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디스토피아 고전 명작, 1984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쯤되면 다 읽으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다음 질문은 '윈스턴은 마지막에 정말로 빅브라더와 현 체제에 굴복해버린 것일까'입니다. 안온의 독서모임에서도 이 부분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죽기 위해 굴복한 척 연기했다. 마지막 죽는 순간이 되어서야 굴복했다, 고문 이후로 늘 굴복당한 상태였다 등등 많은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아고 조바심이 나기 시작하네요. ㅎ 전 아직 200페이지 어간을 헤매는 중이라 ㅎㅎ 일주일 내로 다 읽고 꼭 답을 적어보겠습니다!
앗 천천히 읽으셔도 됩니다~
저는 완전히 체제에 굴복했다는 의견입니다. 윈스턴이 총에 맞고 죽는 순간 빅 브라더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나지요. 순종하지 않으면 죽음조차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세상에서 결국에 굴복한 자신의 모습을 죽음으로 보여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술을 마시며 모든 것을 포기한 채로 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줄 때마저도 약간의 저항심리가 남아있어서 윈스턴을 죽이지 않은 게 아니었을까요. 행동으로 보이는 저항이 없어도, 정신적 저항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 부분마저도 굴복시키려는 게 빅 브라더였다고 봅니다.
읽은 지가 꽤 되어서 다시 확인해봤는데요, 제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요? 윈스턴이 마지막에 빅브라더를 사랑한다고는 나오는데 총에 맞고 죽나요? 아니면 완전히 넘어갔으니 책에는 안 나오지만 총에 맞고 죽을거라는 결말이 자명하니 그런건가요? 저는 윈스턴은 마지막 순간에 굴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뒤에 바로 나오는 첨부된 글을 읽으면 빅브라더는 결국 성공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지요. 서술체가 모두 과거형으로 빅브라더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는 글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공개재판의 피고석에 앉아 모든 것을 자백하고, 모든 사람을 공범으로 끌여들였다. 그는 햇빛 속을 걷는 기분으로 하얀 타일이 붙은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고, 뒤에서 총을 든 간수가 나타났다. 오랫동안 소망하던 총알이 그의 머리통을 뚫고 들어왔다. 그는 그 거대한 얼굴을 쳐대보았다.(중략) 그러나 잘되었다, 모든 것이 잘되었다, 투쟁이 끝났다. 그는 자신을 이긴 것이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1984 (일러스트) p.361, 조지 오웰 지음,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김기혁 옮김
마지막에 윈스턴이 총에 맞고나서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고 말하며 소설이 끝이 납니다. 사랑해서 총에 맞은 것이 아니라 총에 맞고나서 사랑했다고 해서 저희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었어요.
음... 우선 저는 영문판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어민도 아니고 이 책을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어서 확신은 없습니다. 그믐에서는 제가 엉뚱하게 해석한 것도 가르쳐주시고 고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제가 이해한 대로 나누는 걸 즐거움으로 알아서 이렇게 쓰니, 잘못된 부분 가르쳐주시면 좋겠어요. 일단 파트 3 6장은 윈스턴이 체스트넛 트리 카페에 앉아서 맞은 편에 큰 빅브라더 포스터를 앞에 두고 가짜 진을 마시고 체스를 두면서 전쟁 승리 소식을 기다리는게 주된 셋팅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드디어 기다리던 승전보가 올라오고 그 순간 윈스턴은 거리의 군중들의 함성에 귀기울이며 함께 기뻐하죠. 그동안 계속 웨이터는 윈스턴의 잔에 진을 채워주고 있었고요, 이번에도 다시 웨이터가 잔을 채워줍니다. 그러고는 다음 문장이 나와요. "Winston, sitting in a blissful dream, paid no attention as his glass was filled up. He was not running or cheering any longer. He was back in the Ministry of Love,......." 저는 윈스턴이 애정부에 다시 들어가서 용서받고, 고백하고, 가드가 뒤에 다가와서 총구를 대고 총알이 머리에 박히는 걸 느끼는게 다 이 blissful dream 속의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바로 다음 문장에서는, "He gazed up at the enormous face. Forty years it had taken him to learn what kind of smile was hidden beneath the dark moustache. ..... Two gin scented tears trickled down the sides of his nose." 고개를 들어 빅브라더의 커다란 얼굴을 다시 보았다고 나오지요. 6장 처음에 윈스턴이 앉은 구석 자리 맞은 편에 빅브라더 얼굴이 있는 큰 포스터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진 냄새 찌든 눈물이 콧등을 타고 흘러내렸다고 하고요. 그래서 저는 윈스턴이 빅브라더를 사랑한다고 말한 마지막 장면에도 여전히 체스터 넛 카페의 구석자리에 술취해서 앉아있었다고 생각했어요. 아마도 그 후에는 윈스턴이 바로 전에 술 취해서 눈 앞에 그린 장면대로 되었을테니 죽었다고 생각해도 큰 차이는 없겠지요.
유라시아가 아프리카를 쳐들어갔고, 아프리카 전선이 밀리면서 유라시아 군대의 승리로 끝나는 줄 알았으나 뒤에가서 환호하며 빅 브라더의 초상화를 올려다보는 장면이 다시 나오고, 거기서 전선의 소식이 승리일지 패배일지 판단하지 못한 자신을 다시 떠올리지요. 그리고 바로 뒤에 패망한 것은 유라시아 아군뿐이 아니다 라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유라시아가 오세아니아를 상대로 결국 패전했고, 오세아니아가 승전하면서 무지한 군중들이 자신의 국가가 승리한 것에 대해 환호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가난한 일반층들은 체제에 이미 녹아든 상태라 별다른 감시도 없었고, 그저 국가가 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 상태였으니까요. 이 해석 또한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술내나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모든 투쟁이 끝났다는 것은 결국 마지막 저항감마저 사라진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표현으로 이해했었습니다.
CTL님의 해석대로 읽어도 좋은 것 같아요. 저희 모임에서는 그 누구도 오세아니아가 전쟁에서 지고 해방되었다는 의견이 없었는데, CTL님의 의견을 듣고 다시 읽어보니 이런 시선으로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윈스턴은 굴복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체제가 무너진 것을 본 것에 환호하며 죽음을 당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완독 후 그믐을 다시 훑어보니 좋은 생각들을 많이 올려주셔서.. 여기 글들 읽는 재미를 생각했다면 진작 더 속도를 내서 읽었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가.. ㅎㅎ... CTL님과 비슷하게도 브런치 블로그에 어느 분이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단어를 꼽아서 "행복한 몽상(blissful dream, 361쪽)"에 힘을 주어 해석하셨더라고요. 눈에 힘을 주고 해당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정말 "<...> 행복한 몽상에 잠겨 있었다. 그는 이제 마음 속으로 달리거나 <...> 그의 머리통을 뚫고 들어왔다."까지는 몽상의 내용이고, 그 다음 마지막 단락은 몽상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인데.. 거기서 윈스턴은 "오, 잔인하고 불필요한 오해"라고 자신의 인생을 한 마디로 요약한 뼈저린(ㅠ.ㅠ) 반성과 자기 검열을 너무나도 자동적으로 실천하는 것이고... 여전히 밤나무 카페에서 술잔을 마주한 현실이므로 굳이 "술내나는 두 줄기 눈물(two gin scented tears)"에서 술 냄새를 짚고 갔던 거네요. 영문과 한글 번역본을 겹쳐서 읽어도 참 입체적인 독법이 되네요. 이런 즐거움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보면 원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러울 뿐더러, 번역가에 따라 작품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확실히 느껴지네요.
전 윈스턴이 이제 완전히 브레인워시 당해서 체제에 굴복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배드 엔딩... 하지만 이를 통해 조지 오웰이 노렸던 건 전체주의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확실히 충격적이었어요.) 윈스턴이 physically 죽었느냐... 전 법정, 간수, 총알 이건 윈스턴의 상상 - 내지는 비유적으로 정신이 완전히 죽었다는 뜻 - 이고, 책의 엔딩의 마지막 순간에는 아직 체스트넛 카페에서 술 마시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진짜 죽었건 안 죽었건 죽은것과 다름없다는...)
정신적 죽음을 선고 받은 동시에 육체적 죽음도 선고 받은 건 아니었을까요. 오브라이언의 고문에서도 체제에 완전히 순응하기 전까지는 죽음조차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었잖아요. 과거의 역사 중에 죽음로써 순교자가 되어 반란 의지를 더 돋우는 일이 많았기에, 현 체제에서는 그런 정신적 상태를 완전히 소각시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고문을 했으니까요. 윈스턴은 육체적으로 굴복하고 적극적 저항의지를 잃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해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었지요. 하지만 텔레스크린이 알려주는 전선 소식에서 역대급 전쟁이라는 얘기와 함께 유라시아의 패배를 통보하면서 윈스턴의 마지막 희망이 꺾이며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또한 저만의 해석입니다ㅎㅎ 모시모시님의 말처럼 카페에서 술을 마시며 눈물을 흘리고 총을 맞았다는 상상과 함께 빅 브라더에 대한 사랑을 표현함으로써 정신적 사망만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를 사랑했기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 정신적 죽음을 당한 뒤에 그를 사랑하게 되었으니까요.
역시 혼자 읽을때보다 이것저것 생각하게되네요. 감사해요. :D
저도 이 책으로 두번째 모임인데도 모시모시님과 CTL 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지막이 너무 짧은 몇 문장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 같네요. 하지만 앞에서 자세하게 그려진 심문과 고문 과정을 보면 굴복한 척 연기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 것이 확실합니다. 총살 당하는 장면이 윈스턴의 환상이 아니고 실제 일어난 일이라면, 문자 그대로 윈스턴의 투쟁은 끝났고 진정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됐기 때문에 그제서야 죽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질문에 대한 제 답변. 저 또한 결론적으로 윈스턴이 완전히 굴복했다고 봅니다. 따라서 윈스턴이 정신적/육체적으로 모두 죽음을 맞이한 걸로 보고요. 하지만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찾겠다는 마음으로 돌이켜보면, 윈스턴 이라는 한 인간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했나요? 채링턴과 오브라이언, 수많은 사상경찰과 간수들까지... 그리고 7년의 감시와 이후 체포와 고문과 회유의 긴 시간... 그렇다면 단순히 굴복한 게 아니고, 내부 당원들이 '소수 집단'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공포스런 집산주의 정권에 적잖이 타격을 준 거라고 봅니다. 이런 정권은 오래 가진 못하겠죠. 저들은 0.001%의 확률까지 다 틀어막아야만 이길 수 있는 집단이니까요. 미래의 싹이 돋아나는 것까지 넘겨 짚어서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정말로 윈스턴과 줄리아 둘을 잡기 위해 투자한 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언제까지고 유지될수는 없는 곳이긴 하죠. 그런데 또 우리 가까이에 있는 북한을 보고 있으면... 영원히 가진 않을지라도 꽤 오랜 기간 살아남진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체제에 저항하는 소수만으로는 체제를 전복시키기가 힘들죠ㅠㅠ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과거 동학농민운동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 것처럼, 소수의 리더격 저항자가 등장하는 것과 그것에 동조해주는 대다수의 시민계층, 외부의 지원 등 다양한 부분에서 아귀가 맞지 않으면 참 힘든 게 혁명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책의 내용이 아닌 책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한 질문을 조금 해볼까 합니다. 1984에서의 '감시'는 아무래도 소설이다보니 극단적인 형식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지금 사회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은데요. CCTV, 블랙박스, 사물인터넷, 인터폰 등 수많은 감시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늘어나는 게 정말로 필요한 일인지, 적당선이 있다면 그 경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한번 의견을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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