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트랜스포머> 보다가 눈 돌아갔었는데....까만 차가 개 같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몇 번 돌려 봤어요
메가박스 왕가위 감독 기획전 기념... 왕가위 감독 수다
D-29
siouxsie
Henry
기술의 발전이 추억보정을 이겨내버리는 게 무척 아쉽습니다. 허나, <이집트 왕자>는 다시 한번 찾아보고픈 명작입니다.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이 함께 부른 주제곡도 엄청났구요.
느려터진달팽이
폴리스스토리가 시리즈였던 것 같은데 저도 그걸 보고 경찰은 멋있구나! 이제 내 꿈은 경찰인가 싶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모래시계>를 보고 아니 내 꿈은 검사야 ㅠ 했던 어릴 적이 스치네요~ 지금은 꿈이 다 무언가 싶지마는. <영웅본색>은 원, 투 다 재밌게 봤었는데요. 영웅본색2는 진짜 장국영 만우절 날 거짓말처럼 죽고 이후 4월 1일만 되면 죽어라~ 그 곡을 치기도 했었어요^^; 이제 안 그러지만. 그리고 이제는 드문 전화박스를 보면 그토록 간절히 형(성)을 부르던 전화박스신이 생각납니다. 아니 그건 <초록물고기>였을까요?
"성~ 끊지마, 끊지마."
Henry
<폴리스 스토리>시리즈는 정말이지 여러모로 그 시절 사내아이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성룡의 액션과 철부지 장만옥이 스크린을 오가는 장면들은, 이후 VHS 테이프로 빌려서도 몇 번이고 친구들과 골방에서 돌려봤었으니까요.
<모래시계>, <영웅본색>은 주제곡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리는 무언가가 있었지요. <초록물고기>의 그 마지막 먹먹하고 막막함은 여전히 명작이다 싶습니다. 덕분에 추억소환해봐서 좋았습니다~
수북강녕
@느려터진달팽이 전화박스신이라 하면 <영웅본색>에서 아내의 출산 소식을 들은 장국영 배우가 아이 이름을 '송호연...'이라 지으라고 하면서 숨을 거두던 장면 하나와, <열혈남아>에서 유덕화 배우가 항만에서 서성대던 장만옥 배우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고 전화박스에 들어가 키스를 퍼붓던 장면 둘에서 나오던 가수 왕걸의 노래 '你是我胸口永远的痛'이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
느려터진달팽이
역시 열혈남아였군요. 그래요 우리 장국영 씨가 그렇게 죽어가면서 거기서 아이 이름을 지어줬죠 ㅠ 송호연이었군요! & 바람둥이 유덕화 씨가 일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장만옥 씨의 손을 부여잡고 전화박스 안에서 격정키스를 퍼부었었군요~ 그래요 뭔가 그런 장면이 있기는 했는데 말이죠.
안 그래도 양조위 배우의 존재가 터질 것 같은 폭발력을 지닌 영화가 있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가물가물 했었는데 <그린 파파야 향기>였나? 아닌데 그건 비엣남 영화인데 그러다 말았는데요. <시클로>였던 것이었습니다. Creep은 절로 bgm으로 뇌속에 흐르고 있죠^^ 마음을 두드리는 전주와 함께 ❤️
미스와플
기억납니다. 대부분 홍콩영화 매니아들 시작은 영웅본색의 주윤발 서냥개비 씹기로 시작하죠. 비다오테입으로 접한 세대는 섬세한 장국영 연기에 심취하며죽어가는 공중전화박스 씬에 눈물 좀 흘렸죠. 홍콩 영화들 많이 상영했던 당시 서울 화양, 명화, 대지극장 중 한 곳 근처에서 살았어서 익숙합니다. 살면서 저의 극장 첫 영화를 거기서 봤거든요.
꿀돼지
《중경삼림》과 《타락천사》. 두 영화 하면 떠오르는 건 90년대 그 자체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권태롭고 우울한 분위기, 감독 특유의 저속 촬영을 활용한 잔상이 주는 비현실적인 움직임 등이 중2병을 맞은 메탈 키드였던 제게 뭔가 폼나 보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한국 영화에도 참 많은 영향을 줬던 영화입니다. 《타락천사》의 마지막에 나오는 오토바이 질주 신은 김성수 감독의 《비트》와 판박이 아닙니까.
오랜 세월이 흘러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가 《타락천사》, 《동사서독》을 본 이유는 양채니 때문이었습니다. 그 재미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동사서독》을 끝까지 본 이유는 순전히 양채니 때문이었습니다. 제눈에는 그때 가장 예쁜 여자였습니다. 그땐 그걸 숨기고 예술병이 있는 척했습니다.
장맥주
저는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1990년대가 참 재미있는 시기였고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던 때라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거기에는 ‘199X’라는 숫자가 주는 얄팍한 감흥도 적지 않았다고 보고요. 무려 세기말, 그것도 평범한 세기도 아니고 한 밀레니엄이 끝나는 시기였잖습니까. 노스트라다무스를 믿지 않더라도 ‘우리가 알던 세상이 곧 끝날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고, 거기서 나른한 퇴폐미 같은 게 사람들의 의식에 녹아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특히 홍콩 사람들에게는 그게 정말 실존적인 문제 아니었을까 합니다. 홍콩 반환은 1999년이 아니라 1997년이기는 하지만요.
장맥주
《중경삼림》의 첫 번째 에피소드도 저는 홍콩 반환과 연관지어 멋대로 해석했었어요.
-금발 가발을 쓴 중국 여인인 임청하=홍콩
-임청하에게 마약 밀매를 시키는 백인 보스=홍콩을 침탈하고 타락시킨 서양
-피곤한 임청하를 달래주는 순수한 중국 청년 금성무=아직 요령은 부족하지만 젊은 중국 (금성무의 국적은 일본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보면 금성무를 만난 임청하가 마약상들을 총 으로 쏘고 금발 가발을 벗어던지는 씬은 꽤 의미심장한 장면이 되죠. 홍콩이 중국의 도움으로 타락한 외세를 끊고 원래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그런데 왕가위 감독은 《중경삼림》과 홍콩 반환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여러 번 밝혔더라고요. 제가 왕가위 감독의 정치 성향은 잘 모릅니다만 위에 적은 것 같은 프로파간다를 주장할 사람도 아닌 것 같고요. 하지만 홍콩이 완전히 중국에 귀속되는 2046년을 영화 제목으로 삼은 사람이기도 하니, 왕 감독의 말도 그대로 믿을 건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일대종사》에서는 중국과 홍콩의 분리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꿀돼지
왕 감독도 나중에 이 해석을 접하면 "오호라!" 하면서 "사실 나는 그런 의도로 작업했다"고 구라를 섞어 말할 것 같은데요? 정말 설득력이 있습니다.
Henry
고개가 끄덕여지는 해석입니다. 감독이 의도했던 아니던 세상에 나온 영화는 관객의 것이니, 왕가위 감독의 맨트는 뭐 중요하지 않겠다 싶습니다. 그렇게 관객이 봤으면 그런거겠지요.
장맥주
아, 감사합니다. 왕가위 감독의 해명(?)을 들은 것은 한참 뒤였는데 이후로 창작자와 창작물의 해석 사이의 관계를 종종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창작물을 해석할 권리는 물론 감상하는 사람에게 있을 텐데, 그렇다고 그 권리가 절대적인 것인가 하는 의문도 좀 듭니다. 창작자와 감상자가 해석을 두고 싸우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창작자의 힘은 약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요.
Henry
네. 뭐든 절대적인 건 없다 싶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부분은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는 부분인 듯 하고요. ^^;
siouxsie
괜찮아요~ 전 짝꿍이 맨날 저한테 책 읽는 척 하면서 게임한다고 '지식인병' 걸렸다고 하거든요. 저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요.
저도 여명이랑 금성무 좋아해서 왕가위 영화에 입문했어요~저 둘만 좋아한 건 아니었고, 고딩 때 홍콩 영화란 영화는 다 보고(1일 1영화), 홍콩 4대천왕에 왜 장국영이 안 들어가냐 대만 4대천왕은 약하다 별 소리 다 하면서 살았던 거 같아요. 그때가 그립네요~ 학교 갔다오면 누워서 비디오만 보던 시절
꿀돼지
저도 당시 4대 천왕에 왜 주윤발 따거는 없고 장국영도 없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 이유가 '배우'보다는 '가수'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란 걸 나중에 알고 이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곽부성은 노래보다는 춤으로 유명하고, 장국영도 유명한 가수인데? 하며 의문을 가졌는데 뭐 그냥 지금은 그러려니 합니다. 세대가 달랐구나 하면서요.
느려터진달팽이
저도 그 시절 비디오대여점에 참새방앗간 드나들듯 들락거리면서 아주 진지하게 예술의 전당 내 영화감상실에는 거의 살면서 하루 몇 편 씩 그렇게 영화를 끝장냈었는데요. 그렇게 인생을 소비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했던 세기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홍콩반환 시기 서기와 여명의 <유리의 성>도 vod로 갖고 있을 정도로 좋아했고, 사대천왕과 노래도 잘하는 진혜림의 <친니친니>도 여러번 봤었어요^^ How gentle is the rain~ 🎵 당시 저도 노래방 좀 다녔던 사람이라 동일한 곡을 불러보긴 했는데, 무려 진혜림 씨가 불렀던 곡을 어찌 감히 :)
장맥주
저는 양채니가 그리 예쁘다는 생각은 못했고 장만옥에 대해서도 《화양연화》 이전까지는 매력을 잘 못 느꼈습니다. 《중경삼림》을 봤을 때에는 금성무를 보고 우와, 정말 잘생겼다, 했었는데 당시 여자친구는 양조위가 정말 잘생겼다고 해서 약간 어리둥절했었어요. 무협 드라마를 안 봐서 양조위도 《중경삼림》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이후에 양조위는 《동사서독》에서 말도 안 되게 멋있어 보였고, 《화양연화》와 《무간도》를 거치며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잘 생긴 동양 남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양조위를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자랑 ㅎㅎㅎ)
꿀돼지
저는 지금까지 양조위보다 깊은 눈빛을 가진 남자를 본 일이 없습니다. 눈빛 하나만으로도 남자가 저렇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해 준 남자입니다. 그래서 한때 양조위가 나온 영화는 다 찾아보고 거슬러 올라가 86년도 드라마 <의천도룡기>까지 섭렵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저도 괜히 양조위의 눈빛을 흉내를 내보곤 했는데, 그냥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돼지 한 마리가 거울에 있더군요. 몇 번 다시 태어나야 그런 눈빛을 가지게 될지. 현생에 공덕을 많이 쌓아보겠습니다. 하지만 장만옥의 매력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눈이 덜 뜨였나 봅니다.
장맥주
양조위 눈빛 흉내내려고 한 사람 여기도 있습니다. 양조위 배우는 젊은 시절 눈빛을 보면 그렇게 그윽하지는 않은데 나이 들면서 점점 더 멋있어지는 거 같더라고요. 세상에서 눈빛 제일 멋있는 사람입니다. 유가령과 가슴 아픈 사랑을 오래 해서 그런 걸까요. 저도 마음고생 오래 하면 눈빛이나마 그렇게 깊어질지.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