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토양과 자연의 힘을 믿는 모습에서 미국 소설가 마가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가 생각납니다. 남부 조지아 주 타라 농장의 스칼렛 오하라. 사랑하는 남자를 뺏기고, 남북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황폐화 된 농장. 남북전쟁의 혼돈 속에서 삶을 이끌어 가는 강인한 여인.
그리고 박경리씨의 ‘토지’에 나오는 최서희. 구한말 하동 평사리 마을의 최참판댁의 비극적인 시대를 굿굿하게 살아내는 여인. 모두 상실과 비극적 상황에서도 잘 견디어 낸 여인들인데 빅토리아와 많은 닮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패트릭 브링리의 자서전적 에세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와도 상실감 극복과 긍정적으로 삶을 이어나간다는 점에서 일목상통 한다고 느꼈습니다.
패트릭은 형 톰의 죽음으로 크나큰 상실감과 슬픔에 쌓여 잡지사 일을 접고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경비원이 되어 10년의 시간을 전시된 그림과 전시물들, 방문객들을 통해 위로 받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믐북클럽] 13. <흐르는 강물처럼> 읽고 사랑해요
D-29
달여인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 3부 1955년~1970년 ■■■■
챕터로는 이제 5개 부 중에서 딱 절반인 3부입니다만 페이지상으로는 벌써 절반을 훌쩍 넘겼습니다. 1부와 2부가 긴 탓에 이야기도 어느덧 중간을 넘어섰어요.
‘아이올라’라는 지역은 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곳으로 1970년 대에 실제 댐 건설로 인해 물에 잠기게 되었다고 해요. 저는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도 얼핏 생각이 났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도시의 슬럼가도 떠올랐고요. 낡고 지저분한 지역이었는데요, 얼마 전에 가보니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멋지게 들어섰더군요. 저는 그 곳을 매우 싫어했고 그리워한 적이 없는데 막상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골목길, 과자를 사 먹었던 동네 슈퍼, 어머니가 들르던 미용실 자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니 이상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흔한 실향민 소설이라면 주인공이 머리띠를 두르고 고향을 지키는 데 앞장설 것 같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빅토리아가 누구보다 먼저 과수원을 팔게 되죠. 이렇게 전형적이지 않게 흘러가는 스토리가 흥미롭기도 했어요. 한편 ‘고향’이란, ‘집’이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싶은 생각에 골몰하게 됩니다. 그럼, 3부 함께 읽어요.
7년의 밤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수상 이후 오랜 시간 준비하여 야심 차게 내놓는 소설로, 치밀한 사전 조사와 압도적인 상상력으로 무장한 작품이다. 7년의 밤 동안 아버지와 아들에게 일어난 슬프고 신비로우며 통렬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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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말씀대로 전형적이지 않은 지점이 두 군데였습니다. 베이비 블루를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는 것, 짚으신 것처럼 맨 처음 농장을 팔았다는 것.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읽혔던 것 같아요.
호디에
이 책도 추천합니다.
같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싶습니다.
사방에 부는 바람주목받지 못한 역사를 무대로 가장 사랑받는 이야기를 선보여온 미국의 밀리언셀러 작가 크리스틴 해나의 신작. 저자는 우리를 1930년대 대공황기, 먼지 폭풍에 휩싸인 텍사스 대평원으로 이끈다. 고난의 시대를 살아낸 한 여성의 삶을 그리며, 저자는 놀랍도록 풍성하게 역사를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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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레터
어린 시절의 골목길이 없어졌다면 저도 눈물 날 것 같아요. 추억은 그 어떤 거라도 소중하니까요.
팥앙금
저도 같은 경험인데요, 아파트 단지에서 우리집의 위치를 찾아보는 제가 굉장히 낯설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늘 벗어나고만 싶었는데 허물어지는 건 한순간이더라구요. 이렇게 찰나였으면 그때 고통을 더 직시할걸, 사진이나 영상이라도 많이 담아둘 걸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3-1. 어떻게 읽으셨나요? 인상 깊었던 사건이나 흥미로웠던 등장 인물은 누구인지 알려 주세요.
호디에
3-1
빅토리아가 복숭아 농사를 성공시키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그림이 그려지듯 머릿속에서 지나갔습니다.
이사한 뒤 복숭아 나무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멀쩡한 꽃봉오리를 잘라냈을 때 느꼈을 불안감, 윌과 베이비 블루에 대한 기다림, 한번도 놓을 수 없었던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마다 그녀를 덮쳤을 외로움. 참 다행스러운 건 그녀 곁에 친구와 이웃이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다. 완벽한 내시 복숭아의 부활을 맞는 순간, 빅토리아가 얼마나 감개무량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무엇보다 3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제 가슴도 방망이질하듯 퉁탕거렸습니다. 베이비 블루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오뉴
새로운 정착지에서 복숭아 나무를 재탄생시키는 장면이 흥분되었습니다. 서두르거나 조바심내지 않고 더 좋은 과실을 얻기 위해 잔가지를 치고 첫 열매들을 버리는 과정들, 학문적 연구와 실험이 이루어 낸 훌륭한 결과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새로운 이웃 젤다가 기억에 남습니다. 조용하고 숫기없는 빅토리아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활발하게 다가와 준 젤다로 인해 세상이 밝아보였을 것 같아요.
호디에
@오뉴 저도 젤다가 참 좋았습니다. 그런 사람이 빅토리아 옆에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J레터
복숭아 모양의 둥근 돌을 마주했을 때의 그 짐작할 수 없는 사실에 숨이 멎는 것 같았고, 숲의 어머니에게라는 글을 마주할 때 역시 다음 페이지를 쉽사리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을 연상시키는 젊은 청년 목수, 카를로스를 바라봤을 빅토리아의 심정을 또한 가만히 쫓아가봤습니다. 그 절절한 그리움을 무엇으로 이겨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음에 마음이 아픈 대목이었습니다. 빅토리아에게 젤다라는 인물은 어쩌면 그녀가 복숭아 나무만큼 세상을 살아가는 버팀목이 아니었나 합니다. 나무수녀라고 놀리는 솔직한 그녀가 참 마음에 들었고 현실에서도 그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Mystory
앞의 챕터와 같이 3부도 빠르게 읽어내려갔습니다. 빅토리아가 이사를 하고 복숭아 과수원을 성공시키는 과정도 인상깊었지만 아이를 버린 숲을 계속 찾아가는 빅토리아와 그곳에 복숭아 모양의 돌을 남겨서 소통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과수원을 가꾸며 열심히 살았지만 그 공허와 고통을 채울수는 없었을것 같아요. 그나마 아이를 버린 장소가 그렇게 온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숲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고, 루카스를 데리고 간 양어머니의 마음도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떨어져있지만 연결된 어떤 끈이 느껴졌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부동산 중개인 에드 쿠퍼 씨의 등장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어느 날 찾아온 그는 동네와 주변 환경에 대해서 빅토리아에게 수다(?)를 떱니다. 이후 쿠퍼의 아내 젤다와 빅토리아가 쌓아나가는 우정도 인상 깊었구요. 쿠퍼와 젤다는 빅토리아가 그곳에서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비춰추는 따스한 햇살처럼 느껴졌습니다. 젤다에게 모든 얘기를 털어놓고 싶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빅토리아의 마음이 어쩐지 이해가면서 마음 아프기도 했어요.
빅토리아가 베이비 블루를 내려 놓고 온 숲에 찾아가 매년 돌멩이 하나를 올려 놓고 올때마다 언제쯤 그들이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3부 마지막 장면에서 잉가 테이트가 남긴 편지를 받게됩니다. 이때 빅토리아가 얼마나 전율했을까요. 그녀의 베이비 블루, 루카스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요. 여기에서 소설을 잠시 멈추기란 정말 힘든 일이더군요.
지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빅토리아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너무 궁금하여 한달음에 읽었습니다. 3부에서는 전체적으로 빅토리아의 개척정신이 존경할만큼 빛을 발하며 펼쳐졌다고 생각합니다.
인상적인 장면은 여럿이었는데, 예컨대 빅토리아가 이식된 나무들에게 일일이 매만지며 축복의 말을 건네고 소리 내어 격려하는 장면, 그녀가 땅에 무릎 꿇고 기회를 달라고 기도하는 장면, 젤다가 우트족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 젤다가 가슴에 묻은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그리고 빅토리아가 그 공터에서 발자국을 발견하는 장면들이 흥미로웠습니니다. 그러나 단연 으뜸으로 인상 깊은 사건은 바로 그 공터의 그 바위에서 빅토리아가 비닐봉지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쪽지를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정말 이 사건은 제 심장을 요동치게 했죠. 빅토리아가 아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징표이자 결정적인 실마리였으니까요.
가장 인상 깊은 사건이 위에 언급한 것이었기에, 흥미로웠던 등장인물은 3부 말미에 아직 쪽지에서만 등장하는 잉가 테이트였습니다. 빅토리아처럼 그 공터를 방문하고 쪽지를 남긴 그녀가 그리고 빅토리아를 "숲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그녀가 너무나도 흥미로워 다음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어지네요.
솔로몽북스
3-1
3부에서는 이제 빅토리아가 드디어 이주를 하였고 그곳의 이웃인 젤다쿠퍼 부인을 만나면서 타인에 대한 감정이 닫혀있던 것이 열리게 됩니다. 이 부분이 감동적이었고, 무엇보다 바위에 올려져있던 잉카의 편지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게 되는 부분이 너무 감동적이고 울컥했습니다
우주먼지밍
3-1.
3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은 단연 ‘편지’의 등장이지요. 빅토리아의 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내내 이 의문을 품고 있었을텐데 말이에요. 그리고 작가는 책에서 내내 독자에게 힌트를 주었다고 생각해요. 빅토리아가 매년 아들을 버렸던 그 공터의 그 바위로 가는 행위는 분명 이 소설에서 무언가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냥 쓸모없이 썼을리가 없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이어지는 답변, 흥미로웠던 등장 인물은 빅토리아의 아들을 키웠던 여성, ‘잉가 테이트’의 등장입니다!
아린
다른 분들과 비슷하게 저 또한 3부의 마지막 장면인 바람에 펄럭이는 봉투 안의 편지라고 생각합니다.
20년 동안 20개의 돌을 쌓으면서 베이비 블루를 생각하고,, 이제는 마지막이 다 싶을 때 그때 나타난 편지라니...
4부는 베이비 블루와 빅토이라가 만나게 될까? 베이비 블루는 잘 성장했을까? 너무 궁굼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poiein
3-1
새로운 공간에서 삶을 시작하는 빅토리아의 모습이 장했어요. 농사에 매진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젤다를 친구로 관계맺는 과정도 좋았구요. 그럼에도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몸부림치는 빅토리아가 짠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고독한 비밀을 지녔으니
팥앙금
3-1
파오니아에 적응하는 빅토리아를 보면서 올리브 키터리지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뿌리째 뽑혀 새로운 땅에 정착하고 받아들여지고 나 또한 젤다처럼 낯선 이를 수용한다는 것. 인고 끝에 내시 복숭아를 받아들고 그제서야 내 집이라고, 내 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때. 공터의 ‘루카스’라는 쪽지는 큰 물줄기로 빅토리아를 또 한번 인도하는 것 같군요!
글이 압도적일만큼 정말 좋습니다!
시호
젤다가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빅토리아와는 아주 다른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상실에 대한 경험을 풀어내는 모습에서 젤다가 보내온 시간이 그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느꼈습니다.(비록 마음은 괜찮지 않겠지만요) 마치 빅토리아가 소리내어 말해보지 못한 것을 대신 풀어내준 것 같은 느낌도 들었구요. 이렇게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비슷한 경험으로 이어지는 마음의 연대가 독자로서 가슴 뭉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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