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함께 이야기 나눠요

D-29
다행이라고 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게으른독서쟁이 저두 영화 엔딩에 대한 이야기 기다리고 있을게요(>_<)/
아.. 과자도둑이 그런 얘기였군요... 저는 면회실 장면에서 교장선생님에 대한 미운 마음 때문에 딴생각을 하다가 그 부분을 잠깐 놓쳤던 기억이 나요. 속으로 '저 사람은 대체 뭘까' 하고 계속 생각했던듯 합니다;ㅋ 그러다 과자도둑이 무섭다는 그런 이야기만 들었던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어떤 중요한 이야기를 놓친거 아닐까 하며 영화 끝나고도 그 대화가 마음에 좀 남아있었어요. 모임글 보면서 아아 그렇구나- 하는 중이예요. ㅎㅎ
비록 이 영화가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비관적 결론이 거절하는 것은 낙관이지 희망이 아닐 것이다. 낙관의 논리는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이고 희망의 논리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진실에 도달하는 일이 언제나 가능하지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필사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나는 다시 서사의 힘에 대해 생각한다. 좋은 서사는 언제나 한 인간을 이해하게 만들고, 모든 진정한 이해는 성급한 유죄추정의 원칙을 부끄럽게 만든다. 예컨대 『롤리타』라는 소설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롤리타콤플렉스'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은 한 인간을 이해하는 말이 아니라 오해하는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사내를 이해하는 길은 오로지 그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방법밖에 없다. 제대로 읽기만 한다면 우리는 '롤리타콤플렉스'라는 말을 집어 던질 수 있게 될 것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새삼 되새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정확한 사랑의 실험 p.132-133, 신형철 지음
정확한 사랑의 실험마음산책에서 펴낸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세 번째 책. 약 2년간 「씨네21」에 발표했던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연재글 19편과, 웹진 '민연'에 발표했던 글 2편,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발표했던 글 1편을 묶어 27편 영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문장이 다시금 떠오르는 군요.. 후
1. 모임에 참여하려고 어제 개봉관에서 <괴물> 보고 왔습니다 고감독님 영화로는 <공기인형>이 인상적이었고 <브로커>는 밋밋했다고 생각해요 나누시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아무도 모른다>와 <파비안느...>를 보기로 결심합니다 ^^ 2. 미나토에게 마음이 갔어요 호리 선생님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이나, 요리를 좋아하면서도 전적으로 편들지 못한 것 모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아니어서요 영화를 보면서는 사오리에 대해 그저 열심히 사는 싱글맘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남겨주신 글들을 보니 사오리가 미나토를 힘들게 한 부분을 알 것 같기도 합니다 3. 교장선생님이 손녀를 치었을까요?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가 학교에 N차 항의 방문을 했을 때 후진주차를 하다 뒤를 박는 장면, 호리 선생님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이 퍼지는 정황을 보면, 교장선생님이 손녀를 죽게 만든 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트에서 소란스럽게 뛰어다니는 아이의 발을 교장선생님이 거는 것을 사오리가 목격하는 것은 과연 정말 벌어진 일일까, 아니면 죄책감을 경감시키기 위한 사오리의 환상일까 싶기도 하네요 3-1. 과자 도둑 이야기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잃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것을 가지려고조차 하지 않는' 상황을 묘사한 거라는 설명을 읽었습니다 면회실에서 나누기엔 참 애매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봤네요 ^^;;;
1. 전 <파비안느의 관한 진실>에서 카트린느 드뇌브 같은 캐릭터 되고 싶더라고요. 절대 될 수 없겠지만요. ㅎㅎ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누구 입장에선 재수없고 이기적이지만요. 2. 사오리에 대해선 다시 봐도 열심히 사는 엄마(싱글마더 아니고 그냥 엄마)라는 생각이 바뀌진 않았어요.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고,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객관성을 잃기 쉬운게 아이를 대하는 엄마잖아요. 시오리가 이상하다거나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정말 미나토를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잘하진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저도 온 맘을 다해 사랑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왜 애한테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을 하며 잘못을 저지를 때가 많거든요. 제 얘기 넘 많이 하네요. ㅎㅎ 아주 예~~전에 인격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어떤 남자를 좋아하면서 이상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사랑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구나...' 이래서 다들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는구나란 생각을 했거든요. 부모의 사랑도 같은 맥락이지 않나 싶어요. 3. 저도 그 부분이 확실하지 않아 다시 봤는데 과연 치었을까?란 생각이 처음 볼 때처럼 똑같이 들었어요. 확실히 얘기해 주지 않는 점도 좋았고요. 이 영화 보면서 결국 '터진 사건 자체'보다는 바라보는 사람들의 괴물같은 시각이 문제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뒤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요. 3-1. 교장선생님 화법인 거 같더라고요. 마지막에 미나토랑 호른인가? 불 때도 뜬구름 잡는 소리 하다가 행복에 관한 얘기 했다가, 다른 얘기 하다가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가....용기가 부족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 그래도 할 얘기는 해야 할 때 저렇게 얘기하나?란 생각이 들게 만들더라고요.
여기서 뵙게 되다니 너무너무 반갑고 기쁩니다!!! 모임 참여를 위해서 <괴물>을 봐주셨다니요! 저도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책을 주문해서 받았는데요. 어서 읽고 모임에 글 남기겠습니다. (언급된 김에 이 책도 꽂아둘게요)(3월의 그믐밤 도서랍니다~소문내기) 사오리가 후진 주차를 하다가 뒤를 박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흘려 보냈는데요. 수북강녕님이 말씀해주셔서 교장 선생님 일화랑 겹쳐서 생각해보게 됐어요. 갑자기 소름이 돋네요. 저는 교장 선생님이 마트에서 소녀의 발을 건 사건 에피소드는 실제라고 생각했고요. 손녀의 죽음에(자신이 죽인 건지, 남편이 죽인 건지는 모르나) 대한 충격에 슬퍼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워하거나 화가 난 뒤틀린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잃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것을 가지려고 조차 하지 않는' 써주신 문장을 따라 쓰기만 했는데도 아프네요. 저도 과자 도둑을 그렇게 생각했어요.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에디션) - 우리도 그렇게 만났잖니<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5주년 기념 확장판. 이런 책이 될 줄 몰랐던 기획 단계부터 좌충우돌 제작기, 독자들과의 신박한 콜라보까지 '나'에서 '우리'가 된 이야기가 가득한 특별 에디션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책의 놀라운 여정을 만난다.
애정하는 작가님이라 자꾸 언급이 되네요! 신형철 작가님의 <인생의 역사>에서 읽은 문장을 공유해봤어요. 저는 이 글에 교장 선생님을 겹쳐서 봤어요. '손녀의 죽음'이라는 충격에 교장 선생님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그래서 쉽게 슬퍼하지 못하고, 무력하고 굴욕감에 자신을 미워하고 미워하다가 나중에는 결국 손녀를 미워하게 된 건 아닐까요. 손녀는 과자도둑이 무서워서 과자를 사지 않았고요. 교장 선생님은 손녀를 잃은 게 버거워서 손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거죠. 어떤 사랑을 잃어버렸을 때, 다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우리는 차라리 만나지 말 걸 그랬어' 라는 말을 뱉기도 하죠. 이제는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의 마음을 가두면서요. 나눠주신 이야기에 겹쳐서 생각해보다가 이렇게 생각해봤어요. 교장 선생님은 마음을 많이 다쳐서 겁쟁이가 되어버린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 모습이 꼭 나 같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질문에서 마음이 가는 인물로 '미나토'를 꼽았는데요. 사실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저에게 '요리'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오리'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교장 선생님'과 나도 닮았구나 깨달았네요. 슬프고 재밌네요. 다들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사 멘트를 쓰고 보니 마무리 멘트 같은데요. 그냥 감사를 전한 것이랍니다. 하하. 이후에도 여러 추가 의견 환영합니다!
2016년 2월 18일에 작고한 일본의 소설가 쓰시마 유코는 1980년대 9살짜리 어린 아들을 먼저 보낸 후 쓴 「슬픔에 대하여」(한국어판 소설선집 『묵시』에 수록)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슬픔이란 스스로를 가여워하는 감정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지만 스스로를 가여워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를 용서해야 한다.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든 사람은 쉽게 슬퍼할 수도 없다." 세상은 '자식 잃은 엄마'를 "슬픔의 상징"으로 생각하나, 정작 그녀는 충격과 분노, 무력감과 굴욕감 등에 시달리며 내내 울었을 뿐. 그런 감정과는 다른 '슬픔'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p.48, 신형철 지음
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우리 문학을 향한 '정확한 사랑'이자 시대를 읽는 탁월한 문장, 평론가 신형철이 4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인생의 역사>라 이름한 이번 책을 두고 '시화(詩話)'라 묶었으니, 한 편의 시를 읽고 시를 나누는 이야기, 그리하여 시에서 인생을 배우고 인생을 시로 이루는 글이다.
책꽂기가 두 번 됐는데 삭제가 안되군요. 이런! 이 상황을 주절거리는 걸로 수정해두겠습니다. 허허.
답글이 잘 못 달아졌는데요. 삭제가 안 되니 또 주절거리는 걸로 수정해둡니다..
작년에 사놓고 아직도 미루다가 못읽은 게으름뱅이입니다. 도리님께서 수집해 놓으신 걸 보니 빨리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동하네요.
게으른독서쟁이님의 서재를 훑어보고 여러 모임에 걸쳐서 함께 이야기 나눈 걸 생각해보면 충분히 좋아하실 거라고 추측됩니다! 저의 인생책 중 하나예요 ㅎㅎ
많은 분들이 인생책으로 꼽으셨더라고요. 저는 아이 학교에 부모교육에 갔다가 강사님께서 강강강강추하셔서 바로 구매했는데 미적거리다가 아직도 안 읽었네요. 곧 읽겠습니다. :)
이 책도 읽어야 되는데 집에 고이 모셔만 놨네요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교장 선생님'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는 장면이 있죠. '미나토'와 '교장 선생님'이 함께 호른을 부는 장면! 영화 속 다른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들리던 기이하고 수상한 소리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많이 꼽는 <괴물>의 명대사가 나오기도 했어요.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라고 하지 않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는 거야." ◈ 3-2. '미나토'와 '교장 선생님'이 함께 호른을 부는 장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이 장면에서도 울컥해서 울었어요. 교장 선생님이 갑자기 멋들어진 포즈로 호른 불 때는 깜짝 놀랐고요.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는 것도 저 대사를 볼 때 떠올랐습니다(답지 않게 항상 간직하고 있는 말입니다). 사실 이동진-고레에다 감독님 대담할 때 이동진 평론가님이 미나토는 요리에게 보내진 선물 같은 존재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미나토가 더 소심하고 유리 같은 아이라고 생각해서 반대로 느꼈거든요. 요리는 학대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지만 회복탄력성이 뛰어난 아이로요. 전혀 상처 없다는 말은 아니에요. 요리가 그만큼 똑똑한 아이 같았거든요. 미나토는 감정이 이성을 아직은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고요. 어쨌든 미나토가 창밖에서 죄송해요.라고 혼잣말 하는 부분도 용기가 부족하고 깨져 버린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그 때 교장선생님이 말을 걸어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호른 한 번 시원하게 분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숨막히고 답답할 때 크게 한번 심호흡 하면 잠깐이라도 안정을 찾는 것처럼 조금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도 요리는 어떻게 저런 환경에서도 저렇게 맑게ㅡ체념했다고 하기에는 표정이 너무 맑고 밝아서 그렇게는 생각이 안 되더라고요ㅡ 자랄 수 있었을까 감탄을 하고 요리가 미나토에게 온 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뇌는 돼지의 뇌야."라고 세뇌 당한 것처럼 말하지만, 혼자만의 아지트도 만들어서 놀고 있고, 여자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 미나토가 주저할 때도 "나도 그럴 때가 있어."라고 먼저 다가가는 모습이 훨씬 용기있어 보였거든요. 덩치는 많이 작지만 빨리 어른이 된 아이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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