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맥주북클럽] 2.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함께 읽어요
D-29

연해


장맥주
장난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너무 진지하게 물어보셔서, 또 새로운 마감이 오늘과 모레 있어서 차분하게 답 드립니다. ^^
‘이돌람바’와 ‘카피카피룸룸’은 《모래요정 바람돌이》라는 1980년대 애니메이션에서 바람돌이라는 요정이 사용하는 주문 이름이에요. 원작은 영국 동화라고 해요.
‘돈데기리기리 돈데크만’도 1980년대 애니메이션인 《시간탐험대》에 나오는 말입니다. 주전자를 닮은 타임머신이 있는데 그 기계 이름이 ‘돈데크만’이고, 작동할 때 ‘돈데기리기리 돈데기리기리 돈데돈데 돈데크만~’이라고 주문을 외웁니다.
그나저나 2015년에 나온 《매드맥스》 4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굉장한 걸작입니다. 훌륭한 페미니즘 영화이기도 하고요. 1~3편 안 보고 보셔도 아무 지장 없습니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 조가 살아남은 인류를 지배한다. 한편 아내와 딸을 잃고 살아남기 위해 사막을 떠돌던 맥스는 임모탄의 부하들에게 납치되어 노예로 끌려가고, 폭정에 반발한 외팔의 사령관 퓨리오사는 인류 생존의 열쇠를 쥔 임모탄의 여인들을 탈취해 분노의 도로로 폭주한다. 이에 임모탄의 전사인 워보이들과 신인류 눅스는 피주머니 신세로 전락한 맥스를 이끌고 퓨리오사의 뒤를 쫓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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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으아, 이렇게 진지하고 상세하고 정성스럽게 답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돌람바'와 '돈데기리기리 돈데크만'은 서로 다른 작품이었군요. 마치 하나의 주문처럼 보였어요. 제가 해리포터 세대(?)라 마법주문은 제법 아는 게 많은데, 오늘과 모레 마감이 있으시다니 장난치고 싶은 마음은 (일단) 고이 접어두겠습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도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액션 장르는 불호(ㅋ)에 가깝긴 하지만 걸작이라고 하시니 살포시 도전해보겠습니다. 아! 다음 주 주말에는 <댓글부대>를 보러 갈 예정이랍니다(호호).

고래고래
와우, 이 연륜을 과시하는 작가님의 과감한 멘션!!! 돈데크만과 '푸하하' 슈퍼맨이 보고 싶습니다.
게으른독서쟁이
저절로 억양을 넣어 읽고 있는.... 완전자동음성지원 됩니다요.

borasoop
요즘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기웃거리는데 ‘돈데’가 ‘어디’라는 뜻이라서 돈데기리기리 돈데크만이 시간여행 때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주문으로 스페인어에서 힌 트를 얻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주문을 여기서 들으니 재미있네요~

장맥주
제가 아는 몇 안 되는 스페인어 중 하나입니다. Donde Voy 노래 때문에요. 그런데 돈데크만이랑 연결지을 생각은 못 해봤네요. ^^

연해
앗, 작가님보다 먼저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돌멩이와 몽둥이를 들어서라도 인간은 원시적인 수준의 전쟁을 계속 이어갈 것만 같네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면 안 되나 싶기도 한데, 16번 질문에 답변주신 것처럼 공감능력이 자해행위라는 인식만 박혀도 정신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말씀에 공감하게 되네요.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는다'는 속담처럼 다들 아는 것 같아요. 염치라든가, 성찰이라든가.

고래고래
괜한 심술로 지나가는 사람 하나 괴롭히려는 건 안하지 않을까요. 어지간한 맷집으로는 힘드니까요.

장맥주
하지만 마조히스트라면...?
(죄송합니다...)
푸른태양
아잌ㅋㅋㅋ

고래고래
ㅋㅋ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양쪽이 고통스러우면서도, 그 중 한쪽은 더불어 즐거울 수도 있겠네요. 아, 그래도 그런 분들은 혼자서 때리고 즐겁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푸른태양
저도 그렇게 이해했어요.

거북별85
저도 @고래고래님 말처럼 3차대전후 원시상태로 돌아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 옥시토신에서 살짝 안드로메다로...^^;; 이상하게 과학용어만 나오면 살짝 집중력이 흐려지는 나쁜 습관이 있네요.ㅜㅜ .. 왠지 사람들이 혹성탈출 영화속 처럼 살고 있을 것 같아요..

혹성탈출지구 시각 2673년 3월 26일, 삭막해진 세상에 모든 미련을 버린 테일러 일행을 태운 우주선이 1년 6개월만에 어느 행성의 바다에 불시착한다. 그들은 이곳이 지구에서 320광년 떨어져 있고, 오리온좌의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어느 이름 모를 행성으로 추측한다. 행성의 생명체 유무를 위해 사막 위의 긴나긴 탐사 여행을 하던 그들은 곧 원시인의 무리를 발견하지만, 곧 말을 타고 총을 쏘아대는 원숭이들 무리에 쫓기게 된다. 이 행성은 바로 원숭이들의 지배 하에 있었고, 인간의 모습과 거의 비슷한 원시인들은 야생 동물처럼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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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돼지
다른 분이 언급하셨듯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순간 인류는 거의 리셋 수준으로 파멸하지 않을까요. 특정 국가 하나가 패권을 장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고, 상대방이 상호확증파괴 전략으로 나오면 그렇게 맞대응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저는 영화 <매드맥스> 같은 풍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해
리셋 수준으로 파멸한다는 말씀이 섬뜩하게 느껴지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단편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다들 더더더 극단적인 형태로 변해가는 것 같았거든요. 도덕도 윤리도 예의도, 그런 건 다 차치하고 그냥 이기고 지고만 중요해진 느낌이랄까.
영화 <매드맥스>는 제가 보지 못했는데, 검색해보니 1980년에 개봉했던 영ㅎ... 시리즈가 굉장히 많네요.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요즘 뉴 스만 봐도 온 세상이 다 혼란한 것 같습니다.

꿀돼지
법과 질서가 무너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봤는데, 오래전에 훈련소에 입소했을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저는 시력 때문에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는데, 훈련소에 와보니 다들 체구가 건장하고 몸이 좋았습니다. 몸이 문제여서 보충역 판정을 받은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대부분 학력 미달 사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면 현역으로 안 보내거든요.
내무실에 20명이 있었는데, 저를 뺀 모두가 학력 미달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들 상당수가 사회에 있을 때 조폭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피지컬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는 현상이 일어나더군요. 자기들끼리 사회에 있을 때 아는 사람들 따져가며 계보를 훑기도 하고. 그 모습을 보고 이게 진짜 정글이구나 싶었습니다.
길에서 누가 시비를 걸면 한 대 맞아서 깽값을 받으면 꿀이라는 사람들 많습니다. 근데 세상이 그렇게 굴러가지 않더라고요. 상대방을 불구로 만들어버리고 그냥 감빵에서 4~5년 살고 나오겠다는 마인드로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는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훈련소에서 여럿 목격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자랑하는 정신 나간 놈도 있었고.
저와 비슷한 세대인 남자들을 보면 어쩌다 길에서 서로 말로 시비를 붙어도 주먹다짐까진 잘 안 갑니다. 어떤 형태로든 학창시절과 군에서 정글을 경험해봤고, 붙으면 죽거나 다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실전이란 걸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많아진 듯해 걱정입니다.

연해
이거야말로 정글이네요. 글로만 읽어도 무섭습니다. 저는 군대를 가보지 않아서 그 세계를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여자 아이들의 세계는 교묘히, 은근하게 누군가를 괴롭히고, 따돌린다면 남자들의 세계는 더 거칠게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네요. 어느 쪽이든 다 무섭...(결국 이러니 저러니 다 무섭다는 얘기)
오래전에 봤던 영화 중에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영화가 있어요. 법과 질서가 사라지면 남는 건 욕구와 쾌락뿐이구나, 육체적으로 강한 자가 결국은 살아남는구나 싶어 소름이 쫙쫙 돋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거야말로 돌멩이와 나무 몽둥이의 싸움이 아닌가 싶기도.
저는 제 삶을 지탱하는 여러 가지 중에 안전이 꼭 들어가 있어요. 제 주변 환경이 안전해야 마음이 놓이고, 그래야 삶의 행복도가 올라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꿀돼지
법과 질서가 무너지는 순간, 그때부터는 바로 약육강식이죠. 강한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게 당연한 세상. 이미 전세계 곳곳에서 그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에만 있으면 그런 걸 체감하기 어렵더라고요. 제가 오래 전에 멕시코에 출장을 갔을 때 일입니다. 멕시코시티에 숙소를 잡았는데, 모든 상점이 오후 5시가 되기도 전에 셔터를 내리더군요. 가이드는 절대 어두울 때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고요. 그때까진 솔직히 감이 잘 안 왔습니다. 그런데 밤에 잘 때 밖에서 총성이 들리더라고요. 멕시코 정도 되는 나라에서, 게다가 수도에서, 괜찮다는 호텔에서 묵는데도 그랬습니다. 길에서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누군가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제가 옆에 놓은 가방을 들고 가더군요. 쫓아가서 가방을 되찾았는데, 만약 밤이었다면 그 자의 품에서 총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치안이 좋다는 말은 귀가 아프게 들었지만, 그때처럼 그걸 실감한 적이 없습니다. 기자로 일하면서 멕시코를 비롯해 영국, 스웨덴, 중국, 일본 등등 해외 출장을 꽤 많이 가봤는데 해외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안전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정말 중요한 요소라는 데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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