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3. <흐르는 강물처럼> 읽고 사랑해요

D-29
6장 그날 한낮의 햇살이 황금빛 잎사귀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내 살갗에 닿아 노랗게 빛났다고, 내가 큼직한 복숭아를 깨물었을 때 팔뚝을 타고 과즙이 줄줄 흘렀고 팔꿈치에 맺혀 있다가 뚝뚝 떨어졌다고, 과즙이 묻어 반짝반짝 빛나는 내 입술이 마치 자신의 입술을 부르는 것 같았다고, 나중에 윌이 말해 주었다. 그때였다고, 그때 자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랬다. 내가 복숭아를 크게 한 입씩 베어 물 때마다, 자기가 숨어 있는 줄도 모르고 내가 텁수룩한 나무 사이로 툭툭 눈길을 던질 때마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고 윌은 말했다.(p.110) 8장 윌과 사랑을 나누는 건, 아주 오랫동안 가고 싶었던 곳에 도달한 듯한 느낌이었다. 윌의 품에 안겨 있을 때만큼은 평생 꿈도 꿔보지 못한 모든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그의 품에 안긴 나는 아름다운 여자, 매력적인 여자, 심지어 조금은 위험한 여자였다. 농가를 떠나 온 하룻밤 사이에 나는 그전까지의 순종적이고 소심한 소녀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여성이 되어 있었다.(p.130)
어제 그의 눈동자에서 내가 본 것은 생각지도 못한 부류의 남자 한 명만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새로운 내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의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흐르는 강물처럼 P100,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도무지 견딜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진실을 외면할 순 없었다. 무고한 소년을 포옹하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블랙 케니언이 윌의 깊고 끔찍한 무덤이 되어버린 것은 그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이 마을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진실을.
흐르는 강물처럼 P151,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한때 강이었으나 지금은 저수지가 된 물 밑에서 썩어가는 마을, 물속에서 조용히 잊힌 마을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불어난 물이 마을을 집어삼킬 때 이곳의 기쁨과 고통까지 모조리 앗아갔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풍경은 우리를 창조한다. 그 풍경이 내어주고 앗아간 모든 것은 이야기가 되고 우리 가슴에 남고, 그렇게 우리라는 존재를 형성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p.14,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그는 좀처럼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없었고, 과거를 돌이키는 일은 그보다도 없었으며, 후회도 아쉬움도 없이 오로지 현재의 순간만을 두 손에 소중히 담고서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경탄하는 사람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p.29,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어제 그의 눈동자에서 내가 본 것은 생각지도 못한 부류의 남자 한 명만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새로운 내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의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흐르는 강물처럼 p.100,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세스 같은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보다 더 많아." ...(중략)... 윌이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간다 한들 세스 같은 사람이 없겠는가? 어디로 간들 세스처럼 분노로 가득한 사람, 피부색이 어둡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히려는 사람이 없겠는가? 윌은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흐르는 강물처럼 p.143,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그러나 진실을 외면할 순 없었다. 무고한 소년을 포용하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흐르는 강물처럼 p.151,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1-2. 주님은 한 생명을 취하고, 새 생명을 줄 것이다. 주님은 내 삶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주님은 다음에 어떤 일이 닥칠지 미리 경고하지 않을 것이다. p85
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1-2. p.38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어도 우리 존재는 탐스럽게 잘 익은 복숭아를 조심스럽게 수확하듯 신중하게 형성되는 게 아니다. 끝없이 발버둥 치다가 그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을 거둘 뿐이다. p.100 어제 그의 눈동자에서 내가 본 것은 생각지도 못한 부류의 남자 한 명만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새로운 내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의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p.151 그러나 진실을 외면할 순 없었다. 무고한 소년을 포용하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화제로 지정된 대화
1-3. 등장 인물 윌과 빅토리아는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지닌 연인을 대변합니다. 윌이 아이올라에 오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는 건 거의 없습니다. 윌이 어떤 사람인지, 어디서 왔는지 작가가 더 많은 것을 알려 줬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윌은 떠돌이였던 반면, 빅토리아는 평생을 한 곳에서 살아왔습니다. 이 사실이 두 사람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윌이 어디서 어떤 사람으로 왔는지보다 현재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떠돌이였던 윌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어디든 상관없다는 말을 했지만 어쩌면 한 곳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요? 어디든 그곳이 그 사람이 정착할 수 있는 곳이며, 빅토리아는 평생 한 곳에서 살아왔기에 보이지 않는 안전한 울타리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정반대의 사람이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리는 것도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1-3 윌이 1940년대의 인디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독자는 어느 정도 그의 삶을 상상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그의 몇 마디에 충분히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가 과거 어떤 시간을 지나, 어디에서 왔는지보다는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가 중요하기에 작가가 그의 서사를 크게 담지 않은 듯 합니다.
윌의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소설 속 인물들이 윌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스와 빅토리아의 시각은 정 반대였구요. 물론 '수배'나 '현상금' 같은 단어들이 윌이 어떤 인물인지를 비춰줄 수는 있지만, 1940년대라는 배경은 그러한 판단이 매우 피상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스가 윌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윌은 과연 현상금이 걸릴 정도로 악한 인물이였을까요? 아니면 1940년대 인디언에 대한 시각이 그를 악한 인물로 만들어야만 했을까요? 그렇다고 빅토리아의 시각이 옳다고 볼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선입견을 갖지 않은 채 윌을 바라봤지만, 결국 사랑에 빠진 소녀의 시각이였으니까요. 누구의 시각이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저자가 어떤 의도로 이 인물을 서술했는가를 좀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요. 이런 의미에서 윌의 배경을 저자가 설명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윌의 과거가 정확히 서술되었다면 우리(독자)는 세스와 빅토리아 중 한 명의 시각에서만 그를 판단 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지금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윌은 떠돌이였고, 인디언이란 배경이 중요한 것 같아요. 빅토리아는 비록 어머니를 잃었지만 평생을 한 곳에 살았죠. 살아온 배경이 둘의 성격에 큰 영향을 끼쳤을거라 생각합니다. 둘의 사랑은 필연적으로 삶의 방식에서 충돌합니다. 떠나거나 남아야죠. 빅토리아가 윌과 밀회 후,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p.146)에서 드러나는 갈등이 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윌이 말한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 이러한 윌이 사랑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빅토리아의 곁에 남으려 했습니다. 강물처럼 떠돌고 싶은 그의 성격이 빅토리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정착을 택하려 한 그의 모습이 잘 서술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 개인적으로 빅토리아가 사랑으로 인한 시련을 겪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반대 되는 배경의 인물이 필요할 것이고, 저자는 서로 정반대의 성장환경을 만들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윌이 어떤 사람인지는 별로 중요한것 같지 않아요. 소설에 묘사된 도망친 인디언 정도면 충분한것 같아요. 그가 아이올라에서 겪었던 시간과 내용으로도 그 사람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다른듯 하지만 사실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빅토리아는 머물면서, 지금 선 곳에서 땅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윌은 떠돌면서 자연을 경외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둘이 통한게 아닐까 싶네요. 이 책을 읽으며 자연을 사랑하지만 막상 그다지 가깝게 지내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둘은 자연아래에서 하나가 아니였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윌의 배경이 가려져 있는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윌과 토리를 더 대조적으로 비교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예요. 토리의 가족들과 주변 이웃들은 윌이 멕시코인인지 인디언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백인이 아닌 것만 중요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윌이 어디 출신인지 무슨 일을 했던지.. 결국 토리 가족과 이웃들에게는 동일한 한 인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윌이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이.. 그 동안 떠돌이 유색인으로 견뎌야 했을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한거 같아요. 토리가 윌을 사랑한다 할지라도 그런 윌의 삶을 전적으로 이해하긴 힘들거 예요. 전 당연히 둘의 삶의 배경이 성격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윌이 어떤 사람인지는 빅토리아가 묘사하는 내용을 통해 그의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 및 성격까지 알 수 있으므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가 '인전' 이라는 것은 그가 어디서 왔고 빅토리아를 만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하므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윌에 대한 세스의 분노나 다른 인물들의 적개심이 월에 대해 독자가 알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해주기도 하므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윌이 아메리칸 인디언이라면 작가가 그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오히려 식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윌의 삶이란 한 존재로서 개인의 삶이라기 보다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피박의 삶일테니 말이죠. 빅토리아를 비롯한 다른 인물들은 유럽에서 이주한 백인(들의 후손)이기에 그들에게는 각자의 삶이라는 것이 가능했으므로 개인의 삶이 각기 다른 이야기로 펼쳐질 수 있지만,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그들이 아메리칸 인디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덩어리로 치부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삶에 대해서는 현재의 독자들(특히 미국 독자들)은 역사를 통해 알고 있으므로 아는 혹은 알만한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는 방식을 취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한편 작가가 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말해지지 않은, 즉 지워진 그들의 삶을 비유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방식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땅에서 원주민을 말살하고자 백인들이 한 일이 바로 그것임을 웅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말이죠. 그 땅의 원주민이며 정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인 월이 떠돌이가 된 것 그리고 그 땅을 식민화한 이주민의 후손인 빅토리아가 평생을 한 곳에서 살았다는 것은 미국 역사의 아이러니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윌은 떠돌든 정주하든 원주민의 전통과 지혜를 이어받아 자신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흐르는 강물처럼" 살테니 말이죠. 빅토리아도 한 곳에서 살아왔다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점은 다른 인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윌을 대하는 그들의 편협한 태도로 보아 한정된 공간이라는 것이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그들과 달리 빅토리아는 낯선 이방인인 월을 환대하고 그와의 만남을 통해 변해가기에 평생 한 곳에서 살아왔지만 폐쇄적이기 보다는 열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윌의 과거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책에도 나와있듯이 "그는 좀처럼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없었고, 과거를 돌이키는 일은 그보다도 없었으며, 후회도 아쉬움도 없이 오로지 현재의 순간만을"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윌이 걸어온 지난 날들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서 왔는지 상세히 나와 있었다면 독자가 '현재'를 살아가는 윌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그의 피부색이나 배경, 하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재 이 자리에 있는 윌이라는 사람 그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빅토리아는 평생을 한 곳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나 그곳의 사람들보다는 자연의 모습에 더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란 것 같습니다. 때문에 모든 것을 품어주는 자연처럼 어느 정도는 열린 마음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같고 윌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의 외모보다는 까만 눈동자 속에 있는 다정함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루비앨리스에이커스나 루즈벨트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도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윌은 세상엔 세스 같은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보다 많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떠돌이로 살아왔음에도 "흐르는 강물처럼" 살았기 때문에 그 역시 까만 눈동자에 다정함을 품고 살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윌은 떠돌이로, 빅토리아는 평생을 한 곳에서 살아왔지만 어떻게 보면 둘의 삶은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 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윌에 대한 설명이 적었기 때문에 빅토리아처럼 윌을 바라볼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윌이 멕시코인일거라는 부분을 보고 그 옛날 에네켄 노동자로 이주했던 한인 후손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보았답니다. 그분들이 겪었을 고통의 시간과 시선들을 마음에 담고 읽다보니 인디언, 멕시코인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더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떠돌이로 살던 윌은 “세스와 같은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보다 더 많아.”라고 하는 반면, 빅토리아는 윌을 알게되면서 마을 사람들의 편견과 부당한 차별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식구나 다름없던 이들의 몰랐던 부분을 마주해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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