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이 도리님께 소중한 인연으로 다가갔다니 너무 감동이네요.
책을 읽은 시간들이 그래도 어느 정도 되다 보니 어느샌가 저만의 고집이 생겨버리더라구요. 제목과 표지로 일차 스캔, 작가의 약력으로 다시 재단하고요,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건지도 보구요. 그렇게 책을 골라 읽으면서 뭐가 잘못된 줄도 몰랐어요. 그러다 어느 해 처음으로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신규 멤버였고 한창 진행 중인 모임이었기에 다음 번 읽을 책은 이미 정해져 있더라구요. <깡패단의 방문>이라고 이미 골라 놓았으니 그냥 읽으라는데, 너무 내키지 않았어요. 조폭물도 아니고 제목에 '깡패'는 왜 뜬금없이 들어가며, 작가는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고, 서평을 찾아봐도 별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너무 읽기 싫어서 미적미적거리다가 마지못해서 그냥 들춰나 보자 하다가 앉은 자리에서 절반을 읽었어요. 그 때 깨달았죠. 나 참 오만했구나. 제가 기껏 책을 읽어봐야 얼마나 읽었겠습니까? ㅎㅎ
잘못 든 골목길에서 예쁜 들꽃을 발견해 하루의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억지로 참여한 모임에서 맘에 맞는 친구를 사귀기도 합니다. 내 '의지'나 '예상'과 다르게 펼쳐지는 상황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소중한 인연들이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깡패단의 방문2011년 퓰리처상 수상작. 2011년 <킵>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제니퍼 이건의 최고작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 LA 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하고, 「뉴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매체 25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소설가로는 드물게 제니퍼 이건을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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