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맞아요~ 아이가 단단하게 덜 상처 받으면서 자라기를 바랄 뿐이죠~ 최근에 청소년도서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를 아이와 읽고 친구관계에 대해 얘기했네요 나한테 집중하는 단단한 주인공을 보면서 제 학창시절도 떠올려 봤네요~
아, 저도 이 소설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요.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은 유독 더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오래됐지만 학교 특유의 분위기가 향수병처럼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때, 한글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오히려 반대라고 하시니 새롭습니다. 저는 이름은 꽤(?) 평범한데, 성이 흔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못 부를 때가 되게 많았거든요.
4. 그냥 슬픔을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려는 모습이 유독 더 슬퍼 보이는 건, 자신의 슬픔조차 자신이 온전히 책임지려는 모습 때문인 것 같아요. 꾹 참고 견디는 느낌인데, 그게 어떤 의미로는 자신의 슬픔과 아픔은 오롯이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는 걸 아는, 성숙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니까요. "나 이거 사줘"라고 무작정 떼쓰는 아이와 엄마에게 이걸 사달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비싸 보여 차마 말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아이가 있다면, 후자가 더 눈에 밟히는 느낌이랄까요(예시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요). 슬프지만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던 적은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 건데, 제가 생각하기에 저의 슬픔을 보인다는 건,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 여겨져서요. 그래서 애써 밝은 척 웃고,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할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 꺼이꺼이 울지요(허허). 가끔 너무 힘든 날, 때마침 비가 내리면 우산 속에서 혼자 울면서 집까지 걸어가기도 해요. 슬픈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보고 우는 것과 제 삶에 대한 이슈로 우는 건 결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전자는 남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종종 보이는 모습인데, 후자는 철저하게 피하는 것 같아요.
슬프지만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유독 더 아프게 느껴졌던 드라마가 있는데,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입니다. 극중 지안이라는 인물이 병든 할머니를 모시고 단둘이 살아가거든요. 버는 돈은 사채 빚을 갚는데 쓰고, 자신과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차가운 독기를 잔뜩 뿜어내면서 강한척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경직된 인간들을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 보여. 그래서 불쌍해. 걔의 지난날들을 알기가 겁난다." 이 대사도 드라마에서 지안이를 보며 동훈(아저씨)이 한 말인데,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린다는 말이 정말 아팠어요.
빨리 자라버린 어린이가 눈에 밟히고 마음이 더 아파요. 연해님의 모든 문장에 공감이 되네요.
브로콜리너마저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가사를 듣자마자 무슨 이야기 하는 건지 잘 알겠더라고요. 슬픈 노래 부르면서 자정의 공원을 달리고, 방 한구석에서헤드폰을 쓰고 춤을 추고. 그런데 내일은 출근해야 하고, 벽을 치면 아플 테고. 그러고 보니 ‘애이불비’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부른 가수도 여럿 있었네요. 그렇죠. 너무 슬픔을 드러내는 모습이 미성숙하게 보일 때도 있지요. 그 와중에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쓴다거나 과장을 하는 기미가 보이면 공감하려던 마음이 꽤 식더라고요.
슬픔을 표현할 수 있다는건 슬픔을 설명하고 내어놓고 내려놓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슬프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더 슬픈이유는 아직 그런 마음(설명, 내어놓기, 내려놓기)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는 닫힌 마음이라 생각되어 더 슬프고 안타까운게 아닐까요...
그런 면이 있는 거 같습니다. 말씀 듣고 보니 슬픔을 늦게 깨닫는 경우도 생각납니다. 머리가 멍해서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 되는데 눈물이 먼저 주르륵 흘러버린다든가...
1. 슬픔을 드러내면 위로해줄 수라도 있을 텐데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는 모습은 혼자 감내하려는 모습이 보여서 그런 것 같아요. 2. 저는 첫키스만 50번째 영화 예로 들게요. 드류 베리모어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아빠 생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빠랑 오빠가 드루 베리모어를 위해 생일인 척하고 생일 파티하고 매일밤 식스센스를 봐요. 딸, 여동생을 위해 매일 연기를 하는 모습이 슬프지만ㅜㅜ 결론은 해피엔딩입니다.^^
애덤 샌들러가 드루 배리모어랑 헤어지기로 하고 배를 몰며 큰 소리로 노래 부르다가 통곡하는 장면 좋아합니다. 처용도 이런 표정으로 노래를 불렀을까요? ^^ https://www.youtube.com/watch?v=L2u4CJXiASM
이 장면도 인상적이죠~ 처용이 이런 표정으로 노래불렀다면 너무 귀여운데요 ^^
1번 말씀 완전 공감입니다. 나도 그래봐서 아니까. 혼자서 감내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 너무 안쓰러워요.
남에게 나의 슬픔을 보여주기 싫다기 보다는, 내 자신이 슬픔을 인정하기 싫어서 ㅡ 그러면 진짜 내게 일어난 비극이 사실이 되어 버리니까 ㅡ 슬픔을 자신으로부터도 감출때도 있는것 같아요. 이렇게 슬픔을 감추려는 사람의 슬픔을 알아보는 타인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마음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깊게 슬픔을 공감할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내 자신이 슬픔을 인정하기 싫어서"라는 말씀 정말 공감되네요. 그걸 인정하는 순간 내게 일어난 비극이 사실이 되어 버린다는 말씀도요. 저는 가끔 저에게 닥친 어떤 일에 대해 글로 쓰고 싶은데, 쓰고 싶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이상한 말이네요). 쓰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그냥저냥 마음 쓰지 않고 흘러갈 것 같은데, 글로 적으면서 하나하나 정리하는 순간! 그게 정말 현실이 되어 저를 막 흔들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애써 모른척하고 있던 현실을 직면하는 게 두려워 흐린 눈으로 못 본척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의미에서 슬픔과 괴로움, 공허함과 우울함 등 흔히 말하는 유쾌하지 않은 감정들을 부러 감출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내 자신조차 모르게, 차라리 모르고 지나가도록.
한번 인정하면 거기에 압도될 거 같아서 애써 그 감정을 몰아내고 지워내는 상황을 상상해보니 더 딱하네요. 남자 박지수나 안과의사 남편은 자기 몫의 울음을 터뜨렸으니 이후에는 잘 살아갈까요.
저도 최대한 슬픔을 부정하는 거 같아요. 혹여나 남에게 내 슬픔이 들키면 더 비참해 보일까봐요. 드라마 [그해 우리는] 보신 분 계신가요? 연수가 이별에 관한 슬픔을 꾹꾹 참다가 화장실에서 결국 숨죽여 우는 모습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ꌩ-ꌩ
저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히스 레저가 골목에 들어가 통곡하면서 벽을 때리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ㅠ.ㅠ
히스레져 작품 거짐 다 봤을텐데, 정작 저걸 못봤네요. 봐야겠어요~ & btv로 갈아탔더니 홍콩영화들 잔뜩 무료로 풀려있더군요^^ 한 개씩 통조림 따듯 다시 봐볼까 싶습니다ㅎㅎ
강력 추천합니다.
브로크백 마운틴눈부신 만년설로 뒤덮인 봉우리와 맑고 깊은 계곡, 한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위에 노니는 수천 마리의 양떼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8월의 브로크백 마운틴. 이곳의 양떼 방목장에서 여름 한 철 함께 일하게 된 갓 스물의 두 청년 에니스와 잭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대자연의 품에서 깊어져 간 그들의 우정은 친구 사이의 친밀함 이상으로 발전해간다. 그들 앞에 놓인 낯선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짧은 방목철이 끝나고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두 사람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4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단번에 브로크백에서 서로에게 가졌던 그 낯선 감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데...
아악... 인생영화입니다!! ㅠㅠ 배가 아플 정도의 슬픔이라니...말 그대로 단장의 슬픔이었지요...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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