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디스토피아 고전 명작, 1984 함께 읽기

D-29
CTL님의 해석대로 읽어도 좋은 것 같아요. 저희 모임에서는 그 누구도 오세아니아가 전쟁에서 지고 해방되었다는 의견이 없었는데, CTL님의 의견을 듣고 다시 읽어보니 이런 시선으로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윈스턴은 굴복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체제가 무너진 것을 본 것에 환호하며 죽음을 당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완독 후 그믐을 다시 훑어보니 좋은 생각들을 많이 올려주셔서.. 여기 글들 읽는 재미를 생각했다면 진작 더 속도를 내서 읽었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가.. ㅎㅎ... CTL님과 비슷하게도 브런치 블로그에 어느 분이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단어를 꼽아서 "행복한 몽상(blissful dream, 361쪽)"에 힘을 주어 해석하셨더라고요. 눈에 힘을 주고 해당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정말 "<...> 행복한 몽상에 잠겨 있었다. 그는 이제 마음 속으로 달리거나 <...> 그의 머리통을 뚫고 들어왔다."까지는 몽상의 내용이고, 그 다음 마지막 단락은 몽상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인데.. 거기서 윈스턴은 "오, 잔인하고 불필요한 오해"라고 자신의 인생을 한 마디로 요약한 뼈저린(ㅠ.ㅠ) 반성과 자기 검열을 너무나도 자동적으로 실천하는 것이고... 여전히 밤나무 카페에서 술잔을 마주한 현실이므로 굳이 "술내나는 두 줄기 눈물(two gin scented tears)"에서 술 냄새를 짚고 갔던 거네요. 영문과 한글 번역본을 겹쳐서 읽어도 참 입체적인 독법이 되네요. 이런 즐거움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보면 원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러울 뿐더러, 번역가에 따라 작품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확실히 느껴지네요.
전 윈스턴이 이제 완전히 브레인워시 당해서 체제에 굴복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배드 엔딩... 하지만 이를 통해 조지 오웰이 노렸던 건 전체주의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확실히 충격적이었어요.) 윈스턴이 physically 죽었느냐... 전 법정, 간수, 총알 이건 윈스턴의 상상 - 내지는 비유적으로 정신이 완전히 죽었다는 뜻 - 이고, 책의 엔딩의 마지막 순간에는 아직 체스트넛 카페에서 술 마시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진짜 죽었건 안 죽었건 죽은것과 다름없다는...)
정신적 죽음을 선고 받은 동시에 육체적 죽음도 선고 받은 건 아니었을까요. 오브라이언의 고문에서도 체제에 완전히 순응하기 전까지는 죽음조차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었잖아요. 과거의 역사 중에 죽음로써 순교자가 되어 반란 의지를 더 돋우는 일이 많았기에, 현 체제에서는 그런 정신적 상태를 완전히 소각시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고문을 했으니까요. 윈스턴은 육체적으로 굴복하고 적극적 저항의지를 잃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해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었지요. 하지만 텔레스크린이 알려주는 전선 소식에서 역대급 전쟁이라는 얘기와 함께 유라시아의 패배를 통보하면서 윈스턴의 마지막 희망이 꺾이며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또한 저만의 해석입니다ㅎㅎ 모시모시님의 말처럼 카페에서 술을 마시며 눈물을 흘리고 총을 맞았다는 상상과 함께 빅 브라더에 대한 사랑을 표현함으로써 정신적 사망만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를 사랑했기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 정신적 죽음을 당한 뒤에 그를 사랑하게 되었으니까요.
역시 혼자 읽을때보다 이것저것 생각하게되네요. 감사해요. :D
저도 이 책으로 두번째 모임인데도 모시모시님과 CTL 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지막이 너무 짧은 몇 문장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 같네요. 하지만 앞에서 자세하게 그려진 심문과 고문 과정을 보면 굴복한 척 연기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 것이 확실합니다. 총살 당하는 장면이 윈스턴의 환상이 아니고 실제 일어난 일이라면, 문자 그대로 윈스턴의 투쟁은 끝났고 진정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됐기 때문에 그제서야 죽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질문에 대한 제 답변. 저 또한 결론적으로 윈스턴이 완전히 굴복했다고 봅니다. 따라서 윈스턴이 정신적/육체적으로 모두 죽음을 맞이한 걸로 보고요. 하지만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찾겠다는 마음으로 돌이켜보면, 윈스턴 이라는 한 인간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했나요? 채링턴과 오브라이언, 수많은 사상경찰과 간수들까지... 그리고 7년의 감시와 이후 체포와 고문과 회유의 긴 시간... 그렇다면 단순히 굴복한 게 아니고, 내부 당원들이 '소수 집단'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공포스런 집산주의 정권에 적잖이 타격을 준 거라고 봅니다. 이런 정권은 오래 가진 못하겠죠. 저들은 0.001%의 확률까지 다 틀어막아야만 이길 수 있는 집단이니까요. 미래의 싹이 돋아나는 것까지 넘겨 짚어서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정말로 윈스턴과 줄리아 둘을 잡기 위해 투자한 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언제까지고 유지될수는 없는 곳이긴 하죠. 그런데 또 우리 가까이에 있는 북한을 보고 있으면... 영원히 가진 않을지라도 꽤 오랜 기간 살아남진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체제에 저항하는 소수만으로는 체제를 전복시키기가 힘들죠ㅠㅠ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과거 동학농민운동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 것처럼, 소수의 리더격 저항자가 등장하는 것과 그것에 동조해주는 대다수의 시민계층, 외부의 지원 등 다양한 부분에서 아귀가 맞지 않으면 참 힘든 게 혁명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책의 내용이 아닌 책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한 질문을 조금 해볼까 합니다. 1984에서의 '감시'는 아무래도 소설이다보니 극단적인 형식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지금 사회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은데요. CCTV, 블랙박스, 사물인터넷, 인터폰 등 수많은 감시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늘어나는 게 정말로 필요한 일인지, 적당선이 있다면 그 경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한번 의견을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모든 감시 도구들이 똑같은 기능과 효과를 바라고 설치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대개 이런 감시 도구의 설치에 찬성하는 부분들의 의견은 범죄 예방의 목적이 크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많이 언급하더군요. CCTV의 경우 개인이 함부로 볼 수 없는 것임에도 암암리에 몰래 보는 사람들이 많기에 그런 것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것도 이해가 되고, 카메라가 달린 사물 인터넷과 인터폰 등은 해킹의 위험에서도 안전하지 못해 불안해서 이용을 꺼리는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한 번의 범죄 또는 미수에 그친 범죄를 당하게 되면 감시를 열렬히 옹호하게 되더라구요. 아무래도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객관적 증거 중 하나가 이 감시 도구들이 제공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1984의 경우엔 감시를 통한 통제가 목적이기에 텔레스크린이나 마이크로폰이 좋은 의도로 설치된 것이 아니지만, 좋은 의도라면 그것이 설치되어도 마땅한가에 대한 제 생각은' 그렇지 않다' 입니다. 특수하게 감시가 필요한 곳(감옥 같은 장소)이 아니라면 저는 이것들이 모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쪽으로 보고 있어요. 물론 모두가 선한 사람이어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절대적으로 그 영상들을 몰래 보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완전히 폐기한다면 찬성하겠습니다만, 실제 세상은 그렇게 착하게 돌아가지 않으니까요. 흔히 볼 수 있는 사례 중 하나가 매장의 CCTV를 통해 직원의 업무를 훔쳐보는 것이 있지요. 근래에 있었던 아파트 인터폰 해킹으로 집 내부가 공개되었던 사건 또한 감시의 부정적인 면이구요.
물론 범죄자의 동선 파악, 사건의 가해/피해 유무 확인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이용도 많이 되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것이 국가가 아닌 개인의 몫으로 조금 더 넘겨주면 어떠할까 생각합니다. 가령 '블랙박스'같은 폐쇄형 감시 도구처럼 말이죠. 나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내가 스스로 설치한 감시 도구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나의 선택과 무관하게 설치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장치들은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안전을 위함이지만 사생활 노출에 대한 염려는 당연히 있을테구요. 그런 장치들을 확인하는 절차에서 만큼은 기준을 정해서 가능하게 해야하구요. 그러나 그 적정 기준이라는게 늘 애매모호한 문제점이 있어 힘든점이 많을거라 생각이 되네요
사생활이 우선이냐, 안전이 우선이냐는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 번이라도 사고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안전이 우선일테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테지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는 쪽으로 기우는 것 같습니다ㅎㅎ
모임이 어느새 막바지에 달하고 있네요. 3일간의 연휴도 지나고 다들 잘 읽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전 이제야 3부로 접어들었는데요, 2부 후반 '이론과 실제'를 미간을 찌푸리면서 집중해서 읽다가.. 막판에 갑자기 상황이 확 바뀌네요. 그 다음부터는 속도를 내서 읽어가고 있습니다. 전 후반부가 급히 슬프게 종말을 맺을 걸로 어렴풋이 짐작했는데... 3부는 끔찍하기는 하지만...그래도 재미가 만만찮네요!...ㅎㅎ 일주일이란 시간이 촉박해서.. 음... 그래도 완독하고서 짧게라도 답글들 남겨볼게요!! 다 읽고나야 여러분들의 글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저는 마침 이거 읽을 때 병행 독서로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과 <자본론>을 읽고 있었어요. 실제로는 오브라이언이 썼다고 알려진 골드스타인의 저서가 마르크스를 생각나게 하더군요. 초반부가 약간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엄청 몰입되면서 오세아니아의 문제점을 독자에게 직격으로 날려버려서 그 충격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철학과 삶을 연결시켜 짧게 짧게 써 놓은 책이라 1984의 세계관에도 접목된 철학적인 내용들이 꽤 있었습니다.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 - 삶에 대해 미치도록 성찰했던 철학자 47인과의 대화위대한 철학자 47인이 철학 고전에서 다루었던 문제들을 그대로 주된 주제로 삼아 오늘날 우리의 삶을 꿰뚫는 중요한 질문 50가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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