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그러나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6%, 정진영 지음
이 책 멈출 수가 없는데요? 빨리 퇴근하고 다음 거 읽고 싶어요.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요. 오늘 아침은 아이폰 아저씨까지 후루룩~ 못 참겠어요!
삼국사기의 현실성과 삼국유사의 기이, 현실을 선택한 여자 박지수와 기이를 추구하는 남자 박지수, 하지만 현실은 지나치게 현실적이지도 않으며 기이한 일들이 사실 많지요. 몰라서 미워하는 상태에서 알아가며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현실이 정답이 아님을, 결국 기이함이 현실을 더욱 현실답게, 현실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죽음은 현실적일까요 기이할까요. 결국 현실을 거쳐 기이로 들어가는 지수가 지수를 부르며 떠나가는 것은 현실은 사실은 이상의 그림자라는 이데아와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읽어볼게요~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는 것이라던 헌책방 주인의 말을 떠올렸다. ••• 나는 지수를 몰랐다. 몰라도 철저히 몰랐다. 몰랐으므로 미워할 수 없었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22, 정진영 지음
저도 이 문장이 인상 깊었어요. "몰랐으므로 미워할 수 없었다." 나는 모르는 것에 대해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내가 화자라면 지수를 미워했을 거예요.
모르기 때문에 미워할 수 있는 상대도 있지 않을까요?
모르는 것에 대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 모르는 것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이에요. 현실에서는 모르면서, 자신이 모른다는 걸 몰라서, 모르면서도 안다고 착각하고 상대를 나의 관점으로 판단하고 미워하기도 하겠죠. 자신이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상대 탓을 하며 미워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요. 제가 장작가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장작가님께선 소설을 쓰시니까 도덕적인 인물보다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감정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인물에 더 매력을 느끼시겠죠?
제가 말하려고 했던 바를 제대로 이해하신 거 맞습니다. 다른 사람을 한 명의 개인이 아니라 어떤 집단의 일부로 여기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자기 자신을 얄팍하게 보는 것에는 반발하면서 남에 대해서는 ‘너는 무슨무슨 집단 소속이니까 이런 것이다’ 하고 쉽게 말하며 미워하는 이들... 감정대로만 움직이는 사람보다는 도덕적인 인물에 더 매력을 느낍니다. 자신의 윤리와 감정이 충돌하는 인물이 소설 캐릭터로는 가장 매력적인 거 같아요. 현실에서는 도덕적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고요. ^^
"모르는 것에 대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 모르는 것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이에요."라는 말씀 정말 공감되네요. 그 뒤에 말씀하신 부분도요.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어쭙잖게 알고도, 상대를 다 안다는 듯 함부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분들을 이해시켜(?) 보려고(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저에 대해 제대로 알고 계시기는 하세요?) 나름의 노력을 하지만, 말해도 이해는 할까? 아니,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애초에 없었던 건 아닐까 싶어 이마저도 싫어졌어요. 이제는. 누군가를 싫어하기로 작정하거나, 이미 판단을 끝내버린 사람들을 설득시키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더라고요. 이미 답을 정해놓은 상태인 것 같아서요.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이라는 책에서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 하나 있는데요.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라는 문장이에요. 묵직하게 남겨주신 글 읽으면서 이런저런 저도 함께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둠이 있으면 밝음이 있고, 아래가 있으면 위가 있는 법이란다. 밝음만 아는 사람들은 어둠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위에만 있는 사람들은 아래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지.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17, 정진영 지음
언덕 끝에서 보름달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보름달은 동호의 말꼬리에 매달려 있던 희미한 얼굴과 닮아 있었다. 내가 한 걸음씩 언덕을 오를 때마다 보름달은 점점 부풀어갔다. 팽팽해진 보름달이 나를 원룸 건물 안쪽으로 떠밀었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p10, 정진영 지음
이 부분 때문에 소설이 처용이라는 세계와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 좋아합니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도 옷장 속을 헤매다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장면을 좋아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현실에서 어떤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할아버지의 시계를 리코더로 부르는 할아버지가 용이 되어 올라가는 것처럼. 밤과 달은 세상을 현실이라는 세계를 좀 뒤틀어 놓는 것 같아서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런데 할아버지의 시계 노래도 너무 절묘하게 사실 그런 느낌을 주거든요. 저도 그래서 좋아했던 노래예요. 리코더로도 많이 불었고~^^
가끔 소설을 쓰고 독자분들의 반응을 볼 때 민망하면서도 기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사실 그렇게 깊게 생각하고 쓴 부분이 아닌데, 깊게 분석해주셔서 뭔가 있어 보이게 해주시거든요. 그런 걸 보면 슬쩍 키핑해뒀다가 나중에 여기저기서 써먹곤 합니다. 독자는 자주, 아주 자주 작가보다 더 높은 곳에 계십니다.
깊게 분석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봐주셔서 기쁘네요~^^어딘가에서 사용해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ㅎ
이 방 정말 최고에요. 심심해서 댓글 읽으려고 들어왔다가 시간이 순삭이네요. 이렇게 댓글많은 방 첨봐요. 이제 첫단편 하나 같이 읽었는데...ㅎㅎㅎ 심심할때 놀러올데가 있다는게 새삼 좋네요.
자주 놀러오십쇼! ^^
이 바로 전방도 글이 천개가 넘었었어요!
후후후... 이번 방은 댓글 1만 개 가능하겠죠?
3월 한 달 동안 이런저런 원고 마감 때문에 제주에 혼자 머무는데 이곳 때문에 심심하지가 않아요. 하필 제가 머무는 기간과 이곳이 열리는 기간과 겹쳐서 😜 여러분의 감상에 제가 끼어들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며 방해하진 않을 거예요. 감상은 독자분의 몫이니까요. 다만 그 외에 뒷이야기 등 궁금하신 게 따로 있다면 최선을 다해 말씀을 드릴게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나의 세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을 때,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기보다는 어느 누구에게도 슬픔을 표현할 수 없었어요. 아무도 나의 고통과 슬픔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을테니까요. 너무 외로웠고 다른 세상에 고립된 것 같았어요. 2. 가족들이 힘들어할까봐, 부모님 건강이 걱정되어서 3. 내 곁에서 세계가 무너지는 걸 같이 경험한 가족에게도 슬픔과 고통을 다 드러낼 수 없었어요. 절망할까봐 두려웠어요. 4. "비극이 사실이 될까봐 슬픔을 인정하기 싫어서"라고 써주신 모시모시님 글에 공감해요. 처음 나의 세계가 무너졌다고 느꼈을 때는 주저앉아 오열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나선 돌봐야 할 가족이 있으니 지옥같은 마음을 끌어안고 다시 일상을 살아야 했는데, 제 자신이 절망할까봐 두려워서 슬픔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한 등장인물이 친구 집에서 자고 집에 돌아왔는데 밤새 집이 무너져서 사라지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돌아가신 거예요. 그 장면을 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마치 울 기회를 찾고 있었던 사람처럼. 나중에 생각해보니 늘 슬픔이 목 끝까지 차 있었는데 모른 체하며 지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영화의 슬픈 장면을 보자 꾹꾹 눌러둔 슬픔이 확 쏟아져나온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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