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디스토피아 고전 명작, 1984 함께 읽기

D-29
이중사고란 두 가지 서로 모순되는 생각을 동시에 믿을 수 있는 사고 방식을 말합니다.
소설 속에서 초콜릿 배급을 줄였다가 과거를 수정하고 배급을 늘린 장면이 저는 이중사고의 한 장면이지 않나 싶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는 우리는 조삼모사로 보이지만, 과거 수정을 통해 '줄였다'는 기억을 없애고 배급을 늘렸다는 정보만 살아남게 되었으니까요.
‘이중사고’는 머릿속에서 동시에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사실을 믿고, 두 가지 모두를 받아들이는 능력을 의미한다. 당의 지성인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어떤 방향으로 변경해야 할지 알고 있고, 따라서 자신이 사실을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이중사고’를 발휘하여 사실이 부당하게 훼손된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 과정은 의식적이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필요한 만큼 정확하게 수행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허위라고 느끼게 되고 그 결과 가책을 느낄 것이다.
1984 2부, 조지 오웰 지음, 한기찬 옮김
1984미래 예언적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조지 오웰은 『1984』에서 독재 체제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감정을 통제하고, 사고의 범위를 말살함으로써 종국에는 인간의 모든 가치를 제거하려는 독재 권력 세계를 통해 쏘아 올리는 조지 오웰의 비판적 메시지가 담겼다.
저는 이걸 또 좀 다르게, "안다" 하지만 거기서 "끝" 행동과 연결되지 않는 사고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로봇같이 말은 하고 물어보면 의미도 알아요. 하지만 '인지능력장애' 마냥 실천이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없는 것 또한, 이중사고 같아요.
적절한 예인지 모르겠지만.. 직장인 대부분이 이중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계약 관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딱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는 생각도 하니까요.
모순된 두 가지를 모두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중사고이지 않을까요?ㅎㅎ
네,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중사고의 정의가 어떻게 보면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같기도 해서 여전히 좀 헷갈리네요.
이 책에 등장한 초콜릿 배급에 대한 부분도 이중사고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배급을 줄였다가 늘리면서 조삼모사가 되었음에도 제자리가 아닌 배급이 늘었다고 생각하지요. 배급이 줄어든 것도 알고 다시 늘린 것도 알지만 그것을 통합적으로 보지 못하고 별개의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이중사고라고 해석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ㅎㅎ
저역시도 그런 생각은 못하고 주면 주는대로..식의 이중사고를 했을 수도..ㅠㅠ
대표적 이중사고로는 소설 속 국가의 슬로건인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예속)', '무지는 힘'이겠지요. 모두 상반된 뜻을 가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 뜻을 믿으며 살아가니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쯤되면 다 읽으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다음 질문은 '윈스턴은 마지막에 정말로 빅브라더와 현 체제에 굴복해버린 것일까'입니다. 안온의 독서모임에서도 이 부분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죽기 위해 굴복한 척 연기했다. 마지막 죽는 순간이 되어서야 굴복했다, 고문 이후로 늘 굴복당한 상태였다 등등 많은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아고 조바심이 나기 시작하네요. ㅎ 전 아직 200페이지 어간을 헤매는 중이라 ㅎㅎ 일주일 내로 다 읽고 꼭 답을 적어보겠습니다!
앗 천천히 읽으셔도 됩니다~
저는 완전히 체제에 굴복했다는 의견입니다. 윈스턴이 총에 맞고 죽는 순간 빅 브라더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나지요. 순종하지 않으면 죽음조차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세상에서 결국에 굴복한 자신의 모습을 죽음으로 보여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술을 마시며 모든 것을 포기한 채로 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줄 때마저도 약간의 저항심리가 남아있어서 윈스턴을 죽이지 않은 게 아니었을까요. 행동으로 보이는 저항이 없어도, 정신적 저항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 부분마저도 굴복시키려는 게 빅 브라더였다고 봅니다.
읽은 지가 꽤 되어서 다시 확인해봤는데요, 제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요? 윈스턴이 마지막에 빅브라더를 사랑한다고는 나오는데 총에 맞고 죽나요? 아니면 완전히 넘어갔으니 책에는 안 나오지만 총에 맞고 죽을거라는 결말이 자명하니 그런건가요? 저는 윈스턴은 마지막 순간에 굴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뒤에 바로 나오는 첨부된 글을 읽으면 빅브라더는 결국 성공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지요. 서술체가 모두 과거형으로 빅브라더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는 글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공개재판의 피고석에 앉아 모든 것을 자백하고, 모든 사람을 공범으로 끌여들였다. 그는 햇빛 속을 걷는 기분으로 하얀 타일이 붙은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고, 뒤에서 총을 든 간수가 나타났다. 오랫동안 소망하던 총알이 그의 머리통을 뚫고 들어왔다. 그는 그 거대한 얼굴을 쳐대보았다.(중략) 그러나 잘되었다, 모든 것이 잘되었다, 투쟁이 끝났다. 그는 자신을 이긴 것이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1984 (일러스트) p.361, 조지 오웰 지음,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김기혁 옮김
마지막에 윈스턴이 총에 맞고나서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고 말하며 소설이 끝이 납니다. 사랑해서 총에 맞은 것이 아니라 총에 맞고나서 사랑했다고 해서 저희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었어요.
음... 우선 저는 영문판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어민도 아니고 이 책을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어서 확신은 없습니다. 그믐에서는 제가 엉뚱하게 해석한 것도 가르쳐주시고 고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제가 이해한 대로 나누는 걸 즐거움으로 알아서 이렇게 쓰니, 잘못된 부분 가르쳐주시면 좋겠어요. 일단 파트 3 6장은 윈스턴이 체스트넛 트리 카페에 앉아서 맞은 편에 큰 빅브라더 포스터를 앞에 두고 가짜 진을 마시고 체스를 두면서 전쟁 승리 소식을 기다리는게 주된 셋팅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드디어 기다리던 승전보가 올라오고 그 순간 윈스턴은 거리의 군중들의 함성에 귀기울이며 함께 기뻐하죠. 그동안 계속 웨이터는 윈스턴의 잔에 진을 채워주고 있었고요, 이번에도 다시 웨이터가 잔을 채워줍니다. 그러고는 다음 문장이 나와요. "Winston, sitting in a blissful dream, paid no attention as his glass was filled up. He was not running or cheering any longer. He was back in the Ministry of Love,......." 저는 윈스턴이 애정부에 다시 들어가서 용서받고, 고백하고, 가드가 뒤에 다가와서 총구를 대고 총알이 머리에 박히는 걸 느끼는게 다 이 blissful dream 속의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바로 다음 문장에서는, "He gazed up at the enormous face. Forty years it had taken him to learn what kind of smile was hidden beneath the dark moustache. ..... Two gin scented tears trickled down the sides of his nose." 고개를 들어 빅브라더의 커다란 얼굴을 다시 보았다고 나오지요. 6장 처음에 윈스턴이 앉은 구석 자리 맞은 편에 빅브라더 얼굴이 있는 큰 포스터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진 냄새 찌든 눈물이 콧등을 타고 흘러내렸다고 하고요. 그래서 저는 윈스턴이 빅브라더를 사랑한다고 말한 마지막 장면에도 여전히 체스터 넛 카페의 구석자리에 술취해서 앉아있었다고 생각했어요. 아마도 그 후에는 윈스턴이 바로 전에 술 취해서 눈 앞에 그린 장면대로 되었을테니 죽었다고 생각해도 큰 차이는 없겠지요.
유라시아가 아프리카를 쳐들어갔고, 아프리카 전선이 밀리면서 유라시아 군대의 승리로 끝나는 줄 알았으나 뒤에가서 환호하며 빅 브라더의 초상화를 올려다보는 장면이 다시 나오고, 거기서 전선의 소식이 승리일지 패배일지 판단하지 못한 자신을 다시 떠올리지요. 그리고 바로 뒤에 패망한 것은 유라시아 아군뿐이 아니다 라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유라시아가 오세아니아를 상대로 결국 패전했고, 오세아니아가 승전하면서 무지한 군중들이 자신의 국가가 승리한 것에 대해 환호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가난한 일반층들은 체제에 이미 녹아든 상태라 별다른 감시도 없었고, 그저 국가가 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 상태였으니까요. 이 해석 또한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술내나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모든 투쟁이 끝났다는 것은 결국 마지막 저항감마저 사라진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표현으로 이해했었습니다.
CTL님의 해석대로 읽어도 좋은 것 같아요. 저희 모임에서는 그 누구도 오세아니아가 전쟁에서 지고 해방되었다는 의견이 없었는데, CTL님의 의견을 듣고 다시 읽어보니 이런 시선으로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윈스턴은 굴복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체제가 무너진 것을 본 것에 환호하며 죽음을 당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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