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꿀돼지 저에게 <시간을 되돌리면>은 작가님이 순정, 그 단어와 꼭 닮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단편이었어요..! (예전부터 알아보긴 했었지만요 :))
작가님 말씀을 들으니 가능한 한 얼굴과 정체를 숨겨야겠습니다. 가끔 아내가 저를 보고 마음 속에 소녀(소년이 아닙니다)가 있다고 하던데, 독자의 환상을 깨면 안 되겠습니다. 아... 태어난 걸 이렇게 태어나버리는 바람에...
저도 박준면 배우님의 안목에 무릎을 탁 치며 웃습니다. 그 '소녀'는 저도 느꼈습니다!!! 재미만 따지면 작가님 속의 '마초'가 미쳐 날뛰는 사회파 소설들이 더 뛰어나지만, '소녀'가 수줍게 드러나는 서정적인 작품을 더 애정합니다. ㅎㅎ
그래서 제가 책날개에서 사진을 뺀 지 오래됐습니다. 독자의 환상을 깨면 안 됩니다 😜
@꿀돼지 별말씀을... '소녀'를 더 사랑할 뿐, '마초'도 좋아합니다. (무블출판사에서는 작가님의 선택을 존중합니다만.. ㅎ)
ㅋㅋ 작가님... 진짜... 왤케 웃기세요... ㅋㅋㅋ 아니...작품과 인터뷰로 울리고, 댓글로 웃기고, 선곡으로 멋짐발산을 하시니...증말... 볼매시네요. 이 소설집을 읽고 나면 정진영 작가님의 팬이 될거라고 장담하신 장강명 작가님의 말씀은 정말 백퍼 진실이네요. 작품도 작가님도 정말 넘 좋아요. ㅎㅎㅎ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더더욱 본 모습을 감춰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는 그냥 헐렁한 중년 아재입니다.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숨어 다니겠습니다 😜
「눈먼 자들의 우주」에 관한 뒷이야기를 풀겠습니다.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코로나 펜데믹, 그리고 저의 예비군 훈련 경험입니다. 여기에 예전부터 꼭 비틀어서 써먹어야겠다고 별렀던 <아기공룡 둘리>를 더했죠. 지난 2005년 여름, 저는 예비군 훈련에 참여해 처음으로 사격을 경험했습니다. 대한민국 예비역이라면 대부분 현역 시절에 몇 개월 간격으로 사격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을 테니 특별한 경험은 아니죠. 하지만 저는 신체검사에서 보충역 판정을 받아 집 근처 정수장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28개월 일했습니다. 허리에 실총 대신 가스총을 맨 채. 보충역도 훈련소에서 사격 훈련을 받지만, 훈련 당시 저는 병사식당으로 차출돼 매일 달걀 수천 개를 까고 소시지를 썰었습니다. 제가 예비역이 된 뒤에야 사격 훈련을 받는 희한한 경험을 한 이유입니다. 제가 훈련장에서 들은 총성은 영화로 간접 경험한 총성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사로에서 일제히 쏟아지는 총성은 단단하게 다져진 땅을 울릴 정도로 크고 요란했습니다. 화들짝 놀랐습니다다. 사로에 잔뜩 긴장한 채로 엎드린 저는 어리바리 귀마개를 쓰고 M16 소총을 집어 들었습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자, 강력한 반동이 어깨를 쳤습니다. 총성은 귀마개를 뚫고 들어와 고막을 찢을 듯이 자극했습니다. 가늠자로 표적을 확인하고 조준할 여유 따윈 없었습니다. 그때 매캐한 화약 냄새를 맡으며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건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 전쟁이란 이런 무서운 물건을 서로에게 거리낌 없이 들이대는 일이었던 겁니다. 공포로 온몸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러시아는 미국의 뒤를 잇는 강력한 군사력이 무색하게 고전 중이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보다 모든 면이 열세인데도 잘 버티고 있죠. 누가 승리하든 간에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합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을 테고, 이겨도 이겼다고 말하기 어려운 ‘피로스의 승리’로 끝날 겁니다. 출구 전략 없는 치킨게임의 결과는 공멸입니다. 만약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이런 지구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두 국가의 전쟁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년 전 세계 국가의 군사력을 조사하는 글로벌 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과 일본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나란히 3위와 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상위 네 국가가 10위인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있고, 이해관계도 저마다 다릅니다. 제 눈에 한반도는 그야말로 터지기 일보 직전인 화약고입니다. 이 짧은 이야기가 단순한 블랙코미디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저도 혹시 이것이 인류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인가? 아브라함이 저 위에 계신 분과 협상했던 의인 10명을 찾기 전에, 요나가 그토록 전파하기 싫어했던 니느웨의 회개가 이루어지기 전에ㅡ 백신이 개발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이렇게 갇혀있다 영영 기회를 잃어버리고 마는건가! 했었어요. 말만 이토록 하다가 가는구나 싶어서 nonverbal한 것에 더 집중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피아노를 많이 치고 그림도 그리구요. 당시 우크라이나 🇺🇦 사태에 절절히 이입하며 아크릴화를 한 점 그렸는데 온전히 저만의 그림이라 볼 순 없겠지만 공유해봅니다.
사진보다 그림이 더 확 마음에 오네요. 더 비극적이고요. 세상에 보이는 대로 존재하는 게 과연 있는가 싶습니다. 우리는 사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해석하잖아요. 사진을 편집해서 보여주면 다른 이야기가 들리듯이. 가끔은 그림이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보입니다.
사진보다 더 사진같은 그림을 그리시는 하이퍼리얼 아티스트의 터치가 저기에 다수 들어있어 더 그럴지도요~ 딱 캐치하셨네요!
제게 아기공룡둘리는 말이 되나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공룡이 어딨고 시간 여행이 어딨고... (맞습니다 저는 대문자 E.S.T.J입니다.) 그런데 눈먼자들의 우주는 읽고 나니 진짜 같더군요. 해리포터만큼 진짜 같더랩니다. 지금 벌어지는 오만 전쟁 포함하여 우리나라도 휴전국이라 더더욱 '있을법하다' 꿀돼지님이 사실은 진짜 외계인과 접촉을 한 건 아니었을까? 꿀돼지님이 지금 소설가인척 하고 진짜 정보를 흘리고 계신 건 아닐까? 설득당해버렸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10억? 겠냐? 10명도 어렵다! 싶은 1인이라 결론이 어떻게 날까 진짜 궁금했는데 그냥 초토화가 났고요. 충분히 납득이 가는 마무리였는데 왜 마음이 이렇게 아프고 속상한지 모르겠더랩니다... 초토화 하니까 정세랑 작가님의 <리셋>이 생각났어요. 외계에서 거대 지렁이가 내려와 지구를 다시 시작하는 소설이거든요. 이렇게 꼭 외계에서 누군가가 개입해야만 이 모든 일들이 끝날까요? 전쟁은 언제 끝날까요? 전쟁 소식이 너무 진절머리나고 솔직히 무섭기도 해서 뉴스 더 안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일반인 1명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있을런지..
저 실은 등 뒤에 지퍼가 달려 있습니다. 그 지퍼를 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도우너는 사실 제 친구입니다. 깐따삐야 별에서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 그 친구는 지구에 불시착한 후 마이콜로 변신해 오브리로 먹고살아왔고, 저는 소설을 쓰며 살아왔습니다. 이 소설은 깐따삐야 별이 보내는 경고입니다.
다음에 뵐 때 지퍼를 찾아봐야겠습니다. ^^ 그나저나 저는 작품에서 '오부리'가 나올 때 빵 터졌는데 이 단어 아시는 분이(특히 젊은 독자들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더라고요.
오부리라는 말을 쓸 정도라면 도우너가 얼마나 오래 대한민국에서 살았는지 아실 겁니다. 낯선 행성에서 살면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저는 다음에 뵐 때 등을 최대한 감추고 앉아 지퍼를 숨기겠습니다. 정부기관의 실험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
장작가님 주문까지는 알아들어 흠칫! 했는데 '오부리'는 모르겠네요~😅
'오부리'는 즉흥 연주를 가리키는 은어입니다. 이탈리아 말인 ‘오블리가토’(obbligato)가 어원이라고 들었습니다. 연주 중간에 원래 멜로디 외에 양념처럼 즉흥 연주를 더하는 걸 의미하는데, 예전에는 노래방기기가 없었잖아요. 그래서 밴드가 직접 연주하는 걸 '오블리카토'라고 하다가 '오부리'가 된 걸로 압니다. 요새는 잘 안 쓰는 말인데, 음악 하는 친구들은 다들 잘 알아듣는 편입니다.
위에서 정진영 작가님께서 잘 설명해주신 바에 조금 덧붙이자면, 오부리가 필요한 곳은 유흥주점이었어요. 많은 연주자들이 그곳에서 술 취한 손님들의 엉망진창인 노래 반주를 해주며 아르바이트를 했고요. 연주자들이 눈치껏 음정 박자를 노래 부르는 사람에 맞춰줘야 했죠. 어둡고 슬픈 느낌의 단어입니다. ^^
계속 관심을 놓지 않고 얘기하는 것이요~ 세월호처럼.
저도 @느려터진달팽이 님 말씀처럼, 관심을 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통 구경하는 사회>라는 책에서 김인정 작가는 뉴스와 소셜미디어가 합세해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중계하는 시대인만큼, 타인의 고통이 '고자극 콘텐츠'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자각 때문에 되려 죄책감과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고(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고). 하지만 이건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는 경고가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시선을 멈추지 말야야 한다는 말이더라고요. "우리가 고통을 보는 이유는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연대를 통해 느슨한 공동체를 일시적으로나마 가동하여 비슷한 아픔을 막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살펴보고, 누가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알아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쳐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게 동료 시민의 역할이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에, 얼마나, 어느 정도의 섬세함으로 머물러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옮아가야 하는지까지가 이야기되어야 한다. 기자의, 미디어의, 카메라의 윤리가 결정되는 것도 이러한 지점에서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우리의 ‘응시’는 어떻게 변화의 동력이 되는가. 이 책과 함께, 연민과 공감, 대상화라는 한계를 끌어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차근차근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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