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함께 이야기 나눠요

D-29
저도 눈물이 그렁그렁이었던 장면인데요. 미나토가 떠듬떠듬 자신이 숨겨온 마음을 뱉는 게 힘겨워보였고, 그 힘겨움을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어요. 처음으로 발화된 미나토의 혼란이 미운 인물인 '교장 선생님'과의 대화와 호른 소리으로 연결되는 게 복잡하게 마음을 울리더라고요! 저도 siouxsie님처럼 이동진 평론가님과 고감독님의 대담 때 '미나토'에게 '요리'가 보내진 선물 같다고 느꼈어요. 말씀해주신 두 아이의 설명에 저도 동의합니다. 이제는 <괴물>을 여러 번 보고 곱씹고 생각하다보니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구원자라고도 생각이 드네요.
저는 그 장면이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이고 메세지구나 라는걸 머릿속으로 내내 생각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와닿지 않았어요. '아 이거 정말 중요한 장면인것 같은데.. 분명히 그런 장면인데... 근데 뭐가 이렇게 어정쩡하고 어색하지? 뭐지??' 이런 조금은 복잡한 심정으로 그 장면을 봤던 기억이예요;
어떤 부분이 어정쩡하고 머쓱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저도 생각해봤을 때 매끄럽다고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그 부분에서 미나토가 자신의 혼란을 고백할 때, 악인의 모습을 띈 교장 선생님이 어떻게 할까(혹시 미나토를 상처줄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토끼풀b 님은 어땠을까요. 궁금하네요!
저도 비슷한 마음이었나봐요..ㅋ 행복에 대한 메세지도 그렇고 후우 하고 뱉어버리라는 말도 그렇고, 그치 그런거지 그렇지- 끄덕끄덕 하는 느낌보다는 흠.. 저 말은 진심인거 같네. 진심이겠지? 뭐 이런 혼잣말만 가득했던것 같아요. 당시의 제 시선에서는 교장선생님과 미나토의 투샷이 영 맘에 들지 않았던건 확실해요. ㅋㅋ 근데 영화를 다시 보면 그 장면이 어떻게 새롭게 보일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혹시 호른 불다가 발 거는 건 아니겠지? (농담 반 진담 반) 불안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도 다시 보면서 그 장면에서 더 마음 놓고 봤어요. 그럼에도 묘했고요. 복잡한 인간이 어떻게 서로에게 악인이 되고 어떻게 서로에게 구원자가 되는지 참 어렵더라고요.
송강호: 교장 선생님이 그 대사와 함께 악기를 불잖아요. 저는 그 신이 정말 좋았어요. 그 악기 소리가 마치 내면에서 토해내지 못한 인물들의 울음같이 들리고 세상을 향한 외침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배우 송강호 <괴물> 대담에서 송강호님은 호른 장면을 이렇게 느끼졌다고 하네요. 참고용으로 남깁니다! 출처: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3942
여기의 대사가 저에겐 `남들과 다르지 않게 살아라` 라고 들려서.. 이 영화에서 요리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교장선생님은 닫혀있는 캐릭터로 끝났네 라고 생각했어요. 구원자라고 생각하셨다고 하셔서 오 저랑 다른 시각이네 ㅋㅋㅋ 싶었습니다.
오! 저는 교장 선생님이 미나토에게 '꼭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전달하는 느낌이었는데, 비씨디님은 '남들과 다르지 않게, 말하지 말라는 압력'으로 느껴졌을까요? 저도 그 장면에서 미나토가 교장 선생님께 구체적으로 자기 고백(누구를 향한 마음인지)을 할 것 같다고 느꼈는데, 끝내 하지 않아서 더 묘했고 마음에 남았던 것 같아요.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라고 하지 않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는 거야.
괴물 교장 선생님이 미나토에게
단 한 명의 외로운 사람을 위해 썼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응원을 보내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괴물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의 말
<괴물>을 보고 나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장시간 노동과 사내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실습생 김동준의 일화에서 '호른'이 나왔어요. 저는 <괴물> 속 미나토와 겹쳐 보이면서 울면서 책을 읽었네요. 사진에 찍은 일화는 '김동준 군의 죽음'을 '기업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이미 그가 마이스터고를 선택하면서 우울했다는 식으로 오인하는 여론에 대한 김동준 군의 어머님의 답변인데요. 김동준 군이 마이스터고에서 어떻게 보냈고 어떤 일상을 통해 행복하게 보냈는지 일화를 설명하는 내용이었어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한 사람의 죽음을 규명하고 애도하는 작업에서 나아가, 그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람들의 삶과 일, 그들이 붙들려 있는 슬픔과 분노, 기억과 희망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다.
저도 이 책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여기 있는 글들만 보면 전 눈물 제조기네요 ㅎㅎ). 슬프게 떠났지만, 마이스터고 다니면서 행복했다니 그 와중에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요. 소설이지만, 얼마 전에 읽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에 실려 있는 황여정 작가님의 '섬광'에서는 특성화고 학생이 실습현장에서 사고를 겪으면서 학생도 부모도 속터지는 상황을 리얼하게 그렸어요. 예전에 제 꿈이 저희집 아이가 농업고 가는 거였는데,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섬광', '세습중산층사회' 읽으면서 많이 흔들렸어요. 근데 정작 포기한 이유는 아이가 "흙에서 벌레 나오잖아. 못 만져. 엄마나 가세요."라고 해서예요. ㅜ.ㅜ
두 책 다 존재를 알고 있는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녀분을 농업고로 보내는 꿈을 꾸셨다니 낯설어요...!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 2023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첫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월급사실주의2023』가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동시대 한국사회의 노동 현장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문학이 더 많이 창작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작가들의 모임이다.
[큰글자도서] 세습 중산층 사회 -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날카롭고 신선한 시각으로 20대의 불평등 문제를 심도 있게 꿰뚫는 책이다. 취업시장을 중심으로 불평등의 본질에 성큼 다가선다.
벌레 이야기 하니까 요리 역할을 맡은 히이라기 히나타님의 인터뷰 내용이 떠올라서 공유합니다. - 연기를 하면서 특히 어려웠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히이라기 히나타(호시카와 요리 역): 어려웠던 점…… 이번에는 제가 생각한 그대로 연기를 했기 때문에 어려운 점보다 힘들었던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태풍 장면의 비라든가 바람이라든가 그리고 물이 있는 곳을 기어간다든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촬영이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벌레에 약한데, 자연 속에서 촬영하니 벌레도 엄청 많았고(웃음). 힘들었습니다.
딱 요새 도시 아이네요. 저도 도시에서만 자라서 딱히 다르지 않아 할말은 없습니다. 아이 농업고 보내려고 한 것도, 도시에서만 자라서 육체적으로 뭘 할 줄 아는 게 없는 배우자님과 제가 너무 한심했거든요. 꽃 이름, 풀 이름 하나 모르고...지금같은 사회라면 그냥 모르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정말 인플레이션이나 직장만 다녀서는 밥 먹고 못 살게 되었을 땐 상추씨라도 들고 가서 농사 짓는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농사도 뭘 알아야 짓는데....입시는 가르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땅에서 무언가를 거둬들이는 일을 가르칠 수 없으니 학교에서라도 배웠으면 해서 헛된 꿈을 가져 봤습니다. 근데 제 아이가 저를 똑닮았더라고요. 으헝헝
오호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요즘은 정말 흙이 낯선 환경인 거 같아요. 핸드폰이 없던 제가 어린 시절엔 지렁이랑 개구리랑 흙바닥에서 잘 놀았었는데요.. 시골 특일까여. 하지만 놀기만 잘 하고 뭘 심고 기르는 건 젬병입니다.
제 어린 시절도 핸드폰은 없었어요! ㅎㅎㅎ 전 골목길에서 고무줄, 아스팔트 바닥에 사방치기, 땅따먹기를 분필로 그려서 했던 세대예요. 이상한 건 저희 엄마아빠 둘다 일하셔서 저녁에 오셨는데, 급식도 없던 세대인 저랑 동생이 점심을 어디서 먹었는지 기억이 안난다는 거예요.
어른들이 꼭 읽어야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얼마나 울었는지... 최진영 작가가 그 책을 읽고《일주일》이라는 책을 쓰셨다고 해서 그것도 같이 읽었어요. 학교에서도 현장에서도 책임지지 않는 현장실습. 어른들이 애들한테 그러면 안되는데... 정말 너무 미안할 따름입니다. 애들을 잘 보호해줘야하는데 무책임하게 애들에게 떠넘기는 여러 현실들이 정말 싫습니다.
아 최진영 작가님을 좋아해서 이 책도 알고 있었는데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 영향을 받은 책이었다니! 몰랐어요. 얼른 꽂아두겠습니다.
일주일트리플 시리즈 8권.청년 세대의 고뇌를 진솔한 언어로 그려내며 폭넓은 공감대를 획득해온 최진영 작가가 이번에는 성장이란 단어보다 생존이란 단어에 익숙해진 십대 청소년들의 ‘일주일’의 표정을 담아냈다. 작가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시간이 훌쩍 훌쩍 지나가는 군요. 새로운 질문 남깁니다. 이후에 참여하셔도 되고, 지난 질문에 대한 다른 의견을 해주셔도 좋습니다. 다양한 견해 환영합니다! <괴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두 아이, '미나토'와 '요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 있겠죠. ◈ 4. '미나토'와 '요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두 캐릭터 각각에 대한 느낀 점이나, 나눠주신 대화처럼 둘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그 외로 두 배우에 대한 연기력 어떤 모습이 좋았는지 등등! 가볍게나 깊게나 마음껏 신나게 이야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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