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 함께 읽기

D-29
114쪽, 프로이트는 코카인을 복용하고 감탄해서 약혹녀, 여동생, 친구, 동료들에게 권했다고.
새로운 어휘와 상징체계를 만들어내고, 온갖 신경망과 에너지 장을 추적해 체계적으로 도식화하는 작업 역시 프로이트에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는 당시의 전문 용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했던 이론을 사유하고 있었다. 자기 생각의 요점을 부적절하거나 시대에 뒤진 용어로 번역하는 데서 생기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프로이트는 자신만의 언어와 도해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다. 자기가 뜻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열정과 기질 p. 135,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창조적인 인물들은 근본적인 비약을 이루기 직전에, 자신이 새로 만들어낸 언어를 믿을 만한 친구에게 시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도 자기가 아주 미친 것이 아니며, 정말 중요하고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심정 때문일 것이다. 소통에 대한 이런 욕망은 인지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 창조적인 인물들은 학문적인 이해뿐만 아니라 정서상으로도 무조건적인 격려와 지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열정과 기질 135~136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프로이트의 사상은 그가 살았던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면서, 또한 그런 환경에서 유기적으로 움터 나왔던 것이다. 성적인 문제에 고결한 체하는 모습은 빈의 중산층 사이에 만연한 태도였는데, 아마도 다른 계층 사람들도 비슷했을 것이다. 이렇듯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분위기는 보수주의에 기울어 있었지만, 직접 정치 구조를 위협하지만 않는다면 예술 분야에서 누가 전위적인 목소리를 드높여도 놀랄 만큼 관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또한 빈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열정과 기질 150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당연히 이 지점에서 2024년 한국은 어떤 상황인지 고민해보게 됩니다.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면모는 한국 사회 역시 만만치 않을 듯한데요. 성뿐 아니라 다른 여러 주제들에 대해서도. 정치 구조와 사회를, 대중들의 생각을 조금도 위협하지 않는, 예술계 안에서만 전위적인 예술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합니다.
흐흐 이 부분은 아인슈타인 이야기서 한번 더 깊이 생각하게 되더군요. 흐흐.
곧 따라가겠습니다! ^^
작가님 덕에 든든합니다.
152~154쪽 읽다가, 예술가로든 사상가로든 크게 성공하려면 뜻을 같이 하는 제자 혹은 후계자들을 키워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딱 질색인데요.
제자 혹은 후계자라기 보다는 시키지 않았는데 같이 놀자 우리 같이 글 쓰자 나 이런거 쓰는데 어떠냐 이런 정도의 교류가 딱 좋은 거 같심다. 가까워지면 도망치고 싶고 혼자 있어야 글에 들어갈 수 있으니깐요.
20세기를 수놓은 탁월한 인물들의 경우, 그들의 유년기에 관해 많은 전설이 지어졌다. 아인슈탕인은 말문이 늦게 트이고 난독증이 있던 아이로 그려졌으며, 외톨이, 신동, 가난뱅이 학생, 흙 속의 진주 등으로 묘사되었다. 이런 얘기 대부분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단편적 증거들을 모을 수는 있지만, 진실은 겉보기만큼 극적이지는 않다.
열정과 기질 171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어린 아인슈타인의 특징 중 별로 언급된 바가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나는 이것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시의 많은 해방된 유대인 가족들처럼, 아인슈타인 가족도 유대교 의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들은 ‘자유사상가’를 자처했다. 하지만 어린 아인슈타인은 종교를 받아들였고, 꽤 진지한 마음으로 신을 믿고 종교적 가르침을 지켰다. 종교에 대해 이와 같은 태도를 보임으로써, 아인슈타인은 그 자신의 가족이나 그가 다니던 가톨릭 학교 학생들에게 반발한 셈이었다.
열정과 기질 173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아인슈타인은 남다른 집중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몇 시간, 심지어 몇 일 동안이나 중단 없이 같은 문제를 숙고할 수 있었다. 그가 관심을 두었던 주제 중에는 수십 년 동안 마음속에 담아 둔 것도 있었다. 기분 전환을 위해서는 음악을 듣거나 요트를 타곤 했지만, 이런 순간에도 사색은 중단하지 않았다. 그는 공책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공책에다 적곤 했다.
열정과 기질 194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지금 저에게도 이 능력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분명 아인슈타인은 과학자로서 프로이트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 두 사람 모두 포부가 크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대담한 용기를 지녔고 기꺼이 홀로 일어서고자 했으며 논쟁을 반기기까지 했다. 물론 그들은 서로 다른 분야를 선택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 분야에서 아직 그 해답은 뚜렷하지 않지만 수십 년 동안 연구되었고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골몰했다.
열정과 기질 199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프로이트는 자주 불평을 털어놓긴 했어도 자신이 얻은 세계적인 명성에 자부심을 느꼈고, 이런 명성을 오랜 세월 자기를 무시하고 조롱한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복수라고 생각했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화려한 대중적 명성에 편안하게 적응하지 못했는데, 일찍부터 명성과 인정을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대중의 인정과 각광을 갈망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열정과 기질 219~220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하지만 내가 보기에 과학 분야의 가장 혁명적인 업적을 이루려면 젊음과 완숙함을 절묘하게 결합할 줄 알아야 하고, 이런 결합은 비교적 젊은 시절에나 가능하다. 경계가 분명히 구획되는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그 분야의 선행 연구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체화한 경지가 되어야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열정과 기질 232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어린 시절의 천재란 주로 명민하고 신속하게 직관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직관과는 다른 이해 능력, 즉 성찰적 지혜라고 부를 만한 능력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계속 성숙한다. 이러한 지혜는 보통 링컨이나 간디와 같은 정치 및 종교 지도자와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는 아인슈타인과 같은 과학자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열정과 기질 236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피카소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이러한 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그림은 자유다. 도약하면 밧줄을 놓쳐 추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이 부러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무슨 좋은 점이 있겠는가? 도약하지 않는 것뿐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일깨워야 한다. 그들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
열정과 기질 287쪽,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아니, 벌써 피카소까지 가셨습니까? (빠르다) 저는 좀 쉬다 다음 주부터 다시 따라가겠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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