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왕가위 감독 기획전 기념... 왕가위 감독 수다

D-29
전 감흥이 너무 와서 어제 오늘 책에 집중을 못했어요 정말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싶은데 말이죠
저는 영화 《졸업》을 2020년대에 처음으로 보면서 그런 기분을 느꼈어요. 이 영화가 1960년대에 그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데에는 영화 외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나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런 생각만 들었습니다.
졸업이스턴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귀가한 벤저민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졸업 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선 아무런 계획이나 이상도 갖고 있지 못한 인물. 그는 파티석상에서부터 시작된 미세스 로빈슨의 끈질긴 휴혹에 걸려들어 마침내 무질서한 생활에 빠져든다. 그녀의 조카 엘레인을 로빈슨으로부터 소개받은 벤은 미세스 로빈슨의 강요로 엘레인을 따돌리려 하나, 그녀의 진실을 깨닫게 되어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모와의 불륜을 알게 되어 고민하던 엘레인은 학교로 돌아가 의대생인 칼 스미스와의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
요즘 벽돌책을 읽고 있어서 영화 이야기를 바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ㅎㅎ 어제는 동성서취를 새벽 3시까지 보고 잤는데, 다시 보니 또 이게 좋더라고요. 그나저나 저는 사실 사람을 못 알아보는 병이 있어서 지금껏 동성서취에 주성치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요... ... 제가 주성치라고 생각한 사람이 이제 보니 양조위였더군요. (먼산) 그마저도 (이번에) 알아본 이유는, 양조위가 "내 눈빛을 봐" 라면서 중경삼림의 그 표정 ㅋㅋㅋ 등을 한 덕이었습니다.
영화 <동성서취>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장국영의 캐릭터였는데요, 이 영화에서는 장국영을 둘러싼 가장 큰 루머인 그가 동성애자인가 아닌가에 타인들의 관심이 너무 많다는 것을 "대놓고" 괴롭히는 것으로 보여주더라고요. 또 이 영화에서 후에 <서유기>로 이어질 감독의 포석들이 보여 무척 즐거웠습니다. ㅎㅎ 대체 이 배우들을 덷고 어떻게 이걸 찍었지. 다시 봐도 믿기지가 않는 초호화 캐스팅... 오늘은 동사서독을 마저 봐야겠습니다. <동성서취>를 보고 동사서독을 보면 반대로 뭔가 되게 재밌을 것 같아서.
오늘부터 25일까지는 《화양연화》와 《2046》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영화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 감상과 비평, 명대사, 명장면, 배우 이야기, 연출 이야기, 제작 뒷이야기, 모두 환영합니다. 다른 영화 이야기하셔도 물론 좋습니다. ^^
<화양연화>를 벼르고 별러서 드디어 극장에서 봤습니다. 역시 영상미는 기대했던대로 만족스럽게 아름다웠어요. 그런데, 서사의 부재의 단점이 두드려져서 주인공 두 배우가 저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나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영화의 영상미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게 홍콩 중산층의 생활상이었어요. 젊은 부부 두 사람이 사무직으로 일해도 단칸방에 세를 들어서 살고 음식도 주인집과 같이 해먹고, 그 좁은 공간에도 살림을 맡아서 하는 식모가 있고, 같은 층 이웃과 네집 내집 헷갈릴 정도로 섞여지내는 모습이요. 장만옥이 일하는 좁은 사무실 모습도 비슷하게 개인적인 일이 눈치채지않고 일어날 수 있다는게 허락되지 않는 환경이죠. 그 와중에 다른 사람 얼굴 다 보여주면서 장만옥 남편과 양조위 부인 얼굴 끝까지 안 보여주는 장치도 참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제가 본 극장 상영판에서는 마지막 남자아이의 존재에 대해 별 의미없이 '아... 여자는 자기 자리 지키며 애 낳고 잘 사는구나..'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그게 헤어지기 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화양연화' 노래처럼 한 때 아름다웠던 흘러간 좋은 시절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결말이었던 것 같아요. 양조위도 그래서 앙코르와트 벽에다 털어놓고 묻어버릴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왕가위 감독이 서사를 잘 짜는 사람은 아니라고 보는데 오히려 저는 작품에서 서사를 이 정도로 지우다 보니 더 영화의 ‘무드’가 잘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영화의 영어 제목에도 ‘무드’라는 단어가 나오죠). 말씀대로 서사의 빈 부분을 배우들이 채우고 있는데 ‘눈빛으로 말을 한다’는 표현이 이 영화를 보면 납득이 가더라고요. 대사로 두 인물의 감정이나 상세한 상황이 설명되었더라면 분명히 작품의 감흥이 반감되었을 것 같아요. 관객이 어두운 골목이나 식당에 숨어서, 끈적끈적한 음악을 들으며, 배우들의 표정을 훔쳐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상상해야 하는데, 그래서 저는 이 영화야말로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요소들이 어느 정도나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워낙 간단하고 전형적인 줄거리라서 그게 왕가위의 제작 스타일과 잘 어우러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홍콩 영화를 보면서 저는 늘 홍콩 시민들의 갑갑한 생활에 놀라면서 폐소공포증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느낌이 유독 심했습니다. 낮 장면, 개방감이 드는 탁 트인 풍광이 거의 나오지 않고, 누추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어도 화려하지도 않은 생활 공간의 비중이 높고요. 그런 느낌이 사회 관습과 전통 윤리 속에 갇힌 두 기혼 남녀의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장만옥의 아이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느꼈어요. 장만옥은 꿋꿋하게 잘 사는데 양조위는 휘청이는 모습을 보면서 ‘그럴 것 같았어’ 하고 혼자 웃기도 하고요. 그래도 《2046》에서 망가진 양조위의 모습은 편치 않더라고요. ^^
저는 <2046>에 대해서는 몰랐는데, 음... 별로 보고싶지 않네요. <화양연화>의 감성이 무너질 것 같아서요. 다 말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어요.
네, 저는 무척 실망한 작품이었어요. 특히 "화양연화"랑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더 그랬어요. "화양연화" 결말이 딱 좋은데요.
공간도 갑갑했고, 장만옥님 입은 옷도 너무 예쁘지만 몸에 대고 그린 옷 같아서 숨을 못 쉴 거 같더라고요. 이것도 답답했고요. 제가 지방에서 생활해서 서울 가면 인파에 갑가압한데요. 홍콩은 진짜 폐소공포증에 인정합니다. 그 습해보이는 날씨에 번잡한 유동인구에 뜨거운 국수가게에 포장하러 다니다니 전 못 가요. 뒷북이지만 <회양연화> 여담을 덧붙입니다. 최근에 부모님께 고스톱을 배웠는데요. 영화를 보면서 마작도 고스톱 같은 걸까, 얼마나 재밌길래 이 사람들이 날을 새고 매번 할까 궁금해졌답니다.
20년전쯤에 홍콩에서 한 결혼피로연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요. 피로연이 6시인데 4시부터 모인대서 왜?라고 했더니 어르신들 마작하셔야 한다며....저흰 3시 30분쯤인가 가서 준비하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더 일찍 오셔서 굉장히 초조한 표정으로 왜 마작 안 시켜 주냐며...혼자서는 운신도 제대로 못하시고, 지팡이 짚고 허리 못 펴시던 분들이 마작하실 땐 어찌나 활기차시던지..... 피로연 시작한다고!!! 그만 하시라고!!! 끌어낼 때까지 하시더라고요. 버둥거리시기까지 했어요. 우리나라도 명절 때도 여기가 하우스냐고! 신고해야겠다고! 소리 질러도 소용 없잖아요?
마작을 잘 알면 《색, 계》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던데... 저도 좀 궁금합니다. 마오쩌둥도 못 막은 그 게임.
<색, 계>를 이미 언급 하셨군요 ㅎㅎ
이쯤에서 나와야 할 거 같았습니다. ^^
안 나오면 아쉽지요. 나와도 아쉽기도 하고요 ㅎㅎ;;
탕웨이 배우님도 이쯤에서 나와야 할 거 같은데요? ^^
마작 하니 생각나는 두가지 컨텐츠가 있습니다. 예전에 봤던, 양조위도 나왔던 <색, 계>의 마작 씬들과 최근 넷플릭스에서 봤던 양자경 주연의 <선 브라더스>의 마작 씬들이 그것들입니다. 두 영화 모두, 그 지역의 거의 모든 정보가 유통되는 곳으로 그려지는 마작하는 공간에서 중국(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느낌으로 느껴졌던 거 같습니다.
또다른 양자경의 글로벌 히트작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도 주인공 여자와 마작하는 장면이 나오죠. 그 장면에서 마작을 이해 못해서 내용 자체가 이해 안 갔던 게 참 답답했었습니다. 오래된 히트작, 에이미 탄의 <조이 럭 클럽>에서도 마작하며 뭉치는 여인들 나왔었고... 마작은...음... 딱 하루 해보고 배우고자 마작 패이며, 책이며 다 샀는데요, 같이 칠 사람이 없어서 못 익혔습니다. 이게 고스톱보다 더 하게 네 명의 짝이 있어야 하는 게임이라 마음맞는 그룹이 없으면 못 배우고 못 쳐요. 게임의 묘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일단 물리적으로 손으로 만지는 마작패의 촉감과 달그락하는 소리가 고스톱의 플라스틱 패가 담요 위에 딱 맞게 떨어지는 그것과는 비교가 안되게 중독성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룰은 생각보다 쉬워서 어릴 때부터 돈 안 걸고 그냥 가족 게임으로 즐기며 자란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단지 게임 자체로는 재밌고 여러 사람이 멤버를 바꿔가며 함께 즐기기 좋은 게임인데 너무 재밌다보니 중독성이 지나쳐서 아예 나라에서 금지하는 게임까지 되었나봐요.
중독성은 정말이지 대단하긴 한가 봅니다. 중국계 문화에 이리도 착붙인걸 보면 말이지요. 그나저나 <조이럭클럽>도 다시 보고파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박쥐》에도 마작 장면이 중요하게 등장하네요. 저는 마작과 비슷하게 궁금한 게임이 브리지입니다. 이것도 보통 4명이 하는 거죠? 문외한 눈에는 테이블에 앉은 모양이나 카드를 늘어놓은 모양이 마작과 약간 비슷해 보이고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이 브리지를 한다고 나올 때마다 얼마나 재미있는 게임인가 궁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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