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여분 아이라이너가 있어서 단디 챙겨 갔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함께 이야기 나눠요
D-29
siouxsie
도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크흐 역시! 준비성이 철저하시고요. 또 귀여우시네요!! 너무 좋습니다. 흐흐
siouxsie
아이라이너는 생명이죠 ㅎㅎ
토끼풀b
앗 ㅎㅎ @도리 님 덕분에 되살아난 아이 라이너에 대한 기억! 에라이 몰라(>ㅅ<) ㅎㅎㅎ
게으른독서쟁이
그런 점은 서울이 참 너무나도 부럽죠? 영화관도 많고 북토크도 많고....
저는 대구에 사는데 찾아보니까 대구도 멀티플렉스에서는 괴물이 없더라고요. 근데 대구의 독립영화전용관에서는 아직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대중적인 영화도 볼 수 있고 아주 독창적인 영화도 볼 수 있고 또 영화관들에 비해 티켓값도 싸고 해서 종종 이용한답니다. 아직까지도 '너와 나'와 '괴물'을 하더라고요. 저도 '괴물'은 본 지가 두 달이 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나의 기억력을 한탄중입니다. 그나마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는 것으로 기억을 좀 끌어올리는 중이네요.
얼마 전 봈던 이동진 님과 감독님의 대담 영상을 보면서 영화 엔딩에 대한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제 예상했던 감독님의 답변과 다른 답을 주셔서 다소 의외였던 부분이 있는데 엔딩에 대해서도 여기서 이야기 나누게 될테니 그때 기다리겠습니다. ㅎ
도리
엔딩에 대한 이야기! 꼭 해야죠. 저도 그 질문을 드릉드릉하고 있고요. 하지만 아무래도 '엔딩'이니 클라이맥스 질문이라고 생각하고요. 아직 아껴두려고 합니다. 그때 해주실 이야기를 잘 품고 있어주세요! 꺼밍순 입니다!
+ 전 대구도 부러운 지방러 입니다.. 제 지역 작은 예술영화관에서도 <괴물>이 내려가서 슬픕니다.. 물론 제가 이미 5번 관람을 했...
게으른독서쟁이
우와~ 다섯번이나... 여러 번 볼수록 더 세세하게 많은 것들이 보이고 기억에 남을테니 더더욱 작품에 애정이 가고 좋아지겠어요.
도리
처음에 한 번 보고 그 다음 날 바로 다시 봤고요. 미나토, 요리가 내한해서 무대 인사를 보려고 2번 봤네요. 이후에 지역에 작은예술관에서 한 번 더 봤어요. 그 당시에 제가 심적으로 힘들었었는데요. <괴물>이 저에게 위안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후로 열심히 추천하고 있어요.
아플 때 왜 아픈 지 어떻게 해야 안 아플 수 있을지 모르고, 그 아픔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한테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더라고요. 저는 저한테 필요한 것들이 세상엔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있더라고요. 존재하는 데 현실에 잡히지 않다고 없다고 생각했지 말이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같이 덜 아파하면서 살아가자, 라고 말하고 싶었네요.
<괴물>을 보며 내가 왜 아픈지 어떻게 안 아플 수 있을지 힌트를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게으른독서쟁이
위안을 받고 보지 못했던 것을 새로 보며 손에 잡히는 것도 생겼다고 하셔서 참 다행입니다. 큰 위로와 깨달음을 얻으신 만큼 다른 분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시면서 더 안정된 마음의 평화를 가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홧띵!!
도리
다행이라고 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토끼풀b
@게으른독서쟁이 저두 영화 엔딩에 대한 이야기 기다리고 있을게요(>_<)/
토끼풀b
아.. 과자도둑이 그런 얘기였군요... 저는 면회실 장면에서 교장선생님에 대한 미운 마음 때문에 딴생각을 하다가 그 부분을 잠깐 놓쳤던 기억이 나요. 속으로 '저 사람은 대체 뭘까' 하고 계속 생각했던듯 합니다;ㅋ
그러다 과자도둑이 무섭다는 그런 이야기만 들었던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어떤 중요한 이야기를 놓친거 아닐까 하며 영화 끝나고도 그 대화가 마음에 좀 남아있었어요. 모임글 보면서 아아 그렇구나- 하는 중이예요. ㅎㅎ
도리
“ 비록 이 영화가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비관적 결론이 거절하는 것은 낙관이지 희망이 아닐 것이다. 낙관의 논리는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이고 희망의 논리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진실에 도달하는 일이 언제나 가능하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필사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나는 다시 서사의 힘에 대해 생각한다. 좋은 서사는 언제나 한 인간을 이해하게 만들고, 모든 진정한 이해는 성급한 유죄추정의 원칙을 부끄럽게 만든다. 예컨대 『롤리타』라는 소설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롤리타콤플렉스'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은 한 인간을 이해하는 말이 아니라 오해하는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내를 이해하는 길은 오로지 그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방법밖에 없다. 제대로 읽기만 한다면 우리는 '롤리타콤플렉스'라는 말을 집어 던질 수 있게 될 것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새삼 되새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
『정확한 사랑의 실험』 p.132-133, 신형철 지음
정확한 사랑의 실험마음산책에서 펴낸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세 번째 책. 약 2년간 「씨네21」에 발표했던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연재글 19편과, 웹진 '민연'에 발표했던 글 2편,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발표했던 글 1편을 묶어 27편 영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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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이 문장이 다시금 떠오르는 군요.. 후
수북강녕
1. 모임에 참여하려고 어제 개봉관에서 <괴물> 보고 왔습니다 고감독님 영화로는 <공기인형>이 인상적이었고 <브로커>는 밋밋했다고 생각해요 나누시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아무도 모른다>와 <파비안느...>를 보기로 결심합니다 ^^
2. 미나토에게 마음이 갔어요 호리 선생님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이나, 요리를 좋아하면서도 전적으로 편들지 못한 것 모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아니어서요 영화를 보면서는 사오리에 대해 그저 열심히 사는 싱글맘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남겨주신 글들을 보니 사오리가 미나토를 힘들게 한 부분을 알 것 같기도 합니다
3. 교장선생님이 손녀를 치었을까요?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가 학교에 N차 항의 방문을 했을 때 후진주차를 하다 뒤를 박는 장면, 호리 선생님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이 퍼지는 정황을 보면, 교장선생님이 손녀를 죽게 만든 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트에서 소란스럽게 뛰어다니는 아이의 발을 교장선생님이 거는 것을 사오리가 목격하는 것은 과연 정말 벌어진 일일까, 아니면 죄책감을 경감시키기 위한 사오리의 환상일까 싶기도 하네요
3-1. 과자 도둑 이야기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잃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것을 가지려고조차 하지 않는' 상황을 묘사한 거라는 설명을 읽었습니다 면회실에서 나누기엔 참 애매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봤네요 ^^;;;
siouxsie
1. 전 <파비안느의 관한 진실>에서 카트린느 드뇌브 같은 캐릭터 되고 싶더라고요. 절대 될 수 없겠지만요. ㅎㅎ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누구 입장에선 재수없고 이기적이지만요.
2. 사오리에 대해선 다시 봐도 열심히 사는 엄마(싱글마더 아니고 그냥 엄마)라는 생각이 바뀌진 않았어요.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고,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객관성을 잃기 쉬운게 아이를 대하는 엄마잖아요. 시오리가 이상하다거나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정말 미나토를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잘하진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저도 온 맘을 다해 사랑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왜 애한테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을 하며 잘못을 저지를 때가 많거든요. 제 얘기 넘 많이 하네요. ㅎㅎ
아주 예~~전에 인격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어떤 남자를 좋아하면서 이상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사랑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구나...' 이래서 다들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는구나란 생각을 했거든요. 부모의 사랑도 같은 맥락이지 않나 싶어요.
3. 저도 그 부분이 확실하지 않아 다시 봤는데 과연 치었을까?란 생각이 처음 볼 때처럼 똑같이 들었어요. 확실히 얘기해 주지 않는 점도 좋았고요. 이 영화 보면서 결국 '터진 사건 자체'보다는 바라보는 사람들의 괴물같은 시각이 문제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뒤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요.
3-1. 교장선생님 화법인 거 같더라고요. 마지막에 미나토랑 호른인가? 불 때도 뜬구름 잡는 소리 하다가 행복에 관한 얘기 했다가, 다른 얘기 하다가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가....용기가 부족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 그래도 할 얘기는 해야 할 때 저렇게 얘기하나?란 생각이 들게 만들더라고요.
도리
여기서 뵙게 되다니 너무너무 반갑고 기쁩니다!!! 모임 참여를 위해서 <괴물>을 봐주셨다니요! 저도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책을 주문해서 받았는데요. 어서 읽고 모임에 글 남기겠습니다. (언급된 김에 이 책도 꽂아둘게요)(3월의 그믐밤 도서랍니다~소문내기)
사오리가 후진 주차를 하다가 뒤를 박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흘려 보냈는데요. 수북강녕님이 말씀해주셔서 교장 선생님 일화랑 겹쳐서 생각해보게 됐어요. 갑자기 소름이 돋네요. 저는 교장 선생님이 마트에서 소녀의 발을 건 사건 에피소드는 실제라고 생각했고요. 손녀의 죽음에(자신이 죽인 건지, 남편이 죽인 건지는 모르나) 대한 충격에 슬퍼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워하거나 화가 난 뒤틀린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잃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것을 가지려고 조차 하지 않는'
써주신 문장을 따라 쓰기만 했는데도 아프네요. 저도 과자 도둑을 그렇게 생각했어요.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기념 확장판. 이런 책이 될 줄 몰랐던 기획 단계부터 좌충우돌 제작기, 독자들과의 신박한 콜라보까지 '나'에서 '우리'가 된 이야기가 가득한 특별 에디션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책의 놀라운 여정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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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애정하는 작가님이라 자꾸 언급이 되네요! 신형철 작가님의 <인생의 역사>에서 읽은 문장을 공유해봤어요. 저는 이 글에 교장 선생님을 겹쳐서 봤어요. '손녀의 죽음'이라는 충격에 교장 선생님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그래서 쉽게 슬퍼하지 못하고, 무력하고 굴욕감에 자신을 미워하고 미워하다가 나중에는 결국 손녀를 미워하게 된 건 아닐까요. 손녀는 과자도둑이 무서워서 과자를 사지 않았고요. 교장 선생님은 손녀를 잃은 게 버거워서 손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거죠. 어떤 사랑을 잃어버렸을 때, 다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우리는 차라리 만나지 말 걸 그랬어' 라는 말을 뱉기도 하죠. 이제는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의 마음을 가두면서요.
나눠주신 이야기에 겹쳐서 생각해보다가 이렇게 생각해봤어요. 교장 선생님은 마음을 많이 다쳐서 겁쟁이가 되어버린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 모습이 꼭 나 같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질문에서 마음이 가는 인물로 '미나토'를 꼽았는데요. 사실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저에게 '요리'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오리'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교장 선생님'과 나도 닮았구나 깨달았네요. 슬프고 재밌네요. 다들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사 멘트를 쓰고 보니 마무리 멘트 같은데요. 그냥 감사를 전한 것이랍니다. 하하. 이후에도 여러 추가 의견 환영합니다!
도리
“ 2016년 2월 18일에 작고한 일본의 소설가 쓰시마 유코는 1980년대 9살짜리 어린 아들을 먼저 보낸 후 쓴 「슬픔에 대하여」(한국어판 소설선집 『묵시』에 수록)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슬픔이란 스스로를 가여워하는 감정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지만 스스로를 가여워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를 용서해야 한다.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든 사람은 쉽게 슬퍼할 수도 없다." 세상은 '자식 잃은 엄마'를 "슬픔의 상징"으로 생각하나, 정작 그녀는 충격과 분노, 무력감과 굴욕감 등에 시달리며 내내 울었을 뿐. 그런 감정과는 다른 '슬픔'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
『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p.48, 신형철 지음
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우리 문학을 향한 '정확한 사랑'이자 시대를 읽는 탁월한 문장, 평론가 신형철이 4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인생의 역사>라 이름한 이번 책을 두고 '시화(詩話)'라 묶었으니, 한 편의 시를 읽고 시를 나누는 이야기, 그리하여 시에서 인생을 배우고 인생을 시로 이루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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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책꽂기가 두 번 됐는데 삭제가 안되군요. 이런! 이 상황을 주절거리는 걸로 수정해두겠습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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