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3. <흐르는 강물처럼> 읽고 사랑해요

D-29
윌의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소설 속 인물들이 윌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스와 빅토리아의 시각은 정 반대였구요. 물론 '수배'나 '현상금' 같은 단어들이 윌이 어떤 인물인지를 비춰줄 수는 있지만, 1940년대라는 배경은 그러한 판단이 매우 피상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스가 윌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윌은 과연 현상금이 걸릴 정도로 악한 인물이였을까요? 아니면 1940년대 인디언에 대한 시각이 그를 악한 인물로 만들어야만 했을까요? 그렇다고 빅토리아의 시각이 옳다고 볼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선입견을 갖지 않은 채 윌을 바라봤지만, 결국 사랑에 빠진 소녀의 시각이였으니까요. 누구의 시각이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저자가 어떤 의도로 이 인물을 서술했는가를 좀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요. 이런 의미에서 윌의 배경을 저자가 설명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윌의 과거가 정확히 서술되었다면 우리(독자)는 세스와 빅토리아 중 한 명의 시각에서만 그를 판단 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지금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윌은 떠돌이였고, 인디언이란 배경이 중요한 것 같아요. 빅토리아는 비록 어머니를 잃었지만 평생을 한 곳에 살았죠. 살아온 배경이 둘의 성격에 큰 영향을 끼쳤을거라 생각합니다. 둘의 사랑은 필연적으로 삶의 방식에서 충돌합니다. 떠나거나 남아야죠. 빅토리아가 윌과 밀회 후,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p.146)에서 드러나는 갈등이 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윌이 말한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 이러한 윌이 사랑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빅토리아의 곁에 남으려 했습니다. 강물처럼 떠돌고 싶은 그의 성격이 빅토리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정착을 택하려 한 그의 모습이 잘 서술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 개인적으로 빅토리아가 사랑으로 인한 시련을 겪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반대 되는 배경의 인물이 필요할 것이고, 저자는 서로 정반대의 성장환경을 만들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윌이 어떤 사람인지는 별로 중요한것 같지 않아요. 소설에 묘사된 도망친 인디언 정도면 충분한것 같아요. 그가 아이올라에서 겪었던 시간과 내용으로도 그 사람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다른듯 하지만 사실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빅토리아는 머물면서, 지금 선 곳에서 땅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윌은 떠돌면서 자연을 경외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둘이 통한게 아닐까 싶네요. 이 책을 읽으며 자연을 사랑하지만 막상 그다지 가깝게 지내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둘은 자연아래에서 하나가 아니였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윌의 배경이 가려져 있는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윌과 토리를 더 대조적으로 비교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예요. 토리의 가족들과 주변 이웃들은 윌이 멕시코인인지 인디언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백인이 아닌 것만 중요했으니까요. 그러니까. 윌이 어디 출신인지 무슨 일을 했던지.. 결국 토리 가족과 이웃들에게는 동일한 한 인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윌이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이.. 그 동안 떠돌이 유색인으로 견뎌야 했을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한거 같아요. 토리가 윌을 사랑한다 할지라도 그런 윌의 삶을 전적으로 이해하긴 힘들거 예요. 전 당연히 둘의 삶의 배경이 성격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윌이 어떤 사람인지는 빅토리아가 묘사하는 내용을 통해 그의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 및 성격까지 알 수 있으므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가 '인전' 이라는 것은 그가 어디서 왔고 빅토리아를 만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하므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윌에 대한 세스의 분노나 다른 인물들의 적개심이 월에 대해 독자가 알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해주기도 하므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윌이 아메리칸 인디언이라면 작가가 그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오히려 식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윌의 삶이란 한 존재로서 개인의 삶이라기 보다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피박의 삶일테니 말이죠. 빅토리아를 비롯한 다른 인물들은 유럽에서 이주한 백인(들의 후손)이기에 그들에게는 각자의 삶이라는 것이 가능했으므로 개인의 삶이 각기 다른 이야기로 펼쳐질 수 있지만,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그들이 아메리칸 인디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덩어리로 치부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삶에 대해서는 현재의 독자들(특히 미국 독자들)은 역사를 통해 알고 있으므로 아는 혹은 알만한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는 방식을 취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한편 작가가 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말해지지 않은, 즉 지워진 그들의 삶을 비유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방식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땅에서 원주민을 말살하고자 백인들이 한 일이 바로 그것임을 웅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말이죠. 그 땅의 원주민이며 정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인 월이 떠돌이가 된 것 그리고 그 땅을 식민화한 이주민의 후손인 빅토리아가 평생을 한 곳에서 살았다는 것은 미국 역사의 아이러니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윌은 떠돌든 정주하든 원주민의 전통과 지혜를 이어받아 자신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흐르는 강물처럼" 살테니 말이죠. 빅토리아도 한 곳에서 살아왔다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점은 다른 인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윌을 대하는 그들의 편협한 태도로 보아 한정된 공간이라는 것이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그들과 달리 빅토리아는 낯선 이방인인 월을 환대하고 그와의 만남을 통해 변해가기에 평생 한 곳에서 살아왔지만 폐쇄적이기 보다는 열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윌의 과거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책에도 나와있듯이 "그는 좀처럼 미래를 생각하는 일이 없었고, 과거를 돌이키는 일은 그보다도 없었으며, 후회도 아쉬움도 없이 오로지 현재의 순간만을"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윌이 걸어온 지난 날들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서 왔는지 상세히 나와 있었다면 독자가 '현재'를 살아가는 윌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그의 피부색이나 배경, 하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재 이 자리에 있는 윌이라는 사람 그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빅토리아는 평생을 한 곳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나 그곳의 사람들보다는 자연의 모습에 더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란 것 같습니다. 때문에 모든 것을 품어주는 자연처럼 어느 정도는 열린 마음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같고 윌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의 외모보다는 까만 눈동자 속에 있는 다정함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루비앨리스에이커스나 루즈벨트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도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윌은 세상엔 세스 같은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보다 많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떠돌이로 살아왔음에도 "흐르는 강물처럼" 살았기 때문에 그 역시 까만 눈동자에 다정함을 품고 살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윌은 떠돌이로, 빅토리아는 평생을 한 곳에서 살아왔지만 어떻게 보면 둘의 삶은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 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윌에 대한 설명이 적었기 때문에 빅토리아처럼 윌을 바라볼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윌이 멕시코인일거라는 부분을 보고 그 옛날 에네켄 노동자로 이주했던 한인 후손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보았답니다. 그분들이 겪었을 고통의 시간과 시선들을 마음에 담고 읽다보니 인디언, 멕시코인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더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떠돌이로 살던 윌은 “세스와 같은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보다 더 많아.”라고 하는 반면, 빅토리아는 윌을 알게되면서 마을 사람들의 편견과 부당한 차별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식구나 다름없던 이들의 몰랐던 부분을 마주해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작가는 사실 여러 묘사를 통해 윌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건 그가 아메리카 인디언, 네이티브 아메리칸이었다는 사실이었던 것이죠. 사실 20세기 중엽까지만해도 철저히 백인 성인 남성 중심의 사회였던만큼 - 아직까지 제법 그렇다고 보지만 - 아메리카 인디언이라는 다른 인종에 대해선 매우 우월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던 것이죠. 단단한 몸과 다정한 눈, 생태주의적 삶의 태도 등을 지난 개인 윌의 모습은 작가가 인전이라는 경멸적 용어 표현을 통해 그 때의 사회상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없애버리고 있지 않나 싶네요.
1-3. 전 작가가 의도하는 것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라 윌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았어요. 문학이라는 예술 장르를 통해 작가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담았을테고 저는 이 예술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최대한 경청하고 싶어요 ㅎㅎ 떠돌이 윌은 어린 나이부터 온갖 세상을 경험했겠지요. 미국이라는 커다란 땅덩이를 돌아다니며 얼마나 많은 가치관의 충돌과 혼란을 마주했을까요. 인간군상의 모습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 미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의 절대적인 잣대나 규범에 얽매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알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들은 흐르는 강물처럼 그저 흘려보내는 것이 순리라는 것을 배웠을 것 같아요. 반면 빅토리아는 질서와 절제를 강조하는 어머니 밑에 교육을 받았고 평생 한 곳에서 살았기에 세상엔 너무나 많은 삶의 모습과 방법이 있다는 것을 윌만큼은 알지 못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중간 중간 드러나는 것을 보면 빅토리아는 타고난 선량한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강인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빅토리아가 여러 상실과 아픔을 거치며 특히 윌과 관련된..ㅠ.ㅠ…마치 산산히 부서지는 슬픔을 통과하면서 어떤 사람이 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1-3 윌의 대한 설명이 더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메리칸인디언을 뜻하는 비속어 '인전' 이라는 단어에서 그 모든 과거가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떠돌이었던 윌은 빅토리아를 만나 정착하길 원했고, 평생 태어난곳에서 살아왔던 빅토리아는 윌이라는 자유로운 남자를 만나서 이제 자유를 찾아 떠날꺼같은 느낌이 듭니다.
1-3. 콜로라도주도 그 주변의 다른주들만큼이나 많은 Native American 부족이 있었고, 그 아홉 부족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은 윌은 토리를 통해 전해지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윌이 콜로라도주가 아닌 미국의 다른 주의 미국 원주민일 수도 있겠구요. 영국인이 현재의 미국땅에 정착하면서 원주민에게 가한 행동들은 일본이 한국 지배시 했던 행동들 못지 않게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것들이었어요. 아이들을 백인화하기 위해 부모로부터 떨어트려고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집단생활을 강요하면서 거유 언어, 복장, 문화를 모두 금지하기도 했구요. 원주민이었으나 떠돌이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울 윌의 배경과 원주민을 몰아내고 정착햤을 백인 선조를 둔 빅토리아가 다른 곳을 가 본적 없이 한 곳에만 머물러 살고 있게 표현된게 아이러니 하면서도 시대상을 잘 드러내보이는 설정이라고도 생각했구요. 여주를 통햐 윌에 대해 상상해보는 것이 어렵지 않기도 했거니와 만약 작가가 친절함을 발휘해서 윌의 배경에 대해서 상세히 늘어놨다면 오히려 소설의 느낌은 반감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토리와 윌의 성장배경, 인종은 다를지 모르지만 둘이 공유하는 자연에 관한 태도와 생각이라던라... 이런 것들을 통해 둘이 꽤 유사하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책의 초반부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읽는 친구를 통해 한국어판을 살펴보니 오역이 군데 군데 보여서 그건 좀 아쉽더라구요.
구체적인 정황에 대한 묘사나 설명은 없지만 한 마디만 들어도 추론 가능한 정보들은 충분히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후는 빅토리아의 기억에 의존한 전개일 뿐 윌의 알려지지 않은 정보에 의한 새로운 사건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작가의 입장에서도 굳이 더 설명할 필요는 없었겠구나 싶습니다. 낯선 환경과 낯선 이들로 인한 환경이 강인함과 적응력을 키워주었을 것 같습니다. 부딪힐 수 밖에 없음을 때론 유연함을 때론 불신과 신뢰를 믿을 수 있는 건 자신 뿐이라는 생각 등등 직접 경험해야만 얻을 수 있는 세상의 섭리들을 많이 깨닫게 되지 않았을까요? 여기서 윌은 자연을 통해 그 깨달음에 대한 답을 얻은 것 같습니다.
작가가 등장인물의 배경 설명에 친절한 것도 혹은 그 반대인 것도 그 나름대로 의미와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실에서도 누군가를 마주할때 그 사람의 배경설명이 다 주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한 사람의 배경이 그의 성격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책에 나온 것처럼 '별일 아닌 사건이 인생 전부를 바꾸기'도 하니까요
1-3 윌에 대한 정보가 적은 것이 빅토리아가 윌에게 빠지는 매력을 더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읽는 순간 빅토리아가 윌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한 눈에 빠져드는 운명적인 사랑을 다양하게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것같습니다. 떠돌리라는 환경은 늘 불안하지만 자유롭고 상황에 잘 적응하는 유통성있는 인물인듯합니다. 윌이'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간다고 말한 것처럼 억메임없이 주어진 상황에 순리대로 살아가는 성격을 만들어주었을 것입니다. 반면 한 곳에 살아온 빅토리아는 가족에게 순종한 것처럼 주어진 대로 따라가는 수동적인 성격을 만들게 한 것 같습니다.
1-3 처음엔 윌의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어 다소 답답했습니다. 사람을 부와 외모, 능력으로 평가하는 기준에 너무 길들여져서인지 블라인드로 묘사된 한 인물을 알아갈때 제 안의 인내심의 한계까지도 느꼈습니다. 이것이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 나중에 깨달아졌습니다. 내 앞의 사람의 까마귀처럼 검은 눈, 붉은 살갗, 환하게 웃는 미소로 보지 못하고 흐르는 강물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유속에 나만의 판단의 조약돌을 계속 놓아 상대를 판단하고 분류하려고 하는 우리의 습성을 날카롭게 꼬집는 것만 같습니다 자유로운 영혼 앞에 나무 같이 박힌 빅토리아의 삶을 보며 가부장제의 무게를 떠나서 인간의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특히 윌의 죽음을 직감한 다음 날에도 아빠가 부엌에서 음식 차릴 생각에 죄책감을 느껴 다시 식사준비를 하러 내려간 그녀를 보면서 통탄이 나왔습니다. 그런면에서 평생을 세스를 두려워하고 아빠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아왔던 빅토리아에게 윌의 존재는 마치 날개를 건드려준 것 같습니다. 있는지도 몰랐던 삶의 날개를 톡톡 건드려주었고, 소녀에서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여성으로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윌은 아가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그녀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윌의 과거는 빅토리아도, 마을 사람도 아는게 없습니다. 인디언의 외모라는 것 하나만 단서겠지만 처음에 멕시코계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마을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폐쇄된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고 진짜 인디언계인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누구라도 외부에서 온 낯선 사람은 경계대상이기 때문에 윌의 과거를 설명하는 건 의미없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성격에 영향을 미쳤다기 보다는 세상을 아는 정도가 다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으나 빅토리아는 편견이 없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경멸하는 루비앨리스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봐도 그렇고요. 그래서 윌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었겠죠.
1-3 윌에 대한 건 충분했어요:) 윌이라는 인물에 대해 작가의 정성이 느껴졌고, 특히 사산된 새끼강아지를 살려내는 장면은 윌이 세상을 어떻게 관조하는지 잘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돌이 윌을 보며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므로 마주침의 존재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떠올렸어요. 또 빅토리아가 마을에서 따돌림 당하는 여인에게 친절하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는 모습에서 윌에게 끌린 게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었어요. 차별과 혐오의 마을 사람들속에서 빅토리아의 자기반성은 빛났고, 윌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터무니없는 잣대에도 흔들리지 않죠. 하지만 빅토리아 역시 윌을 만나지 못하고 마을을 떠나는 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면 마을사람들과 별 차이 없었을 것 같아요. 결국 윌이라는 타자와의 마주침을 통해 빅토리아가 주체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겠다 싶습니다.
1-3. 남녀 주인공이라면 보통 일정 기간(책 2/3까지?)의 만남을 가지다가 한 쪽이 죽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갑자기 죽고 여주인공 혼자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모습이 신선했습니다. 클리셰에 물든 저같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 윌이 아닐거야!란 헛된 바람까지 가지면서 읽었고요. 아이까지 본인이 키우지 않다니!!! 어떤 선택이든 본인의 자유지만, 이 책을 처음 시작할 때와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 돼서 끝이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성격 형성은 배경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유가 됐든 그들이 만나서 사랑에 빠졌고, 그 이후에 어떻게 변했는지가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윌이 어떤 사람인지 어디서 왔는지 보다는 현재 그가 가진 생각, 그리고 태도가 더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빅토리아을 만난 윌은 그 이전의 윌과는 다른 사람일테니까요. 환경이 성격에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떠나자는 거짓말을 단번에 윌은 알아챘다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작가가 더 알려줘야 할 필요는 없었을 거 같아요. 윌의 존재는 현재의 모습으로 전해져오는 정보 자체로 충분한 거 같습니다. 멸시받는 민족으로의 떠도는 삶과 소통이 적은 외진 마을에서의 평생의 삶은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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