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할 수 있는 자. 그것이 바로 능력자이셔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함께 이야기 나눠요
D-29
도리
게으른독서쟁이
제말이... ㅎㅎ
도리
헉 따로 25년이나...! 대단하셔요. 일본어를 따로 오래 붙잡게 된 계기나 목적이 따로 있으셨을까요? 지금 동생은 <괴물>을 계기로 아직 일본어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저는 벌써 시들시들해졌어요 흑흑
siouxsie
제 취미가 언어 공부예요 라고 하기엔...영어(심지어 잘 못함)랑 일어밖에 못하네요 ㅎㅎㅎ
그냥 제가 지적 재미를 느끼는 게 독서랑 언어 공부밖에 없어서요.
이렇게 말하면 다들 오해 하시는데....여행 가서도 책만 읽고 아무것도 안 해서 가족들이 그럴 거면 여행 오지 말라고 난리칠 정도예요....집안일도 쓰레기 집이 되지 않을 정도만 하고....정말 세상 게으른 성격....
하지만 다들 왜인지 모르겠지만 언어공부와 독서를 동경해서 제가 저런 얘기하면 너 잘났다...이런 표정...
전 어쩌다 보니 태어난 게 그걸 좋아해서 파고 있는 건데, 다른 사람들이 하고 싶다고 하면 말립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하지 말라며...에너지가 엄청 필요한 취미잖아요?!
도리
멋진 취미군요...! siouxise님 주변 사람들이 오해하는 이유가 취미의 영역에도 사회적 인식에 따른 계급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개개인이 느끼는 건 다를 수 있지만, 대개 한국사회에선 독서나 영화, 음악의 예술을 더 높게 평가하지요. 저만 해도 누군가 취미가 코스프레나 다이어리 꾸미기라고 한다면 독서와는 다르게 느낄 것 같고요. 저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독서가 취미라고 하면 '너 잘났다'라는 반응을 듣는데요. 독서가 실제로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고 있으니 그런 반응이 나오겠더라고요. 실제로 지적 허세의 용도로 독서를 말하는 사람들도 자주 봤고요.(저도 어느 정도는 그 효과를 누리고요) 그래도 오해 받는 느낌이 싫어서 제가 독서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땐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책의 세계도 너무 방대하니 독서의 의미도 다들 다른 거 같아서 어떤 오해는 어쩔 수 없겠군 납득했네요. 그냥 이후엔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해요. 허세 부리지 않으려고요. 특히 언어적인 영역은 신체의 영역보다 더 높이 평가되고 있는 거 같아요.
독서에 드는 에너지는 '듣고자'하는 에너지기에 저는 그런 활동을 완전 지지하는데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독서나 언어를 취미로 하고 싶다고 하면 응원하고 있어요. 흐흐.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데 아직은 현생에 저와 비슷한 책쟁이는 보기 어렵더라고요. ㅜ.
게으른독서쟁이
25년동안이나 꾸준히 언어공부를 하셨다는 부분 빼고는 저랑 비슷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집안일도 ㅎㅎ 전 집안일이 정말 너무 적성에 안 맞거든요. 진짜 겨우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그래~ 너 잘났다. 아유 재수없어." 이런 표정. 너무 재밌지 않나요? ㅎㅎ 전 그런 부분도 재밌더라고요.
저는 영어 잘 못해도 외국인들을 어려워하는 사람들 보면 그냥 나섭니다. ㅋㅋ 대충대충 말해도 사실 대충대충 알아듣잖아요. 그리고 저희 애가 외국인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용기내서 나서기도 했습니다. (다만 원체 집에서 나가는 일이 적어서 그런 일이 드물어서 한계가 있네요~ ㅎ)
그리고 동네 사람들한테 대놓고 말해요. "내가 발음은 좋고, 독해는 잘 한다. 하지만 회화는 잘 못한다. 난 독서는 정말 좋아하고 좋아해서 평균보다는 확실히 많이 읽는 편이다."라고 사실 그대로 얘기합니다. 사람들이 "니는 도대체 집에서 뭐하노. 왜 밖에 안 나오노?"라고 물으면 "나 집에서 자거나 책 읽는데요."라고 솔직히 얘기하고요. 이러면서 항상 사람들한테 독서하면 분명 이득이 되는 부분들이 많으니까 책을 읽기를 권한다고 당당히 재수없어 하는 눈빛들을 마주하며 항상 말합니다. 같이 읽어줄 수도 있다고. 몇 년을 똑같이 그러니까 결국 사람들이 알더라고요. 쟤는 진짜 독서를 좋아하는 구나하고요. ㅎㅎㅎ 책 추천해 달라고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일련의 반복 속에서 결국 책과 인연을 이어가고 책을 통해 내면이 단단해지는 사람들이 생기면 얼마나 뿌듯한지. ㅎㅎㅎ
뭔가 나의 소임을 다 한 느낌이랄까?? 아주 가~아끔이나마 그런 나만의 행복을 누립니다. ㅎㅎ
도리
@게으른독서쟁이 님 이야기 너무 재밌네요. 아닛 그리고 독서쟁이님도 영어회화 능력자신 거죠!? 멋집니다. 저는 언어에 젬병이에요. 어릴 때 아버지가 특히 영어를 강조하며 강제 교육시키셨는데요. 반발심으로 거리두기 했더니 망했습니다. (ㅠㅠ) 특히 회화를 무서워하는데요. 정말로 멋지십니다. 독서에 대한 반응들을 보니, 한국 사회에서 책을 가까이 두는 지식인 엘리트 계층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평소에 얼마나 무시하고 하대했으면 '독서' 자체에 그런 프레임이 생겼을까 싶기도 해요. 그래서 제 영어 거리두기처럼, 다른 사람들도 책 거리두기를 하게 된 거 아닐까 싶어서 안타깝기도 하고요. 흠. 많은 사람들에 게 장벽 없이 책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겠어요. 제가 그믐에서 독서쟁이와 책으로 연결되며 너무 즐거웠는데 다들 이 재미를 아셨으면 좋겠네요 ㅎㅎ.
게으른독서쟁이
영어회화 도전자입니다. ㅎㅎ
하미미
신청해두고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해서 ㅠㅠ
도리
앗 @하미미 님 여기서 뵙다니 반가운데요! 그리고 <괴물>은 아마 곧 상영 종료할 거 같습니다... 작년 11월에 개봉해서요. 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지 말입니다. 아직 못 보셨다면 상영이 종료되기 전인 지금이라도....! 적극 추천합니다 ㅎㅎ 극장에서 볼 때 훨씬 좋은 영화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도리
@모임 모임이 4일이 남았습니다. 기다리셨던 마지막 질문을 남겨볼게요.
영화의 엔딩에서는 태풍 속에서 사라졌던 아이들이 기차 밖으로 벗어나 햇살 속에서 달리면서 끝이 나죠.
영화에 엔딩에 대한 해석이 다들 다를 것 같습니다.
◈ 6. <괴물>의 엔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처음 영화를 보고 든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달라지셨나요? 엔딩에 대한 생각의 흐름 및 못다한 이야기까지 마구 남겨주세요!
siouxsie
미나토였나? 요리가 '우리가 영화에서 죽는 꿈을 꿨다'는 말에 감독님이 그렇지 않다고 좋은 쪽으로 얘기하셨지만, 다시 봤을 때는 이건 그야말로 저 세상 이야기란 느낌이 강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상황에서 엄마랑 호리 선생님이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잖아요....
그래도 전 그 아이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재 가장 좋아하는 사람하고 있다가 같이 죽은 거니까요.
게으른독서쟁이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영화가 참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누가 괴물인지를 찾는 것을 그만두고 영화에 집중하게 되었는데요. 엔딩을 보는데 의문이 많이 드는겁니다. 저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떻게 보면 살아서 그들의 삶을 그대로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대로 자신들이 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도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는 저 다른 세상으로 건너간 것 같기도 하고.... 그 의문때문에 뭔가 속이 답답하고 막힌 느낌이었습니다.
그들이 살아서 현실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아무 것도 변하는 것 없이 그대로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엄마가 선생님이 무언가를 깨닫고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다하더라도 과연 그것으로 괜찮을까 싶고. 요리의 아버지는 전혀 변할 것 같지도 않고요. 저런 환한 웃음이 이어지지 못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엔딩을 그들이 죽음을 맞이하여 이 세상은 저버리고 변하지 않고서도 행복할 수 있는 다른 세상을 향해 찬란하게 빛을 발하며 달려 나가는 것이다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비록 저 둘은 죽음을 맞이했지만 둘이서 행복한 저 세상으로 갔으니 다소는 다행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살짝 하면서요. 하지만 역시나 현실에서 행복하지 못하고 그렇게 죽어서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왜 그들이 죽어야 하나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어 너무 미안하고 감정이 복잡해 지면서 휘몰아 치더라고요. 죽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마지막의 그 찬란하게 빛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니 감정이 더 북받쳐 오르고요.
그래서 저는 감독이 이렇게 일부러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게 어떤 방향을 결정하지 않고 엔딩을 관객에게 던져버렸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에 전 죽음이라는 결말을 택했고요. 그런데 죽은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감독님을 보고 놀랐습니다. 아!! 그게 관객에게 던져진 엔딩이 아니라니... 감독님은 살아있다는 결말을 정해놓으셨다니... 가장 의외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도 도리님께서 올려주신 칼럼을 읽어 보니 "의미 있는 죽음보다 의미 없는 풍성한 삶을 발견한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니 살아있는 결말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살아있다고 생각했을 때 감독님의 말씀처럼 아이들의 긍정을 과연 어른으로서 그대로 받아들이고 축복해도 되는지, 축복할 권리가 있는지, 세상이 변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괜찮은 걸까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감독님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이 되지만 역시나... 저는 죽었다고라고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간극은 어쩔 수 없네요.
siouxsie
제피셜이지만 아마 감독님은 열어 두고 싶었는데 둘 중 한 아이가 꿈에서 자신들이 죽는 꿈을 꾸었다고 하니 절대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두면 안되겠단 생각에 공개적으로 말씀하신 거 같아요
그 말씀하실 때 엄청 단어를 고르시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본인의 작품을 한정시키면서까지 아이들을 지키려고 하신 거라면 더욱더 그 큰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도리
독서쟁이님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도 동감하면서, 맞아, 나도 그 부분은 그랬게 느꼈어, 이런 부분도 신경쓰였어, 하며 읽었어요. 제가 엔딩에 느끼는 미묘한 마음들을 상세하게 설명주셔서 읽는데 두근두근했답니다. 이 영화의 엔딩이면서 아이들의 생존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 마음에 걸리는 거 같아요.
저도 처음에 영화를 봤을 땐 당연히 죽었구나 결국 그렇게 됐구나, 생각했고요. @siouxsie 님이 언급하셨던 것처럼 미나토가 아이들이 죽었다고 꾼 꿈에서 감독님이 살아있다고 그러니 마음껏 내달려도 되고, 여태까지 내지 못한 큰 소리를 내도 된다고 하셨지요. 저도 그 말이 감동적이었지만 수지님 말씀대로 약간은 일부로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말 같다고도 느꼈고요. 그런데 영화에 대한 칼럼이나 정보를 찾아보고 여러 번 반복해서 보니까, 아 감독이 확실하게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걸로 마무리를 맺었구나 싶었어요. 제가 생각한 것들을 나눠볼게요.
(이 이야기를 나누기 전! 아무래도 제가 모임지기이고 여러 번 봤다는 걸 언급하고 있어서 제 말이 정답이라고 강요하는 느낌이 들까 봐 걱정되는데요. 그렇게 느껴지지 않게 쓰려곤 하는데 미숙할 수 있습니다. 제 나름 알게 된 정보들을 나누는 정도로 받아드려주시길 부탁드리면서.. 마저 이야기해볼게요!)
태풍이 오기 전에 열차는 온전하게 세워져있었죠. 그런데 태풍이 오고 나서 열차가 옆으로 뉘어집니다. 그래서 창문으로 사오리(미나토 엄마)와 호리선생님이 아이들을 부르며 소리를 질렀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없어요. 어두 컴컴한 열차 내부와 네모 모양의 구멍이 장면으로 보여주고 장면이 전환됩니다. 그 네모 모양의 구멍은 반대쪽 창문일까 싶어요. 아이들이 그쪽으로 빠져나와서 밑에 연결된 배수구로 내려옵니다. 미나토가 먼저 내려오고 요리를 잡아주는 장면이 나오죠. 그리고 엉금엉금 기어서 좁은 배수구를 빠져나와요. 이 루트를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생존되었다는 확실하고 현실적인 근거를 갖게 된다고 봤어요. 그리고 빠져나온 두 아이가 바깥으로 걸어나오고 "우린 다시 태어난 걸까?", "아니, 그런 건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라고 말하면서 환한 빛을 받으며 달려 나가는 거라고 봤어요. 아이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기찻길에 막혀있던 철망이 사라진 게 환상이다, 라고 언급이 많이 되는 것 같은데요. 그건 태풍으로 인해 떨어져 날아갔다고 보고요. 그리고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도 스스로를 긍정했고, 아이들의 살아있음에 마음을 담아서 축복하려는 걸 느꼈어요. 마지막 밝은 빛이 아이들의 죽음을 떠올릴 수 있음에도, 내내 어두운 필터를 씌운 듯 불안하고 영화 속 아이들에게 햇살를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도 알 것 같았어요.
죽음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존이 기쁘면서도 현실을 먼저 살고 있는 어른들은 자꾸 마음이 아프죠. 세계는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세계에서 아이들의 앞으로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어른의 몫으로 남았고요. 이렇게 나름의 엔딩을 생각해서 설명하면서도 해소되지 않는 묵직함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라는 책에서 해소되지 않는 질문의 긴장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했는데요. <괴물>의 엔딩도 저희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끝내 풀리지 않아서 더 오래 맘에 두게 되고요.
아 그리고 고레에다 감독이 원래 마지막에는 포스터처럼 아이들이 달려나가다가 뒤돌아보는 걸로 영화를 끝내려고 했다고 했다네요. 그런데 고민하다가 뒤돌아서 관객을 보는 장면은 없앴다고 해요. 대신 포스터로 아이들의 마지막 시선이 관객을 보고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요. 사실 엔딩에서 그 장면이 없앴음에도 느껴지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아파하고 함께 고민하게 된 것 같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질문해 온 김승섭이 그간의 연구를 소개하는 공부의 기록이자,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고백하는 분투의 기록이다.
책장 바로가기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도리
@모임 혹시 영화관에서 못 보신 분들 <괴물>이 IPTV/VOD 오픈했다고 합니다!!! 참고하셔요!
게으른독서쟁이
독서나 영화만큼 이야기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게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저는 독서가 영화보다 훨씬 저렴하게 접하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좀 더 낯설게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다소 의아하긴 하지만요 ㅎㅎㅎ
이런저런 얘기해도 다 잘 받아주는 그믐 회원여러분 덕에 참 즐겁습니다. 진즉에 할 걸 ㅎㅎ
도리
이미 다른 모임에서 뵐 때마다 내적 반가움을 머금고 있지 말이죠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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