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함께 이야기 나눠요

D-29
ㅎㅎㅎ 보셨군요! 맞아요. 글이 없이 그림만 있어서 미나토 역 배우님께 선물하기 딱이라고 생각했지 말이죠? 아이분...! 노잼이라셨다니 아쉽습니다. 유잼이라는 걸 언젠가 알게 될 거라고 믿슴다 흐흐.
정말...믿어도 될까요? ㅎㅎㅎ
어어어 일단 저는 믿고 있을게요. siouxise님 몫까지 일단 제가 믿어 보겠슴다! 어떻게 늦더라도 <곰과 새>와 만나게 될 겁니다!
위에 자료에서 2번째 장 오른쪽에는 영화 <괴물>과 닮은 책이라고 소개한 <곰과 새>라는 그림책입니다. 전에 아역 배우분들이 내한하면서 선물을 보내도 된다고 했었는데요. 그때 배우 쿠로카와 소야(미나토역)분께 이 그림책을 보냈었다는 제 개인 일화가 있답니다 허허. (잘 받았는지는 모릅니다)
곰과 새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92권. 산에서 커다란 곰 한 마리가 민가로 내려왔다. 겁도 없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와서는 배가 고픈지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다. 그러다 발견한 꿀단지 하나를 깨서 조심스레 꿀을 핥아 먹기 시작하는데….
곰과 새도 읽어 봐야겠네요 잠깐 나오는 장면이라 넘어갈 수도 있지만 호리샘이 여학생한테 미나토가 고양이 죽이는거 봤다고 했잖아 왜 거짓말을 하냐고 어깨 잡고 물었더니 다른 남자선생님이 달려와서 호리샘 머리를 거칠게 벽으로 밀어붙이잖아요 호리샘은 무력하게 당하고 있고요. 그 2학년때 담임샘도 호리샘을 오해하고 여학생 보호하려고 한거겠지만 영웅심리에 그렇게 폭력적으로 대하는거 같아 화가 났습니다. 그냥 떨어뜨려 놓으면 되지 성범죄자 취급하는 느낌마저 들었고요. 제 일도 아닌데 모욕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맞아요. 호리 선생님의 내막을 알게 되면서 저도 같이 억울하고 화가 났었는데요. 하지만 1부의 상황만 알고 호리쌤이 여자 아이한테 '왜 거짓말을 하냐고' 붙들고 말하는 상황을 상상했을 땐 체육 선생님의 대응에 납득했을 거 같아요. 아무래도 여자 아이와 남자 성인 어른의 사회적 위치 차이를 간과할 수 없으니까요. 그 와중에 학생을 폭행했다는 의심을 사는 상황이니 더더욱요. 참 어렵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영화 <괴물>에 대한 두 번째 칼럼을 소개해보겠습니다. ◆ [특집] 다른 이의 시선을 빌려야 했던 이유는, ‘괴물’ 리뷰 (cine21.com)​ 주소: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3940&utm_source=dable 글이 너무 좋아서 다 인용하고 싶은 마음인데요. 그래도 몇 문장을 꼽아서 공유해볼게요. '그저 빠르고 간단하게 선악 관계만 살피려는 관객의 조급함은 영화가 의도한 관객의 실수이다. 그리고 관객은 자신의 실수를 기점으로 <괴물>에 각기 다른 시점의 3부 구성이 필요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묘사하는 어린이들에겐 철부지가 될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제도적·규범적 보살핌에서 제외되거나 부모가 떠난 빈자리에 남겨진 채 자신들끼리 뒤엉켜 의지하고, 빈곤과 학대를 일상처럼 받아들인다. 어려서부터 짊어져야 할 게 많은 아이들은 세상이 흘러가는 속도보다 빨리 자란다. <괴물>의 두 소년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3월의 시작이네요.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다들 바쁘실 거 같은데요. 잘들 보내고 계시나요? 오늘은 영화 <괴물>에 대한 세 번째 칼럼을 소개해보겠습니다. ◆ [비평] 마음의 재난에서 벗어난 풍성한 삶, <괴물> (cine21.com)​ 주소: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404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2%80%8B '<괴물>의 엔딩 장면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쓴 에세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에서 읽은 한 문장이 떠올랐다. 그는 <하나>의 각본 초고에 “의미 있는 죽음보다 의미 없는 풍성한 삶을 발견한다”라는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두 소년이 활짝 웃으며 내달리는 모습이 ‘풍성한 삶’ 그 자체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두 소년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벅차오를 수 있다니, 참 신기한 경험 아닌가. 두 소년은 어떻게 이 풍성한 삶 속으로 풍덩 하고 빠져들 수 있었을까? 그 수많은 괴물들을 물리치고 말이다.' 칼럼의 초반 단락을 인용해봅니다. 저는 이 칼럼을 읽고 '의미 있는 죽음보다 의미 없는 풍성한 삶'이라는 문장을 마음에 쥐고 겨울을 보냈어요. 몰랐는데 그 당시 저한테 필요했던 문장이었더라고요. 삶의 완벽성과 이상에 대한 열망.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생의 이어짐이 아득하게 느껴질 때 저는 종종 스스로의 의미 있는 죽음(삶의 완결성)을 원했어요. '이번 생은 글렀다. 다음 생을 노리자'는 표현이 있을 만큼 다들 느끼는 감정일 수 있지만, 가끔은 이 생각이 저에게 강렬하게 다가와 위험하다고 느껴지기도 했고요. 완벽한 완결에 다한 욕망이 저도 모르는 새에 스스로를 옭아맬 때 이 문장을 만났습니다. 덕분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의미없는 풍성한 삶'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어요. 여러분은 어떠시나요? 칼럼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감상 환영합니다. 이번이 마지막 칼럼 소개입니다. 이후에는 마지막 질문으로 영화의 '엔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벌써 괴물 모임이 일주일이 남았네요. 꽉 차게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29일을 설정했는데 어느새! 슬슬 마무리를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모임에서 도래할 엔딩이 아쉽지 않게, 마저 신나게 떠들어 봅시다 흐흐.
"의미 있는 죽음보다 의미 없는 풍성한 삶을 발견한다"라니 참 멋있는 말이네요. 이 말을 보니 엔딩에 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말씀이 더욱 이해가 가네요. 우야든동 우리 살아요!!
감사합니다. 게으른독서쟁이님이 남겨주신 마지막 문장도 참 좋으네요. 품에 안고 살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처럼 앞선 질문에 대한 답변도 편하게 해주셔도 됩니다~ 불꽃 이모티콘을 누르면 화제로 선정된 대화만 추려 보실 수 있어요 :)
제가 그야말로 의미없이 풍성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ㅎㅎㅎ 지금 40대 중반이니 별일 없으면 50년 정도 더 살 거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수 있는 건 30년쯤 남았잖아요. 다들 저처럼 살면 허무주의에 빠진다고 하는데, 전 그럴 시간에 제 가족한테 한번 더 사랑한다고 해 주고, 제가 좋아하는 일 하려고요. 내일 죽을 수도 있잖아요. 아이에게도 항상 죽음에 대해 인식시켜 주려고 노력해요. 요새 아이들이 자해나 자살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거든요. 아마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사업 성공과 실패를 30년 넘게 겪으며 살아서 그런지, '지금 아니면 못해'란 생각이 저를 지배하는 것 같아요.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름 부족한 것 없이 자랐어요.) 그래도 제 의식(무의식 절대 아님) 속에 사업하는 사람 절대 안됨 or 혼자 살자 or 공무원이랑 결혼하자 등등의 나름 안전성 확보에 주력했고, 그 목표?는 달성했어요. 아이를 낳고 정말 행복했지만, 불안함은 더 커져서 책에 더 집착하게 됐고, 내린 결론이 '오늘이나 잘 살자'입니다. 위에 얘기한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인식 시켜 주는 작업 역시 '너의 삶은 너만의 삶이 아니다.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의미로 기회가 될 때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눠 보고요. 그래서인지 아이도 생각날때마다 안기면서 사랑한다고 해 줍니다. 사춘기 인증했다고 잘난척도 하지만요. (엄마는 갱년기 인증했다 이자식아) 위에 장황하게 썼지만, 모르겠어요...삶이 꼭 의미있어야 하나요? 그냥 되는 형편 내에서 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순간을 즐겁게 살면 안 될까요? 자꾸 미래를 위한다며 하지 않아도 될 공부와 돈 모으기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한 건 저뿐인가요?
의미없는 풍성한 삶! 실천 중이시군요. 멋집니다. 저도 죽음을 가깝게 생각하는 편이라 말씀하신 것들이 공감이 됐어요 ㅎㅎ '지금 아니면 못해'라는 생각도요. 뻔한 일상이 귀한 걸 알면서도 자꾸 더 성장해야 하고, 이겨내야 하고, 실수하지 않고 완벽하게 행복하려는 강박이 생기더라고요. 능력주의, 경쟁사회가 저를 그렇게 채찍질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아득한 미래를 향한 절망과 강박의 굴레에 저한테나 주변에게나 저도 답답함을 느끼고요. 그럼에도 소중한 걸 알고 아이와 직접 표현하는 siouxsie님을 보니 멋지고 좋아요. 덕분에 저도 더 용기내야지 싶네요.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미 있는 죽음보다 의미 없는 풍성한 삶을 발견한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영화를 찍는 작가로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스스로 밝히는 영화 창작의 비밀과 이를 둘러싼 무수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가당고동 가당고동
괴물
모임이 끝날 때 아쉽기 전에 제가 생각하는 <괴물>의 명대사도 투척해봅니다. '덜커덩'이 일본어로 '가당고동'이라니... 말맛도 너무 귀여운데요. 요리 목소리로 들으니 정말 귀여웠지 말입니다. 흑흑흑.
외국어의 의성어 의태어 들으면 정말 귀여운 것 같아요. 그래서 외국 아기들이 하는 얘기가 더 귀엽게 들리나 봐요.
그러니까요. 요리와 미나토 역을 맡은 배우들이 벌써 쑥쑥 컸더라고요. 목소리가 많이 변했던데 영화 속 앳된 목소리가 꽤 사라져서 아쉬운 맘도 들고요 허헝.
지금도 넷플릭스에서 하는지 모르겠는데, 고레에다 감독이 만들고 엄청 비판 받은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이란 드라마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의 형(배달집 형님으로 등장)이랑 '어떤 가족'에서의 남자아이(이름 모르겠어요 ㅜ.ㅜ)가 고등학생으로 나와요. 고레에다 감독님이 발굴한 아역 배우들이 커서 여러 작품에서 나오는 거 보면서 혼자 뿌듯해 합니다. ^^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는 청소년기의 슬럼프를 딛고 여기 저기 작품에 많이 나오는데....이 청년은 어설픈 젊은 일본 배우들이 넘지 못할 기운이 있더라고요. 아무리 유치한 역을 해도 '일본 특유의 구리고 과장된 뮤지컬 같은 연기(제가 붙인 이름)'가 전혀 없어요. 얼굴도 애기 때랑 넘나 똑같은 것!! 어쨌든 고레에다 감독님의 보는 눈은 정말 대단합니다.
헉! <기적>의 형이랑 <어느 가족>의 남자 아이 주인공 말씀하시는 거죠? 대박. 그렇게 또 이어진다는 게 좋네요. 일회성이 아니라 유기적인 연결이 느껴져서요.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저도 다 뿌듯하고 좋아요. <아무도 모른다>는 아직 안 봤는데 꼭 볼 겁니다. 시동 걸고 대기 중이에요. 일본 영화나 작품을 잘 몰라서 고감독 작품으로 입문했을 땐 말씀하신 '일본 특유의 구리고 과장된 뮤지컬 같은 연기'를 못 느꼈는데요. 근데 왜 알 것 같죠?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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