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는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인듯 살아왔습니다. 잉가 테이트는 대자연이 자기 분신인 듯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존재하는 강과 나무 등 자연의 모습을 보며 생각의 그물을 촘촘히 해나갔다고 생각합니다. 펜과 공책 역시 그녀 곁에 늘 함께 했던 것 같고요.
빅토리아에게서는 윌과 베이비 블루가, 잉가에게서는 '작가'라는 자신의 가능성이 모두 사라졌지만 둘은 자신의 삶이 사라지도록 놔두지 않았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자신들의 삶이 흘러가도록 했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는 내내 '이것은 여성의 이야기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에서는 윌도(윌은 계속 중요하게 다뤄지지만요) 세스도 젤다의 남편도 빅토리아의 이모부도 그리니 교수도 그다지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빅토리아, 젤다, 잉카. 이 세 여성의 이야기가 주로 다뤄지죠. 때문에 그 당시에 여성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좀 더 상세하고 생생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빅토리아는 산막에서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고 잉가는 '간다면 가는 거야'라는 남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선택한 곳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가꾸는(빅토리아), 맥스와 루카스를 키워내고 빅토리아에게 연락을 취하는(잉가), 진취적인 여성(젤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런 이들이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그믐북클럽] 13. <흐르는 강물처럼> 읽고 사랑해요
D-29
오늘도
솔로몽북스
4-3
잉가와 빅토리아는 전혀 다른 인생이었지만 그들은 같은 운명을 타고난 운명공동체라고나 할까요. 둘다 사랑에 서툴렀고 사랑의 결실을 지켜내기엔 너무 이른 나이었습니다. 당시의 사회상이 아니라 지금도 이른나이에 아이를 낳게 된다면 잉가나 빅토리아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을듯합니다. 하지만 둘은 잘 성장해 주었고 그렇게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시호
두 인물 모두 준비되지 않은 상실을 경험했고 그 속에서 각자 '복숭아'와 '루카스'라는 존재가 삶을 지탱할 이유라는 점이 참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복숭아는 물리적으로 떠나지 않는 존재라면 루카스는 마음은 연결되어있되 떠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 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잉가는 글을 쓰는 행위로 빅토리아는 복숭아 농장을 꾸려나감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지탱해나가는 저력을 발휘합니다. 그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보답하려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에 깊게 연결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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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와 이혼이 여성에게 매우 부당하게 다가오던 시기에 두 여성은 스스로 힘든 선택했고 그 시기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단단하게 헤쳐왔습니다. 돌봄의 영역을 여성에게 국한시켜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잉가의 모습이 현 시대의 많은 (여성 및 남성) 주부들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아 보이는 면이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전히 많은 워킹맘들이 일과 육아, 가사의 영역을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는 점, 전업주부가 집이라는 영역을 벗어나 사회적 전문 영역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현실 등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윈도우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여자들은 여전히 순종적이고, 아이와 가사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존재였을텐데요, 자식과 관련해 빅토리아는 잉가에 비해 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힘들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빅토리아는 루카스를 버렸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루카스만을 위해서 그랬다기 보다는 둘 다 살 수 있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빅토리아는 이후에 자신의 삶을 씩씩하게 잘 꾸려냅니다. 버린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야 왜 없었겠습니까? 저는 여전히 그 때 애를 버려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반면 잉가는 힘들지만 두 아들을 차별없이 잘 키웠습니다. 루카스의 다른 외모 때문에 여러 일들 겪으면서도 잘 키웠습니다. 아이들로부터 힘을 받으면서 살아왔던 것이죠. 아마 앞으로도 계속 루카스로부터 기운을 받아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주먼지밍
4-3.
닮은 점으로는 두 사람 다 가부장적 사회 규범 내에서 극히 좁은 선택지를 가졌다는 것이요. 당시 여성이 삶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역할을 매우 좁게 제한되었어요. 여성으로 태어났으면 착한 딸에서 좋은 엄마와 좋은 아내로 살아가야 했겠지요. 이 경로에서 이탈하면 도덕적 지탄의 대상이었습니다. 그간 ‘여성의 삶’에 대하여 관심이 있어서 이런 저런 책을 기웃거려 왔는데 읽다보면 숨이 막혀옵니다. 지금 여 성들의 삶은 선배 여성들의 슬픔과 아픔과 강인함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닮은 점으로는 두 여성 모두 어떻게든 삶을 책임지고 그들 삶에서 마주한 전재들을 끊임없이 돌보는 강인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요. 삶의 중심축이 "돌봄"이라는 것이 닮았습니다. 본인의 삶보다는 돌보고 지켜야할 존재들을 위한 삶을 살아갑니다.
다른 점은 잉가는 빅토리아에 비해 훨씬 좋은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약 잉가가 대학을 졸업했어도 활발한 사회 활동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고 봅니다. 잉가에게 기대되는 것이라곤 아마도 대학 나온 교양 있는 여성으로 좋은 남자를 만나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었겠지요. 임신과 동시에 대학교육을 중단하는 잉가의 삶은 당대의 가부장적 규범으로 어쩔 수 없는 강요된 선택이었겠지요.
팥앙금
@우주먼지밍 삶의 중심축이 돌봄이라는 것에 극히 공감합니다. 오늘날 여아가 선호되는 이유도 제사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일수도 있겠네요
지니
여성에게 부여되는 암묵적인 역할 속에서 자랐고, 본인이 선택하거나 변화시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받아들여야 했다는 점에서는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빅토리아는 큰 고통 후에 강인한 깨달음을 얻었고 홀로 자립하며 나아갈 수 있었지만, 잉가에게는 아이들이 있었고 아이들을 위한 삶을 살기로 선택했지요.
siouxsie
4-3. 둘 다 준비없이 어머니가 되어 버린 것, 다른 방식이지만 육아에 홀로 던져져 버렸다는 점이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둘 모두 아이를 끔찍이 사랑합니다. 아이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키우죠. 빅토리아가 아이를 버렸다고 단순히 규정하기 어려운 점도 자기와 같은 아기 엄마에게 아이를 맡겼다는 점이고요.
또한, 빅토리아도 꿋꿋이 자기 인생을 살아갑니다. 잉가도 폴에 더 이상 의지하지 않고, 두 아들을 키우고요. 더 이상 지난 날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 아들이 성장했을 때 본인이 잃었던 것들을 다시 찾고요. 두 사람 모두 인생에서 시기적으로 다르지만, 잃었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는 점에서는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선경서재
4-3.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지만, 상대를 바로 보지 못했던거 같아요. 잉가는 폴의 진짜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을텐데 외면해버렸던거 같기도 하고요. 빅토리아는 너무 이른 이별에 윌슨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했지요.
잉가는 두 아들을 키우는 것에 삶에 의미를 두었고, 빅토리아는 복숭아나무를 키우는 일에 의미를 두었죠. 둘은 다른 인생을 살고 다른 선택을 해왔지만 묵묵히 할수있는 자신들의 인생의 역할을 해내왔네요. 흐르는 강물처럼.
매일그대와
4-3. 빅토리아와 잉가는 자신의 선택보다 더 큰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사랑했습니다. 가족을 향한 사랑이 마르지 않았지요. 다른점이 있다면 그건 혼자 오롯이 감내하느냐 주변에 누군가가 있음에도 감내해야만했느냐 하는 외로움의 종류가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잉가가 비로소 혼자가 되고나서야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빅토리아가 열일곱살에 받아들인 고독과 닿아있는 듯해요.
아린
빅토리아와 잉가의 가장 다른 점은 고등교육을 배울 기회가 있었는가 아닌가 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잉가 또한 결국, 학업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결혼하고 임신하고 남편이 원하는 곳으로 따라가서 한 가정을 꾸리는 주부와 엄마로 남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 시대에 여자들은 얼만큼 배운지와는 별개로 한 가정의 주부로 남편의 삶에 순응하는 역할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빅토리아는 아들을 두고왔지만, 자신만의 과수원을 일구었고, 잉가는 자신의 아들과 또 다른 아들 루카스를 (남편의 육아 도움 없이) 키워나갔습니다.
흐르는 강물 처럼 시대에 순응하며 살았지만 자신의 고유한 색깔은 드러내며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빅토라이가 윌슨을 편견없이 사랑 한 것, 그리고 잉가가 루카스를 맥스와 차별없이 키웠다는 것은 둘의 닮은점 이라고 생각합니다.
달여인
4-1
4부에선 잉가의 편지에 담긴 인물들을 만나게 되었네요. 특히 윌슨과 빅토리아의 아들 루카스의 성장기를 통해 그가 얼마나 친부모를 닮았는지 느껴집니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듯이 함께 생활하지도 않았는데 주변 생물에 대한 많은 연민이나 자연사랑이 충만한 점. 그리고 형제 맥스에 대한 연민과 용서등을 통해 루크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읽으며 떠오르는 한 인물. 바로 윌슨이었는데요, 그의 손길을 닮은 루카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맥스웰의 불같은 성미에 평형을 맞춰주는 선물처럼, 루카스는 아기 때부터 온순하고 영리했다. 루카스는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차분함으로 내 삶에 예기치 못한 기쁨을 가득 채워주었다. . . .. .
루카스의 손길에는 마법 같은 힘이 있었다. 전기나 열 같은 어떤 에너지가 흐르는 것인지, 아니면 마음씨가 비범할 정도로 따뜻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루카스의 손길이 특별하다는 건 내 공상이 아니었다. 루카스는 싱크대 배수구에 빠진 거미를 꺼내주었고, 창문 방충망 사이에 갇힌 벌을 살려주었다. 병든 동물이나 식물도 루카스가 어루만져 주면 낫는 것 같았다.” (P.358)
달여인
“ 나는 한 잔을 더 따르며 이미 목숨을 잃었거나 불구가 되었거나 마음의 병을 얻은 모든 아이를, 불태워진 베트남 마을을 생각하며 슬퍼했다.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를 애도했다. p.375
”
『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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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여인
“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전쟁때문에 매일 수십 명씩 죽어나가는 와중에 겨우 세 명을 위해서 온 나라가 숨죽이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떨쳐낼 수 없었다.. . . 보도는 계속되었고 이전의 비극은 새로운 비극으로 가려졌다. 내가 아들들을에게 선물한 세상은 두려워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광적이고 혼란스러웠다. 그냥 외면하고 눈을 돌려버릴 수가 없었다. p.385-386
”
『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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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여인
4-3
작가를 꿈꾸었던 잉가는 대학에서 공부할 정도로 부유하고 도시적이며 교육수준이 높았다고 생각됩니다. 반면에 시골에서 자연을 벗삼고 삶의 진리를 터득한 소녀 토리는 자연 소녀였습니다. 이 두사람은 뭔지 모르게 서로 공간적으론 다른 곳에 있지만 주변 사물에 대한 세심한 감정적 교류가 가능한 감각능력을 지닌 듯 보여집니다. 특히 아기 루카스가 있던 공터는 그들의 감정 교감이 일어나는 장소이며, 그들의 감정 표현들도 서로의 이해 범위 안에서 소통, 공감할 수 있습니다. 두 여인 모두 순수하고 순종적인 과거의 전형적 여인의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 두 여인의 제약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잉가에게 있어서 삶의 한계와 제약의 근본 원인은 가부장적인 남편 폴과 그 이유와 목표가 명확치 않은 전쟁, 즉 정부의 막무가내식 종용이라 봅니다. 남성과 힘이 지배하는 세상속 남편으로 인해 자신의 꿈도 접고 성적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온 잉가. 전쟁으로 자신의 실체와 마주서고 좌절하며 생과 사의 불안이 존재하는 전쟁터로 몰린 루카스와 전쟁 참여하기를 고대했던 맥스의 좌절과 죽음으로 두 아들을 모두 잃어버린 잉가. 이는 분명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개인의 삶이 비극적인 모습으로 변했다고 봅니다.
빅토리아에게서는 운명적으로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많은 가족들의 죽음을 경험하고 그 운명의 짐을 순종적으로 지게 되는데요, 이와 더불어 인종적 차별이 심했던 미국 사회의 편견으로 사랑하는 윌을 잃고 그에게서 얻은 리틀 블루마저 포기해야했던 사회적 통념과 제약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토 개발이라는 국가계획으로 인해 모든 추억이 깃든 땅을 팔고 이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든 것을 잃은 빅토리아에게 복숭아를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삶, 자신만의 주도적 결단과 삶의 주체가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 5부 1970년~1971년 (작가의 말, 작가 인터뷰, 독서 모임 가이드 포함) ■■■■
드디어 이 책의 마지막 부에 이르렀습니다. 완독을 자축하기에는 아직 이른걸까요? 아직 초반에 머물러 계신 분들은 기운을 내 주세요. 북클럽이 끝나기까지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으니 충분히 기간 내 끝내실 수 있습니다.
3월은 온갖 생명이 움트는 달입니다. 죽은 것만 같았던 거친 나무 가지들에서 새 생명이 삐죽이며 돋아나고 어두운 땅에서는 곧 연두빛이 비치겠지요. 이러한 계절에 대자연의 이야기를 다룬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게 되어 마음가짐이 남달랐어요.
새해에 다짐했던 일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나요? 그래도 괜찮아요. 빅토리아가 알려 준 것처럼 모든 일의 힘은 시작이 아닌 꾸준함에 있으니까요. 활기 넘치는 3월의 문턱, 지난 20 여일간 함께 했던 그믐북클럽 13기 멤버들 모두 함께 꿋꿋하게 버티며 봄의 따스함을 맞이해봅시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5-1. 어떻게 읽으셨나요? 인상 깊었던 사건이나 흥미로웠던 등장 인물은 누구인지 알려 주세요.
호디에
5-3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습니다.
모든 걸 털어놓은 빅토리아에게 젤다의 위로와 격려가 참 따뜻하더군요. 저도 누군가에게 애쓰며 살아왔다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했어요.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참 좋은 소설입니다.
윌과 똑닮은 루카스가 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찹니다. 모자의 해후가 어땠을지... . 그리고 마지막에 루카스가 누구의 아들이 아닌 그 자체로서 존재할 것이라는 빅토리아의 생각이 와닿았어요.
윈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