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가상현실로 가족을 다시 만나는 프로가 생각나네요. 애초에 보지 않았습니다. 눈물콧물 범벅되는 걸 가족들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너무 슬퍼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의 상실감, 느끼고 싶지 않아요 ㅜㅜ
정말이지 살아있을 때 잘해야지 죽고나서 가상현실 붙들고 어화둥둥 잘해주는 건 좀 아닌거 같긴 해요.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거북별85

도리
14. 지이이인짜 어려운데요. 소설을 읽으면서는 '난 절대 싫다..'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질문에서 가족들이 원하는 마음, 월 구독료 100원, 수백만 명의 사람들 이 이 서비스에 가입.. 이런 조건들이 붙으니 우유부단해져요. 흑흑. 일단 저는 최대한 안 하는 걸로 뻐기다가, 끝물에 주변에서 하도 뭐라하니 등 떠밀려 탑승하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심리치료용을 포함해서 AI로 되살아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실제로 느껴지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요.

꿀돼지
「시간을 되돌리면」에 관한 뒷이야기를 풀겠습니다.
저는 몇 년 전 유튜브에서 레고로 만든 로봇이 움직이는 영상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로봇은 바퀴를 단 단순한 큐브 형태였는데, 장애물을 감지하면 부딪치지 않으려고 뒤로 움직이거나 멈추더군요. 겉보기에 특별해 보이지 않는 로봇이 특별했던 이유는 움직이는 원리 때문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장애물을 만나면 피해야 한다는 행동 패턴 알고리즘을 로봇에 집어넣지 않았습니다. 로봇에 집어넣은 데이터는 예쁜꼬마선충의 뉴런 연결 정보뿐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로봇은 예쁜꼬마선충 그 자체였던 겁니다. 로봇은 인간의 뉴런 연결 정보를 모두 파악한다면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죠.
그 영상을 보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지 고민했습니다. 최근에는 심폐사 대신 뇌사를 죽음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는 장기 이식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지만, 뇌가 인간을 인간 답게 하는 기관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를 재현한 데이터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 데이터를 복제한 데이터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이에 동의하는 의견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연구를 목적으로 그런 데이터를 함부로 다루는 일은 옳은가요? 이 질문에는 의견이 꽤 갈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함부로 다루기는 뭔가 꺼려지는 존재. 언젠가 다가올 미래에 관해 무겁지 않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니냐고 물으면서.
저는 소설집에서 이 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한 번쯤 써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와 같은 마음인 분이 아무도 없더군요.
그래서 외로웠습니다.

새벽서가
외롭지 않으셔도 될것 같아요. 결말에 약간 놀라기는 했는데, 이 이야기 좋았어요. 이런 소재로 장편을 쓰셨어도 좋았겠다 싶을만큼요.

꿀돼지
언젠가는 꼭 순정만화 같은 연애소설을 써보겠습니다. 제겐 버킷리스트 같은 거라서 안 쓸 수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borasoop
아직 다 읽지 못횄지만 지금까지(사랑의 유통기한까지 읽었어요) 읽은 것으로 볼 때 꼭 순정만화 같은 연애소설을 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꿀돼지
감사합니다. 그땐 슬쩍 다른 필명을 써서 저 아닌 척을 해봐야겠습니다 😂
푸른태양
아잌ㅋㅋ 작가님 [다시, 밸런타인데이] 고치신거... 대체 어느 웹소설 플랫폼에서 연재하신거죠?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꿀돼지
프로토타입으로 제목을 바꿔 가명으로 연재했는데, 연재가 끝나자마자 모두 삭제했습니다. 단행본으로 출간해야 하는데 그대로 남겨둘 순 없어서요. 벌써 4년 전 이야기네요 ㅎ 『다시, 밸런타인데이』는 책으로 출간하고 좀 후회했습니다. 너무 늦게 나온 소설입니다. 제가 소설을 썼던 20대 초반에 나왔어야 했는데, 20년 가까이 지나 세상에 나오니 내용과 정서 모든 게 어색하고 안 맞았어요. 출판사가 강권해서 낸 책인데, 지금은 많이 부끄럽습니다.

연해
@새벽서가 님 댓글 처럼 외로워하지 마셔요. 작가님:)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두 사람을 얻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번 OST 너무 좋아요. 퇴근길 버스에서 계속 들으면서 왔어요. 백아라는 싱어송라이터도 처음 알았습니다. 어쩜 이렇게 목소리도 곱고, 음색도 좋으실까요. 가사도요. 당분간 제 출퇴근길 친구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올려주셨던 귀청을 뚫어버릴 것 같은, 정신이 번쩍 드는 OST보다는 이쪽이 제 취향인듯합니다(호호).

꿀돼지
가사를 정말 잘 쓰는 싱어송라이터예요. 좋아한 지 꽤 된 싱어송라이터인데, 시간이 흐르니 많은 사람이 알아보더라고요. 이제는 여러 드라마 OST에도 참여하고, 방송에도 등장하고,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합니다. 이 소설을 통해 저와 서로 인연이 이어져서 앨범과 제 책을 주고받기도 했고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선경서재
범우 덕분에 작가님이 쬐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냉혹한 현실에 살지만 낭만을 가진 작가님. 인간은 그리움을 아는 동물이라서 좋아요. 앞으로 작가님이 써주실 희노애락을 기대하겠습니다. ^^

꿀돼지
저는 「시간을 되돌리면」 같은 연애소설을 좋아해요. 하지만 그런 소설보다는 매운맛을 더 잘 쓰는 편이란 건 부정하기가 어렵고요. 그래도 언젠가는 괜찮은 연애소설을 꼭 장편으로 쓰고 싶어요. 아마 작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일 거니다. 연애소설이 최고죠.

거북별85
멋진 연애소설을 작가님들이 원하시는지 몰랐어요
학생 때는 공감이 가지 않아 그닥 읽지 않았는데 오히려 요즘 찾아보는 중입니다 정작가님 연애소설 어떤 내용일까 기대되네요 해피엔딩일까요? 비극일까요?(비극적 상황을 무척 잘 그려내시지만 이번 징검다리처럼 따뜻한 이야기도 좋을거 같아요 아니면 둘다 장편으로~~^^)

장맥주
제가 만난 소설가들은 거의 대부분 ‘언젠가는 정말 멋진 연애소설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있더라고요. 저도 그렇습니다. 저한테 최고의 연애소설은 『노르웨이의 숲』이었네요.

꿀돼지
아마 예외 없이 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랑은 영원한 테마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못 쓰겠어요. 가장 어려운 이야기 같고요. 최근에 이혁진 작가님의 장편소설 『광인』을 읽고 감탄했습니다. 이런 미친 사랑의 이야기를 한 번 써보고 싶었거든요.
게으른독서쟁이
앞부분 읽을 때만 해도 장강명 작가님의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 생각났는데... 마지막으로 가면서 최첨단 기술이니, 인간답게 만드는 건 뭐니 다 잊어버리고 걍 넘 슬퍼요...ㅜㅡㅜ

꿀돼지
시간을 정말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가상현실이라는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되돌리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아마 소연과 범우가 만나는 장면 이후로는 전원이 끊기겠죠. 우린 그걸 알면서도 쓰고 읽는 거고요. 모든 건 끝이 있기에 아름답지 않은가 싶습니다.

꿀돼지
이 소설의 OST는 싱어송라이터 백아의 노래 ‘시간을 되돌리면’입니다. 이 소설의 제목과 문장의 일부를 ‘시간을 되돌리면’에서 빌렸습니다.
나의 기차는 갈 곳이 많은지
표도 많고 너무 빨라
놓치는 게 많아요
가끔은 갈 수 없는 곳
그리움을 만나러 가야만
살아지는 날이 있다구요
아이보다 어린 어른의
떳떳하지 못한 숨바꼭질
닮아야 한다면 난 뒤처질게요
언젠가는 꿈꿔온 어른이 되어
투명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고 싶어
숨을 죽여 우는 아이의
슬픈 등을 재우리
사랑을 하고 널 사랑했으니
눈에 밟힌 아픈 구절 속
너의 얘기 들리우는
서글픈 하루 그대로 넘겨라
엄마도 아빠도 되돌아가서
다시 사랑을 하고 나를 또 만나요
모두 모여 하나 둘 셋 사진 찍구요
다 아는 얘기 모르는 척
무지개마을 우리 막내 산책시키고
푸른 하늘 펼쳐보며
숨이 차게 뛰어 노는
나의 그대 우리 동네
따다 주시던 꽃향기 그대로
추억속에 남은 하나뿐인 그대여
이제 놓아줍니다
부디 잘가요
https://youtu.be/CLmYx6z9boQ?si=w1TKZtb8dWY5VxA9

느려터진달팽이
정말로 즐거워하고, 정말로 고통받으며, 정말로 슬퍼하고, 정말로 괴로워했어요.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164p, 작가님 글을 통해 면면히 드러나는 특징:), 정진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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