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함께 이야기 나눠요

D-29
애정하는 작가님이라 자꾸 언급이 되네요! 신형철 작가님의 <인생의 역사>에서 읽은 문장을 공유해봤어요. 저는 이 글에 교장 선생님을 겹쳐서 봤어요. '손녀의 죽음'이라는 충격에 교장 선생님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그래서 쉽게 슬퍼하지 못하고, 무력하고 굴욕감에 자신을 미워하고 미워하다가 나중에는 결국 손녀를 미워하게 된 건 아닐까요. 손녀는 과자도둑이 무서워서 과자를 사지 않았고요. 교장 선생님은 손녀를 잃은 게 버거워서 손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거죠. 어떤 사랑을 잃어버렸을 때, 다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우리는 차라리 만나지 말 걸 그랬어' 라는 말을 뱉기도 하죠. 이제는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의 마음을 가두면서요. 나눠주신 이야기에 겹쳐서 생각해보다가 이렇게 생각해봤어요. 교장 선생님은 마음을 많이 다쳐서 겁쟁이가 되어버린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 모습이 꼭 나 같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질문에서 마음이 가는 인물로 '미나토'를 꼽았는데요. 사실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저에게 '요리'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오리'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교장 선생님'과 나도 닮았구나 깨달았네요. 슬프고 재밌네요. 다들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사 멘트를 쓰고 보니 마무리 멘트 같은데요. 그냥 감사를 전한 것이랍니다. 하하. 이후에도 여러 추가 의견 환영합니다!
2016년 2월 18일에 작고한 일본의 소설가 쓰시마 유코는 1980년대 9살짜리 어린 아들을 먼저 보낸 후 쓴 「슬픔에 대하여」(한국어판 소설선집 『묵시』에 수록)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슬픔이란 스스로를 가여워하는 감정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지만 스스로를 가여워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를 용서해야 한다.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든 사람은 쉽게 슬퍼할 수도 없다." 세상은 '자식 잃은 엄마'를 "슬픔의 상징"으로 생각하나, 정작 그녀는 충격과 분노, 무력감과 굴욕감 등에 시달리며 내내 울었을 뿐. 그런 감정과는 다른 '슬픔'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p.48, 신형철 지음
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우리 문학을 향한 '정확한 사랑'이자 시대를 읽는 탁월한 문장, 평론가 신형철이 4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인생의 역사>라 이름한 이번 책을 두고 '시화(詩話)'라 묶었으니, 한 편의 시를 읽고 시를 나누는 이야기, 그리하여 시에서 인생을 배우고 인생을 시로 이루는 글이다.
책꽂기가 두 번 됐는데 삭제가 안되군요. 이런! 이 상황을 주절거리는 걸로 수정해두겠습니다. 허허.
답글이 잘 못 달아졌는데요. 삭제가 안 되니 또 주절거리는 걸로 수정해둡니다..
작년에 사놓고 아직도 미루다가 못읽은 게으름뱅이입니다. 도리님께서 수집해 놓으신 걸 보니 빨리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동하네요.
게으른독서쟁이님의 서재를 훑어보고 여러 모임에 걸쳐서 함께 이야기 나눈 걸 생각해보면 충분히 좋아하실 거라고 추측됩니다! 저의 인생책 중 하나예요 ㅎㅎ
많은 분들이 인생책으로 꼽으셨더라고요. 저는 아이 학교에 부모교육에 갔다가 강사님께서 강강강강추하셔서 바로 구매했는데 미적거리다가 아직도 안 읽었네요. 곧 읽겠습니다. :)
이 책도 읽어야 되는데 집에 고이 모셔만 놨네요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교장 선생님'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는 장면이 있죠. '미나토'와 '교장 선생님'이 함께 호른을 부는 장면! 영화 속 다른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들리던 기이하고 수상한 소리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많이 꼽는 <괴물>의 명대사가 나오기도 했어요.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라고 하지 않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는 거야." ◈ 3-2. '미나토'와 '교장 선생님'이 함께 호른을 부는 장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이 장면에서도 울컥해서 울었어요. 교장 선생님이 갑자기 멋들어진 포즈로 호른 불 때는 깜짝 놀랐고요.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는 것도 저 대사를 볼 때 떠올랐습니다(답지 않게 항상 간직하고 있는 말입니다). 사실 이동진-고레에다 감독님 대담할 때 이동진 평론가님이 미나토는 요리에게 보내진 선물 같은 존재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미나토가 더 소심하고 유리 같은 아이라고 생각해서 반대로 느꼈거든요. 요리는 학대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지만 회복탄력성이 뛰어난 아이로요. 전혀 상처 없다는 말은 아니에요. 요리가 그만큼 똑똑한 아이 같았거든요. 미나토는 감정이 이성을 아직은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고요. 어쨌든 미나토가 창밖에서 죄송해요.라고 혼잣말 하는 부분도 용기가 부족하고 깨져 버린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그 때 교장선생님이 말을 걸어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호른 한 번 시원하게 분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숨막히고 답답할 때 크게 한번 심호흡 하면 잠깐이라도 안정을 찾는 것처럼 조금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도 요리는 어떻게 저런 환경에서도 저렇게 맑게ㅡ체념했다고 하기에는 표정이 너무 맑고 밝아서 그렇게는 생각이 안 되더라고요ㅡ 자랄 수 있었을까 감탄을 하고 요리가 미나토에게 온 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뇌는 돼지의 뇌야."라고 세뇌 당한 것처럼 말하지만, 혼자만의 아지트도 만들어서 놀고 있고, 여자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 미나토가 주저할 때도 "나도 그럴 때가 있어."라고 먼저 다가가는 모습이 훨씬 용기있어 보였거든요. 덩치는 많이 작지만 빨리 어른이 된 아이 같았어요.
저도 눈물이 그렁그렁이었던 장면인데요. 미나토가 떠듬떠듬 자신이 숨겨온 마음을 뱉는 게 힘겨워보였고, 그 힘겨움을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어요. 처음으로 발화된 미나토의 혼란이 미운 인물인 '교장 선생님'과의 대화와 호른 소리으로 연결되는 게 복잡하게 마음을 울리더라고요! 저도 siouxsie님처럼 이동진 평론가님과 고감독님의 대담 때 '미나토'에게 '요리'가 보내진 선물 같다고 느꼈어요. 말씀해주신 두 아이의 설명에 저도 동의합니다. 이제는 <괴물>을 여러 번 보고 곱씹고 생각하다보니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구원자라고도 생각이 드네요.
저는 그 장면이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이고 메세지구나 라는걸 머릿속으로 내내 생각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와닿지 않았어요. '아 이거 정말 중요한 장면인것 같은데.. 분명히 그런 장면인데... 근데 뭐가 이렇게 어정쩡하고 어색하지? 뭐지??' 이런 조금은 복잡한 심정으로 그 장면을 봤던 기억이예요;
어떤 부분이 어정쩡하고 머쓱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저도 생각해봤을 때 매끄럽다고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그 부분에서 미나토가 자신의 혼란을 고백할 때, 악인의 모습을 띈 교장 선생님이 어떻게 할까(혹시 미나토를 상처줄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토끼풀b 님은 어땠을까요. 궁금하네요!
저도 비슷한 마음이었나봐요..ㅋ 행복에 대한 메세지도 그렇고 후우 하고 뱉어버리라는 말도 그렇고, 그치 그런거지 그렇지- 끄덕끄덕 하는 느낌보다는 흠.. 저 말은 진심인거 같네. 진심이겠지? 뭐 이런 혼잣말만 가득했던것 같아요. 당시의 제 시선에서는 교장선생님과 미나토의 투샷이 영 맘에 들지 않았던건 확실해요. ㅋㅋ 근데 영화를 다시 보면 그 장면이 어떻게 새롭게 보일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혹시 호른 불다가 발 거는 건 아니겠지? (농담 반 진담 반) 불안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도 다시 보면서 그 장면에서 더 마음 놓고 봤어요. 그럼에도 묘했고요. 복잡한 인간이 어떻게 서로에게 악인이 되고 어떻게 서로에게 구원자가 되는지 참 어렵더라고요.
송강호: 교장 선생님이 그 대사와 함께 악기를 불잖아요. 저는 그 신이 정말 좋았어요. 그 악기 소리가 마치 내면에서 토해내지 못한 인물들의 울음같이 들리고 세상을 향한 외침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배우 송강호 <괴물> 대담에서 송강호님은 호른 장면을 이렇게 느끼졌다고 하네요. 참고용으로 남깁니다! 출처: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3942
여기의 대사가 저에겐 `남들과 다르지 않게 살아라` 라고 들려서.. 이 영화에서 요리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교장선생님은 닫혀있는 캐릭터로 끝났네 라고 생각했어요. 구원자라고 생각하셨다고 하셔서 오 저랑 다른 시각이네 ㅋㅋㅋ 싶었습니다.
오! 저는 교장 선생님이 미나토에게 '꼭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전달하는 느낌이었는데, 비씨디님은 '남들과 다르지 않게, 말하지 말라는 압력'으로 느껴졌을까요? 저도 그 장면에서 미나토가 교장 선생님께 구체적으로 자기 고백(누구를 향한 마음인지)을 할 것 같다고 느꼈는데, 끝내 하지 않아서 더 묘했고 마음에 남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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