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보면서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과 정서적으로 관점적으로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함께 이야기 나눠요
D-29
한라한라한라산
도리
오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꽂아두겠습니다.
가려진 시간엄마를 잃은 후 새 아빠와 함께 화노도로 이사 온 수린.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홀로 지내는 수린에게 성민이 먼저 다가온다. 둘만의 암호로, 둘만의 공간에서, 둘만 아는 추억을 쌓아가는 그들. 어느 날,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친구들과 산으로 가고 그곳에서 모두가 실종된 채, 유일하게 수린만 돌아온다. 그리고 며칠 뒤, 자신이 성민이라는 남자가 수린 앞에 나타난다. ‘멈춰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되었다는 성민. 수린만이 성민을 믿어주는 가운데 경찰과 마을 사람들은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성민은 쫓기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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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찐팬입니다. 그의 영화는 거의 다 보았고 번역된 책도 모두 읽었어요. <바닷마을 다이어리>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어느 가족>은 대여섯번씩 보았고 <걸어도 걸어도> <태풍이 지나가면> <기적> 등도 두세번씩 보았어요. 초창기 영화는 봤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테레비젼 피디 시절 만든 다큐는 좋았어요. 서두가 길었습니다.
저는 작년말에 쿠씨네에서 남편이랑 <괴물>을 봤어요. 고감독의 영화가 나왔으니 당연히 봤지요. 근데 <브로커>처럼 그저 그랬어요. <괴물>을 좋아하는분들이 많은 거 같은데 고감독의 찐팬으로서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 궁금하여 참여합니다.
도리
어서오세요. 영주님. 저는 <괴물>로 고감독님께 입덕했고, 다른 영화 몇몇을 봤으나 <괴물>이 최애인 저와 반대되는 상황이군요! 다른 시각 환영합니다. 언급해주신 영화들 꼽아두겠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사립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면접장에 노노미야 부부와 여섯살짜리 아들 케이타가 보인다. 이들은 면접관의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한다. 아빠는 아이가 엄마를 닮아 성격이 유순하다고 말하면서 승부욕이 없는 걸 단점으로 지목한다. 아이는 아빠와 캠핑장에 가서 연을 날렸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라고 말한다. 료타는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6년 간 키운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것. 료타는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다른 친자의 가족들을 만나고 자신과 아들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고민과 갈등에 빠지게 되는데...
유레루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며 도쿄에서 유명한 사진작가로 성공한 타케루는 어머니 기일을 맞아 1년 만에 고향을 찾게 된다. 그곳엔 고향에 남아 가업을 이으며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착한 형 미노루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치에코가 형과 함께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타케루가 나타나면서부터 이들 셋은 서로의 미묘한 감정이 엇갈리는 가운데,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계곡으로 향한다. 계곡 아래에서 사진을 찍다 무심코 다리를 올려다 본 타케루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다리 아래 급물살 속으로 자취를 감춘 치에코. 흔들리는 다리 위엔 망연자실한 미노루의 모습 뿐... 사건의 진실을 가리기 위한 미노루의 재판이 시작되고 유순하고 착하기만 했던 형 미노루의 의 의외의 모습을 본 타케루는 점점 흔들리게 되는데... 흔들리는 서로의 기억 속에서 과연 그날 계곡의 다리 위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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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두번째 질문을 보니, 아! 그래서 이 영화가 그저 그랬구나 하고 알게 되었어요. 다른 영화들에 비해 인상적인 등장인물이 없었어요. 굳이 꼽자면 엄마, 입체적이고 개연성 있게 그려졌다고 생각했어요.
도리
우악 인상적인 인물 투성이라고 느꼈던 저와 완전 반대예요. 그럴 수 있군요. 앞으로 나눌 질문 중에 각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려고 하는데요. 그때 어떤 의견을 나눠주실지 벌써 궁금해지네요.
영주
이 영화는 어떤 맥락, 어떤 순간,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실에 대해 보여주면서, 사람들마다 자기 세상을 살기에 타인의 경험과 세상을 알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유레루>는 이러한 플롯의 최고봉 이지요. <괴물>을 보며 <유레루>가 떠올랐었어요.
siouxsie
저도 오다기리 조 때문에 <유레루> 봤다가 혼자 뿜었는데...다시 봐야겠어요~다들 좋다고 하는데 저만 그저 그랬나 봐요~마지막 보고 감독의 의도 같은 건 좀 보였는데 제가 중간에 디테일 놓친 듯한 느낌도 들고요 ^^
조영주
앗 동명이인...! 헷갈리니 제가 닉넴을 바꿨심다 ㅎㅎㅎㅎ
도리
ㅋㅋㅋㅋㅋㅋㅋ얽 바로 바꿔버리셨네요! 앞으로 빵굽는저작가님으로 부르겠습니다.
siouxsie
엇....성까지 있고, 사진이 있어 헷갈리지는 않았는데, '빵굽는'이 넘 매력적이네요~안물안궁이시겠지만, 저 자칭 빵믈리에라서요 ㅎㅎ
조영주
아 요즘 제빵소설을 쓰느라 11월중순부터 빵을 굽고 있습죠. 덕분에 십키로가 쪄서 뽀동뽀동해졌습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도리
@모임 영화 <괴물> 속 인물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나눠 볼까 합니다.
세 번째 질문 남깁니다.
◈ 3. '교장 선생님(다나카 유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조영주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라 소름끼치게 좋았습니다. 끝까지 미스터리가 안 풀린 게 이 캐릭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봅니다.
도롱
교장 선생님은 끝까지 미스터리한 인물로 남아있습니다. 그 행동들을 판단하며 결론을 내리다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지점들이 있더라구요. 특히, 아이와 함께 트럼펫을 부는 장면이 의문에 남아요. 다시 한 번 영화를 보고 싶어집니다.
게으른독서쟁이
저두요. 특히 교장선생님의 무표정인 것 같지만 복잡미묘하게 보이는 표정들과 "몇몇만 행복한 건 행복이 아니다. 모두가 행복해야 진짜 행복이다"라고 했던 말과 겹치면서 등장인물들을 판단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어떤 면면들을 모아 판단하려 했던 내 자신을 놓게 되었습니다. 누가 괴물인가라는 주제에서 괴물을 찾기보다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어가는 괴물이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롱
저와 비슷한 감상을 하신 분이 계셨네요! 마지막 문장이 공감됩니다. 영화에서 ‘괴물은 누굴까?’ 라는 문장을 한 아이가 반복해서 말하더라구요. 영화를 본 후, 아무도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편견이 괴물을 만들 수 있다고 알려준 것 같아요.
도리
저도 처음엔 나쁘게 생각했어요. 사오리의 학대 정황에 동태 눈을 하고 있을 때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며 호리선생이 간청하던 진상 규명을 외면하는 모습에 화가 났고요. 그럼에도 이 미운 인물이 미나토에게 필요한 위로를 해주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혼란스러웠어요. 이 혼란스러움이 '교장선생님'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마력(저는 매력보단 마력으로 느껴졌어요)이라는 걸 느끼기엔 영화를 보고 곱씹으면서 한참 시간이 걸렸고요.
siouxsie
맞아요!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동태눈'!!
인간은 그래서 다들 복잡하게 조금씩 나쁘다는 어느 작가분의 말이 맞는 거 같다고 느꼈습니다.
도리
언급하신 글이 신형철 작가님의 <정확한 사랑의 이해>에 나왔던 내용 같네요! 딱 그 부분을 메모해뒀어서 공유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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