤 사람이 진실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거라고 라이언은 추정한다. 그는 자신도 놀란의 음모에 한 부분을 이루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여러 차례 심사숙고를 한 끝에 자신의 발견에 대해 입을 다물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그 영광스러운 영웅에게 바치는 책 한 권을 출판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미리 예견되어 있었는지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
『픽션들』 206쪽, 208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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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재미있네요. 의례적인 법적 고지문 정도로 생각했던 픽션 면책 조항을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롭게 느낀 부분도 보통 역사에 일어났던 일이 문학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여기 나온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 처럼) 이 작품에서는 그걸 뒤집어서 문학이 역사가 되는 - 물론 이것이 또 다시 보르헤스의 작품인 문학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 지점을 썼다는 점이었어요.
이제 보르헤스님의 '전복(뒤집기)'과 '돌려감기(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복)' 전술(!?)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서 놀랍지는 않으나 생각과 기교가 대단하네요. :)
양주
역사가 역사를 그대로 복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를 전율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역사가 문학을 그대로 베낄 수 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므로…….
『픽션들』 p.161,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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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그런데 어쩌면 이것 또한 이미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픽션들』 p.164,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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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적어주신 내용을 보고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소설의 경우는 뭔가 기존의 소설들과는 다른(?)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제가 읽던 소설들은 사건과 인물, 갈등들이 있는 세계 혹은 장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면 이 소설은 세계로 들어오긴 했는데 현실과 통하는 문이 활짝 열려 있어서 뭔가 공간이 많은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말씀 주신 것처럼 글을 쓴 작가와 그 작가가 설정한 화자인 라이언, 음모자 킬패트릭, 색출자 놀란의 구성이 '레이어'처럼 이뤄져 있어서 깊이 들어와 있지만 뒤를 돌아보면 현실 혹은 이전 단계가 모두 보이는 듯한, 기묘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마지막 문 앞에선 마치 독자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 혹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을 모두 예견하는 분위기 역시 독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russist
[죽음과 나침반~] 조금 늦게 올립니다. 이 소설은 우연과 필연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나아가 현실과 서사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뢴로트는 음모론적인 세계관을 가진 인물 같습니다. 그럼 음모론이라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음모론이 서사의 위계를 두는 세계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음모론을 펴는 사람은 세상 전체를 굽어다 내려보는 단 하나의 시선을 상정합니다. 하지만 그런 음모론자들은 더 큰 범주의 음모론을 획책한 사람에게 잡아먹히게 돼 있습니다. "뢴로트는 스스로를 일종의 오귀스트 뒤빵 같은 아주 이성적인 사람으로 믿고 있었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모론자들은 무뚝뚝하고 무미건조한 진실보다, 흑막 뒤에서 유리 구슬을 주무르는 사람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플롯을 추구합니다. 무엇보다 그런 흑막의 계획을 어쩐 일인지 자신만은 간파(?)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최초로 야르몰린스키가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 국장인 트레비라누스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단순 강도 살해 사건으로 처리하려고 합니다. 이에 뢴로트가 말합니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재미는 없군요. (···) 현실이 재미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해도, 추리만큼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무미건조한 사실보다 흥미진진한 스캔들에 가까운 사건을 추리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우리가 여러 공인의 추문을 소모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russist
뢴로트는 자기 자신을 오귀스트 뒤팽처럼 추리와 이성의 기계라고 믿고 있었지만, 그의 내부에는 약 간의 모험가 기질뿐 아니라 심지어 도박사의 기질도 있었다.
『픽션들』 166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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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당신은 현실이 재미있어야 할 필요는 조금도 없다고 말씀하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현실이 재미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해도, 추리만큼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픽션들』 죽음과 나침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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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나는 당신이 하시딤 교도들이 랍비를 희생 제물로 삼았다고 추측하고 있음을 알았지. 그래서 그런 추측이 옳다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전념했던 거야.
『픽션들』 죽음과 나침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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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 나는 단 하나의 직선으로 된 그리스의 어느 미로에 대해 알고 있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그 직선 속에서 길을 잃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잘것없는 탐정도 충분히 길을 잃을 수 있을 거야. ”
『픽션들』 죽음과 나침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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