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2> 함께 읽기

D-29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얻을 수 없으니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좋아하도록 하자.” - 스페인 속담
미들마치 2 46장,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참 현실적이고 현명한 말이네요. 남을 바꿀 수 없으니 자기가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말과도 상통하는....
삼 분 뒤에 목사는 다시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휘스트 게임을 단념하는 것보다 더 힘들고, 심지어 참회록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임무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수행했던 것이다.
미들마치 2 52장,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페어브라더 목사는 별 존재감이 없던 인물이었는데 52장을 읽고서는 호감이 되었어요. 메리와 프레드의 마음을 확인하고는 질척이지(사실 혼자 좋아한거라 질척거릴 것도 없었지만, 나쁜 마음을 품고 일이 틀어지게 만드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죠) 않고 물러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네요. 저는 제가 비밀스럽게 좋아하는 사람의 사랑의 메신저(?)가 되는 일은 못할 것 같아요.
페어브라더 목사는 나이가 얼마쯤 되었을까요? 앞부분 내용이 가물가물한데, 가족들만 보더라도, 엄마, 이모, 여동생 다 같이 살고 (시어머니, 시이모, 시누이....) 목사 월급으로 부족해서 카드게임으로 따는 돈으로 충당해야하고, 나이도 적어도 30대 후반은 되었을 듯 한데, 도대체 왜, 메리에게 딱 맞는 남편감으로 여겨지는 거죠? 그래도 안정적인 신분과 성직자라는 지위, 괜찮은 인품 때문일까요? 객관적인 면으로 보자면 카소본과 도로시아를 짝으로 고려하는거나 페어브라더와 메리를 고려하는거나 비슷하게 보이는데 전자는 잘못된 만남이라하고 후자는 더이상 좋을 수 없는 만남이었을 거라고 여겨지는 거 왜 일까요? 결국 도로시아와 메리의 신분의 차이 때문일까요? 귀족과 평민?
그러게요. 왠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책 읽으면서 또 좀 답답한게 성직자들 나오는 부분이예요. 다 같은 목사님인것 같은데 벌이나 지위가 조금씩 다른것 같아서요. (이거야 원 이 시대를 살아본것도 아니고, 내가 국교회에 대해 아는것도 아니니...) 영어로도 rector, vicar, chaplain 뭐 등등 다양하던데 rector가 조금 높은거고 vicar는 그것보다 낮은가보다 뭐 그렇게 감으로 읽고있습니다(줄거리 이해하는데 큰 지장은 없으니까요)
읽다가 이제서야 주석에 답이 나와 옮겨봅니다. 목사vicar와 교구목사rector. vicar는 봉급만 받는 목사인 데 반해 rector는 교구세를 받을 수 있는 목사다.
아, 그래서 교구목사 rector가 더 형편도 낫고 지위도 당연히 높은 거군요. 성직자 직무에도 이리 계급 비슷한 게 있으니... 어떤 조직이든 어쩔 수 없이 비슷하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난 김에 찾아보니 답답해한 건 저희만이 아니었어요. 제인 오스틴 소설에 특히 영국 목회자 직업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이런 정보를 정리해 둔 페이지가 있네요. 관심있으시면 유용할 듯해서 나눕니다. https://alwaysausten.com/2023/08/01/vicars-pastors-rectors-whos-who-in-the-clergy/
우와 완전 유용한 정보예요. 제가 궁금해하던 정보들이 다 들어있네요. (검색왕!!) 감사합니다.
^_^ 요럴 때는 정말 그믐에도 카톡 버튼같은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용하다니 다행이예요~
우리가 절망이라 부르는 것은 채워지지 않은 희망의 고통스러운 열망에 불과한 경우가 종종 있다.
미들마치 2 50장, p.121,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역시 캐소본은 실망스러운 인간이었네요. 저렇게 자신의 아내를 구렁텅이에 던져넣다니….
화제로 지정된 대화
2 주차, Book 6 에서 흥미로왔던 부분이나 궁금한 점을 답글로 나누어 주세요.
54장 첫부분에 도로시아 동생, 실리아는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요? 지금까지 실리아는 도로시아 그늘에 약간 묻혀서 지내지만 현실적인면은 더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뿐만아니라 약삭빠르고 이기적인 거였다고 느껴지네요. 홀로된 언니 심정을 자기 편한 쪽으로만 해석하고 도로시아한테는 차라리 잘된 거라고 대놓고 말하고, 자기 아이밖에 안중에 없네요. 그런 실리아를 보면서 한때 좋아했던 도로시아와 한 집에서 지내는 채텀 경의 마음도 참 복잡 미묘했을 듯 한데, 이 부부의 이야기는 중요서사의 한 부분이 아닌게 좀 의아할 정도예요. 풀어쓸 이야기가 많았을 듯 한데 아마 네 커플이야기에다가 도로시아랑 자매로 엮이는 부분까지 있어서 함께 메인으로 다루기에는 너무 벅차서 그런게 아닐까 싶은데 실리아는 글 제일 처음부터 도로시아와 대조되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오히려 실리아 이야기가 드문 드문 다루어지는게 더 이상하게 느껴지네요. 아무튼....54장에서 실리아가 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언니에게 비수를 꽂는 말들이라 너무 얄밉네요.
“No! just imagine! Really it was a mercy,” said Celia; “and I think it is very nice for Dodo to be a widow. She can be just as fond of our baby as if it were her own, and she can have as many notions of her own as she likes.”
미들마치 2 46장,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동감이예요. 저는 이거 좀 캐붕(캐릭터 붕괴ㅋㅋ)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1권에서의 실리아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출산이 이 정도로 이기심의 발현에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을까.. (조지 엘리엇은 자녀가 없었던것 같은데 자녀가 있는 다른 주변인물들에게 받은 인상이 투영되었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제가 뜨악 했던 실리아의 대사들.. “도도는 아기든 무엇이든 자기 것을 갖는 데 그리 신경 쓰지 않아요! 언니가 아기를 낳았다면 절대로 아서처럼 귀엽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죠, 제임스?” “나는 도도가 미망인이 되어서 아주 잘됐다고 생각해요. 언니가 우리 아기를 친자식처럼 좋아할 수 있고, 또 언니는 원하는 만큼 하고픈 것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다들 조용히 읽고 계시겠지요? <미들마치 2> 모임에 참여해주신 분들 수가 원래 적기도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읽고 계신 분들이 참여해주신 거라 생각합니다. 56장에서는 큰 결심을 한 프레드가 나오는데요, '대학교육의 무용성'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요. 저는 영어판본을 읽고 있어서, 한글 번역을 공유하지 못하는 점 사과드리며... 프레드가 메리 아빠에게 "My education was a mistake."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일을 배우기로 정해진 다음, 사무실에서 장부쓰는 교육을 받으려는데 글씨를 못 써서 혼나는 이 장면, "What can I do, Mr. Garth?".... "Do? Why, you must learn to form your letters and keep the line. What's the use of writing at all if nobody can understand it?" 너무 웃기지 않나요? 비싼 돈 들여서, (아마도) 런던에서 신학 공부하는 대학교 보내놨더니, 글씨도 엉망에, 줄 맞춰서 쓸 줄도 몰라, 알아 볼 수도 없어.... 도대체 그 당시의 대학교육의 중점은 뭐였을까 갸우뚱하게 만드네요. 그래도, 우리 금쪽이 프레드를 잘 키워보려는 가쓰 씨와 메리는 프레드 일생일대에 소중한 귀인들이지요. 후반부에 갈수록 나오는 빈씨 가족들 일가 구성원들의 인생이 꼬여가는 것을 보면 프레드야 말로 가족들이 아닌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교육 밖에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야 하는지 진정한 인생공부를 할 수 있었으니 복 받은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Book 6는 정말 영화를 보는 것 같이 이야기가 술술 진행되고 그 와중에 인물들의 심경묘사도 탁월하지요. 제목이 '과부와 아내'인데 과부는 물론 도로시아이고 아내는 로자먼드 빈시이겠지요? 그야말로 흔히 속된 말로 하는 표현이지만 딱히 다른 마땅한 표현이 생각 안 나서 쓰게되는 '된장녀'의 표본인 로자먼드의 얄팍한 심경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고, 그에 대비해서 온갖 숭고한 이상과 야망으로 넘쳐나던 리드게이트가 빚 때문에 얼마나 피페해져 가는지도 아주 세세하게 나오네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프레드와 메리 커플에 대조되어서, 맞지 않은 상대들과 자신의 '이상'이라는 헛된 베일에 미혹되어서 잘못된 선택이 된 결혼을 한 당사자들의 뒤늦은 깨닮음과 후회가 그대로 드러나는 현실을 마주하는 고통이 낱낱이 묘사되어있는 채프터들로 6권은 꽉 채워져 있군요. 서머셋 모옴의 "The Painted Veil"이라는 책과 각색을 해서 만든 같은 제목의 영화가 많이 생각납니다. 그 제목 자체는 셸리의 시에서 따왔다지요. Percy Bysshe Shelley's 1824 sonnet - "Lift not the painted veil which those who live / Call Life" 이 시가 1824년에 쓰여졌다니, <미들마치>의 시대적 배경과 거의 겹치네요.
이 부분 너무 웃겼어요. "당시에는 글자를 알아보기 쉽게 쓰거나 적어도 서기에게 적합한 필체로 쓰는 것은 신사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또 하나 배워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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