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20.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수북강녕

D-29
ㅎㅎㅎ 야무진 눈빛 ㅎㅎㅎ 작년 여름, 재택근무 중이었는데 집이 답답해 근처 카페를 찾는 일이 잦았습니다. 집 근처 카페들이 그새 무료해지니 점점 멀리 나가게 되었는데요.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면서까지 멀리멀리... 가다가 은평한옥마을에서 한 정거장 더 가면 나오는 스타벅스를 가장 자주 찾았습니다. 산뷰가 끝내줬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한 정거장 먼저 내렸습니다. 가는 길에 우연히 켜본 지도맵에서 책방 겸 카페를 발견했기 때문이죠. 그곳이 바로 수북강녕! 일을 하러 나왔기 때문에 노트북이며 원고로 가방은 무거웠지만 책방을 가득 채운 책을 한권 한권 시간을 들여볼 수 밖에 없었어요. 큐레이션이 너무나 훌륭했어요. 제 책은 없었지만요...(뒷끝ㅎㅎㅎ) 어떤 책을 살까 신중히 고르는데 책방지기가 말을 걸어왔고 그에 화답하다가 우리는 그냥 자리를 펴고 앉았다가 결국 즉석 공간 리노베이션(?) 작업을 했답니다. (그날 일은 못했습니다 ㅎㅎㅎ) 마음이 활짝 열려있는 책방지기와 친구가 되어 서로의 자리에 오가다가 이윽고 그믐에 당도했어요. 우리는 이렇게 만났습니다 :)
두 분의 만남 이야기, 마치 한 편의 수필을 읽는 듯 아름답네요. 저도 뭔가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려 보려 하는데 막상 지금 생각나는 건 없네요. ^^ 저는 그제 '마리산'이라는 식당에 갔어요. 이 곳 나트랑에는 러시안들이 많아 그들을 상대로 하는 러시안 식당이 많아요. 러시아도 워낙 날이 추우니 따뜻한 바다가 있는 이 곳으로 많이들 여행을 오나 봅니다. 러시아 식당의 낯선 메뉴판을 앞에 두고 한참 고민하다 남편과 무얼 먹을까 살짝 의논했는데 저희의 대화를 듣던 직원이 반가워하며 자신은 고려인이라고 하더군요. 고려인의 후손으로 러시아에 살던 청년은 여기 이 곳 베트남의 러시아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의 스토리가 궁금했지만 저희는 부끄러움이 많은 내향형 족속들이라 그저 날라온 음식을 묵묵히 먹었습니다. 청년이 베트남 소주를 서비스로 주었어요. 음식은 메밀치킨밥, 러시안식 부대찌개, 슈아르마 (케밥과 비슷)을 먹었는데 다 맛있었습니다.
@김새섬 베트남 소주!에 솔깃 :) 그 청년의 듣지 못한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네요. 어떤 사연으로 거기까지 가게 되었을까요 :)
우린 이미 귀여우니까 시간만 잘 가면 됩니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 하정 지음
3년 전 이메일을 뒤져 야간열차 멤버들에게 다시 연락을 해보고 싶다. 당신들의 가운데에는 지금 누가 있는지, 나는 그때의 당신 같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데 당신들 곁에는 어떤 사람이 있는지···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 p.15, 하정 지음
형식만 보자면 "언제 밥 한번 먹자", "그래. 다음에 그러자. 안녕!" 정도의 대화였는데 그럼에도 나는 베를린에 머무는 며칠 동안 줄곧 '덴마크에 돌아가, 말아?'를 고민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제안을 할 때 자못 들떴던, 그리고 대답을 들었을 때 살짝 아쉬워했던 쥴리의 눈빛의 뒷걸음질에 걸려든 것. 분명 그는 '살짝' 아쉬워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의 나는 어딘가에 발을 쑤욱 깊게 담근 기분이 들었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 p.19, 하정 지음
"어떻게 이렇게 큰 가구를 이 집에 넣을 수 있었던 거예요?" 질문 속에는 '마룻장이 무너지는 건 아니겠죠? 자다가 죽고 싶지 않나요'라는 우려가 포함되어 있었다. 쥴리는 눈썹선을 따라 눈동자를 크게 굴리며 답했다. "정말 힘들었지. 보다시피 계단이 보통 좁니? 그래도 멋지니까 꼭 갖고 싶었어."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 p.21, 하정 지음
아니 그래서 마룻장 안 무너지는 거 맞나요. 물론 하정 작가님이 멀쩡히 살아 돌아오셨으니 그렇겠지만... 쥴리가 안 알려주셔서 이 부분이 오잉? 했어요. 허허허.
@도리 마룻장과 쥴리네 아파트 모두 무사합니다! ㅎㅎㅎ
누군가의 집에 머문다는 것은 그의 향을 흡수하는 일이다. 그가 사용하던 숟가락, 접시, 침대보를 내가 쓴다. 치약이나 샴푸, 세탁세제 따위도 얻어 쓴다. 그가 밑줄 그은 책을 읽고 그의 체형대로 모양이 잡힌 옷을 빌려 입는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에게서 나는 향이 같아진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 p.24, 하정 지음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김태리가 김민희를 처음 알현하는 장면을 아시는가? 납작 조아렸던 김태리가 고개를 조심스럽게 들어 김민희를 슬쩍 본다. 그러고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이런 말을 속으로 읊는다. '염병! 이쁘면 이쁘다고 미리 말을 해줘야 될 거 아냐!!!' 나는 아네뜨를 만나고서야, 영화를 볼 당시엔 몰랐던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했다. '귀여우면 귀엽다고 말을 해줬어야지!!!' 150cm거 약간 넘는 키, 똑단발의 빛나는 은발을 한 여자는 무채색 원피스에 낙낙한 바지를 받쳐 입고, 울 소재의 양말에 빨간 통가죽신을 신고 있었다. 내 쪽으로 착착착 걸어올 때는 턱선에서 은발이 포실포실 들떴다. 아네뜨가 주얼리 디자이너라는 것 외에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무방비 상태로 맞닥뜨린 그의 비주얼에 압도되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 p.29-31, 하정 지음
그 외에 꽃이나 새, 사람, 건물 등은 엄마가 아기의 삶에 넣어주고 싶은 것을 수놓는다. 아네뜨는 쥴리가 명랑한 새소리를 들으며 맛있는 과일을 먹고, 예쁜 꽃에 둘러싸여 학교에 다니길 바랐나 보다. 근사한 사람에게 꽃을 받고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살기도 바랐나 보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 p.67, 하정 지음
"아마··· 없을 것 같아요. 아기방을 꾸미기는 할 텐데··· 아! 배냇저고리라고, 아기가 입을 상의를 임신 중에 손바느질로 만들어두는 문화는 있어요! 저는 그런 걸 가져보진 못했지만요. 아들을 바라는 집안에 기어코 태어난 세 번째 딸이라 그런 곰살맞은 일은 엄마가 하고 싶었다 해도 눈치가 보여서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백일이나, 돌잔치도 없었고··· 참, 제 이름도 우리 가족이 지은 게 아니에요."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 p.68, 하정 지음
그리고 빨간 노트 잘 받았습니다! 표지가 비워져 있어 바로 꾸며봤어요. 어떤가요? 가운데에 노란 친구는 '토아리'라고 작년 9월 아이유님 팬콘서트를 가서 받은 그립톡을 붙였답니다. 제가 핸드폰이 무거운 게 싫기도 하고, 자주 갖고 다니는 물건에 대놓고 귀여운 것들이 있는 걸 꺼려해서요. 그렇다고 안 쓰긴 아까워서 방에 그냥 있던 친구를 이 기회에 활용해봤습니다. 아무래도 '귀여운 할머니'가 제목이니 귀엽게 만들게 되더라고요. 멋진 사진이나 엽서를 갖다 댔다가 이 토아리로 정했습니다. 흐흐. 저는 좀 더 단순하고 자유로운 선이면서 표정이 다채로운 캐릭터를 좋아하는데요. 귀여움 포인트가 아이유님과 저랑은 다르지만 그래도 아이유님.. 사랑합니다... 저는 제가 살아가면서 '귀여운' 게 저에게 '실'이 된다고 생각해서 거리를 두곤 했어요. '귀여움'이 저를 미성숙하거나 유약하게 보이게 해서 무시 당하기 쉽게 만들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귀여움'을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제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신경쓰고 있는 거죠. 그래도 이 노트 덕분에 그런 거 상관없이 맘 편히 귀여울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아요. 공연 티켓을 모을 데가 필요했는데 말이죠! 쌓아둔 티켓도 덕분에 정리했답니다.
저는 아이유님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이유님을 존경합니다. ㅎㅎㅎ 그녀의 음악도 좋아하지만 일련의 계속되는 말도 안 되는 공격들, 그에 대한 담대하고도 의연한 태도가 너무 멋집니다. 강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느껴지고 진정 이 시대의 '어른'같아요.
새섬님의 생각 저도 매우매우매우 공감하고요. 안 그래도 오늘이 '국제 여성의 날'이라 오늘 아이유님 노래를 추천하면서 제가 사랑하는 여자들에게 안부를 묻고 있는데요. 언급된 김에 여기에도 남겨볼게요! 다들 여성의 날 축하합니다. 여자로 산다고 고생 많으셨고요. 기념해서 추천 노래 남깁니다.. 아이유님 신곡 <Shh..>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VIDQTyNmkN4 3. Shh.. (Feat. 혜인(HYEIN), 조원선 & Special Narr. 패티김) '이것은 단순 우정 얘기가 아니다. 단순 사랑 이야기도 아니다. 그녀와 나 사이엔 좀 더 복잡한 게 있었다.' 매번 나를 이기는 이름들. 내 마음에서 유행 타지 않는 이름들. 나를 지금의 나로 안내해 준, 내 안 어딘가 날 구성하는 이름들. 오래도록 특별하고 복잡할 그녀들에게. + 좋은 노래와 좋은 책,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같이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보자고요
이런 것도 붙여뒀답니다. 흐흐.
@도리 오아!
@도리 주운 포켓몬!!!
어 저 왜 주은이라고 썼죠...! 크흑 실물은 고쳐놓겠습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우리 옆 동물 이야기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읽는 사람은 쓰는 사람이 됩니다_글쓰기를 돕는 책 3
피터 엘보의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를 읽고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글쓰기 책의 고전, 함께 읽어요-이태준, 문장 강화[책증정] 스티븐 핑커 신간, 『글쓰기의 감각』 읽어 봐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2025년을 위해 그믐이 고른 고전 12권!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빅토리아 시대 덕후, 박산호 번역가가 고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3!
[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③ <두 도시 이야기>
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