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3. <흐르는 강물처럼> 읽고 사랑해요

D-29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두 눈을 감고, 항복의 의미로 두 팔을 쭉 늘어뜨린 채 빗줄기가 나를 흠뻑 적시도록 가만히 있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293,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나를 받아줄 곳이 아무 데도 없으면, 모든 곳은 그저 아무 곳도 아닌 게 된다.
흐르는 강물처럼 295,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모든 삶이 그러하듯 어려움은 생기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루비앨리스가 키우던 소형견들은 하나씩 죽거나 사라졌다. 첫 두 해 동안 수확한 복숭아 대부분은 돼지 밥통행이 되었다. 서리, 가뭄, 해충, 망가진 장비, 외로움과 같은 숱한 시련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러나 나는 불평하지 않았다.
흐르는 강물처럼 p.312,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그러나 내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바위였다. 이곳에 서있는 바위는 1949년 여름 이 공터에서 있었던 일이 내 꿈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였고, 내가 기억할 수 잇는 기념물이었고, 내가 붙잡을 수 있는 닻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306쪽,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그 무렵 드디어 내 나무들에 빛나는 초록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기적처럼 생명과 꽃과 열매를 약속하는 콩알만 한 크기의 꽃봉오리들 이파리 사이사이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그러나 그날, 나는 클리퍼를 들고 가지를 헤치고 걸어다니며 마지막 꽃봉오리까지 모두 잘라내야 했다. 꽃봉오리가 은은한 분홍빛 꽃으로 피어날 때까지 보석처럼 애지 중지 돌보는 것만 배웠던 내게는 그리고 평생 그렇게 해왔던 내게는 너무나 가혹한 작업이었다. 가위질을 한 번씩 할 때마다 복숭아 농사에 관한 내 모든 지식과 믿음이 싹뚝 싹뚝 잘려 나갔다. 그리니 교수님은 내게 연구 결과를 보여주며 이식 후 첫해에는 어쩌면 두 번째 해까지도 열매가 열리지 않을 거라고, 꽃봉오리를 잘라내면 나무의 에너지를 다시 뿌리로 내려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꽃봉오리를 희생하면 과수를 더욱 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의미였다.
흐르는 강물처럼 p.293,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우리가 지금 여기 앉아 있는 것도 사실 원주민들을 다 쫓아내고 우리 땅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가능한 일 아니겠어요? 아무리 모른 척, 아닌 척 한다고 해도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흐르는 강물처럼 p.316,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곧 저수지가 될 거니슨강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댐이 건설되고 거니슨강 하류에 수문이 개방되어도, 지금 흐르는 강물의 일부는 변함 없이 아래로 흘러갈 거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느리더라도,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아무리 적은 양이더라도 강물은 어떻게든 물길을 찾아내 꾸준히 흐를 것이다. 그러면, 노스포크강을 따라 새로운 삶을 꾸린 나는 그 반대편에서 흐르는 강물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p.322,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이름 없는 전쟁으로 윌과 내 아기를 잃었다는 사실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흐르는 강물처럼 318p,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3-2. 나는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돌멩이를 발가락으로 움켜쥐고 곧게 서서 물살에 맞서 균형을 잡 으며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맑은 물이 내게 뭐라고 했는지 내가 다 이해했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그 모든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p304
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3-2. p.340 그래도 슬픔을 혼자 짊어지고 사는 건 강인한 게 아니에요, 빅토리아. 그건 누가 봐도 벌이야. 과거에 무슨 일을 겪었든 자신을 비난하는 것만큼은 멈췄으면 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3-3. 아이올라 사람들 대부분은 과수원을 팔겠다는 빅토리아의 결정을 배신으로 여깁니다. 어떤 요인이 빅토리아로 하여금 가장 먼저 동네를 떠나게 만들었을까요? 빅토리아가 땅을 팔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나요? 세스는 어째서 아이올라로 돌아오고 싶어 했을까요? 동생에게 거짓말을 하고 가족의 과수원을 없애버린 빅토리아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하나요?
3-3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만약 제가 빅토리아의 입장이었다면 팔았을 거 같아요. (사실 제가 그럴 용기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보다는 잘했다고 빅토리아를 응원했을 거 같습니다.) 어머니와 가장 의지했던 캘러 오빠의 추억이 있지만 아버지와 연인의 죽음에 의한 상실감, 연인을 살해했다고 여기는 동생 세스를 향한 분노, 베이비 블루에 대한 죄책감 등 지금 당장을 견디기가 너무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런 결단을 내린 빅토리아가 참 용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아 내시 복숭아를 살리겠다는 목표도 분명했잖아요. 저라면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두려워 안으로 움츠려 들었거나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못했을 거 같거든요.
아이올라 사람들이 느꼈을 배신감도 이해가 되는 것은, 오랜 시간 뿌리 내린 농장을 너무 쉽게 처분하는 듯이 보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빅토리아에 있어 과수원은 사랑이며서 아픔일 것 같아요. 평생을 지켜 온 과수원을 쉽지 않은 마음으로 그러나 결단력있게 판 것은 그곳에 대한 애증인 듯 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은 곳이여서 그녀의 결정이 모든 걸 잊고 새로운 출발을 의미합니다. 세스 역시 집이 그리웠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누나에게 어쩌면 인정받고 싶지 않았을까해요.
@J레터 저도 세스가 집을 그리워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상당히 어린 나이잖아요. 나가보니 가족의 그늘이 얼마나 컸는지 알았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누나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싶습니다.
빅토리아는 누구보다 아이올라를 사랑했지만 떠날수밖에 없었을것 같아요. 아버지,어머니 무엇보다 윌의 죽음이 일어난 현장이기에 새로운 삶을 위한 변화가 필요했다고 보입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복숭아 나무를 옮겨야 하는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고, 그것이 빅토리아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향 땅이 사라진다는 것은 정말 큰 일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상실이컸기에 돌아설 수 있었을거 같네요. 세스는 약한 사람이지요. 누나와 형을 부러워하면서 허세를 부리는 전형적인 약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을거라고 생각하고, 윌의 죽음 후에 죄책감도 크게 느꼈을 것 같아요. 아픔이 있더라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게 아닐까 싶습니다. 세스를 버리고 과수원을 정리해 아이올라를 떠난 빅토리아의 결정은 옳았다고 생각해요. 윌이 떠나고 아이도 없지만 그들의 존재를 온전히 느끼고 살아왔듯, 아이올라를 떠나도 스스로는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 같네요.
빅토리아가 베이비 블루를 지켜낼 수 없었기에, 그녀는 내시 복숭아만큼은 지켜내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복숭아를 지켜내는 일은 빅토리아의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를 지켜내는 일, 즉 가족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녀에게 고향은 아이올라라는 땅이라기 보다는 그녀의 선조들이 지켜낸 복숭아 나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녀의 할아버지도 아이올라로 이주하여 복숭아 나무를 심은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빅토리아에게는 동네에 남는다 혹은 동네를 떠난다라는 것보다는 복숭아 나무를 지킬 수 없는가 혹은 지켜낼 수 있는가가 중요한 사안이기에, 그 기준에 맞춰 판단하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올라는 결국 저수지가 될 것이기에 그곳의 땅을 끝까지 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빅토리아는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빅토리아는 가족의 과수원을 없애버린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다른 터로 옮긴 것이니까요. 떠돌이 생활을 하는 세스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집이 있는, 가족인 누나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스가 일종의 감상에 젖어 아이올라를 생각하는 반면, 빅토리아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명확히 현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입니다. 그러므로 빅토리아가 세스에게 한 거짓말은 결국 복숭아 나무를 지켜내기 위한 방편이었고, 결국 빅토리아의 결정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녀로서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공감합니다
3-3 저 같아도 보상을 비싸게 받은 적게 받든지 떠났을꺼 같아요. 그리고 자신만의 과수원을 만들어준다는 교수의 도움도 있었으니까요. 전 전적으로 빅토리아의 결정에 응원을 합니다. 동생 세스는 .. 음.. 어쨋든 세스도 자신이 한일에 후회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자신이 살던곳을 떠났지만 결국 인생은 자신이 한일에 대해 되돌려 받는 일이고, 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서 돌아오고자 했던거 같지만 누나의 그런 모습에 차마 염치가 없었던 걸로 보여집니다.
저 역시 제가 빅토리아였다면 바로 과수원을 팔기로 결정했을 것 같아요. 그곳에 머물기 정말 힘들었을텐데 정부의 정책이 빅토리아를 움직이게 했고, 복숭아 나무들과 함께 떠날 수 있어서 더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빅토리아의 인생에 그리니 교수라는 엄청난 조력자가 있었네요. 그리니 교수를 만나게 된 것은 '조언이 필요하다'고 말한 빅토리아의 용기 때문이었고ㅡ 그리니 교수 역시 빅토리아 덕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인생은 이렇게 어려움 가운데도 용기를 내고, 그 용기를 서로 받아주고 응원해주면서 흘러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 세스의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아 아쉬운 면도 있었습니다. 세스는, 아마, 고향을 떠나 이곳저곳에서 자신보다 더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겠죠? 그렇게 자신과 같은, 자신보다 더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수많은 일들을 겪고는 아이올라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빅토리아가 떠난 뒤 세스가 아이올라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살았을지 궁금했습니다. 빅토리아가 속으로 생각했던 것처럼 세스 안에 세스가 생각하지 못한 면이 있음 발견하면서 살았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3-3.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참으로 많지만 그 중 하나는 전 빅토리아가 아이올라를 떠나겠다고 마음 먹고 행동에 옮기는 장면이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에는 너무나 ‘고향’, ‘뿌리’, ‘가족’ 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내가 태어난 곳이 가족이 내게 너무나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될 때는 얼마든지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평생을 살았던 곳이라도 긴 시간을 보낸 곳이라도 그것이 심지어 내가 태어난 곳이라 할 지라도 언제든 훌훌 털고 떠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빅토리아가 아이올라에서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잔혹하게 살해당했고 그것에 가족이 연루되어 있고 자신의 피붙이를 버려야했던 곳. 곳곳에 스며있는 상실과 아픔, 상처. 저는 거기서 제 정신으로 살기 어려울 것 같아요. 빅토리의 결정이 옳고 그르다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 결정을 누가 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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