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한국사회에서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매일 만나게 됩니다. 식당에서, 카페에서, 회사에서, 병원에서... 발을 내딛어 얼굴을 대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문득 최근에 읽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존엄과 보편적인 가치들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파생되는 나비효과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들이 지키고 싶은 것이 사람이 아니라 돈이라서 아마도 우리는 이 슬픈 현실을 조금 더 오래 지켜봐야 하나 봅니다.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선경서재

연해
@도리 @꿀돼지
두 분의 대화를 가만히 읽으면서 저 또한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어떤 문장은 한 번에 이해가 안 가서 몇 번을 다시 읽었어요. 도리님이 말씀해 주신 부분도, 정작가님의 답변도 다 너무 좋았어요. 서로 다른 의견도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여러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공동체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하니까요(읽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시간을 되돌리면>이라는 작품이 쏘아올린 작은 공 덕분에 이토록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그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그믐이 존재한다는 것도 새삼 또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저는 장애인재단에서 1년 정도 근무했던 적이 있는데, 이론적으로 알던 것과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에서 많은 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논리는 여전히 빈약하고, 지극히 제 개인적인 경험만을 기반으로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심지어 이랬다 저랬다 상황에 따라 생각도 시시각각 변하고요.

연해
장애인을 만날 때면 저 또한 도리님의 의견처럼 생각하다가도, 막상 제가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어떤 때에는 저를 배려한다고 취하는 상대의 큰 행동이 되려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더라고요. 이건 괜찮아? 저건 괜찮아? 라는 질문들이 과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럴 때면 차라리 무던하고 보편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숨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었죠.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상황에 따라 놓여진 환경에 따라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받아들이는 제가 모순적이라서요.
그리고, 두 분의 대화를 읽다가 작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올랐어요. 류승연 작가님의 <배려의 말들>이라는 책인데요. 궁금한 것, 애매한 것, 느린 것, 답답한 것, 아무것도 참지 못하는 성격 급한 기자였던 그녀가 결혼을 하고 쌍둥이 아이를 낳았어요. 그중 한 명이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였죠. 누구보다 빠르고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녀가 발달이 느린 아들과 함께 살아가며 기다리고, 이해하고, 참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나가면서 써 내려간 에세이에요.
"어떻게 해야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그냥 풍경이 되면 된다고 한다. 지하철 안의 풍경을 머릿속에 그릴 때 "우이 우이"하는 발달장애 어린이가 당연한 듯 그려지면 되고, 식당이나 극장에 휠체어 탄 지체장애인이 있는 게 당연한 풍경이 되면 된다. 직장에선 정신장애인 병원에 가기 위해 반차를 내는 게 당연한 풍경이 되고, 치매 걸린 노인이 마을안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 풍경이 당연한 일상이 되면 된다."

배려의 말들 - 마음을 꼭 알맞게 쓰는 법"진정한 배려는 선한 마음이 아니라 나와 타인과 상황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과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를 쓴 류승연 작가가 배려에 대한 문장을 모으고 단상을 붙여 '친절과 다른 배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장 바로가기

꿀돼지
연해님과 비슷한 경험일 듯한데, 저는 기자로 일하면서 노동단체와 시민단체에 환멸을 느꼈습니다.
젊었을 때는 막연하게 그들이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었고, 기자 초년병 시절에도 그들에게 호의적인 편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시작은 어땠을지 몰라도, 인간은 결국 권력과 이익 앞에서 속수무책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더군요.
'농사꾼이 원님이 되면 곤장이 칼이 된다'는 속담에 틀린 말이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아사리판을 경험하다 보니,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 얼마나 초인적이고 위대한 인간이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스스로 왕의 자리에 올라도 누구 하나 막지 않았을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권력을 내려놓고 초야로 돌아간 것인지.
그것도 왕의 지배가 당연했던 시절에 말입니다.

연해
아사리판... (질서가 없이 어지러운 곳이나 그러한 상태)
저도 미약하지만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작가님.
장애인재단에서 근무할 때도 그랬고, 지금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도 비영리재단인데요.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상은 많이 다르거든요.
제 첫 직장은 영리였는데, 이직을 준비하면서 비영리로 업계를 확 틀어버렸어요. 그때 막연하게 그리던 모습이 있었죠.
'좋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일까요. 어떤 면에서는 차라리 나쁜 사람이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위선적인 모습(말이나 못하면)에 환멸을 느낄 때도 많았죠. 그 과정에서 어차피 사람 사는 곳 다 똑같고, 좋은 일을 하는 곳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느 정도 환상을 버린 상태예요.
올해 초에 팀장님과 면담을 했는데, 이곳에 계속 다니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하시더라고요(아 쓰고 보니 혹시 그만두라는 말을 돌려서 하신 걸까요). 그래서 저는 그냥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너무 좋지도, 너무 싫지도 않아서 계속 다녀요."
거창한 사명감이라거나 선한 영향력을 펼치겠다는 숭고함 같은 건 전 직장을 다니면서 충분히 버렸습니다. 이 가치들이 지니는 모순적인 부분들이 분명 있더라고요. 너무 감성적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죠.
저도 얼마 전에 이 모임에서 나눴던 말처럼, 세상에 완전한 동등관계가 있기는 어렵고, 그렇다면 힘을 가진 쪽은 자신이 가진 힘의 폭력성과 위험성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기를 쥐고 있는 걸 알고 있다면 무기를 휘두르지 않으려는 마음. 그 마음을 모두가 갖는다면 좋은 세상이지 않을까... 하는 다소 꿈 같은 제 생각도 나눴더랬죠.
'우리가 혼미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는 장작가님의 말씀처럼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지라 저 또한 적당히 괜찮은 사람인 척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향점은 늘 좋은 사람이지만요.

빨간리본
저는 무슨무슨 단체가 생기는 거.. 좀 싫어하게 됐죠.. 저도 일 때문에 정대협과 인연을 맺은 일이 있었는데 그땐 정말 힘들게 자기 희생을 하는 구나.. 했었죠.. 하지만 공식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받고 자녀 해외 유학 등등의 비용이 다... 도대체들... 시민운동 하는 분들이 가족까지 희생을 하며 살아야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룰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된 게 참 씁쓸했어요.
종종 냈던 후원금도 다 거둬버리고요.
시민단체 활동이 완장이 돼 정치를 하는 거 전 완전 반대입니다. 사람의 속성이.. 뭐.. 저도 다르진 않겠지만요.

꿀돼지
저는 '사랑의 열매' 몇 년 동안 매달 꼬박꼬박 기부했는데, 비리 사건 이후 바로 기부를 취소했습니다.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몇 조 원이나 되는 기부금을 눈 먼 돈처럼 써버린 게 괘씸해서요. 그런데 '사랑의 열매'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어느 단체는 완장만 차면 다 이상하게 변해요. 이게 인간의 특징인 건지, 한국인의 특징인 건지, 동물의 특징인 건지. 이런 일 접하면 힘 빠집니다.

빨간리본
네, 그래서 이젠 옆에 있는 사람을 도와줘요. 알음알음으로 알게 되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도움.. 용돈을 좀 보내주거나 옷을 보내주는 걸로요. 이젠 단체고 뭐고.. 역할이 분명히 있겠지만 정부지원금으로도 충분히 꾸려나갈 수 있는 거라는 생각으로요.

임쿨쿨
아이쿠 ㅠㅠ 그러셨군요,,, 그래도 좋은 일을 멈추지 않으시네요! 저는 생태계 지킬 요량으로 나무 심고, 풀 정리하고, 도토리 심는 한 해를 보냈습니다. 운동 할 때, 사우나 할 때 다 같은 땀인데 유독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ㅜㅜ

빨간리본
도토리요.. 우와~ 나무를 심는 사람이 떠오르네요~

임쿨쿨
아직도 못 읽어본 책입니다. 나무 얘기를 하면 항상 추천 받는 책이네요^^ 얇던데 4월이 가기 전, 꼬옥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해용!

빨간리본
한 땀, 한 땀.. 아니 도토리 하나 하나 심어나가는 자신의 현재 행동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멋졌어요. 그 열매는 누군가 얻어가리~ 아니, 다 가져가라~~~ 는 아름다운 모습이요.
게으른독서쟁이
전 예전에 옥스팜을 정기후원했었는데 옥스팜 스캔들 터지고 취소했습니다. 인간의 본능인가보다 싶습니다.
그래도 좋은 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하며 아직 몇 개의 단체를 후원중이기는 합니다. 그 중에서 제일 많이 돕고 싶은게 한국해비타트 독립유공자 후손들 돕기인데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후손들이 좀 잘 사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로또에 당첨되기만 하면 많이 후원할 수 있는데 아직 로또에 당첨되질 못해서 매월 조금씩만 후원합니다. 로또에 당첨되길!! 제발!!

연해
하... 힘이 빠진다는 말씀에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이쪽 분야에서 '사랑의 열매'는 비영리계의 삼성이라고(ㅋ). 다들 농담처럼 하는 말인데, 그만큼 돈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답니다.
오래전에도 비영리단체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하나 있었죠. '어금니 아빠'라고. 그 사건 이후로 비영리단체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도 커지고, 비영리회계의 투명성 평가도 중요해졌죠. 그 무렵 공익법인 회계기준도 제정되고, 의무사항도 더 강화되면서 혼란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또한 그 당시 새롭게 변경된 기준에 정신 못차리며 여기저기 교육을 다녔던 기억도 나고요.
좋은 마음으로 기부해 주셨을 텐데, 제가 다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조심스러운 발언이지만 이 업계(?)도 그다지 깨끗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재무팀에 있지만, 투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내부 직원들이 오히려 저희를 욕하거든요(까다롭다고, 적당히 좀 하라고).
그래서 저도 이제는 @빨간리본 님 말씀처럼 옆 사람의 아픔을 도와주는 게 가장 큰 도움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근데 말은 또 이렇게 해놓고 후원하는 곳이 있기는 합니다. 물론 그 기관의 재무상태표나 운영성과표 등을 꼼꼼히 살핀 후에 말이죠.

꿀돼지
「안부」에 관한 뒷이야기를 풀겠습니다.
저는 기자 시절에 고용노동부에 2년 넘게 출입했습니다.
취재 때문에 많은 현장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각종 노동 이슈를 따라가느라고 무척 바쁜 시절을 보냈습니다.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말 같지도 않은 사건을 많이 접했는데, 그런 현장 중 하나가 콜센터였습니다.
정말 열악한 곳이더군요.
진입 장벽이 낮은 일터여서 임금 수준이 낮은 데다, 성추행 같은 일이 벌어져도 쉬쉬하고 넘기는 경우도 많고요.
각자 너무 힘드니 뭉쳐서 항의할 엄두도 못 내요.
언젠가 꼭 소설로 다루고 싶은 소재였는데, 지난해 목포를 주제로 다룬 앤솔로지 『소설 목포』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목포는 혼자 차를 몰고 여행해 봤고, 아내와 함께 여행해 봤고, 영산강자전거길을 달릴 때 자전거를 몰고 여행해 본 곳이어서 흔쾌히 참여했습니다.
몇 년째 자전거를 소재로 다룬 장편소설 집필을 고민 중이었는데,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기회가 온 김에 목포라는 도시에 콜센터라는 소재와 자전거를 엮어 단편을 쓰며 장편을 어떻게 쓸지 감을 잡아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영산강자전거길을 달렸던 경험 때문에 이야기가 머릿속에 순식간에 그려졌습니다.
여기에 목포의 한 노포에서 먹었던 평양냉면도 더했고요.
단편을 쓰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최근에 무사히 장편 집필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안부」는 제 소설에선 드문 여성이 주인공인 단편입니다.
저는 장편소설 『다시, 밸런타인데이』 외에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적이 없습니다.
제가 여성이 아닌 이상 여성의 심리를 온전히 묘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소설(특히 장편)의 주인공은 늘 저와 동갑인 남성입니다.
하지만 단편으로는 한 번쯤 여성을 주인공으로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과연 여성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쓸 수 있을지 궁금했고요.
표본이 많진 않은데, 평이 갈렸습니다.
'제1독자'인 아내는 "남자가 여자인 척하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연히 소설에 대한 평도 좋지 않았습니다.
반면, 첫 리뷰 기사를 썼던 경향신문의 문학 담당 기자님(여성입니다)은 "어떻게 여성의 심리를 이렇게 섬세하게 묘사했느냐"는 반응을 보여 당황스러웠습니다.
심지어 이 소설 때문에 리뷰를 쓰겠다고 결정했다는 말을 듣고 같은 텍스트를 보고도 이렇게 평이 갈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여담인데, 콜센터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는 월급사실주의 동인이기도 한 김의경 작가님이 장편소설 『콜센터』를 통해 훨씬 생생하게 펼쳐 놓으셨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꼭 참고하세요.

거북별85
아! 이런 뒷이야기가 있었군요~그렇지않아도 <안부>를 읽고 흠칫 놀랐습니다
2가지 점에서 하나는 콜센터의 근무환경이 이렇게 열악하다구~ㅜㅜ(제 오랜친구가 콜센터에서 일했는데 그 친구가 워낙 말수가 적은 친구라 그냥 잘 지내는줄 알았거든요~ㅜㅜ) 두번째는 정진영 작가님이 흡입력있는 여성적인 목소리에 놀랐습니다~ 실은 정작가님은 문체에서 왠지 강한 느낌이 항상 들었거든요~^^;; 이 작품은 월급사실주의 동인에 최적화된 내용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답답하고 슬프고 그럼에도 옆에 홀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챙겨줄 여유도 없고~
이런 일들을 어떻게 세세하게 아실까 신기했는데 기자시절 고용노동부에서의 경험이군요~ 정말 작가님들은 참 여러모로 보고 듣고 배우는게 많아야하는 직업이신가 보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 말씀하신대로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들에 관한 관련 단편들도 여러 다양한 시각으로 작가님의 날카로움과 몰입감으로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꿀돼지
소설에 묘사한 것처럼 열악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특별한 기술이나 학력 및 경력이 필요 없는 데다 인력 충원도 쉽습니다.
고용주 입장에선 뭐 하나 개선하거나 양보할 요소가 전혀 없습니다.
고객은 그런 사정을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요.
안타깝지만 저는 콜센터의 노동 환경은 앞으로도 개선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저는 소설이라는 수단으로 잠재적 콜센터 고객인 독자에게 이런 현실을 환기하고 싶었습니 다.
또한 콜센터 근로자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여성이어야 했습니다.

연해
이번 편도 작가님의 경험이 더해진 소설이었군요!
목포와 콜센터를 엮으신 일화가 인상 깊습니다. 자전거와 평양냉면도요(아직 못 먹어봤지만).
이번 소설의 주인공이 여성이었는데 평이 갈렸다는 말씀도 흥미로웠어요. 저는 전자에 가깝습니다(부정적이라기보다는 "남자가 여자인 척하는 것 같다"는 부분이요). 특히 술 시중 장면과 성추행 당하는 부분에서 마치 남일처럼 상황을 너무 덤덤하게 풀어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덕분에 주인공의 인내심은 해탈의 경지가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본부장 손목을 그냥 콱!). 뭔가 좀 묘했습니다.
저도 김의경 작가님의 『콜센터』를 읽었었는데, 콜센터의 현실도 서글펐지만 등장인물들이 진상 고객을 찾아가 응징하려던 장면이 통쾌하기도 했어요. 호기로운 청춘(?)들의 모습이 용감하다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먹이사슬처럼 결국 다 돌고 도는 노동자였죠. 읽은지 오래돼서 결말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요.
작년에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를 읽다가 첫 번째 작품이 김의경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걸 알고서 반갑고 신기했던 기억도 납니다.

borasoop
저는 읽으면서 남자가 여자인 척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음 그렇다고 여성의 심리이다도 아니고. 그냥 인간이라면 여자나 남자나 다 비슷한 상황이 있기에 오히려 콜센터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저도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하며 읽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름이나 힌트가 나오지 않으면 작가의 성별로 읽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저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울 때 같이 울어서(시간을 되돌리면에서는 안 울었어요 ㅋㅋㅋ) 마음이 너무 찡했습니다. 콜센터는 참…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이 굉장히 열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면세점, 백화점, 콜센터, 마트. 이런 곳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계약직이나 파견 등이라서 대우가 참. 저는 한국어 강사인데 한국어 강사도 사실 못지 않아요. 할말이 참 많은 직업인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만둬야지 하면서 그만두지 못하고 있네요. 4대보험과 퇴직금, 고용보험에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이 참으로 부럽답니다~^^

꿀돼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지만, 읽는 분께 선입견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를 모르고 소설집을 접하는 분은 저를 계속 모르고 소설집을 읽도록 하려고 저를 추측할 수 있는 정보를 다 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선 다들 알고 읽으셨으니 소용이 없었죠 ㅎ 성별을 떠나서 인간이라면 여자나 남자나 다 비슷한 상황이 있기에 남자가 여자인 척하는 것 같진 않았다는 말씀이 용기가 됩니다. 주인공과 함께 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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